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기념할 날이 있을 때, 사람들은 대충 두 부류로 나뉜다. 기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아니, 그 중간도 있을 수 있다. 별로 의식하지 않으면서 무덤덤하게 지내는 사람들.
오늘(5월 8일. 월요일)은 어버이날이다. 세 아이 모두 집을 떠나 생활한다. 우리 부부만 덩그러니 남아 살고 있다. 밋밋한 생활이다. 사람은 함께 어울려 지내도록 만들어졌다는데. 살을 부비면서.
얼마 전 서울 가서 한 목사님으로부터 저녁 식사 대접을 받았다. 딸 아이 둘도 함께 했는데 그 목사님이 무척 부러워했다. 그는 아들만 둘 두고 있었다. 아들만 있으니 아기자기한 맛이 없다고 했다.
현경이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시고 지금까지 보호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카카오톡으로 어버이날 기념 선물을 덧붙였다. 파리바게트 카스테라 빵이었다.
아빠가 좋아하시는 것 같아 빵을 보낸다는 것이다. 살가운 딸아이의 모습만으로도 어버이날 기분을 어느 정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세 아이를 대표해서 보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포근해졌다.
학자봉 경북연합회 세미나에 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 4시가 넘었을 때였다. 김천역 건너편에 있으니 속히 나오라는 것이다. 함께 갈 데가 있다고 했다. 금세 영감이 왔다. 김 권사님 댁일 것이다.
맞았다. 노(老) 부부다. 자녀들은 서울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고 산다. 어버이날이라고 본가(本家)에 오기란 우리보다 더 어려운 여건이다. 아이들로부터 감사 전화는 받았다고 했다.
감성이 풍성한 두 분의 빈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지례 흑돼지, 김천의 명품 먹거리다. 차를 그곳으로 몰았다. 새로 난 4차선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상쾌했다. 세상을 온통 덮고 있는 불청객 황사도 방해가 되지 않았다.
지레 '부자가든'. 이곳도 손님들로 만원(滿員)이었다. 카네이션 꽃을 단 부모님과 아들딸들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그룹을 지어 상(床)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버이날 분위기가 음식점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기 4인분에 밥 세 개, 우리 네 사람에게 안성맞춤의 양이다. 맛있게 먹는 음식은 사람들의 컨디션을 양호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와 보니 고기값이 조금 인상되어 있었다. 값과 고객은 정확히 반비례한다.
돌아오는 길은 구도로(舊道路)를 타다가 중간쯤에서 넓은 새 도로로 올라 왔다. 어버이날 분위기를 업(up)시키기 위해서…. 운전을 하는 내 기분이 이렇게 좋은데, 잠시 VIP가 된 동승인(同乘人)들의 기분은 얼마나 좋겠는가.
시내로 가 파리바게트에 들렸다. 카톡 선물권과 카스테라 빵을 교환하기 위해서. 김 권사님은 세상이 참 좋아졌다며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했다. 집에 도착해서 먼저 차(茶)를 탔다. 고급에 속하는 차라고 했다.
'부자가든'에서의 든든한 식사는 카스테라에서 관심을 접게 했다. 국화차에 빵을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했다. 역시 그랬다. 우리의 배는 밥과 고기 그리고 빵 들어가는 방이 각각 따로 있지 않나 싶다.
카스테라를 보낸 딸아이의 효성이 담겨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지극한 효성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옛 미담(美談)에 많이 등장하는 내용이다. 배부른 가운데에도 빵이 맛있게 들어간 이유이다. 정중동(靜中動)의 즐거움!
우리의 어버이날 기념 파티가 이렇게 의미 있게 치러졌다. 보기는 단출했지만 뜻하는 바는 결코 적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의 마음 나눔이어서 더 그런 것 같다. 하나님이 보시고 방긋 웃으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