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시
오세영 / 시인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 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 오는 것
풀 섭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 번쯤은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바다
윤동주 / 시인
실어다 뿌리는
바람조차 시원타.
솔나무 가지마다 새촘히
고개를 돌리어 뻐들어지고,
밀치고
밀치운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
폭포처럼 피어오른다.
해변(海邊)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바다는 자꾸 설워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8월의 기도
임영준 / 시인
이글거리는 태양이
꼭 필요한 곳에만 닿게 하소서
가끔씩 소나기로 찾아와
목마른 이들에게 감로수가 되게 하소서
옹골차게 여물어
온 세상을 풍요롭게 하소서
보다 더 후끈하고 푸르러
추위와 어둠을 조금이라도 덜게 하소서
갈등과 영욕에 일그러진 초상들을
싱그러운 산과 바다로 다잡아
다시 시작하게 하소서
8월의 시 - 이해인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넣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
따뜻한 댓글과 답글은 그 사람의 향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