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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질풍권왕 ㅡ : 이제 누가 나서겠는가?
관중석은 숨을 죽인 채 아운을 보고 있었다.
조금 전, 아운이 삼연을 상대하면서 보여 준 신기에 가까운 모습
을 아직도 조금씩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무인들은 아운의 무
공을 보고 깨우치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권, 퇴, 금나, 지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운의 연결 동작은 마
치 단 한 번의 초식을 펼치고 멈춘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초식은 십여 개의 식으로 나누고 식은 많을 땐 두 세 개 정도의
변과 결합하여 이루어진다.
아운의 동작은 간결했고, 치고 지르고 잡고 찌르는 단순한 동작
이 전부였기에 어찌 보면 초라기보다는 식에 가까웠다.
이운은 장로원의 장로들이 모여 있는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제 누가 나서겠는가?"
몇몇 선은들이 움직이려 하자, 아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만약 정말로 선은들을 전부 상대하려 한다면 승부는 끝없이 이
어질 것이다.
아운이 동생맹 장로들을 보며 호통을 내 질렀다.
"무림의 명숙으로서 스스로 명예를 아는 자들이라면 지금 내게
도전하라! 그래도 한 문파의 최고 어른들이라면 자신의 일을 남에
게 전가 시키는 비겁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결전에서 뒷전에 앉아 동료를 이용해 나를 공격하는 것은,
내 힘을 빼고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것으로밖에는 안 보인다"
아운의 직설적인 호통에 동심맹 장로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모두들 할 말이 없었다.
동쪽의 관중석은 물론이고 같은 구파일방의 무사들마저도 감히
대꾸하지 못한다.
동심맹의 장로들은 자신들의 위신이 이미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 먼저 나서 주기를 바랐지만, 그들 중 먼저 일어서서 아운
에게 도전하는 용기 있는 자는 없었다.
어차피 망신을 당한 마당에 지금 도전해서 처참하게 진다면 더
욱 큰 망신을 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운의 손속이 좀 잔인
한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러다 보니 서로 눈치만 본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몇몇 선은들은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들은 표정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의 문파에서 가장 어른들이 모인 곳이 동심맹이라
감히 무어라 할 수도 없었다.
결국 보다 못한 몇몇 선은들이 대신 나서려 할 때였다.
"나이 어린놈이 보자보자 하니까 정마 눈 뜨고 못 보겠구나. 나
파산도 팽광이 네놈의 오만방자함을 여기서 단죄하고 말겠다"
고함과 함께 장대한 모습의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오대세가의 하나인 하북팽가의 전대 가주로서 물론 동심맹
의 주축 중 한 명이었다.
한때 하북팽가의 기둥이라 불리던 팽광은 백 년 내 강호 무림의
고수들 중 도만으로 따져서 가장 강하다는 십대도객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수였다.
팽광은 성큼성큼 걸어서 연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의 손에는 팽가의 삼대신도 중 하나인 자하풍산도가 당당하게
들려 있었으며, 몸에서 뿜어지는 패기는 당장이라도 아운을
산산조각 낼 듯 하였다.
"그래도 인물이 있었던가?"
아운의 빈정거림에 풍광의 눈에 흉광이 어린다.
"이노옴!네놈은 어미애비도 없단 말인가?"
"물론 계시지. 하지만 당신 같은 늙은이가 그거와 무슨 상관이지?"
"내 네놈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 주고 말겠다"
풍광의 도가 일도양단의 기세로 아운을 향해 찍어갔다.
그의 도에서 자줏빛 기운이 거대한 황하의 물결처럼 밀려온다.
그 도강은 단숨에 아운을 조각내 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
하북팽가의 최고 도법이라는 자전십팔풍도법의 삼대살수 중 하
나인 자광섬전하가 펼쳐진 것이다.
"우와아!"
팽강의 도세에 관중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내었다.
특히 남쪽 관중석에 앉은 동심맹 측 무인들은 크게 환호하였다.
역시 십대도객이란 말은 그냥 주운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좋군"
아운은 짧게 평을 한 다음, 앞으로 두어 걸음 밀고 들어가며 주
먹을 들어 찍어 오는 자줏빛의 도기를 향해 질러갔다.
