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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 희망여행 - 인천 노틀담복지관 김정훈 팀장
인천시 계양구. 구불구불 골목사이를 헤집고 올라간 노틀담복지관. 복지관 앞에 넓게 놓인 솔 숲. 단정한 건물과 조용하고 아늑한 실내 분위기. 향기로운 솔내음 맡으며 벤치에 앉아 지역을 들었다 놓았다, 마음먹은 곳을 향해 한창 뛰어가고 있는 김정훈 지역팀장에게 요즘 준비가 한창인 지역축제 '말하톤'과 그 속에 담긴 생각을 들려 달라 청했다.
사회복지학과의 학습권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에서 찾는 것인데 대학 교육은 지역사회, 지역사회조직화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부족하다고 한다.
"누군가 꾸준히 일하면 조금씩 지역이 보이고 일이 향방이 보이는 것인데 직원의 장기근속이 어렵다. 지역팀의 인원이 4명인데 2003년부터 지금까지 14명의 직원과 일했다. 2~3년에 한두 명씩 바뀌는 꼴이다. 그렇기에 사업이 꾸준히 진행되지 못하고 굉장히 산발적으로 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도 중요한데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고 했다. 오래 일하면 자연스레 지역사회와 가까워지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복지관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 생존의 문제였다고 한다.
"복지관이 맡고 있는 지역이 있고 그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살펴야 하는 목적은 명확했으나 자원이 없었고 예산이 부족하니 일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지역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CBR도 그런 의미였다. 국가에서 지원해줄 수 없으니 그런 부분을 각 기관이 지역에서 찾아 알아서 하라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라 생각한다. "
그렇게 지역사회와 만나기 시작했고 그러다 지역사회의 일은 그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에 생각이 닿았다고 한다. 예전에 함께 근무했으나 지금은 퇴사하신 후 횟집 사장님이 되신 OOO선생님이 그런 생각으로 지역주민회의 ‘좋은세상만들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역의 나눔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매월 둘째 주 화요일 한 자리에 모여 동네일을 의논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축제인 '말하톤'도 같은 흐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지역주민 마라톤 대회 ‘어울림 말하톤’은 단순한 마라톤 대회가 아니다.
인천 계양구 지역 역시 도시화되어가고 외부 유입인구가 늘어나면서 지역공동체는 해채된지 오래이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이웃관계를 조금이나마 풀어갈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면서 일년에 하루만이라도 지역주민들이 함께 얼굴 마주하고 우리 동네를 뛰어본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사람사이 관계를 맺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길이고 도로인데, 이런 소통의 수단이 차량에 의해 점령당하면서 사람들의 관계를 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 년에 하루 만이라도 원래 주인인 사람에게 다시 길을 내어주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동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계획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행사 제목도 ‘어울림 말하통’도 ‘얼쑤! 어울림을 말하여 통한 마당’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말하톤'은 계양구 지역주민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말하톤'은 지차제의 예산을 하나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구청에서 이 행사에 참여하려고 먼저 연락을 하여 문의하며 복지관에서는 주민들과 상의하여 행사 날짜를 정하면 구청에서 그에 맞춰 구정계획을 수립한다고 한다. 대체로 복지관의 사업이란 것이 지자체의 의도에 좌우되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노틀담복지관의 당찬 몸짓에 눈이 커지면서 더욱 집중하여 들었다.
"복지관들의 사업을 진행할 때 지자체에 예산으로 인해 종속되게 된다. 우리는 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철저하게 자체수익구조를 가지고 일한다. 말하통 참여자들 앞뒤에 부착하는 몸 번호판에 넣는 광고도 수익금으로 들어온다. 출발선에 만들어진 풍선아치에 들어가는 협찬광고 수입도 있다. 이렇게 자체수익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 외에는 평소 관계해오던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나눔으로 진행한다.
'말하톤'에는 지역 정치인들, 경찰서장, 소방서장 등 모두 참석한다. 그러나 행사에 앞서 진행하는 인사말도 구청장, 관장 외에 아무도 하지 않도록 했다. 정치관계자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도 이 행사는 지역주민의 행사이니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오직 구청장만 주민들의 대표로 인사할 '자격'을 복지관에서 부여하는 것이다. 행사에 자체수익구조가 있어 휘둘리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에서 상품을 만들고 유통시킬 줄 알아야 한다. 기업파트너도 주종관계의 위험성이 있으나, 우리 '말하톤'은 거꾸로였다. 행사의 취지를 살리고 진정성을 놓지 않기 위해 적절하게 상품을 만들어 팔고 그 수익으로 충분히 꾸려나갔다. 심지어 우리 복지관 직원들도 참가비 내고 참여한다는 원칙이다."
