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짙은 초록으로 선명해진 계절에
흐리멍텅한 눈도 초록빛깔로 헹구고
답답한 허파도 향긋한 바람으로 청소할 겸
지난 번에 산불 염려로 못갔던
거창 월여산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마침 대선 다음 날이라 월여산의 기를 받아
새정신도 말끔하게 불어넣어야겠다는 각오로.
거창 신원면 신기마을에서 하차, 곧바로 입산.
정자나무 쉼터-칠형제바위-만물상-월여산-
철쭉군락지-재안산-신기마을로
원점회귀하는 약 11㎞ 코스다.
하늘은 티끌하나 없이 맑고,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주는
초여름의 짙은 푸르름의 세상이 펼쳐지니
입산자도 초록으로 물들어 정신이 번쩍든다.
느티나무 쉼터를 지나 만물상으로 직진하는
길을 찾아 이리저리 구불구불 돌고 돌아
옛길을 찾아가는 것도 등산의 묘미다.
그런데 상존하는 문제는
선두 그룹의 페이스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몇 번의 알바를 하면서도 산대장을 믿고
오르다 음양의 신묘한 바위를 만난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길은 설산만큼이나 힘들다.
푹씬거리며 미끄러지고를 반복하니
체력이 많이 소진되는 것을 느낀다.
드디어 월여산 만물상의 입구를 만났다.
그리고 만물상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약간의 환호를 외치며 감동하는 분위기.
돌아보면 탁트인 초록세상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산들바람까지 불어주는
아름다운 초여름의 중심에 선 기분이다.
그래서 초여름의 산하를 사랑하게 된다.
역광이 사진촬영을 어렵게 한다.
이제 본격적인 월여산 만물상 갤러리를
진지하게 감상할 것이다.
이곳 만물상은 특히 선돌이 많기 때문에
오늘 좋은 기를 엄청 받아갈 것 같다.
바위 사이로 비집고 간신히 나아가는 형국.
위험하지만 홈이 좋고 피부가 약간 거칠어
많이 미끄럽지 않은 게 다행이다.
서서 셀카를 찍으려고 하는데
강퐁이 달려들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결국 바위에 앉은 자세로 찰칵!
파란하늘과 대비되는 바위의 빛깔이 너무 곱다.
보고 또 봐도 선돌이고 어쩌다 누운돌 ㅋㅋ
만물상 갤러리는 대표작만 남기고 마무리.
능선에서 불여산 정상으로 가면서 만난
바람만 하늘로 지나갈 수 있는 풍천문
월여산(853m) 정상
월여산 정상의 인증을 받고 내려서면
정상적인 코스로 오신 B코스 산우들이
즐거운 오찬을 하면서 인곡을 반기다.
정원님의 향긋한 담금주 일 잔에
온 세상과 사람이 사랑스러워 보인다.
점심을 먹고 홀로 출발하면서
주쭈우들과 함께 B코스로 내려가
막걸리나 마실까 하는 유혹이 있었지만
앞으로 A코스를 얼마나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힘이 있을 때까지
A코스를 타자는 결심이 앞섰다.
※ 『주쭈우』란 술을 쭈욱~ 마시는 친구
즉 술을 사랑하고 맛잇게 마시는 친구 ㅋㅋ
데크계단 옆 선돌을 또 보게된다.
만물상 바위군이 바로 앞에 보인다.
1997-98년도 2년간 거창에서 근무했는데도
월여산을 이제야 알고 만났다.
다 정다운산악회 덕분이다.
저 멀리 감악산과 신원면 일대
재안산으로 가는 능선에도 심심찮게
멋진 바위들이 나타나면서 산행의 흥을 북돋아준다.
동향으로 합천호가 펼쳐지고
바위와 구름 한 점.
구름이 협연하는 바위풍경과
해산바위까지 만나고
산대장님 웃으면서 세상의 밝은 빛을 보았습니다.
우측으로 합천호와 대병면 일원이
수풀 사이로 풍요롭게 나타난다.
그리고 앞을 보면 재안산이 나지막하게 섰다.
기분좋게 재안산(720m) 정상을 만나고
시원한 바람소리 동영상
633봉 직전 갈림길에서 좌측 신기마을로 하산.
초하의 푸르른 녹음만이 존재하는 듯한 월여산.
생각지도 못했던 만물상에서 진귀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파워가 넘치는 선돌이 많아
그 기를 다 받아오는 덤까지 있었으며,
가까운 산행이라 시간도 많으면 술도 많은 법.
주쭈우들과의 시간이 아름답기만 하더라.
2025. 6. 4
거창 불여산/재안산에서 인곡
첫댓글 너무 이쁜 산과 바위 하늘 감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녹음 가득한 유월의 풍경, 바람은 모든 것을 춤추게 만들고,
모처럼의 만남이 정말 반가왔습니다,
건강하세요~~~^^
모처럼 함께 신록에 샤워를 하고
달콤한 막걸리에 목을 축이는 별천지에서
자주 뵙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