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구곡차무이도가(布川九曲次武夷櫂歌)- 次韻
가야산 포천계곡(布川溪谷)은 경북 성주군 가천면 신계리, 용사리, 마수리, 법전리 지역을 걸쳐 흐르는 약 7Km에 이르는
아름답고 웅장한 계곡이다.
가야산 주봉인 상왕봉(1,430m)과 정상 봉우리인 칠불봉(1,433m) 북사면(北斜面)의 크고 작은 여러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은 이곳
별 고을 성주 포천계곡에서 합쳐져 수량이 풍부하며 주변의 크고 작은 바위와 수목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포천계곡 따라 웅장하고 힘찬 가야산의 비경이 배경으로 펼쳐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옛 선비들은 이곳 절경을
벗 삼아 심신수양과 학문연마의 도장으로 삼았던 곳이다.
옛날 포천계곡은 맑고 푸른 물이 옥구슬 구르듯 흐른다고
하여 옥계(玉溪)라 블렀다고 경산지(京山誌)에 기록되어
있으며,현재도 이 지역 사람들은 자신의 고장 이름을 따서
신계용사계곡(新界龍沙溪谷),화죽천(花竹川),대실계곡으로
등으로 부른다고 하며,지도상으로도 화죽천이 나온다.
이렇듯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그만큼 명승지라는 의미일 것이다.
조선말기 공조판서를 지낸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 1792-1871)선생은 만년에 귀향하여
계곡의 상류에 만귀정(晩歸亭)을 짓고
독서와 자연을 벗 삼으며 여생을 보냈다.
그는 이 계곡 중 특별히 아름다운 아홉 곳을 선정하여
'포천구곡차무이도가(布川九曲次武夷櫂歌)'라는 칠언절구의 시를 지어
노래하였는데 이로부터 포천구곡의 절경이 생겼으며,
'옥계'라 부르던 이곳을 포천계곡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포천구곡차무이도가는 서시(序詩)와 아홉 곡의 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응와 선생의 시를 따라 포천계곡의 절경을 소개한다.
서시 : 가야산(伽倻山)
그윽하고 깊고 맑은, 선령이 깃든 가야산은 도학자들이 추구하는 이상적 정신세계를 상징한다.
伽倻山上有仙靈(가야산상유선령)
山自幽深水自淸(산자유심수자청)
山外遊筇曾未到(산외유공증미도)
月明笙鶴但聞聲(월명생학단문성)
가야산 아홉 구비 선선이 사는 곳이 있었다.
산 절로 깊고 그윽하며 물 절로 맑고 푸르다.
속세의 나그네 발길이 닿은 적이 없는곳이다.
학을 타고 피리불며 달밤에 노닐던 곳이로다.
제1곡 : 법림교(法林橋)
법림교는 입산 제1곡인데 여기서 부터 유람객이 근원을 찾아 떠난다.
근원을 찾음은 산과 계곡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이치를 고찰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一曲沙灘不用船 (일곡사탄불용선)
法林橋下始清川 (법림교하시청천)
遊人自此尋源去 (유인자차심원거)
滿壑虹光拕夕烟 (만학홍광타석연)
첫 구비 모래여울 배 띄울 곳 없거니와
법림교 다리 아래 맑은 내 흐르누나
나그네 이로부터 근원 찾아 가나니
골짝 가득 무지개 저녁노을에 걸렸구나
제2곡 : 조연(槽淵)
바위가 패인 것이 구유와 같다.
물이 옥처럼 맑으며 피라미들이 한가로이 헤엄치며 노는데 사람을 보아도 놀라지 않는다.
二曲槽淵淵上峯(이곡조연연상봉)
峯頭石立羽人容(봉두석립우인용)
洞門一逕纔如線(동문일경재여선)
水複山回翠幾重(수복산회취기중)
둘째 구비 구유못 못 위엔 봉우리
봉우리 끝 우뚝 선 돌 신선 같아라
골짜기 좁은 길 실낱같은 길
물 첩첩 산 첩첩 산 빛도 첩첩
제3곡 : 구로동(九老洞)
하얀 바위가 편편하고, 오래된 나무가 그 위에 그늘 드리우고 있다.
이 고장 노인 아홉 사람이 함께 놀고 그 자리에 글씨를 새겨 기록을 남겼다.
三曲渟匯架石船(삼곡정회가석선)
溪邊老木不知年(계변노목불지년)
當時九老題名在(당시구노제명재)
前軰風流後軰憐(전배풍류후배련)
셋째 구비 고인 여울 돌 배가 걸렸는데
시냇가 늙은 나무 세월에 묻혔구나
예 놀던 아홉 노인 새긴 글씨 남았거늘
옛 삼 풍류가 지금에 그립구나.
제4곡 : 포천 (布川)
돌 위에 심청색의 무늬가 있어 마치 베(布)를 널어놓은 듯하다.
