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사는 서재원·이양자씨 98년 대장암·난소암 판정받아 2003년부터 댄스로 치유 시작 밤낮없는 춤연습에 마음 정화 남편 완치… 아내도 병세호전 올 댄스스포츠대회선 2위 올라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KINTEX) 3층 그랜드볼룸에서 '반짝이 무도복'을 입은 어르신 10쌍이 무대에 올랐다. '제3회 토토시니어페스티벌 시니어 댄스스포츠대회' 본선에 올라간 17개 팀 중 14번째로 무대에 선 전북 대표 '전주 서원노인복지관'팀이다. 서재원(75)씨가 부인 이양자(68)씨 뒤에서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당신, 다리는 좀 괜찮은가"하고 묻자 이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이 흐르자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빙그르르 돌며 쿠바 민속춤인 '룸바(rumba)'를 추기 시작했다. 휘날리는 붉은 드레스 아래로 오른쪽 다리보다 두 배쯤 부은 이씨의 왼쪽 다리가 보였다. 지난 1998년 얻은 난소암 후유증이다.
두 사람은 12년 전인 1998년까지 전북 전주·익산 지역에서 42년과 38년간 초등학생을 가르친 '부부 교사'다. 행복하기만 했던 이들 부부에게 1998년 암이 찾아왔다. 그해 5월 중순 서씨가 대장암 2기 말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자 아내 이씨는 병 수발을 위해 8월 명예퇴직을 택했다. 그러나 한 달 뒤 아내 이씨마저 난소암 3기 말 진단을 받았다. 서씨는 "'기대를 버리라'는 의사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나는 죽어도 좋으니 아내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고 말했다. 1998년 10월 아내는 난소 13㎝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듬해 2월 전주 서문초등학교 교장이던 서씨는 정년(당시 65세)을 1년6개월 남기고 아내 간호를 위해 명예퇴직했다.
남편은 하루 세 번 항암제를 먹으며 아내를 돌봤다. 틈날 때마다 공기 좋은 동네 뒷산으로 아내를 데려갔고, 집안일도 도맡았다. 이씨는 "생전 주방 근처에 얼씬도 안 하던 남편이 나를 위해 김치찌개를 끓이던 날, 암 선고받은 이후 처음으로 웃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머리가 빠졌고, 음식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암 후유증으로 찾아온 하지 림프부종 때문에 왼쪽 다리도 점점 더 부어올랐다. 서씨는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매일 밤 혼자 울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2003년 초 서씨는 친구로부터 우연히 동네 복지관에 라틴댄스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씨는 '친구도 사귀고 즐겁게 운동도 해보자'며 아내 손을 잡고 복지관을 찾았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두문불출하던 아내 이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복지관에 꼬박꼬박 나가면서 다시 말문이 트였고, 라틴댄스에도 재미를 붙여갔다. 복지관 동료 허춘섭(77)씨는 "나도 1992년부터 후두암 투병 중인데 라틴댄스 덕분에 고통을 잊고 산다"며 "함께 두 번째 인생을 살아보자"며 이들을 격려했다.
처음에는 스텝이 엉켜 걸핏하면 넘어졌고, 배웠던 동작도 돌아서면 잊어버렸다. 부부는 집 거실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그날 배운 댄스 동작을 복습했다. 이씨는 "남편이 처음 내 허리에 팔을 두르고 코앞에서 쳐다보는데 어찌나 쑥스럽던지…"라며 얼굴을 붉혔다. 운동량이 늘어나자 부부도 건강을 되찾아갔다. 복지관 동료들 사이에서는 '금실 좋은 부부'로 소문이 났다.
2003년 6월 대장암 완치 판정을 받은 서씨에 이어 아내 이씨도 라틴댄스를 시작한 이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서씨 부부는 초·중·고급 과정을 3년 만에 마치고 꾸준히 연습한 덕분에 수준급 댄서가 됐다. 이들 부부는 라틴댄스를 배운 지 4년 만인 지난 2007년 9월 목포에서 열린 전국노인건강대축제 댄스스포츠부문에서 처음으로 1등상을 받았다.
서씨 부부는 가장 큰 대회인 이번 '토토시니어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추석 연휴도 잊고 두 달 전부터 매일 3시간씩 연습하며 땀방울을 흘렸다.
29일 오전 머리 희끗희끗한 '전북 어르신 춤꾼' 10쌍은 4분간 음악에 혼신의 힘을 쏟아냈다. 3시간 뒤 열린 시상식에서 관객 5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금상(2위) 수상팀'으로 선정되자 이들은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서씨가 아내 이씨를 꼭 끌어안으며 "이리 고운 사람에게도 곧 좋은 소식이 있지 않겠소"라고 하자, 아내 이씨는 남편에게 안겨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첫댓글 역시...놀라운 댄스스포츠의 힘!!!!! 역시 운동으로는 최고인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