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회 포토콘서트] 이권희 님의 20대 끝자락에 찾아온 행복

[이영일]

눈으로만 바라봤던 익숙한 일상을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데요. 여러분의 뷰파인더 속 세상은 어떠신가요?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엇을 찾으셨나요? 오늘 캐논 블로그에서 소개할 포토콘서트의 주인공은 29살에 처음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담으며 행복을 찾은 이권희 님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권희 님이 사진으로 담은 '20대 끝자락에 찾아온 행복, 그리고 취미'를 함께 감상해보실까요?

안녕하세요. 인스타에서 '잠자는 사진파먹기'로 활동 중인 이권희입니다. 간혹, '왜 잠자는 사진파먹기에요?'라고 물어보시는데요. 제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기만 했지 찍고 나서 사진들을 열어본 적이 거의 없었더라고요. 어느 날 뒤돌아보니 '내가 왜? 사진을 찍고 있지?' 하는 생각에 잠겨있다가 친구의 권유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잠들어 있던 사진들을 꺼내서 올려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얼마 전 유행하던 냉장고 파먹기를 모방하여 잠자는 사진 파먹기라고 이름을 정하고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아직 부족한 저에게 이렇게 포토콘서트에 참여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한 초보 사진사의 이야기를 들으실 많은 분들을 생각하니 큰 부담감이 찾아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기회가 또다시 찾아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 보았습니다. 저의 소소한 이야기가 캐논 블로그에 소개될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사진을 찍게 된 계기 및 사용하는 카메라

저는 '카메라는 사치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던 사람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내 일생에 내 돈 주고 카메라를 살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죠.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여자친구 때문이었는데요. 여자친구가 카메라에 관심 있다고 말을 꺼낸 이후로 종종 검색도 해봤죠. 그러다가 핸드폰으로 찍었던 사진들을 보니 왜 이리도 화질이 엉망이고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는건지... 카메라를 알아보면서 봤던 멋진 풍경들 그리고 화보 같은 인물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제가 찍었던 사진들은 너무나도 초라해 보였습니다. 마침 기프트카드가 생겨서 조금만 더 보태면 카메라를 살 수 있겠다! 까짓거 한번 도전해보자! 의욕이 앞서더라고요. 그렇게 만난 저의 첫 카메라는 캐논 미러리스 EOS M3였습니다. 그 후 미러리스 EOS M5를 거쳐 꿈에 그리던 풀프레임 DSLR 5D Mark4와 함께하게 되었고, 여자친구를 위해 6D Mark2를 데리고 왔습니다. 카메라에 관심조차 없던 제가 투 바디를 손에 들고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젠 어딜 나가더라도 제일 먼저 챙기는 게 카메라 가방인걸요. 

포토콘서트 컨셉과 선정 이유

저는 계란 한 판, 서른입니다. 카메라를 처음 든 게 29살이었죠. 이제 1년 반이 조금 넘었네요.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른 분들처럼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주제를 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러 고민 끝에 고른 저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20대 끝자락에 찾아온 행복, 그리고 취미" 20대가 되면서 학교, 그리고 취직으로 타지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들과도 멀어지게 되더라고요. 당시 취미로 자전거를 탔는데 지방에 내려오고 일하다 보니 그마저도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매일 퇴근하고 기숙사에 들어가서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다가 잠드는 게 제 일과였습니다. 참 재미없고 무료한 하루하루였죠. 그러다 우연찮은 기회로 시작한 '사진'은 저에게 취미 이상이 되었습니다. 사진 찍으러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부터 이동 그리고 기다림 끝에 셔터를 누르고 돌아오는 시간 내내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20대 끝자락에 찾아온 행복, 그건 바로 저에게 생긴 취미입니다. 지금부터 사진을 시작하고 저에게 찾아온 행복한 순간들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첫 카메라의 주인공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메라를 사게 되는 이유는 가족/애인 사진을 찍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그랬죠. 가족, 그리고 애인과의 소중한 시간들을 간직하기 위해 꺼내 들었던 카메라. 사진을 꺼내 볼 때마다 그때의 추억에 사로잡혀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EOS 5D Mark 4 l 85mm l F4 l 1/250sec l ISO 100

양치기 조카 : 조카 녀석이 남들보다 걸음마를 늦게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조카가 기특해서 남해로 놀러 가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미소 짓는 양 옆에 서서 늠름한 표정을 짓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요.