"저, 저!"
보는 사람들은 모두 경악한다.
일견 맨주먹으로 도기를 품은 중도를 정면으로 치고 가는 아운
의 모습이 무척 위태롭게 보였던 것이다.
우웅!
아운의 주먹에 광채가 어리면서 팽광의 도와 정면으로 충동하였
다.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본다.
꽝!
"컥!"
누군가 탁한 소리를 내면서 뒤로 비척거리며 두어걸음 물러섰
다. 모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놀란다.
팽광의 도가 아운의 권에 밀린 것이다.
뒤로 밀린 팽광은 충격이 있었지만, 그의 명성에 걸맞게 그걸로
당황하지 않았다.
재빨리 몸의 중심을 잡고 상대의 다음 공격에 대비하려 했다.
그러나 팽광은 자세를 바로 잡을 시간이 없었다.
연환으로 단숨에 펼쳐진 육영뢰의 다섯 번째 주먹인 오금강의
권세가 비틀거리는 바로 그의 지척지간까지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이건 한 마디로 표현하면 번개다.
너무 빠르다.
"이익!"
팽광은 이를 악물고 도를 휘둘렀다.
자전십팔풍도법의 최후 초식인 자하령강이 오금강의
권기와 충돌하였다.
텅!
커다란 소리와 함께 팽광의 도는 오금강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버렸다.
도객이 도를 손에서 놓쳤으면 이미 승부는 난 것이다.
도를 잃은 팽광이 기겁을 할 때, 아운은 발끝으로 선풍팔비각의
비전격차라는 비술을 펼쳐 팽광의 다리를 찍듯이 걷어찼다.
"커억!"
팽광이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자 이번엔 선풍팔비각의 선풍비격
이 날아갔다.
팽광의 얼굴을 향해서.
퍽!
타격 음이 끝나기도 전에 팽광의 몸은 남쪽 관중석 중앙으로 날
아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곳은 정확하게 하북팽가의 인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팽광이 아운의 주먹질 두 번가 두 번의 발길질에 쓰러지자, 관중
석은 숨을 죽이고 감히 환호조차 하자 못했다.
너무 빨라서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실하게 보지도 못한 것이
다. 숨 한 번 쉬기도 전에 끝이 난 대결이었지만, 그들이 얼마나 흉
험하게 손속을 주고받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몇 되
지 않았다.
팽광이 무너지자, 하북팽가의 식솔들 중 몇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권왕, 오늘 네 놈을 그냥 두지 않겠다"
"이노움"
고함소리가 어우러지며 여섯 명의 노인들이 연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그들은 각자 다른 종류의 여섯 자루 도를 하나씩 들고 있
었는데, 모두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었다.
"팽가의 육산도다!"
"저들이 바로 팽가의 수호사자들이라는 육산도인가?"
관중석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로 아운은 이들 여섯 노인의 정
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들은 팽광이 직접 키운 팽가의 노고수들로 모두 나이 일흔이
넘은 고수들이었다.
팽가에는 모두 아홉 종의 가전도법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자전십팔풍도법과 오호단문도법 그
리고 팽가의 여자들이 익히고 있는 연환십삼도는 팽가 비전의 도법
으로 팽가의 혈족이나 가주의 허가를 받은 방제, 혹은 가신 가문의
직전 자제가 아니면, 함부로 익힐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물론 그중 자전십팔풍도법은 가주나 차기 가주, 그리고 직계 사
촌 이내가 아니면 익힐 수 없는 무공이었다. 그리고 이들 세 개의
도법들 외에 남은 여섯 개의 도법들이 더 있었는데, 이 도법들은 팽
가에서 별도로 수집한 도법들로 그 위력이 모두 강호에 인증을 받
은 일류 도법들이었다.
팽광은 팽가와 그 방제까지 뒤져 가장 띠어난 자질을 지닌 여섯
명을 뽑아 이 여섯 가지의 도법을 극한까지 익히게 하고, 팽가의 수
호사자로 삼았었다.
이들의 무공은 하북팽가 내에서도 가장 뛰어난 고수들이라 할
수 있었고, 팽광의 심복들이기도 했다.
지금 팽광이 쓰러지자, 그들이 뛰쳐나온 것이다.
