1999년도에 마라톤에 입문한 뒤 동아대회는 2000년도부터 참가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하프부문이 있어 초보인 나는 하프종목에 참가했다.
정동 경기여고 앞에서 출발하여 방이동 올림픽공원으로 달리는 코스였다.
초창기라서 그런지 대회 출발이 미숙하여 풀코스가 출발하고 10분 있다가
하프가 출발하기로 했는데, 하프주자들이 풀코스 주자와 함께 출발을 하여
주최측에서도 어쩔수 없이 그대로 출발을 시켜 많은 주자들이 엉겁결에 출발하게 됐다.
나도 멍하니 있다가 출발을 하게 되어 풀코스 후미 주자들 때문에 제대로 달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추월하며 달리다 에너지 소비를 다 해버려 10km 지점부터 기진맥진한
상태로 달려 겨우 1시간 34분에 골인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난 그 해 1월 삼일절 마라톤대회에서 1시간 27분, 2월 서울마라톤 대회에서 1시간 29분을
달성하여 동아마라톤 대회에서는 1시간 26분을 목표로 했었다. 지금도 동아마라톤 시즌이
돌아오면 처녀출전 했던 동아마라톤 하프대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곤 한다.
그 뒤, 2001년에는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2002년부터 2010년까지 9년 연속,
그리고 작년에는 빙부상으로 참가를 하지 못했고, 올해 11번째로 참가를 하게 된다.
최고기록은 2004년도와 2005년도의 3시간 01분이고 최저기록은 2006년도 3시간 24분이다.
사실, 2006년도가 내 실력의 절정에 있었는데, 대회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중국출장을
가서 기름진 음식에 고량주를 많이 마셔서인지 대회에 참가를 해서 내 마라톤 역사상 처음으로
레이스 중 화장실에 두번이나 들려 장을 비우면서 달렸던 기억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행히 그 해 동아 다음대회인 코리아 오픈에서 서브쓰리를 달성하여 동아대회 24분의 초라한
기록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렸다. 마라톤 연륜도 이제 만으로 13년이 됐고 햇수로도 14년째이다.
나이도 40세에 시작해서 이제 53세가 되었다. 이제는 나이를 감안해 슬슬 달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이가 있기에 예전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마라톤을 하는 이상 꿈을 꾸기에 나이와 상관없이 열심히 훈련을 하고
최선을 다하여 레이스에 임하려는 마음을 늘 견지하고 있다.
마라톤에서 자신의 최고기록 대비 10분 이내의 기록을 계속해서 유지하기란 쉽지가 않다.
나의 경우, 2010년도 동아 마라톤 대회에서 3시간 5분을 기록하고 그해 가을 중앙에서
3시간 9분을 기록한 뒤, 작년 한 해 동안 싱글을 한번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름은 서브쓰리 주자인데, 1년 동안 싱글 기록을 한번도 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 만큼 훈련이 부족했고, 몸관리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스스로에게 자극이 되었다.
그래서 올 동아에서 2년 전의 기록은 넘기 위한 목표기록을 세웠고, 최소한 싱글은
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훈련에 돌입했다.
체중감량과 스피드 훈련, 그리고 대회를 통한 실전 경험. 그러나 훈련성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채 대회를 맞이하게 됐다.
대회의 스타트 라인에서 서면 늘 꿈을 꾸게 된다. 그러나 그 꿈은 10km도 채 지나지
않아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10km 지점을 통과하면서 5분은 물건너
갔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프 지점을 통과하면서 어쩌면 10분 이내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5km 통과후, 기를 쓰고 달리지 않으면 싱글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부터 치열한 레이스가 시작된다. 1초를 줄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까.
에너지는 소진되고, 다리는 무겁고, 종아리에서는 근육의 경직현상이 좌우 상하를
이동하며 레이스를 방해한다. 그러나 머리속에는 오직 한가지 생각뿐~~~
최선을 다해 달리지 않으면 싱글은 어렵다는 것.
38km~~40km 구간의 바람과 사투를 이겨내고 시간을 점검한 결과 최선을 다해 달려도
싱글이 아슬아슬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아무것도 보지 않고 달렸다.
오직 집중 집중 집중~~!!
1km 남은지점에서도, 운동장 트랙에 들어서서도, 시간은 여유가 없었다. 마지막 트랙
300여미터를 죽어라고 달려서 골인하고 시계의 버턴을 눌렀다. 찌~~~이이이익.
3시간 9분 49초. 목표기록 3시간 5분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2년만에 드디어 싱글을
기록하게 됐다.
마라톤은 역시 기록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도 기록유지를 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더욱이 이번대회에서 이루지 못했던 3시간 5분대 목표기록도 다시금 도전해볼 생각이다.
마라톤은 점이 아니고 선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마라톤은 어느 한 순간에 잘 달리고
마는 것이 아닌, 꾸준하게 계속해서 잘 달리는 것이 마라톤을 마라톤처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 기록 정 리--매 5km >
21분 37초, 21분 43초, 22분 05초, 22분 11초.--하프 1시간 32분 38초.
22분 23초, 22분 30초, 23분 21초, 23분 41초. 10분 18초(2.195km)
계 3시간 09분 4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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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기록에 완주 축하합니다,
지난해 못한 싱글 달성 축하합니다. 사진보니 온몸의 에너지 전부 지어짜 달리는게 느껴집니다. 천리마 힘~~~~
싱글 축하드립니다.
변함없이 노력하시는모습 본받아야되는데 잘되지가않네요......
싱글 추카드립니다.힘힘힘!!!
변함없는 마라톤 열정이 느껴집니다. 수고하셨습니다.힘!!!
열정으로 달리신 천리마님 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