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의 발가벗은 모습을 보았다 /호반청솔님 글을 읽고
김 난 석
나의 둘째 딸 연이 초등 4학년 때의 일이다.
늦게 퇴근했더니
연이 이불도 없이 발가벗은 채로 벌렁 누워있었다.
에미에게 물어보니
감기 들리고 싶어서 그런다는 거다.
왜 감기 들어야 하는데?
그래야 학교엘 안 가게 된다는 거다.
왜 학교에 안 가야 하는데?
선생님이 미워서 그렇단다.
왜 선생님이 미운데?
그 사연은 이러하다.
담임선생님이 장가를 들어 신혼여행 간 사이에
다른 선생님이 대리수업을 들어왔단다.
습자 시간인데
학생들이 떠들고, 벽에 먹물을 묻혀대는지라
선생님이 반장인 연이를 불러내어
"너희 반은 왜 이렇게 떠들고
벽에 먹물을 묻히고 야단이냐" 면서
연이의 머리를 때리더란다.
그래서 몇 대 맞고 들어가나보다 했는데
걸레를 가져와 먹물을 지우라고 하더란다.
연이는 마른걸레를 가져와 먹물을 닦고 있으려니
또 때리면서 물걸레로 닦아야지 왜 마른걸레냐며 야단치더란다.
그래서 엎어져 울다가 집에 돌아왔다는 거다.
왜 마른걸레로 닦았는데?
담임선생님한테 배운대로 했다는 거다.
어떻게?
먼저 마른걸레로 아시 닦고
그런 다음에 물걸레로 닦아야 번지지 않는다고 배웠단다.
그러면 그렇게 설명하면 되지 않았을까?
대리선생님이 일부러 혼내려고 그랬는데
뭘 설명하느냐는 거다.
아마도 삐졌던 모양이었다.
참 난감했던 기억인데
교장선생님이 일부러 전화해 달래니
그때서야 학교에 갔다는 것이다.
관심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데...
그 연이가 커서 결혼을 위해 양가 부모들과 함께 모였다.
내가 사위 될 청년에게 묻길
“나는 연이가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하는데
무엇이 좋아 결혼하려고 할까?” 하니
“다 좋아요” 하는 거였다.
그래서 “그럼 천상 자네가 데려가야겠군.” 하며
결혼승낙을 했던 거다.
연이가 아이 하나를 낳아 보모를 두고 살 때였다.
낮에 살그머니 집에 들려보니
시어머니와 테니스 라켓을 들고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책상머리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래서 "아, 이제 됐구나," 하고 생각했다.
내 아내가 내 어머니와 그러질 못해서 안도감이 들었던 거다.
그로부터 얼마 뒤에 연이가 밤중에 아이를 업고 가출했다.
사위가 찾아오고, 119 신고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밤새 잠도 못자고 수선을 폈는데
어디선가 자고 이튿날 아침에 유유히 나타났던 거다.
왜 그랬는데?
시집으로 들어갈 테니 아이를 키워 달라 했더니
시어머니가 말하길
“얘야, 이제 나도 내 삶을 살아야지 왜 네 자식을 키워주니?”
하더라는 거다.
그걸로 삐졌던 모양이었다.
하긴 사돈댁도
밖에선 어느 대학 동창회장이요
안에선 어느 성당 성가대 지휘자이니
어찌 들어앉아 한가하게 손주나 보아주랴.
그로부터 연이는 명절 때만 시집에 들릴 뿐
발걸음도 끊고 사니 이걸 어쩌랴...
내 큰딸 정이는
결혼해서 시어머니, 시아버지와도 친하게 잘 지냈다.
어느 날 식구들 회식자리를 마련해달라 해서 마련했는데
가서 보니 시아버지의 여사친 까지 초대했더란다.
그날은 그런대로 잘 참고 지냈는데
언젠가는 그 여사친에게 줄 선물도 사달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시집에 발길을 끊고
명절 때만 찾아가는데
이걸 어쩌랴...
아마 제 동생의 못난 결기를 보고 배웠을 것이다.
