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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종교* 스크랩 대설단상
石田 추천 0 조회 32 10.12.28 21: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예전 어릴 적엔 겨울에 눈이 참 많이 내렸다.

아마 어린 나이에 한 뼘 정도 눈이 왔다면 온 세상이 눈에 뒤덮여 온통 하얗게 보였을 것이다.

지금처럼 커다란 빌딩이며 아파트가 없었던 시절이라 강아지와 뛰놀던 마당이며 들판이며 산길이 온통 은세계로 보이는 환상적인 세계에 접하는 신기함을 체험한 것이리라.

 지금은 눈이 많이 내려도 옛날 같은 기분이 전혀 나질 않는다.

염화칼슘을 뿌린 도로에 지저분하게 녹아서 질척거리는 눈 찌꺼기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없고, 빌딩에 둘러싸인 길거리의 눈이 예쁘게 보이지도 않는다.

논밭을 뒤덮은 대설이 저 멀리서 연기 피우는 굴뚝을 가진 나지막한 농가가 서너 채 모여 있는 고즈넉한 풍광을 연출하는 것을 보기도 힘든 세상이다.

굳이 그러한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면 몇 시간을 허비하며 도시를 벗어나야하는 힘든 노력을 해야 한다.

도시에 사는 대가로 대설이 내려도 눈에 낭만을 넣기가 힘들다.

 

 

 아침에 출근은 걸어서 했다.

아파트 길에 쌓인 눈은 기상청 기록보다 1~2 센티미터 더 쌓였고, 이른 아침에 눈을 치우는 사람도 없이 경비원 혼자 염화칼슘을 뿌리니 주차된 차를 빼내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이미 차 몇 대가 엉켜서 풀리길 기다리기도 싫어 그냥 걷기로 했다.

막히는 도로에서 애를 먹으며 기어가는 자동차를 보면서 제한적이나마 새하얀 눈길에 발자국을 찍으며 가는 맛이 그런대로 괜찮다.

한 시간 정도 눈길을 걸으니 온몸에 적당히 열이 오른다.

아침운동 아주 제대로 했다.

눈길을 걸으며 옛날도 되돌아보고, 적당히 녹은 눈을 뭉쳐 전봇대에 던져도 보며,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걸으니 어느새 은행 주변 아파트에 들어섰다.

큰 아파트 단지에 빗자루나 눈삽으로 눈을 치우는 이는 경비원뿐이다.

경비원은 아파트 경비하라고 채용한 것일 텐데 눈 청소원으로 일하기 바쁘다.

어느 누구도 나와서 자기 아파트 앞의 눈도 치우질 않는다.

헤이! 참! 세상이 왜 이리 변했나!

 

 

 

 열 살 때인가?

엄청 많이 내린 눈이 신나게 노는 놀이터가 된 때에 친구들 여럿이서 눈을 크게 굴려서, 아마 남산 만하게 크게 굴려 만든 놈으로 경인국도를 막은 적도 있었다. 게다가 바가지로 찬물을 바닥에 뿌려 얼려놓고 킥킥거리며 놀은 적이 있었지. 차들이 가지 못하고 쩔쩔매는 꼴을 숨어서 보는 것이 어린 마음에 무척이나 재미가 있었다.

그래도 그 땐 우리 집 마당과 앞길에 내린 함박눈 쌓인 것을 열심히 치웠다구!

 지금 또 다시 눈이 내린다.

푸근한 날씨에 큼직한 함박눈이 푸지게 내리고 있다.

지금은 다시 회색빛 도시에 둘러싸인 인생이지만 그래도 옛날처럼 즐거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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