그들 육산도는 다음과 같이 불렀다.
감산도, 무산도, 벽산도, 적산도, 귀산도, 풍산도라고.
아운은 그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당신들이 육산도, 나왔으면 덤비지 뭐하고 있는가?"
"오냐 네가 얼마나 강한지 내 직접 시험해 보마"
아운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성질이 불같은 풍산도가 고함을 지르
며 달려들었다.
그를 선두로 나머지 육산도가 일제히 아운을 향해 달려든다.
맨 앞에 달려드는 풍산도를 향해 아운의 신형이 갑자기 튕겨 나갔다.
아운의 동작은 단순했지만 빨랐다.
빨라도 그냥 빠른 것이 아니고 너무 빨랐다.
풍산도가 다가오는 아운을 보고 도를 들었다. 그러나 손에 든 도
를 내리치기도 전에 아운의 주먹이 먼저 풍산도의 안면에 쳐 박혔
고 , 풍산도는 달려오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뒤로 튕겨지면서 마침
그의 뒤쪽에서 달려오던 무산도와 충돌하였다.
초식을 운용한 주먹이 아니라 단순히 불괴수라기공의 내공만 주입한
주먹이었지만 그 위력은 능히 바위를 부술 만큼 위력적이었던 것이다.
만약 무극신공을 끌어 올렸다면 순서에 의해서 연환육영뢰의 여
섯 번째 초식을 펼쳐야 했을 것이고, 그럼 풍산도는 즉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공은 함부로 남발해서는 안 되는 무공이었다.
풍산도를 쓰러트린 아운은 그 자리에서 허공으로 몸을 띄우면서
발을 풍차처럼 휘둘렀다.
선풍팔비각의 선풍비혼차를 펼친 것이다.
주먹으로 공격하리라 생각한 순간, 발이 허공에서 풍차처럼 돌
면서 적산도와 벽산도를 차오고 있었다.
도를 들어 막고 어쩌고 할 여유가 없었다.
아차. 하는 사이에 아운의 발이 적산도와 벽산도의 얼굴을 강타
했다, 두 사람이 나무토막처럼 쓰러지는 가운데, 아운의 신형이 그
자리에 딱 멈추었다.
놀랍게도 그의 신형은 허공에 뜬 채로 멈춘 것이다.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차서 올린 발을 딛고 아운이 일어선다.
마치 어떤 물체를 밟고 일어서는 것처럼 아운의 몸이 허공에 뜬
채 더욱 높은 허공으로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한 발을 들
어 올린 후 허공에 발을 딛고 다리를 세우자, 그의 몸이 위로 더
올라갔다.
그렇게 세 걸음이나 허공을 밟고 위로 올라간다.
마치 계단을 발고 올라가는 것처럼 자연스런 모습이었다.
대광장에 모인 거의 모든 무임들이 입을 벌리고 닫지 못한다.
아마도 이곳에 모인 그들 대부분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기경이
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 허공답보다!"
허공답보.
말 그대로 허공을 밟고 걷는 걸음.
전설에서나 들어 보았던 신기의 경신술이 그들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풍산도와 충돌해서 뒤로 넘어졌다가 일어선 무산도를 포함해 남
아있는 세 명의 육산도는 아연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머리 위에 서
있는 아운을 바라본다.
아운의 몸에서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자신이 없어졌다.
이건 도저히 이길수 있는 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니, 눈 앞의 종자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함께 덤빈 세 명이 어떻게 쓰러졌는지 그들은 보지도 못했고,허
공을 걷는 기술은 자신들 실력으로는 백 년 동안 경신만 연마해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팽광의 충복이었다.
주군이 당했으니 그들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죽더라도 여기서 죽어야 하고, 상대가 신이라도 싸우다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었다.
그게 신하의 도리다.
용감해서가 아니다.
도망가거나 항복을 한다면 그들의 가문에서 그들을 용서하지 않
을 것이다. 그리고 강호의 모든 무인들이 그들을 손가락질 할 것이
다. 그들은 그래도 무인다운 면이 있는 자들이었다.
감산도가 이를 악물었다.
"쳐라!"
