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 한편을 소개합니다.
지금껏 본 중국영화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무술장면이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지요.
시대적 배경이 맞지 않음도 물론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런 동작조차도 없는 것이 특징이지요.
그 유명한 중국 왕가위 감독이 만들었구요.
장만옥과 양조위가 주연으로 나오는 화양연화花樣年華지요
전편에 흐르는 화양연화 OST 'Yumeji's Theme'는
바이올린 현의 울림이 아무 대사 없이도 감정을 충분히 전하는 영화입니다.
배우자의 외도를 확인하고 난 뒤 믿고 싶지 않는 현실 앞에서 주인공들의 마음은 갈가리 찢어집니다.
그럴 땐 누구에게나 반드시 연고가 필요한 법. 충격과 고통으로 아파하던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
연고가 돼주는 존재가 됩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이성으로 정이 들고, 그것이 사랑으로 변해가지요.
어찌 보면 다소 보편적인 소재로 식상한 전개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러나 끝내 이루지 못하는
정신적 사랑을 할 뿐입니다.
간절히 원하면서도 끝내 입맞춤 한 번 나누지 못한 건, 세상의 기준인 윤리와 도덕 때문에
감정을 절제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 본능을 절제해야 하는 고통 속에 이성을 앞세워 실천한 주인공들!
결국 영화였으므로 가능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끝내 그들은 위대하게도 그저 영원히 서로의 마음에 상대를 담고 자신에게 사랑을
각인시킬 뿐, 그뿐이지요.
'花樣年華' 이 말은 중국말로 인생에 있어서 꽃이 핀 것처럼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순간을 말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모든 관객은 이 제목의 뜻에 매료되고 말 것입니다.
봄이 낭창하게 깊어 가거나 감잎이 우아하게 물들 때, 또는 이렇게 동짓달 긴긴밤에
보시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계절이 변화를 줄 무렵이면 '화양연화'가 가끔씩 생각납니다.
가장 불행한 얼굴로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이라고…"
이슬 함초롬 담은 붓꽃 같은 모습으로 말하던 리첸 부인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그럴 수 있겠지 라는 뜻인, 냇킹콜의 'Quizas, quizas, quizas'인 음악.
노래에 거의 문외한 수준지만 영화와 기막히게 정말 어울리던 반주가 뚜렷이 기억납니다.
주인공 첸과 치우 그들의 사이가 가까워지기 전 계단을 오르내릴 때 나오던 음악은
베토벤의 운명 곡 같고, 한여름 소나기 같이 강렬하고 또 한편으로는 12월
들판의 바람소리처럼 쓸쓸하게 와 닿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억수처럼 쏟아지는 소나기 오는 날, 국수를 사러갈 때도 또 음악이 흐르지요.
마치 주인공들의 마음을 대신하듯이 말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음악이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오래 기억될 것 것입니다.
비온뒤 흙탕물처럼 빨리 흘러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임에도 날마다
다니는 길만 다니고 만나던 사람만 만나는 삶의 연속선상입니다.
디자인을 아무리 각색해도 변할 수 없는 시계추 같은 삶이니까요.
뭔가 새로운 길을 찾아 아마존으로 길을 떠나 무탄트가 되어 보고 싶은 심정이
가끔은 들겠지만 차마 엄두를 못내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어쩌면 많은 것들은 우연처럼 찾아와 우리를 행복하게 할지도
모를 일일 텐데도 말입니다.
한번쯤 ‘화양연화’의 주인공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사랑해 본다면
좀 더 근사한 소설도 시도 생산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보지만ㅎㅎ
로맨스와 불륜의 차이점을 생각 한다면 물론 가당찮은 꿈이겠지만 말입니다.
후후! 애재(哀哉)로다.
그들을 배신하고 함께 외국으로 출장 떠난 주인공들의 배우자.
그 두 사람의 모습이 단 한 번도 등장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뼛속이 아프도록 사랑하지만
그 흔한 러브신 하나 없는 것이 특징이지요.
서로에게 애절한 마음으로 머물며 연고가 돼주는 주인공들. 그 모습이 독자를 매료시키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독자의 마음은 안타깝고 함께 아픕니다.
화양연화가 우리에게 전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서로의 것을 양보하고 배려하고 절제하는 것임을……
첫댓글 엉엉~~오전에 올렸던 이 글! 오타가 있어 고치다가 글을 몽땅 날려서 다시 썼습니다.ㅎㅎ
비슷하게 쓰긴 썼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휴~우~
한점 티없이 차암 잘 쓰셨어요. 앞으로 수필을 써 보심이 어떠하실지..^^
선생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