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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왕무적 13권 ★
ㅡ 상관대도 ㅡ
"둥!"
열 번째의 울림을 끝으로 북소리가 멈추었다.
마치 거대한 태풍이 쓸고 지나간 것처럼 정적이 감
돌 때, 한 명의 노인이 연무대 위로 올라갔다.
중앙 빈 자리에 만들어진 연무대는 기둥을 쇠로 세
우고 차곡차곡 돌을 쌓은 다음 맨 위를 쇠판으로 덧
대어 어지간한 검기나 장력으로 무너지지 않게 만들
어져 있었다.
그 연무대 위에 올라간 노인은 맹주부의 칠위 중 수
위인 상관대도 가량이었다. 혈궁대전 이전부터 이름을
떨치고 있던 가량의 무공은 강호인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맹주의 가장 측권을 지키는 칠위의 수좌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의 모습을 알아본 몇몇 노 강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결전의 주재자로 충분히 자격을 갖춘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조진양이 자신을 대신할 자로 가량을 내세운
것만 보아도 오늘 결전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가량이 공식석상에 직접 나타난 것은 사라대전 이후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모르는 대부분의 젊은
무인들은 그가 누구인지 궁금한 표정들이었다.
가량은 연무대 위에서 우선 맹주가 있는 곳을 향해
포권을 한 후 사방을 돌면서 일일이 인사를 하고 입을 열었다.
"노부는 맹주님을 모시는 칠위 중 한 명인 상관대도 가량이라고
합니다"
"와아!"
가량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순간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얼굴을 몰라도 칠위의 수좌인 상관대도 가량의 이름
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이었던 것이다.
신주오기와 같은 시대를 풍미한 노고수의 가량은 신
주오기를 빼고 나면, 정파 무림에서 능히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고수라 할 수 있었다.
가량은 자신을 향한 환호에 만족한 듯 밝은 표정으로
로 말을 이었다.
"우선 본인은 노년에 복이 있어 오늘같이 큰 행사의
주제자가 된 것에 큰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기다리는분들을 위해서 바로 진행
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오늘 결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흑룡과 철혈사자단을 소개하겠습니다"
가량의 내공을 실은 목소리가 쩌렁하게 우릴자, 수
많은 무사들이 홚하였다.
"둥, 둥, 둥!"
큰 북소리가 세 번을 연속 울리자, 무림대광장 북쪽
에 있는 큰 누각 안에서 흑룡을 선두로 철혈사자대의
인물들이 검은색 경장을 입은 채 사열로 나타났다.
그들 중 여덟 명의 조장들은 흑룡 바로 뒤에 이열로
서 있었는데, 모두 검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
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우칠에게 반병신이 된 조장
들대신 새롭게 조장이 된 자들이었다.
많은 무인들의 관심 중 하나가 새로 조장이 된 자들
이 누구인가 하는 점인 것을 생각하면 조금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다. 그러나 결전을 대비해서 그들의 정체를
감춘 흑룡의 심정도 이해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는 보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 일으
켰고, 결전 바로 전까지 정체를 감춘 새로운 조장들
에 대한 궁금증은 이번의 결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
어주고 있었다.
철혈사자대의 삼백 용사들은 큰 걸음으로 대 광장의
광중석 사이로 난 길을 통해 연무대 바로 앞에 준비
된 자신들의 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기세와 패기는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압박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모두 후리후리한 키에 단단해 보이는 몸매는 보는
것만으로 그들이 만만치 않은 고수란 것을 짐작케 만
들었다.
"과연 대단하군. 저런 인재들을 삼백이나 찾아내었다니"
선은들 중 한 명이 감탄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의 근
처에 앉아 있던 선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표정엔 저들 젊은 사자들이 자파의 제자들이
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히 철혈사자대의 젊은 고수들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직전제자들보다도 한수 위의 기세를 보여
주고 있었으며, 그들 개개인의 타고난 자질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면이 있었다.
제자를 찾는 선은들이라면 탐을 낼 만한 무재들이었다.