한참 뒤에 작은사돈이 나를 찾아왔다.
이렇게 의절하고 살 수 있느냐는 거였다.
그래서 내가 양가 합동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그 자리에서 연이는 내내 제 자식만 껴안고 어르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참 뒤에 또 사돈이 찾아와서 말하길
“그 때 손주를 봐주지 않겠다고 한 건 농담이었다.” 는 것이다.
그걸 왜 나한테 이야기 할까?
나는 그저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켜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말았다.
이걸 어쩌랴...
아마도 그런 이치야 잘 앓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이야기 하면 도움 되리라고 대범하게 찾아왔을 테다.
그런데 내 아내도 내맘대로 못하는데 어찌 딸을...?
큰사돈댁은 사업이 잘 안 되어 좀 어려운 것 같다.
처음엔 명절 때 선물도 보내오곤 했지만
이젠 그런 것도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명절 때 선물을 보내드렸더니
언제부턴가 받을 염치가 없다면서 되돌려 보냈다.
어걸 어쩌나...
하긴 그 아들이 내 사위가 되어 내집에 쳐들어 왔으니
면목이 없기도 할게다.
그러나 어쩌랴...
호반청솔님의 글은
며느리가 그 남편이나 시부모에게 따뜻한 정을 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뜻으로 읽었다.
그게 맞다면, 나에게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 소회를 적어봤다.
나는 내 두 딸의 발가벗은 모습을 이렇게 드러내봤는데
이곳 회원님들의 발가벗은 모습도 간간 보게 된다.
지혜로운 삶의 방 회원님들이시여
과연 삶의 지혜가 어디에 있나이까?
* 참고로 나의 두 딸은 맞벌이 부부요, 각 두 자식 두고 잘 산다.
2022. 7. 2.
첫댓글 저는 10년 전에
욕실에서 발가벗고 샤워를 하다
소변 보러 화장실에 들어온 아들(서울 사는데 휴일이라 오산 집에 왔음)한테
제 모습을 들키고 말았습니다.
그 땐 57세였는데
마른 체형에다 다리 여기저기엔
흉터(오토 바이크 타다 넘어진)가 훈장처럼 남아있었습니다.
"아빠, 이 몸으로 벌어서 나 대학까지 가르친 거여?"
아들은 제 몸을 자세히 보면서 충격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빌빌, 골골대는 몸으로 30년 간을 오토바이크 타면서 벌어서
먹고 살다 보니 큰 대형사고는 없었지만
빗길이나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지고
앞차의 급정거로 급브레이크를 밟다 보니
넘어진 적도 여러 번 있어, 흉터는 다리쪽에 남아 있습니다.
그 흉터들을 본 아들은 그날 이후부터
이 못난 애비를 끔찍히 여기는
더욱 효도하는 아들로 바뀌었습니다.
그런 허약한 하체로
어찌 오산 시장을 꿈꾸시나요?
우선 병천 순대라도
잘먹고 지내야겠지요.
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하니까요.
@석촌 그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하체 훈련(체력 보강) 운동도 꾸준히 하고
건강보조 식품도 착실히 먹다 보니(건강 보조 식품은 10년째 서울 아들이 사서 보내줍니다)
마눌 몰래 딴 여자를 생각할 정도(마눌 무셔워서 바람필 생각은 생각으로 끝냅니다)로
건강이 좋아졌습니다. 석촌 대형님!
처갓집 동네의 아우내 (병천) 순대 잔뜩 먹고 더 건강해지면
차기 오산시장도 넘볼껍니다. 석촌 대형님!
제가 좋다고 달겨드는 여인이 나타나면
마눌하고 황혼이혼도 고려해 볼껍니다. 석촌 대형님!
@박민순 네에 좋은 일이예요.
그런데 여성들 앞에서 혼자만 하체자랑하는 건
룰에 위반됩니다.
@석촌 가끔 반칙도 써가며
게임에서 승리만 나꿔채면 됩니다.