EOS 5D Mark 4 l 35mm l F1.4 l 1/2000sec l ISO 100

여유 : 육아에 지친 누나를 데리고 사천에 다녀왔습니다. 아직은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어색해하는 누나지만 결과물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립니다. 힐링하는 누나의 모습에 피로가 싹 가시던 날이었습니다.

EOS M5 l 85mm l F3.5 l 1/100sec l ISO 100

Together : 작년 여름 수국이 활짝 피었다는 소식에 새벽부터 준비해서 달려간 태종사. 여자친구와 꽃구경을 하고, 사진도 실컷 찍고 돌아오기 전 우연찮게 얻어걸린 사진인데 여름 그리고 수국하면 생각나는 사진 한 장입니다. 카메라를 들었으니 이제 떠나라! 그리고 인증샷은 선택 아닌 필수! 카메라를 사기 전 제가 찍는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는 인증샷이 전부였고, 카메라를 산 후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그리고 풍경만 찍는 게 다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사진을 보다 보면 수많은 사진 속에 '나'만 없더라고요.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의 사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시작한 셀카. 저는 이곳저곳에 다니면서 셀카 찍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물론 앞모습은 아직 많이 어색합니다. 그래도 이젠 제가 찍는 사진에 제가 있네요 ^^

EOS 5D Mark 4 l 85mm l F1.4 l 1/400sec l ISO 100

담양, 내 폰 속으로 : 담양 메타세콰이어길입니다. 평범한 뒷모습 셀카보다는 아무래도 가장 익숙한 사진 찍는 포즈를 잡아보았습니다.

EOS 5D Mark 4 l 85mm l F2 l 1/1000sec l ISO 100

수고 했어, 오늘도 : 해바라기 축제가 한창이던 강주마을. 열심히 사진을 찍고 해 질 무렵, 돌아가기 전에 오늘 하루 수고한 '나'를 위해 셀카 한 장을 담았습니다. 이날 너무 더웠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니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습니다.

EOS 5D Mark 4 l 85mm l F16 l 4sec l ISO 100

신라의 밤 : 경주에 가면 첨성대 앞에서 사진 많이 찍으시죠? 그래서 저도 실루엣으로 셀카를 찍어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리개 값도 줄이고, 감도도 올려서 안 흔들리게 찍었어야 했는데... 조금 아쉽네요. 경주는 참 많은 매력을 보여주는 곳 같습니다. 이런 곳에서 셀카를 안 찍고 그냥 지나칠 순 없겠죠?

EOS 6D Mark 2 l 35mm l F1.4 l 1/60sec l ISO 1600

아름다웠던 그날 밤 :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입니다. 낮에만 가던 곳인데 밤에 야경을 담아보고 싶어서 다시 한번 들렸었죠. 해가 지고 주황색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나면 너무나도 로맨틱한 분위기의 감천마을을 볼 수 있으실 겁니다.

눈으로 보는 시선, 카메라로 담아본 세상

카메라를 시작하고 나서 제일 놀랐던 건, 화각에 따라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눈으로 바라본 익숙한 세상을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면 전혀 다른 곳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뷰파인더 속 세상에 푹 빠져 살고 있나 봅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으러 밖으로 나가고 싶네요.

EOS 6D Mark 2 l 35mm l F4 l 1/60sec l ISO 1000

눈으로 보는 시선 :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은 이 정도가 되려나요? 일반적으로 사람의 눈을 통한 화각을 표준화각(50mm)이라 하는데 저는 넓게 보면 35mm정도 되는 것 같네요. 이런 멋진 풍경을 두 눈에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하죠.

EOS 5D Mark 4 l 16mm l F8 l 0.6sec l ISO 50

카메라로 담아본 세상 : 오랑대 위로 펼쳐진 구름 속으로 햇빛이 스며들어 멋진 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제가 봤던 풍경 중에선 가장 멋진 날이었습니다. 한눈에 담기 힘든 풍경도 렌즈 하나 바꿔주면 시원하게 들어오니 이게 바로 카메라의 매력이 아닐까요? 

