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는 것은 불교 이전의 우리 민속종교로, 성결합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어느 사회이든 상류층인 지식 계급이 외래의 문물을 가장 잘 받아들인다고 하였다. 신라에서 불교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왕족이나 귀족이었다. 유학 사상을 받아들인 사람도 사대부들이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우리의 문화를 붙잡고 있는 사람은 하류층이라는 민초들이다. 팔공산이 불교의 성지로 바뀌어 갈 때 우리의 토속 신앙을 지킨 사람은 대중들이라는 민초였다. 사회의 지도자 계층이 절집을 짓고, 잘 생긴 부처님을 모셨을 때도 민초들은 바위 앞에서 기도를 하였다. 그들이 한 일은 겨우 바위 이름을 불교식으로 바꾸어 부른 일이었다.
그들이 가장 많이 붙인 이름이 미륵 바위이다. 김해 무척산에 있는 남근석을 미륵바위라고 바꾸어 불렀다. 삼랑진 만어사에 있는 선돌은 앞에 부처님을 모시고 미륵바위라고 불렀다. 갓바위 부처님도 남근석 터에 자리를 잡았다. 잘 생긴 용모로 보아서 민불은 아니다. 틀림없이 많은 돈을 모아서 재능이 있는 석공에게 조상을 맡겼을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 이름이 처음부터 약사불이었을까? 아래 마을의 촌노가 미륵불이라고 불렀다는 증언은 상당히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갓바위 부처님’은 미륵불보다도 더 상징성을 지닌다. 원래가 토속신앙터 였으므로 이곳을 찾는 민초들은 갓바위의 의미를 버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갓바위에는 성행위의 뜻이 숨겨져 있다. 고대 사회에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례에는 성행위를 하는 의례도 있었다. 대표적인 보기가 공자 탄생 설화의 야합이다. 음양 조화라는 유식한 말의 원래 뜻이 아니었을까?
암각화를 파던 고인돌 시대의 우리 선조들도 그런 생각을 하였을까? 안동의 무실에는 말밥굽 형태의 암각화가 있다. 성결합을 의마한다고 하였다. 포항 칠포리 암각화에도 성결합을 상징하는 바위 그림이 있다. 암각화가 있는 곳은 고대인들이 제사를 올리던 곳이라고 하니 제의와 성결합은 관계가 깊다.
젊었을 적부터 갓바위에 수도 없이 올랐다. 향이 피어 오르고, 불경소리가 들리고, 쉬지 않고 꿀어 앉아 절을 하는 모습이 갓바위 정경이다. 나도 절을 하였다.
그러나 3-4년 전부터 낯선 모습이 새롭게 나타났다. 갓바위의 옆을 돌아서 선본사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잡으면 갓바위 부처님의 옆이다. 그리고 바위가 솟아 있다. 여기에 엽전이 붙어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은 돈을 바위에 붙이려 열심히 누르고 있었다.
민속 신앙에 작은 돌을 큰 돌 위에 문지르면서 소원을 비는 것이 있다. 이것을 문댐돌이라고 한다. 경사진 바위에 돌이나 돈을 누르면서 소원을 비는 방법도 있다. 이때 돌이나 돈이 떨어지지 않으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믿었다. 붙임돌이라고 하였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성결합을 상징화한 행동이다. 할머니가 그 뜻을 알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할머니의 붙임돌 의식은 갓바위의 본래의 의미를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얼마 전에 영천에 할미돌이 나타나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들어올리기에 알맞은 둥근돌이다. 앞에서 소원을 빌고 난 뒤에 돌을 든다. 돌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거다. 이것도 성결합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아득한 옛날에 있었던 모신 신앙이 민중의 신앙에서 남아 있는 흔적이라고 말한다. 갓바위에 동전을 봍이면선 소원을 비는 할머니의 신앙 형태도 모신 신앙의 흔적이다.
어느 나라이든지, 그 나라의 뿌리 문화를 지키는 것은 상류층이 아니고 하류층 30%라고 말한다. 이것을 인류학에서는 밸러스트 효과라고 한다. 빈 배가 항해를 할 때는 무게의 중심을 낮추기 위해서 배에 물을 30% 쯤 싣고 간다. 배의 안정을 지키는 방법이다. 이것을 밸러스트라고 한다. 우리의 뿌리 문화를 지키는 사람은 갓바위를 찾아가서 소망을 비는 사람들이다. 이런 문화를 미신이라면서 외면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약사불이라고 부른다. 내 생각으로는 우리가 약사불이라고 부르는 팔공산 부처님 중에는 미륵불로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부처님이 계신다. 동화사 입구 절벽에 있는 마애불은 한쪽 다리를 조금 내리고 있어서 도상으로는 틀림없는 미륵불이다. 삼성암터에 있는 마애불과 동봉에 있는 마애불은 미륵불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렇다면 갓바위 부처님 본래 이름이 약사불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