물 밑으로 이어진 돌이 왕왕 물 위로 솟구쳐 몹시 기이하다.
四曲亭亭出水巖(사곡정정출수암)
滿嵿花木倒鬖鬖(만정화목도삼삼)
盤陀一面長如洗(반타일면장여세)
瓊室瑤臺頫碧潭(경실옥대부벽담)
넷째 구비 솟은 바위 그 사이 흘르는 물
꽃과 나무 얼기설기 온 산을 덮었구나
너럭바위 한 자락은 씻은 듯이 놓였는데
신선이 사시는 집 푸른 못을 굽어보네
제5곡 : 당폭(堂瀑)
계곡가의 큰 바위가 마루처럼 널찍하니 펼쳐져있다.
넓이가 수십 보나 되니 촌민들이 바닥을 씻고 타작을 한다.
五曲鱗鱗石氣深(오곡린린석기심)
誰將綠布曬空林(수장록포쇄공림)
人間織女空杼軸(인간직녀공저축)
明月機絲夜夜心(명월기사야야심)
다섯 구비 켜 쌓은 돌들 기운 그윽한데
누구나 푸른 베를 빈숲에 말리는가
속세의 직녀들 하염없이 짜는 베
달빛 어린 베틀 위엔 밤마다 그리움
제6곡 : 사연(沙淵)
산세가 조금 트이고 고개 위에 노송이 많으며 비로소 인가 십여 채가 배산임수하고 있다.
六曲沙梁碧玉灣(육곡사량벽옥만)
數家臨水竹爲關(수가임수죽위관)
烟雲却鎻來時路(연운각쇄래시로)
眠鹿棲禽自在閒(면록서금자재한)
여섯 구비 사랑촌 푸른 물굽이
물가엔 두어 집 대숲으로 둘러있네
구름이 문득 가려 올 때 아득한데
잠든 사슴 깃든 새 절로 아름답다.
제7곡 : 석탑동(石塔洞)
산이 더욱 트이고 물살은 더욱 세차며 바위와 산이 조화롭기 그지없다.
七曲崎嶇上下灘(칠곡기구상하탄)
穹然石塔始迴看(궁연석탑시회간)
到頭孤絶人誰識(두두고절인수식)
風自伽倻滿袖寒(풍자가야만수한)
일곱 구비 험한 길 물길도 더욱 세차
우뚝 솟은 돌탑에서 비로소 돌아보네
인적 끊긴 이곳을 뉘라 알리요?
가야산 찬바람만 소매에 가득.
제8곡 : 반선대(盤旋臺)
신평촌 옆에 언덕이 우뚝 솟아 계곡에 접하고 있는데 그 위에는 키 큰 소나무들이 많다.
八曲新村眼忽開(팔곡신촌안홀개)
盤旋臺下水縈洄(반선대하수영회)
居民那識烟霞趣(거민나식연하취)
猶向松陰醉睡來(유향송음취수래)
여덟 구비 신촌에 시야 문득 열려지고
반선대 아래 물결 굽이쳐 돌아드네
그곳 사람 어찌 알리, 연하의 흥취를
소나무 그늘 향해 취해서 자려오네
제9곡 : 홍개동(洪開洞)
작은 산언덕에 만귀정이 있고 계곡 바로 옆에
만산일폭루(萬山一瀑樓)라는 작은 누각이 있다.
누각 앞 큰 바위에 올라 만귀 폭포를 내려다보면
탐욕이 저절로 사라진다.
九曲洪開洞廓然(구곡홍개동곽연)
百年慳秘此山川(백년간비차산천)
新亭占得安身界(신정점득안신계)
不是人間別有天(불시인간별유천)
아홉 구비 홍재동 한 하늘이 열렸네
백년을 아껴 둔 이 산천 일세
새로이 정자 지어 몸을 누이니
속세가 아니고 별천지로세.
성균관 대학교 송재소 교수는 '포천구곡 제1곡에서 제9곡까지 가는 과정은
구도과정에서의 온갖 어려움을 암시하며,
어렴풋이 나아갈 방향을 찾고, 마침내 도(道)의 세계인 넓고
열린 곳(홍개동)에 도달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웃 여러분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이런 의미를 생각하며 한 번 더 읽어 보십시오.
성주군이 세운 표지판을 참고하여 시의 의미를 잘 나타낼 만한 곳을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며 찾았으나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변형되었고,
계곡을 따라 포천 계곡로(路)를 만들면서도 많이 훼손되었으리라.
천지 농은 응와 선생이 노래하신 절경의 흔적을 계속 찾아 볼 생각이다.
계명대 한학촌 진갑곤 교수님의 자택을 문하생들이 집들이 초청을
받고서 방문했다가 찾은 곳이 바로 이 계곡이었습니다.
2013년 7월 10일 취람 여포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