선은들 중 목영대사가 자신의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목진대사를 보고 말했다. 목진은 소림의 전대 십팔나
한들의 수좌였다.
"조장들 중 몇 명의 무공이 무척 강해 보이는데, 사
제 생각은 어떤가?"
"아미타불, 제가 보기에도 두세 명 정도의 조장들
무공이 다른 조장들에 비해서 탁월하게 강해 보입니
다. 듣기로 일부 조장들이 큰 부상을 당해 새롭게 조
장들을 뽑았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결전을
위해 새롭게 보강한 조장들은 상당히 강한 자들로 보
강을 한 것 같습니다"
목영대사 역시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철혈사자대는 모두 사십이하의 젊은 고수들을 중
심으로 만들어진 무력집단일세, 그렇다면 새롭게 보
강한 조장들 역시 삼십대일텐데, 젊은 무인들 중에
저 정도의 기도를 지닌 무인들이 있었던가?"
"저도 조금 의문입니다. 하지만 철혈사자대에 꼭 젊
은 무인들만 뽑으란 법은 없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저들 중 세 명 정도는 노 강호들 같습니다"
목영대사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권왕이 조금 힘들겠군"
"아미타불"
목진은 염불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의 얼굴엔 무엇인가 못마땅한 표정이 어려 있었다.
왠지 정당한 결전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철혈사자대가 자리에 앉자 환호를 하던 무인들이 조
용해졌다.
그들이 표정에 일제히 어린 기대감.
이제 누가 나타날 차례인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금룡단원들의 식솔들이 앉아 있는 동쪽의 관중석은
더욱 묘한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그둘 중 상당수는 이 자리에 앉아 있기에 버거운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금룡단원들의 직계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아운과
북궁세가의 힘 덕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 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사
람들도 있었다. 아들이 권왕에게 선택되어 금룡단원
으로 맹활약하고 있다는 말을 소식으로만 들었던 사
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금룡단의 외유가 많았고, 권왕의 지시로 특별
수련 중이란 말을 듣고 일부러 금룡단을 찾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아운의 통제 아래 서신조차 제대로 주고받지 못했던
그들은 이번에 아운과 총사 북궁연의 정식 초청을 받고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오늘 철혈사자대와 겨룰 금룡단과 권왕이 입장을
하겠습니다"
"와아!"
"권왕 만세!"
"금룡단 만세!"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고함소리에 가량의 안색이 약
간 굳어졌다.
권왕의 입장에 그의 명성을 생각하면 환호는 당연하
다고 생각했었다.
당연히 흑룡의 입장과 비교가 안 될 것이란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다른 신주오기는 물론이고 맹주인 조
진양이나 검왕 북궁손우가 입장할 때보다도 더욱 우
렁차고 격렬한 환호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
던 것이다.
그야말로 해일처럼 일어난 환호는 멈출 줄 몰랐다.
그 엄청난 고함 속에 조진양과 호연각의 표정이 미
미하게 흔들린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이고 곧 평온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덜컥"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동쪽에 있는 큰 누각의
문이 열리면서 흰색 비단에 금룡이 수놓아진 경장을
한 금룡단의 인물들이 삼열로 걸어 나왔다.
그들의 맨앞에는 금룡단 집법사자인 탕룡광마 우칠
과 부단주인 창천고검 북궁명, 그리고 소림의 몽진나한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리고 맨 뒤에는 금룡단의 교두들인 흑칠랑과 한상아, 야한이
나란히 하고 있었는데, 아직 권왕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약간 상기된 표정의 금룡단원들은 너무 엄청난 환호
앞에 어쩔 줄 몰라하며 놀라고 있었다.
특히 그들 중 맨 뒤에 쫓아 나온 흑칠랑이 야한을
보고 말했다.
"후배"
엄청난 환호 소리가 자신을 향한 것이라 생각하며,
헤벌쭉 하고 있던 야한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움찔한다.
그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조심스럽게 흑칠랑을 보면서
물었다.
"뭐요. 선배?"