그의 고함과 함께 아직 쓰러지지 않은 두 명의 육산도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그 순가 아운의 신형이 아래로 갑자기 하락하며 발
을 위로 올렸다가 반월을 그리며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귀산
도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귀산도가 기겁을 해서 도를 들어 내리찍어 오는 아운의 발을 막았다.
땅!
소리와 함께 아운의 발은 귀산도의 도를 분지르면서 그의 머리
를 강타했다. 귀산도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목과 눈이
돌아가면서 앞으로 고꾸라져 기절해 버렸다.
귀산도를 쓰러트리면서 바닥에 내려선 아운을 향해 무산도와 감
산도의 공격이 펼쳐졌다.
아운은 상대적으로 조금 약한 무산도가 있는 왼쪽으로 신형을
피하면서 조금 더 그의 곁으로 다가선 다음, 손끝으로 그의 목 부위
를 찔렀다.
무척 간단하고 쉬운 동작임에도, 너무 빠르고 공격해 오는 시간
이 절묘해서 무산도는 아운을 뻔히 보면서도 피하지못한다.
"컥!"
귀산도가 무릎을 꿇는 순간 아운은 단룡수의 귀현박으로
마지막 남은 감산도의 오른손을 잡아 가고 있었다.
공격을 실패하고 다시 한 번 공격을 하려던 감산도는 아운이 도
를 잡은 자신의 손을 잡으려 하자 얼른 손을 뒤로 빼려 하였다. 그
러나 귀현박은 그렇게 만만한 수법이 아니었다.
아운의 손의 뱀처럼 교묘하게 꿈틀거리며 어느새 감산도의 손을
움켜잡고 있었다. 감산도는 내공을 끌어 올려 잡힌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손이 잡히자 내공을 끌어 올릴 수가 없었다.
아운은 감산도의 손을 잡은 채로 그를 집어 던졌다.
마치 풍차처럼 허공을 돌아가던 감산도가 연무대 아래로 거꾸로
쳐 박힌다. 무공을 익힌 고수가 땅바닥에 가꾸로 쳐 박히는 광경은
나름대로 진귀한 광경이었다.
감산도는 아무리 내공을 끌어 올려서 몸을 바로 잡으려고 하였
지만 내공도 모아지지 않았고, 사지에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귀현박의 무서운 점이었다.
상대를 잡거나, 던지는 수법인 귀현박은 상대를 잡는 순간 손에
서 뿜어진 진기가 상대의 혈을 저절로 점해 내공을 끌어 올리지 못
하게 만들고, 힘도 쓰지 못하게 만드는 묘용이 있었던 것이다.
잡는 순간 상대를 제압하는 무공.
그것이 바로 귀현박이었다.
모두 숨을 죽인 채 아운을 본다.
그들이 본 것은 신기였다.
단순한 주먹질과 발길질, 그리고 금나수 한 번으로 육산도를 제
압하였다. 육산도 중 어느 누구도 아운의 일초 일식조차 받아낸 자
가 없었다.
권왕이 자신의 성명절기인 주먹조차 제대로 쓰지 않고 여섯 명
의 공수들을 모두 제압한 것이다. 그럼 주먹을 쓰게 되었다면 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보는 사람들에게 의문이 있다면 지금 권왕은 얼마나 강한 가였
다. 아운 역시 내심 흡족한 기분이었다.
깨우치고 수련한 보람이 있어서 육삼쾌의연격포 이외의 무공에
대해서 새롭게 눈을 뜬 것이다.
사실상 절대 고수였던 불괴음자 모진해나 비응철각괴 오칠의 무
공은 절대로 약한 무공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칠초무적자에 비해
서 약해 보였을 뿐이었다.
그들의 최고 무공을 제외한 다른 무공들 중 한두 가지는 잘만 응
용하고 제대로 터득하기만 한다면, 능히 육삼쾌의연격포를 보완해
줄 수 있을 만한 절기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위력 면에서는 육삼쾌의연격포 중 전육식인 연환육영뢰와
비교해도 떨어지긴 하지만, 그 외에 장점들이 있어서 절대로 경시
할 수 없는 절기들이었다.
그 동안은 연격포의 강함에 매료되어 상대적으로 조금 저평가했
던 무공들이 바로 단룡수나 연환금강룡, 그리고 선풍팔비각이었다.
