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전시회가 시작되는 목요일 아침에 아내와 함께 일찍 들어가서 하루 종일 관람했고, 전시가 끝나는 일요일 아침에도 문 열기 전부터 대기하고 있다가 들어가서 저녁때
나왔습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KOEX전시장 문앞에 서 있던 옛날 생각이 나서 사진을 한번 찾아 보았습니다.
밤을 새우고 꾀죄죄한 모습이었을텐데 무슨 생각에 이렇게 사진을 찍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아주 오래된 사진입니다.
원래 한쪽에서 높으신 분들이 테이프 끊고 들어올 때 한쪽에서는 빗자루로 청소하면서 빠져 나가는게 전시장의 숨은 모습이었거든요.

하여튼 목요일에는 어떤 업체들이 나왔나 하고 대충 정탐을 하러 갔었고,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자재마감을 확정지으러 갔습니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느낀 점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자재가 나오고 유행이 바뀌며 고급화되어 간다는 점입니다.
휴대전화가 진화하는 속도에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유행이 좀 당황스럽기도
하네요.
예를 들자면 예전에 도시에 있는 주택의 지붕이 시멘트기와에서 아스팔트 슁글로 변할 때, 고급주택에나 폼나게 쓰던 자재가 아스팔트 슁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아직도
아스팔트 슁글 쓰세요?”라며 괜찮은 주택에 쓰기에 좀 쪽팔리는 제품처럼 말하는 분을
보았습니다.
또 고급주택, 별장, 콘도등의 외벽을 마감하던 드라이비트도 그렇고 타일도 마루판도,
겉보기에는 방부목에 스테인 바른 것 같은 자재들도...
많은 자재들이 불과 이삼십년 사이에 급속하게 다양해지고 고급화가 되었습니다.
하긴 옛날로 따져도 강산이 두 세 번이나 변하는 세월이긴 합니다.
이런 변화로 주택이나 건축물의 질이 높아지고 편리해지는 순기능도 있겠지만,
전시회 출품의 반 이상을 수입자재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역기능도 있을 것
같습니다.
놀란 말처럼 뛰어서 달아나는 유행을 그때그때 따라 가자면 저의 짧은 가랑이가
찢어질테니 자재를 고를 때 신중하고 욕심을 최대한 억제하며 골라야 합니다.
그런데 일단 자재가 마음에 들어서 단가를 보면 너무 비싸네요.
에효~ 사람눈이 다 똑같습니다.
좋은건 알아가지고...
좋은 자재는 다 비싸고, 싸고 좋은 자재는 없습니다.
“돈이 없는데요. 싸게 잘 좀 해주세요.”
“마음 같으면 싸게 해드리고 싶은데, 만약에 저한테 그런 재주가 있었다면 발에 흙을
안 묻히고 다녔을거예요.”
싸게 잘 해달라고 부탁하는 고객에게 저 역시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곤 했더랬지요.
보통 인테리어 마감자재는 싼 것과 비싼 것이 다섯배에서 열배정도는 우습게 차이가 납니다.
시멘트와 철근, 뼈대를 이루는 건축자재들은 중국산이냐 한국산이냐, 강도가 어떠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겠고 인도네시아산이냐 중국산이냐에 따라 합판의 가격도 달라지겠지만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루판, 타일, 벽지, 수도꼭지같은 금구류, 위생도기류, 지붕재, 가구류등등
헤아리기도 숨찬 많은 마감재들은 가격이 너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고를 때 엄청 고민을
하게 됩니다.
지금부터 고르는 마감자재에 따라 제 집은 350만원짜리가 될수도 있고 천만원짜리 집이
될수도 있습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처음 터파기 부터 나중에 도배, 바닥을 시공하고 가구셋팅을 마칠 때까지 잠깐이라도 신경을 덜 쓰면 그 부분에서 꼭 말썽이 생깁니다.
작은 시행착오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참으면 되지만 크게는 손보기 어려운 하자가 발생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두고두고 후회를 하면서 집을 지어준 사람을 원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건축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중에 많은 분들이 여러 종류의 건축중에 주택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사무실이나 상가와 달리 집은 사람이 24시간 거주하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부분도
계속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푸념은 결코 엄살이 아닙니다.
주택은 공사규모는 작은 반면에 들어가는 공종은 수없이 많고, 그래서 한 공종 한 공종의
공사비가 너무 작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규모도 있고 잘 하는 업체와 일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재와 마찬가지로 잘 하는 사람은 인건비가 비싸고, 잘 하면서 인건비도 싸게 받는분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어딘가에 계시긴 계시겠지요.
공사규모가 좀 커져서 같은 주택을 동시에 여러 채를 지으면 이런 부분은 좀 수월해
지지만요.
지금부터 자재를 잘 골라봐야 될텐데, 처음부터 암초를 만납니다.
전시장을 들어가 먼저 서진공영 부스로 갔습니다.
일단 저희집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단열을 겸한 외부마감재입니다.
서진공영의 샌드위치판넬인 메탈콘으로 노출콘크리트 느낌이 나는 판넬입니다.