"어째 애들이 조금 긴장한 것 같다"
그 말을 들은 야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런 쌍, 겨우 이런 것으로 몸이 굳어지다니, 이것
들 불알 달고 태어난 남자새끼들 맞아?!"
야한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터져 나오자, 금룡단원
들 중 일부가 움찔하였다. 야한은 거칠게 금룡단을
질타하였다.
"이 자식들아! 이제 전쟁의 서막이 올랐는데, 벌써
부터 주눅이 들다니 그러고도 너희들이 대 금룡단원
들이라고 할 수 있냐? 우리 뒤엔 바로 천하제일고수
인 권왕 아운님이 계시다는 것을 잊었는가?"
권왕 아운.
그 말 한마디에 조금 긴장했던 일부 금룡단원들 긴
장이 조금씩 풀어진다.
"저들은 바로 우리들을 보고 환호하고 있다. 모두
어깨를 당당하게 펴도록"
차분한 목소리가 야한의 거친 말에 뒤이어 들리면서
아운이 북궁연과 함께 나란히 나타났다.
아운의 말에 모두들 얼굴이 환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야한과 흑칠랑은 고개를 돌렸다가 모두 넋을 잃
고 주춤거린다.
편한 경장차림의 아운의 모습은 무인이 아니라 마
치 서생 같았다. 특히 그의 몸에 흐르는 유려한 기운
은 마치 선인과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는데, 함부
로 근접할 수 없는 위엄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궁장을 한 북궁연이 모습.
'예, 예쁘다'
흑칠랑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허걱, 정말 사람 맞아? 혹시 선녀가 아닐까?'
야한은 북궁연의 태생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하지? 안 가나?"
아운의 말에 기겁을 한 흑칠랑과 야한이 얼른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옮긴다.
고개를 돌린 흑칠랑의 얼굴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옘병, 저넘은 갈수록 잘난 모습만 보이냐? 여자까
지 저렇게 이쁘다니'
한상아도 예쁘지만 북궁연과 겨줄 수는 없었다.
왠지 패한 듯한 기분.
흑칠랑은 자신도 모르게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시선이 있다
는 것을 흑칠랑은 모르고 있었다.
"흥! 왜, 부러워요?"
흑칠랑은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기겁을 하였다.
뭐가 뭔지 몰라도 자신이 한상아에게 큰 잘못을 했
다는 기분이 든 것이다.
"뭐, 뭘 말이야? 내가 부럽다니. 내가 왜 권왕 따위
를 부러워해야 하지?"
한상아는 매섭게 흑칠랑을 쏘아보며 말했다.
"근데 왜 인상을 구기고 있죠?"
"그, 그거야......."
흑칠랑이 당황할 때, 야한이 얼른 그 사이로 끼어들
었다.
"하하, 형수님. 그야 우리 선배님께서 총사님과 형
수님을 비교하다가 미묘하게 패배감을 느꼈...아차,
뭐 그런게 아니라! 험험. 크윽. 선배, 내가 그만 실
수를!"
흑칠랑이 살기를 담고 쏘아보자 야한은 자신이 실수
한 것처럼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미 말은 다
나갔고, 정말 실수를 했는지 아니면 의도적이었는지
는 야한 본인만이 아는 진실이었다.
흑칠랑은 정말이지 야한이 얄미웠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주먹부터 날리고 싶었지만, 이
자리에서 폭력을 휘두를 수도 없었다.
"으드득, 이런 개자식이 나를 뭘로 보고, 한매, 정
말 이놈이 한 말을 믿는 거요?"
"...앞으로 한 달간 내 근처에도 오지 마세요"
"컥!"
흑칠랑의 표정이 완전히 망가진다.
근래 남녀 관계의 새로운 맛을 알아가던 흑치랑에게
그건 사형선고였다.
'완전 망했다'
속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흑칠랑은 야한을 쏘아보았다
"그래. 너 이번 결전이 끝나고 좀 보자"
"헉, 서, 선배......."
흑칠랑은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야한의 안색이 썩는다.
"와아!"
함성은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특히 아운이 북궁연을 대동하고 나타나자, 무림 대광장은
폭발하는 화산 같았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아운과 북궁연에게 모였다.
