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8시 친한 고교 친구(박나시스) 딸이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예당이 주최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졌다.
박혜연은 예일과 피바디에서 석사, 박사를 하고 현재 네바다 리노 주립대학에서 테뉴어 트랙 조교수로 재직중인 장래가 촉망되는 피아니스트이다.
김종욱, 김수곤, 이영무, 이주흥, 박성화 그리고 우리부부가 참석했고 운철원 동문이 함께했다. 간단한 후기를 옮겨왔다.
베토벤 마지막 소나타 3곡이다.
2007년 12월의 백건우 베토벤 소나타 싸이클,
32곡의 전곡 소나타를 장장 7일간에 걸쳐 완주한 대 장정이 있었다. 일요일인 둘쨋날 하루는 3시, 8시 두차례의 연주가 강행되었고 이 마지막 소나타 3곡이 대미를 장식했다.
무대에 황금색 연주복으로 혜연이 등장한다. 국내 무대로는 프로로서의 첫번째 본격적인 독주회다.
소나타 30번 1악장 서두 Vivace와 Adagio의 대비가 강렬하다.
뒤풀이에서 박회장이 시디로 들을때하고 틀린다라고 소박한 인상을 말한다.
디지틀 제어력이 최대한 반영된 음반과 현장 연주의 음감이 다른 것을 감안해도 손가락과 어깨에 들어간 힘이 느껴지는 초반이다.
고요함, 시적인 로맨틱, 그리고 빠른 비바체의 Contrast는 피아니스트에게 쉽지 않은 과제, 혜연은 풍부한 감성으로 거침없이 2악장 Prestissimo로 돌진한다. 30번 소나타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3악장,
천의무봉이라 했던가. 피아니스트는 애초에 소나타 세개를 중간 휴지 없이 연주하려했었단다.
30번 소나타 부터는 형식을 따지는 진부함은 이론가들의 몫이지 아마튜어 감상자의 영역을 넘어선다.
대담한 가설을 세워본다.
1,2악장은 3악장의 도입을 위한 서주. 하여 30번 전체를 1악장으로, 31번을 2악장, 32번 전반을 3악장, 후반을 4악장으로하여 세개의 소나타를 중간 휴지 없이 연주하는 것도 하나의 해석일 수있었겠다.
예종 시절 박혜연은 슈베르트 즉흥곡 4곡 전곡을 한번에 연주했었다.
3악장 6번째 변주에서의 인상 깊은 아르페지오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듯한 평화로운 주제의 반복으로 첫번째 소나타를 끝맺고 청중은 뜨거운 박수로 피아니스트에게 답한다.
31번 소나타 1악장 전개부에 들어가자 어깨의 힘이 완전히 풀리고 동글동글하게 맻힌 영롱한 음이 봄날의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수상하고 당돌한 2악장까지 피아니스트의 기량이 빛을 발했으나 3악장은 역시 막 20대를 막넘긴 여성 연주자가 곡이 가진 깊은 정념을 청중에게 전달키는 한계가 느껴진다.
어차피 일생을 두고 연주하겠다고 인터뷰에서 밝힌것. 앞으로의 연구와 정진이 기대된다.
베토벤은 혼신을 다한 정열을 불태우며 운명과의 비극적인 대결을 23번 열정 소나타에서 일단락하며 피아노 소나타의 금자탑을 세운다. 그리고 4년간 피아노 소나타의 작곡을 멈춘다.
그러다 29번 함머클라비어에서 피아노 하나로 교향곡에 도전하여 거대한 봉우리를 이룬다.
이후 그 어떤 작곡가도 이 험준한 봉을 넘었다는 소식을 나는 듣지 못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마지막 소나타 3곡을 이 이후에 선보인다. 그리고 그 마지막의 마지막이 32번 c 단조다.
날카롭게 죄어드는 긴박한 악상을 힘차게 치고 들어온다. 그렇다 그녀는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 C장조의 2악장으로 옮겨간다. 박 하우스가 13분에 그리고 다니엘 바렌보임이 19분에 걸쳐 이 2악장을 건넜다. 혜연은 바렌보임보다 길면 길었지 짧지 않게 이 마지막 악장을 연주한다. 그리고 증명한다.
"소나타는 알레그로와 아다지오 두악장으로 충분"하다는 베토벤을.
끝이 좋으면 모든게 좋은법. 청중들의 열열한 박수에 그녀는 비창 2악장으로 화답한다.
그리고 대대수의 청중들에게 사실상 이곡이 오늘 무대에서 가장 훌륭한 연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부부로는 캐나다의 김박사와 김국장, 이대장, 박회장, 이원장 , 나 그리고 윤감이 혼자 참가했다.
가장 음악을 사랑하는 이촌장과 김위원의 부재가 아쉽다.
이원장이 모차르트에서 뒤풀이를 주관했고 박나시스에겐 아낌없는 찬사가 쏟아졌다.
부인들은 모두 아름다웠고 밀맥주와 더불어 우면산의 밤은 깊어갔다.
첫댓글 천재를 두고 잠시 생각컨데 여늬 장르를 불문하고 비슷하겠지만
일례로, 천재적인 연주가의 연주회에서
너 함 연주해봐 나도 함 들어볼테니 하는 자세를 지닌 천재적인 관람자,
이를테면 우리 일각거사 같은 이의 존재도 꼭 필요한 거 아닌가 싶으이...
..,암튼, 대단하이...
친우 영애의 성공적인 연주회 경하드림세.
박선생한테 한방 먹었네.
연주회에서 연주자의 기량을 시험 내지는 평가하는 작업은 평론가의 몫이고
감상자는 음악에 몰입하여 즐기는 것이 투자한 시간과 돈의 효율을 극대화한다는게 나의 지론이기도 함.
그러나 애정이 지나치다보면 가끔 이렇게 주제넘은 실수도 하는게 사람이라고 혜량을 구할 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