김정훈 팀장은 기본적인 재정구조를 갖추지 않은 사업은 망하고 만다고 했다. 복지사업에 언제까지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예산을 보조해줄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복지관은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하고, 결국 지역사회와 함께 일해야 한다는 원칙이 깊이 세워진다는 것이었다.
"자, 만약 김세진이라는 사회복지사가 어떤 사업을 잘 이끌었다. 2천만 원 정도의 사업을 알아서 잘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그만두면? 대체로 그 사업은 끝나고 만다. 사업은 자체 예산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그렇기에 사업을 계획하고 고민하면서 그 사업이 자생할 수 있는 예산구조를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 내가 일하는 원칙이다."
또한 이러한 사업은 구체적 사회행동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회행동? 그런 거창한 뜻이 담겨있단 말인가?
"'말하톤'은 많은 사람들, 즉 계양구 지역주민들이 쉽게 참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으로 그렇게 주민들이 함께함으로써 권력을 획득했다. 한 개 구청으로부터 지원받는 사업, 한 개의 큰 기업으로부터 지원받는 사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 방식은 복지관을 구속시킨다. 사회복지관을 잘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 복지관 이용자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를 살기 좋게 만드는 것에도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동네에 나가서 자신 있게 복지이야기를 할 수 있다."
'말하톤' 행사에 대한 지역사회의 참여에 대해 조금 더 들려 달라 부탁했다.
"한 해 동안 지역사회와 꾸준히 관계해온 것이 폭발되는 것이 '말하톤'이다. 내일 준비회가 있는데
구청 담당자는 물론 해병대전우회, 경찰서, 한림병원, 교통어머니회 등등 다양한 지역주민들, 지역단체들이 참여한다. 복지관은 중간에서 조정하고 주선한다. 또한 행사 당일이면 지역에 있는 OO맥주사에서 맥주 무제한 제공, 계양구 중화요리연합회 자장면을 무한 제공한다. 특히 계양구 중화요리연합회의 헌신적 참여는 감동스럽다. 3일 밤낮으로 행사를 준비하는데 조리설비 설치, 가스배관 공사 등 어마어마하다. 얼마 전에는 구청에서 600만 원 짜리 화로를 사서 연합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행사 당일에는 구청장이 직접 찾아와 연합회장을 격려도 한다."
중화요리연합회가 지역사회와 잘 관계하고 역할 할 수 있게 노틀담복지관이 주선한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자신이 잘 하는 일로써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게 공작한 것으로 복지관의 정체성을 잘 알고 그에 맞게 실천한 것이다.
"어떤 자장면이 제일 맛있는 줄 아는가? 바로 많은 사람들이 긴 줄 서있다 한 그릇 받아먹었을 때, 그때의 자장면 맛이 최고다. 가치라는 것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이 행사는 단순히 마라톤을 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사람살이 참 맛을 느끼게 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사람들 서로를 알게 해주고 싶다."
또한 '말하톤'은 그저 하루 정도는 도로의 원래 주인이 사람에게 되돌려 주고 싶어 계획했다고 한다.
"마라톤 통해 노틀담복지관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도로의 주인이 하루 정도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담고 있다. 길이란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인데 이제 자동차가 그 길의 주인행세 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 내 아이들과 손잡고 참가할 수 있는 행사가 우리 동네에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마라톤 '대회'였지만 해를 거듭한 지금은 마라톤 '마당'이다.
모든 주민이 이 날은 마당에 나와 천천히 걸어가면서 내가 사는 동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자는 것이다."
깊은 뜻까지 들으니 더욱 감동스러웠다. 마라톤은 지역주민들의 만남을 위한 구실이요 지역주민들이 지역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매개였던 것이다. 동네를 알고 그 속에 함께 사는 사람을 아는 것,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흔들어 깨우기 위한 토대 아니던가!
앞서 이야기한 내용 중 '권력'에 대해 조금 쉽게 설명해 달라 부탁했다.
"'말하톤'은 계양구 주민 2천여 명이 참석하는 행사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이 행사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어떤 곳의 행사를 보니 시작에 앞서 지역 정치인 8명이 인사하더라. 하지만 '말하톤'은 우리 마을의 행사이니 오직 구청장만이 인사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일관한다. 국회의원도 인사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구청장이 세움 받은 것에 감사해하고 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낸다. 돈 받지 않으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돈이 권력이다. 그런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공동모금회 등에 지원받아 하는 행사는 되도록 지양한다. 그 속에 내 이야기를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적은 돈이라도 우리가 직접 기획하고 마련한 행사가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요즘 깊이 하는 생각에 대해 들려 달라 부탁했다.