특히 아운을 처음 보는 무사들은 목을 빼고 그의 얼
굴이라도 보려 한다.그러다가 북궁연의 아름다운 모
습에 다시 넋을 잃곤 하였다.
사마정은 마른 침을 삼키면서 말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쌍입니다"
조진양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만약 저자가 대원의 아들이라면 친자가 아니라도
내 모든 것을 물려주었을 것이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우리의 제일적입니다"
"반드시 죽여야 할 자지. 참으로 아까운 인재일세"
사마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만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야율은 잘 준비하고 있겠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형. 사제는 이날을 위해 수
십 년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조진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참으로 많이 기다렸지"
"이제 그 기다림은 오늘로서 끝날 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믿네"
조진양이나 사마정의 얼굴엔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들은 권왕 아운을 보면서 표정에 여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상하게 권왕을 보면 불안해진다.
무엇인가 시원하게 일이 처리되지 않을 것 같은 느
낌이 든다.
조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저자. 저자가 문제야. 반드시 제 일착으로 저자부
터 죽여야 한다.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사마정 역시 권왕을 보면서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흑룡은 자신도 모르게 신경질을 내면서 주먹을 말아
쥐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다 신경을 건드린다.
무림대광장이 떠나갈 듯 울려 퍼지는 함성도 그렇고,
다정하게 나타난 권왕과 북궁연의 모습은 더욱 그랬다.
"이놈. 지금은 얼마든지 웃어라! 그러나 그것이 멀리
가진 않을 것이다"
흑룡의 눈에 타오르는 질투의 기세에 그의 근처에
있었던 철혈사자대의 대원들 몇 명이 몸을 부르르 떤
다. 그리고 흑룡 외에 입술을 깨물고 있는 자가 한
명 더 있었다.
'제기랄, 멍청한 새끼들. 저 서생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흑칠랑은 연속해서 콧방귀를 뀌고 있었지만, 그를
신경쓰는 사람은 야한밖에 없었다.
그는 지은 죄가 있었기에 슬그머니 흑칠랑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눈치를 살필 뿐이지
감히 그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눈에서 뿜어지는 기세가 사뭇 살벌했던 것이다.
'휴, 내 팔자야. 내가 어쩌다 권왕과 저 무식하고
무자비한 선배놈 사이에 끼어서 이 고생이란 말인가?'
야한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문득 자신을 양자로 들여 살수무공을 익히게 만들었
던 정환관의 얼굴이 떠오른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졌다.
'제길'
야한은 하마터면 욕지기가 입으로 나올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관중석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대
부분은 명문의 제자들이거나 무리맹의 무사들이 대부
분이었다.
그런데, 동쪽에 앉은 일부 인물들은 대 문파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귀엽고 예쁜 소녀 한 명이 자신의 옆에 있는 건장한
모습의 장년인을 보고 말했다.
"아빠, 저기 오빠가 나오고 있어요"
말을 하는 소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허허...그렇구나. 이 애비도 보고 있다"
무척 담담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였지만 그의 목
소리 역시 떨리고 있었다.
아들 한 명을 위해 전 재산을 털어 넣었다.
그리고 겨우 금룡단의 한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었
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 이상은 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느 날인가?
아들을 보러 금룡단을 찾아갔었다.
그때 주변에서 하는 소리를 듣고 그는 절망했다.
삼충.
금룡단의 세 마리 벌레.
처음에는 누구를 말하는지 몰랐었다.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삼충 중 한 명이 바로 자신의 아
들인 철담이란 사실을 알았다. 그때 아비인 그이 심
정은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미안함.
서러움.
호남성 철가장의 가주인 철주황은 가슴속의 아픔을
숨기고 아들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집어치우고 나오란 말도 하지 못했다.
아들 한 명을 무림맹에 넣느라 가산을 거의 탕진한
철가장의 사업을 주변의 몇몇 문파에서 호시탐탐 노
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아들이 무림맹 금룡단의 무사란 사실 때문에
그들은 억 눌러 참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비록 이리저리 무시는 당할지언정, 그래도 무림맹의
무사가 존재한다는 한 가닥의 인연으로 버티고 있던 철가장.
