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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지인 중에 소외되고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을 돌보는 목회자가 있다. 그는 상가교회의 임대료와 기타 부대경비, 가정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수십 년째 신정시장 상가에서 보석상을 겸하고 있다. 마침 교회와 2~3분 거리로 가까운 보석상에는 보석 도매업자, 배달하는 택배기사, 손목시계 배터리를 새로 갈아 끼우려는 사람, 보석을 구매하거나 중고로 팔려는 사람 등이 수시로 출입을 하고 있다. 찾아오는 지인들은 그 가게 안쪽의 작은 사랑방에서 이런 광경을 흔히 엿볼 수 있다.
작은 개척교회가 그렇듯이 어려운 사람들은 어찌 알고 찾아오는지 이런 목회자에게 더 잘 몰려든다. 지금은 7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아직 혼자 살고 있는 어떤 집사님 한 분도 그날 벌은 하루 일당을 술 먹는 돈으로 다 써버릴 정도로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 이 목회자를 만나서 회복될 수 있었다. 술을 끊은 뒤 작은 소일거리라도 생기면 가서 돈을 벌어 와 여인숙 생활비에 보탰고, 교회 생활에도 충실했다.
어려운 형편에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하나 장만하지 못했던 그 집사님은 두어 달 전 스마트폰을 새로 하나 산 뒤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자신의 것을 가지게 되니 그렇게 기쁠 수가 모양이었다. 술을 끊으니 밥을 잘 챙겨 먹게 되어 건강을 되찾게 되고, 작년에는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에 들어가는 길도 얻을 수 있어 엄청 좋았던 모양이었다. 그 전에 여인숙에 살 때보다 온수도 잘 나오고 냉난방 시설이 좋고 방이나 화장실이나 주거환경이 아주 흐뭇하게 마음에 들었던지 자랑을 했다.
사실 그분이 밖에서 아직 술을 끊지 못하고 있었다면 자칫 추운 날씨에 노숙이라도 해야 될 처지인지 모를 일이다. 그 목회자의 도움을 받은 중년 남자 한분도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이분의 도움을 받아 삶의 환경이 아주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그분이 잘 참고 생활하다가 불현 듯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술에 잔뜩 취해 사소한 폭행시비가 일어 경찰에 불려가고 나중에는 구치소에 수감됐다.
여인숙의 짐을 정리하면서 그 남자분이 새로 구입한 거라며 아깝다며 전기장판 2개를 지난여름 필자에게 전해주고 갔다. 필자는 여름 끝에 받은 그 전기장판을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았는데 당근마켓에서 청년 한 사람이 "겨울을 따듯하게 나고 싶은데 혹시 전기장판을 `무료나눔`해 줄 분이 있을까요" 하면서 조심스레 질문을 올려놓은 것을 보았다.
혹자는 `아니 얼마 하지도 않는 전기장판 같은 소소한 것을 남에게 줄 수 있는지 다 물을까`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우연히 필자가 주민센터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주변에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레 어려운 이웃들이 엄청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필자는 부리나케 전기장판을 꺼내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댓글로 "여기 찾으시는 좋은 물건이 있다"고 했더니 감사하다면서 "혹시 사진 한 장 찍어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전송했더니 너무 맘에 든다고 가지고 싶다고 했다.
또 "차가 없는 뚜벅이인데 내일 찾으러 갈게요" 하는 말대로 다음날 그 전기장판을 만나서 전했고, 잠시 후 "따뜻한 겨울날 수 있을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라는 답글을 받았다. 당근마켓에는 사소한 물건인데 무료로 나누어준다고 하면 10분도 채 되지 않아 10여명의 신청자들이 쇄도한다. 이리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가 하면서 필자는 생각이 깊어진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갑작스러운 변고로 생활고를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할부금이 몇달 째 밀린 소상공인들의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넘쳐나지만 해결책은 난망하다. 정치는 정치대로 혼란하고, 경제적인 회복의 기미도 아득하지만 내 것만 배불리 챙기는 것만 아니라 이웃들에게도 따뜻한 눈빛을 비추어가며 살아가면 우리 인생이 더욱 유의미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