피곤함도 이겨낸 은하수, 밤사냥에 나서다

저는 평일에도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일을 하는 편이라 여가를 즐길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퇴근하고 나서도 사진을 찍으러 갈 수 있는 시즌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은하수 시즌. 보통은 2~3월부터 시작하여 9월까지 은하수가 보입니다. 저는 올해 7월부터 은하수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제서야 은하수에 관심을 가졌는지, 빨리 알았더라면 더 많은 곳을 다녔을 텐데... 이제는 은하수가 너무 빨리 뜨고 져버려서 담아낼 수 없어 내년을 기약해야겠죠. 은하수는 늦은 밤 아니 새벽까지 촬영해야 하는데 피곤하지 않냐고요? 이건 찍으러 가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 못 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아마 은하수 한 번도 안 찍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찍어본 사람은 없을걸요?

EOS 5D Mark 4 l 14mm l F2.8 l 25sec l ISO 3200

은하수 폭포 : 올해 너무나도 핫했던 황계폭포. 은하수가 폭포로 흘러내리는 모습을 저도 담아 보았습니다.

EOS 5D Mark 4 l 14mm l F2.8 l 25sec l ISO 3200

별, 그리고 은하수 : 이곳은 임실의 태극 물돌이입니다. 일몰이 유명한 곳이라 은하수가 왼쪽으로 많이 치우쳐져 있네요. 물돌이 속으로 별들이 반영되어 있는걸 바라보고 있자니 너무나도 황홀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모습을 보여준 운해. 임실은 주변에 댐이 있어 운해가 자주 생기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날의 은하수는 정말이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EOS 5D Mark 4 l 16mm l F4 l 20sec l ISO 4000

한여름 밤의 꿈 : 경남 은하수 1번지 황매산에서 은하수를 바라보고 있는 저의 뒷모습. 한여름 밤의 꿈 같이 느껴지네요.

취미 그리고 공동작업

취미생활을 하다 보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모이기도 하죠. 사진도 똑같습니다. 유명 출사지로 함께 떠난 다거나, 혼자서는 못 찍는 작업을 함께 해내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혼자 사진을 찍으러 다니거나 여자친구와 스냅 촬영하러 다니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인스타를 하면서 알게 된 분들과 함께 멀리 강원도로 출사를 떠나고 야경도 찍고 공동 작업도 했습니다. 혼자 사진 찍을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앞으로도 여러 가지 도전을 해볼 생각입니다. 그 도전 속에는 혼자서는 해내지 못할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항상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초보 사진사를 데리고 다녀 주셔서 감사합니다.

EOS 5D Mark 4 l 16mm l F11 l 10sec l ISO 100

보고 있나? 닥터 스트레인지 : 처음 도전해 본 철솜궤적.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상처와 함께 얻은 한 장입니다. 거울 속으로 궤적 반영을 넣는 게 포인트였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만족스러운 사진입니다.

EOS 6D Mark 2 l 14mm l F8 l 10sec l ISO 400

Phoenix : 두 번째로 도전했던 공동작업. 꽤 멀리 있던 장소였는데, 이동 시간보다 작업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습니다. 전날에 온 비 덕분에 고인 물 위로 반영이 깔끔하게 나와 맘에 드는 컷을 얻었습니다. 저는 이 사진을 보며 불사조가 떠오르던데 다들 어떻게 보이시나요?

잠자는 사진 파먹기: 부산 야경 찍는 분들이 한 번쯤은 담아 보았을 포인트입니다. 이날의 작업은 라이트페인팅입니다. 저녁에 장노출 찍으실 때 핸드폰 불빛으로 글씨도 써보시고 하시잖아요? 그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날 첫 도전이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네요. 오래된 앨범 속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납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일까요? 잠자던 장롱 속 카메라, 또는 핸드폰 카메라를 들어 가족들을 찍어주고, 여행지에서의 셀카도 찍어보세요. 훗날 꺼내 보았을 때 사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잠자는 사진 파먹기는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이권희 님의 포토 콘서트 '20대 끝자락에 찾아온 행복, 그리고 취미'를 감상하셨습니다. 사진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초보사진가의 사진이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멋진 작품들이 많았는데요. 아마 이권희 님의 뷰파인더 속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료출처: CANO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