그러나 등천잠룡대와의 대결 이후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이들 무
공에 대해서 새삼 새롭게 깨우쳐 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충분히 아운을 만족하게 하고 있었다.
조용하던 관중석이 갑자기 함성 속에 파 묻혔다.
모두들 아운에 대한 환호와 그의 무공에 대한 놀라움으로 적아
를 구분하지 않고 감탄을 한다. 특히 젊은 무인들이 아운을 보는 시
선은 이미 존경의 경지를 넘어서고 있었다.
벽룡은 두 손을 움켜쥐고 소설을 보면서 말했다.
"대형은 말이요. 사람을 패도 어쩜 저리 멋지게 팰 수가 있는지
정말 존경스럽단 말이요"
아운을 보면서 한껏 꿈에 부풀어 있던 소설은 가슴이 식는 것을
느꼈다. 벽룡에 의해 아운이 갑자기 삼류 건달로 하락한 기분이 든
것이다.
참 건달다운 말투였다. 그러나 아운에 대한 그의 우정을 느낄 수
있는 말투였기에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남은 풍운령 세 명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박수를 치고 있었는
데, 나중엔 셋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후 손을 번쩍 들어 올리
며 합창으로 고함을 지른다.
"형님, 만세!"
"아운 형님, 만만세!"
소설은 그만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그들을 바라본다.
수많은 시선들이 그들을 보고 놀란 표정들을 짓고 있었지만, 그
들은 건달의 뻔뻔함을 끝까지 의지하며 만세를 열 번이나 부르고
자리에 앉고 있었다.
그걸 보고 북궁손우조차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뭐, 동쪽 관중석의 무사들은 그들을 보고 박수를 치며 좋아했지만.
조진양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사마정이 조금 감탄한 목소리로 말한다.
"참으로 대단합니다.권왕은 정말 싸움을 아는 전사입니다. 아마
도 권왕보다 무공이 강한 자는 있을지 몰라도 저자만큼 싸움을 잘
하는 자는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동작이 간결하고 공격하는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아주 작은 틈을 찾아 공격하는 기교
도 대단하고 한 번에 몰아치는 능력도 발군입니다. 특히 기백으로
따진다면 능히 천하무쌍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마정의 말이 아니라도 조진양이 아운에게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간결한 동작에서부터 공격으로 대신한 방어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여유였다.
바로 눈앞에서 검과 도가 스쳐가고 피가 튀는 결전에서 여유란
것은 그리 쉽게 가질 수 있는 사치스런 감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타고난 싸움꾼에다가, 이골이 날 정도로 싸워 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다'
조진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운에 대한 부담이 더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운은 차분하게 장로원을 바라보았다.
동심맹 장로들은 가슴이 뜨끔 했다.
그 외에 장로들은 자신들이 동심맹에 들지 못한 것을 처음으로
하늘에 감사했다. 이전이라면 어떻게 하던지 동심맹에 들고 싶어서
바동거렸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억만금을 주어도 거기 들어가
기 싫었다.
동심맹의 장로들은 가슴이 조마조마하였다.
아운도 두렵고 그가 무슨 말을 할지도 두려웠다.
대체 저 어린놈은 말하고 행동하는데 조금도 머뭇거림이 없고,
거침도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바늘로 그의 입을 꿰매 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운은 그런 그들을 조금 측은한 시선으로 돌아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우일한을 바라보았다.
"주군이 당하자 충복이 나섰는데, 사제들만 내 보내고 자리를 지
키는 형산의 머리는 저들보다도 못하구나"
아운의 말에 우일한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형산의 머리라면 당연히 자신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
다. 사실상 형산의 주인은 자신이 아닌가?
그는 누군가 자신 대신 나서 주기를 바라며 슬쩍 주변을 살폈다.
동심맹의 장로들은 모두 그를 외면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지목 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들은 감지덕지하는 것
같았다.
"겁쟁이들"
저절로 욕이 나온다.
자신이 겁을 먹었던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우일한은 이를 갈며 자신의 사제와 형산의 장문인을 바라보았
다. 겁을 먹고 자라목이 되어 있는 그들을 보자, 기가 막혔다. 그들
을 내 보내 봤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오냐, 내 오늘 네놈에게 하늘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려 주겠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연무대 아래의 야한이 하늘을 보고 말했다.