"사회복지사들끼리만 모이는 것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눠야 고립되지 않는다.
계양구에서 사회복지 박람회를 운영하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이 복지를 소재로 만나게 하고 소통하게 하고 싶다.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치료자가 아니다. 중계인으로 역할 해야 한다. 나는 일 년 내내 그렇게 하고 살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소통하게 하고 싶은 장을 열고 싶은 것이다."
"'말하통'도 복지관이 고집해야 하는 사업은 아니다. 더 잘하는 곳이 있다면 그 곳이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복지관의 역할이다. 특히 지역복지팀의 일은 그러하다. 이 행사가 우리 팀이 집중해야 할 사업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구청 주민생활지원과가 이 행사를 맡고자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주민생활과 밀접한 일을 진행하는 곳이니 그 곳의 일로써 '말하통'이 더 어울리는 것 아닐까?"
급한 일, 중요한 일 진행하느라 정작 마땅한 일을 행하기 어렵다는 복지관 사업들.
그러나 노틀담복지관 김정훈 팀장님처럼 마땅함을 좇아 일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가슴 벅차올랐습니다.
귀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아오는 길,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뒤돌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듭 인사드렸습니다.
2009.4.9
* '말하톤' 관련 기사 http://nanumnews.com/sub_read.html?uid=9202§ion=sc212
첫댓글 지원이 아닌, 자체 수익구조를 만들어 운영하니 휘둘리지 않고 핵심을 잘 살릴 수 있어 더욱 좋네요. 복지관이 주체가 되기 보다,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준비하고 참여하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담당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함께 참여하고 싶어집니다. 나누어주셔 고맙습니다...^^
읽고 댓글로 생각 보태주셔서 고맙습니다.
11차 정예화캠프 복지예술단으로 활동했던 '수영'이가 노틀담복지관에서 아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네요. 전화로 반가운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인천이나 노틀담복지관 자주 가게 되는데, 소개해주세요. 가게되면 인사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오늘에서야 정독했습니다. 2005년도에 김정훈 팀장님이란 분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서,경,인 지역사회 장애인 재활 사업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의 모임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셨죠. 참 대단한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많은 기관들이 정부나 지자체, 기업 후원을 받는 부분에 대해 목숨(?)을 거는데, 그러한 지원금을 멀리하고, 지역사회로부터 참여하게 하고, 지역사회의 힘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더욱이 지역 주민들의 관계를 생각하고, 주민들이 지역을 생각하게 끔 주선하시는 김정훈 팀장님의 깊은 생각에 다시 한 번 감탄했습니다. 귀한 배움을 나누어 주신 김세진 선생님, 참 고맙습니다.
정수현 선생님! 읽어주고 댓글도 달아주니 고마워요. 다녀온 곳, 만남 사람과의 이야기 기록이 쉽지 않네요. ^^ 부지런히 해야하는데.. 문촌7복지관 선생님들과 나눈 이야기는 거의 정리가 되어갑니다.
임병광, 정수현 선생님~ 우리 두 번째 만남은 언제하면 좋을까요? 지난 번 들려주신 이야기 이어서 듣고 싶고 , 또 그 동안 있었던 이야기 듣고 싶어요.
빨리 만났으면 좋겠네요. 그 동안의 희망이웃 활동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다른분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 8월이 휴가시즌이라 모두 모이기는 어려울수도 있겠네요. 8월 초에 모일까요? ^^
저는 9월에는 토요일 외에는 어렵습니다. 평가와 행사들이 많아서..
낙엽이 불게 물들 10월에도 좋습니다. 풍경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오손도손, 한 해를 슬슬 정리하면서 일이야기, 사는 이야기 듣고 교제하고.. 아무때고 좋아요.
10월 좋지요~ 개인적으로 10월이면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땐 이야기 거리 많이 준비해서 가겠습니다.
제가 말한 내용을 제가 정독하였습니다. 김세진 샘(후배)과의 나눔에서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정리되고 내가 할일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 스스로 하고 싶은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장을 마려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전문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판을 만들게 하고 흐르게 하는 것,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작은 디딤돌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를 다시 바라보게 해 준 스승과 같은 후배 세진이에게 감사를 -- ㅋㅋ
별말씀을요. 푸른 솔밭에서 환대해주시고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