@박민순 ㅎㅎ
그게 안 그런척 하면서
하체를 들이대는 데에 승자가 있답니다.
그걸 소위 국무슨 의원이라던데.
삐지는 유전자는 누구나
가지고 있겟지요.
맞벌이 하는 여자분들
양육문제 의 고민 공통
사항 일거 같습니다.
믿는게 시부모 친정부모
일건데 요새 노년의 삶
자기인생을 살자 는 쪽
이라 흔하게 볼수 있는
삶의 모습이라 생각 됩니다.
맞아요.
전엔 함께 살자인데
이젠 혼살 혼밥 혼술
혼잠이 대세인거 같아요.
그래도 꿀바르고 자꾸 유혹해야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럼 뭐 없나요?
옛날 동네 말씨바위도 돈 내고
들어가서 봤는데.
시집 간 저의 둘째딸은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방문 예약 없이 오시면
안된다고 미리 선언을 했답니다.
그러면서
친정에는
주말마다 오니
이거야 원......
그래도 친정 어미더러
종일
아기 봐달라고 안맡기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그거야 당연하지요.
손주가 오면 우아하게 자라야 한다면서
립스틱 짙게 바르고
손 발 매니큐어 하고
기타 연주나 하고있을테니
그런 할미에게 하루종일 맡기겠어요?
나라도 얼글만 보이고 가겠네요.
아닌가?
@석촌 이건 그냥 웃자고 개평으로 쓴 댓글인데
페이지여사가 평소의 매너로 보아
그럴리가 없지요.ㅎㅎ
@석촌 으아아앙~~
병주고 약주시는 석촌님.
@페이지 ㅎㅎ
요즘 손주들 돌봐 주는거 댓가 없인 어림도 없다고 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고 그걸 소급해서 청구할 수도 없으니
맨입이나 다셔야겠어요.
요즘 아들이나 딸이나 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귀하게 커서 본인 생각들을 잘 표현 하지요.
우리 신세대 시어머니들도 싫은건 싫다하고요.
손주 본다는건 내 일상을
거의 포기 해야 하는데 따님 시어머니도 거절하기가 힘들긴 했을텐데
제생각은 잘했다 생각 되네요.ㅎㅎ
그런일로 삐치면 우리가 며느리였을땐
더 삐치는 일이 많았을거예요.
아들만 둘인 저는...
아들들이 짝을 만나야 할 시기에
거의 매일
절에가서 기원을 했습니다.
(이시기에 다니는 절에 총무를 4년간 해서
가능 했어요)
아들들 짝으로 착하고 지혜롭고 현명한 아이가
내 며느리가 되게 해 달라고요.
예쁜애는 뺐습니다.이것까지 갖추게 해 달라면
욕심히 과 해 안들어 주실거 같아서요.ㅎㅎ
헌데 정말 인물은 그저 그렇게 밉상은 아닌
순하고 착한고 지혜로운 아이들이
저의 가족이 되었답니다.
반반하게 키워서 아들짝으로 보내주신
사돈내외분게 감사하며
요즘은 손녀까지 케어 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마하살.
지혜롭게 키워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글에 보이는데
지이나여사 얼굴에도 나타나 있어요.
이런땐 행복세 라는걸 물려야 하는데~
언제 밥이나 한번 사요.
아 글을 읽으니 수필 하는 것 같아요. 잘 씁니다.
네에, 고마워요..
딸 손에 밥 얻어 먹은 적없는데
바깥사돈께서 제딸 요리 솜씨를 칭찬하시더라 해서 아니 그런 일이? 갸는 시집가기 전까지 손에 물도 안묻혔는데 언제 요리를 배웠단 말이지 휴일에 손자에게 요리 해먹이는 동영상을 보내는데
글쎄 요리라고 부르기가 거기다가 손자는 우리 엄마 요리 최고!래요 ㅎㅎ
그게 이쁘면 다른 건 다 묻어가게 마련이지요.
이뻐 볼 일입니다. 이뻐 보일 일이예요.
그리고 제 에미 손맛에 입맛 들면 다른 건 다 소용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