만약 아들임 철담이 금룡단을 나오고 무리맹을 떠나
는 순간 그들은 바로 철가장을 습격할 것이다.
그것을 잘 아는 철주황으로서는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이가 들어 처음으로 그는 울었다.
돌아오는 길이 올 때보다 백 배는 더 멀어 보였고,
아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가슴앓이는 오
래도록 멈추지 않았다.
어느날 철가장의 무사가 놀라운 소문을 듣고 헐레
벌떡 달려왔다.
권왕이 금룡단의 단주가 되었다. 그리고 금룡단의
쓰레기들을 단죄하였단다. 철주황은 가슴이 뛰는 것
을 느꼈다.
이미 오호 사해를 떨어 울리는 권왕의 명성은 그야
말로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달랐다.
그 후 거침없는 권왕의 행보와 함께 노골적으로 철
가장을 무시하던 무리들은 조금씩 철가장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권왕의 수하.
강호 십사대 고수 중 유일무이한 이십대.
미래의 천하제일인.
그의 수하란 위세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특히 무림맹과 금룡단의 이름을 등에 없고 무림의
해악으로 활약하던 자들이 아운에게 무자비한 엄벌을
당한 후 버려졌을 때, 철담은 금룡단의 정식 수하가
되어 아운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철가장의 신분은 완전히 달라졌다.
호남성의 이름 없는 현에서 삼류 이하의 무가로 무
시받던 철가장으로 수많은 무인들과 문파들이 방문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무당을 등에 없고 호남성의 상권을 공략하던 무산상단은,
철가장이 운영하는 상선을 노리고 공략하다가, 권왕이
명왕사수 고구를 이기는 순간 물러서고 말았다.
오히려 철가장에 사과를 하면서 서로 우호를 다지려 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호남성의 수많은 순소방파들은 철가장
을 맹주로 하여 뭉치기 시작했다.
알게 모르게 그들의 뒤에는 권왕이 버티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 되면서 그동안 군소 방파를 무시하던
대 문파들조차 철가장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상황
이 되고 말았다.
철주황은 아들이 보고 싶었다.
물론 아들을 수하로 거두어 준 권왕도 꼭 보고 싶었
다. 그러나 올 수가 없었다.
권왕의 엄청난 명성 앞에서 주눅이 들었던 탓도 있
었지만, 기울었던 가세를 다시 일으켜 세우랴, 방문
하는 손님들을 맞히하랴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아운이 한동안 금룡단을 폐쇄
적으로 운영했던 탓이었다.
이제 그동안 졌던 빚도 다 갚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초청을 받고 이번 결전을 보러 딸과 함께 무림맹
으로 온 것이다. 무림맹으로 오는 내내 철주호ㅘㅇ의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당당하게 나타나는 아들을 보자, 너무
자랑스러웠다. 대지가 들썩거리는 환호 속에 아들의
늠름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빠, 오빠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허허."
딸의 울먹이는 소리에 철주황은 그저 웃기만 한다.
그는 금룡단의 맨 뒤에 서서 걸어 나오는 권왕과 북
궁연을 보았다.
'꼭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이 철가
가 비록 보잘것 없지만, 제 모든 것을 걸고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습니다. 제 아들을 거두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을 전하지 못했지만, 철주황은 권왕이 더 없이 고마웠다.
그로 인해서 그는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며
아들의 장래에 기대를 걸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권왕
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첫댓글 즑감~!
ㅎㅎ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ㅈㄷㄱ~~~~~~~~~````````````````````
미래
잘봅니다^^
감사합니당~~~
즐감하고 갑니다.
연재가 매일 기다려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독
즐독 감사합니다^^^
줄독
즐감
잘 읽고 갑니다.
ㅈㄷㄳ
즐독....감사...꾸벅....방끗..^^.
잘 보고 있습니다.감사드림니다.
즐독....
잘읽었음니다
감사...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