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53·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55)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바로 국정원 대선·정치개입 사건의 수사책임자와 공소장 변경신청 보고의 여부를 놓고 계속 이견을 보였다.
이날 국감장에서 조 지검장과 윤 지청장은 국정원 수사 관련 보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공소장 변경과 국정원 직원 체포와 관련해 결재·승인이 있었는지, 그 밖에 수사에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최근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에서 그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해 국감장을 뜨겁게 달궜다.
문제는 검사동일체의 원칙[檢事同一體의 原則]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검찰사무의 신속성과 공정성 그리고 통일성을 위하여 전국의 검사들이 검찰권을 행사할 때에, 검찰 총장을 정점으로 하여 상하복종관계(검찰청법 제7조)이며, 하나의 유기적 조직체로서 활동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조금 더 보충하여 설명하면 검사조직은 통일체이므로 직무에 대한 대리가 인정된다. 검찰총장, 검사장 및 지청장은 자기의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소속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하거나 소속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할 수 있다. 수사, 공소(公訴)의 제기 및 유지, 재판의 집행 등은 전국적으로 균형있게 실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SNS에서 한 네티즌은 "경찰에는 권은희가 있고 검찰에는 윤석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윗선 개입을 폭로한 바 있다면, 검찰에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해서 상명하복의 생명력을 뿌리친 소신파로 윤석열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윤석열은 2007년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의혹 수사, 현대차 비자금 수사 중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수사, 한상대 전 검찰총장 퇴진을 불러온 '검란(檢亂)' 사태 때는 한 전 총장의 사퇴를 요구한 조직 내 소신파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이런 분란사태에 대해서 홍준표 지사는 윤석열 지청장의 이른바 ‘항명’ 여부에 대해선 “사전에 부당한 압력이 없었음에도 내부 보고절차가 없이 수사를 진행하였다면 그 검찰 간부의 독선이 문제될 것이고, 부당한 압력이 있어서 보고 절차를 생략했다면 그 검찰 간부의 행동은 정당화될 것”이라며 중립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치적인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불편부당함이 생명이거늘 편향된 시각으로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검찰 간부들의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고 유감스럽다”며 양측 모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제 분명한 것은 두 사람 중 적어도 한 사람의 말은 거짓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솔로몬의 지혜로 수원지검 여주지청 지청장 윤석열과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조명곤에 대하여 그들이 국감장에서 발언한 진술의 진정성을 살펴보자.
윤 지청장은 ‘국정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 문제를 발견하고 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했다”며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을 위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구두 승인을 받았다”며 “수사보고서를 들고 지난 15일 밤 조 지검장 집을 직접 찾아가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검장에게 사전에 말씀 안 드리고 체포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기 위해 따로 자리를 만들었고, 박 부장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겠다고 보고했다”며 “공소장 변경은 부장 전결 사안이고 지검장이 구두로 4번이나 재가했기 때문에 전혀 하자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 지검장은 “윤 지청장이 찾아왔을 때 정식 보고를 받은 게 아니었다. 집에서 식사를 한 뒤 다과를 하다 윤 지청장이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았다. 수사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하는데 A4용지 두장짜리 보고서에 불과했고, 그 자리에서 한눈에 파악하고 결정할 내용이 아니어서 나중에 검토하자고 돌려보낸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이날 진술에서 가장 결정적 증거는 '어떤 방식으로 지검장에게 보고했냐'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51)의 질문에 대해 윤 전 팀장은 "15일 저녁 조영곤 지검장 댁을 찾아가서 신속한 체포와 압수수색 필요성, 향후 수사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보고했다"며 "15일 수원지검 관내 지청장 회의가 있어 일과 중에는 검사장에게 보고할 수 없어서 박형철 공공형사부장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준비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은 “검찰 조직은 검사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일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윤 지청장이 보고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 보고라는 건 윗사람에게 통보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 지검장은 이어 “모든 책임은 제가 져야 할 것”이라며 “저는 이렇게 (윤석열 지청장이)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지검장은 윤석열 청장의 ‘보고 누락 의혹’ 관련 발언이 사실상 ‘항명(抗命)’ 아니냐는 의원들의 지적이 나오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보였다.
아이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두 어머니에게 아이를 절반으로 쪼개어 각자에게 나누어주라는 솔로몬의 판결에 한 여인은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반면 다른 한 여인은 아이를 생명을 지켜 앞서 주장한 여인에게 돌려주기를 간구했다.
이쯤 되면 아이의 어머니가 누구인지는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해도 파악이 가능하다. 업무보고에 있어서 업무를 관장하는 공공장소가 아닌 조영곤 지검장의 자택에서 보고했고 그리고 보고의 체계를 갖추었다고 주장하지 못하는 윤석열 지청장의 업무는 아무래도 합법적인 보고절차가 생략된 외압주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윤석열의 항명과 반란으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이제 검찰은 정치에 초월하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하며, 그 선을 일탈했을 때에는 그 어떤 공과가 혁혁한 검사에게도 법무장관이 형사처벌도 감수하는 단호한 조치를 통해서 검찰조직의 정치적인 중립을 강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