"야, 저 선배는 대단히 유식하네. 난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다는
말은 오늘 처음 듣네. 그럼 저기 보이는 하늘은 천정이고 그 위에
하늘은 지붕인가? 그러고 보니 지붕 위에는 또 하늘이 있을텐데.
그럼 하늘이 셋인가?"
그 동안 조용히 지내던 왕구가 신이 나서 말했다.
그는 정말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저자는 천정 위에 지붕이고, 주군이신 권왕님은 지
붕 위에 하늘이신 거죠"
금룡단원들은 모두 왕구를 바라본다.
당연하다는 표정들.
왕구는 금룡단원들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자,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럼 나는 천정인가?"
"컥!"
야한이 신음을 토하며 왕구를 노려보았다.
은근슬쩍 지 스스로 하늘이 된 놈이다.
조금 전 하던 말로 따지면 천정도 하늘은 하늘이니까.
'대단한 놈'
말이야 그들끼리 하고 있지만,나름 무림 고수인 우일한의 귀에
는 모두 들리고 있었다.
우일한은 애써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아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오늘 네놈을 반드시......."
"늙은이가 내 동생을 납치하라고 했던 장본인인가?"
아운의 목소리에 살기가 어려 있었다.
우일한은 단 한 번에 꼬리를 말고 말았다.
"그, 그게 무슨 말이냐?"
"어차피 사실대로 말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미 내가 알고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네놈은 절대로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우일한은 이제야 아운이 자신을 연무대 위로 끌어 올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 지독한 놈이다.
아운이 하는 말을 들은 무인들은 혹시 자신이 아운에게 잘못한
것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있다면 강호를 떠날 결심까지 하면서.
이미 동심맹 사건은 다 알려진 사건이라 크게 놀라는 사람들도
없었다. 어차피 우일한은 끝까지 아니라고 우길 테니, 그가 진실을
말하던 안하던 상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일한은 아운의 결심을 알게 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려웠다.
문득 아운에게 당하거나 죽은 자들이 얼마나 처참한 지경으로
망가졌는지 생각하자, 모골이 송연해 졌다.
오만가지 생각이 한 번에 밀려오면서 혹시 자신이 이 자리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연무대 아래 있던 야한이 흑칠랑을 보면서 말하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려온다.
"허허, 선배님. 저 늙은이 정말 큰일 났습니다. 감히 권왕에게
원한을 사다니. 문득 사막에서 모대건이란 멍청이가 당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흑칠랑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때 좀 그랬지. 뭐 원한을 진 것은 한 칠 년 전인가 그랬
다지"
"흐흐, 특히 주먹만 한 돌멩이를 입 안에 쳐 박아 넣고 죽인 것은
압권이었죠"
우일한의 이빨이 딱딱거리며 떨린다.
"뭐, 권왕 저 친구에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왜 계집 강간
하려다 걸린 놈 있었잖아! 그놈은 더 불쌍하지"
"흐흐, 그때 발로 그놈의 거시기를 밟아 버렸었죠"
우일한의 다리가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본 사람은 보았다.
야한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에구, 나 같으면 권왕님에게 걸리느니 그냥 장강에 뛰어들어 죽
고 말겠다"
흑칠랑이 눈을 부라리며 야한을 나무란다.
"이눔아! 그러니까 넌 아직 먼 거야! 나 같으면 칼로 심자을 단숨
에 가르고 죽겠다. 그럼 고통도 없잖아!"
야한이 감탄한 표정으로 흑칠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 역시 선배님은 저보다 한수 위십니다"
금룡단원들은 묘한 시선으로 그들을 보았다가 우일한을 보았다
가 하고 있었다.
첫댓글 잘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재밌어요~~~
감사합니다
난세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ㅎㅎㅎ
ㅈㄷㄱ~~~~~~~~~~~``````````````````````
즐감~!
즐독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줄독
즐
즐감
잘 읽고 갑니다.
ㅈㄷㄳ
즐독....감사...꾸벅....방끗..^^.
잘 보고 있습니다.감사드림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