일반 샌드위치 판넬을 쓰면 마감을 따로 해야 하는데 이 메탈콘은 마감공사가 필요
없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금 제가 살고 있는집은 일반 샌드위치 판넬에 아라비안 브릭으로
마감했습니다.

그러니까 판넬에 메탈라스(그물처럼 생긴 금속판 이라고 보시면 됩니다)를 붙이고
시멘트 미장을 한후에 아라비안 브릭을 붙였습니다.
따로 마감을 하지않는 샌드위치 판넬에 통나무 문양이나 석재문양등을 프린트한 판넬을 보면 상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메탈콘판넬은 무광으로 프린트된 상태가 조잡하지 않고 잘 만들었더군요.
결속부분 디테일도 좋습니다.
판넬을 고정시키는 셀프스크류가 노출되지 않도록 만들어 졌습니다.
으악~ 잘 만든만큼 비쌉니다.
두께 100mm 메탈콘판넬이 제곱미터당 3만원이라니~
만 몇천원짜리 평판으로 시공하고 마감을 따로 하는 것 보다는 싸겠지만 그래도 제곱미터당 3만원은 예상을 많이 벗어나네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집의 좌측매스의 벽체는 메탈콘판넬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자재로 집 전체를 마감하면 좀 단조로울 수 있으니 우측매스의 벽체와
지붕은 유로징크 판넬로 결정했습니다.
오히려 유로징크 판넬은 제곱미터당 28.000원으로 메탈콘판넬보다 더 싸네요.


근래 많이 쓰는 징크판이 보통 제곱미터당 시공가격이 십만원이 넘을텐데 이 징크판넬은
그것과는 다릅니다.
이름에 징크가 들어가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징크(Zinc, 아연)는 아닙니다.
그리고 느낌은 징크판보다 못하지만, 모든 부분에 쓰고 싶은 자재를 쓰기는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많은 부분에서 성질을 좀 죽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ㅎㅎ
내식성이 어떨지는 공장 기술진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겠지만 일반 샌드위치 판넬도 그리
쉽게 부식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으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원래 지붕은 일반 샌드위치 판넬위에 방수쉬트/ 아스팔트 슁글 또는 금속기와 정도로
시공하려다가 이 유로징크 판넬을 본 후에 급 변경을 했습니다.
유로징크 판넬의 구조가 따로 방수쉬트가 필요 없겠더라구요.
이 판넬도 역시 셀프스크류가 감춰지게 되어있으며 물이 타고넘지 않도록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또 슁글비용도 빠질테니까 공사비가 적잖이 절감이 되는데, 다만 판넬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집안에서 들릴지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빗소리가 뚱땅거리면 큰일이지요.
전시장에서 만난 사장님께 100mm천장/ 100mm지붕을 쓰겠다고
말씀드리니까 빗소리는 전혀 걱정하지 말라 하십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또 일반적인 판넬에 창문을 설치할때는 아연도 U -바를 사용해서 시공하고 U -바 위에 따로 마감이 들어가니까 상관이 없는데 이 메탈콘 판넬은 자체가 마감이라 U -바가 노출이 되면 안됩니다.
창호시공 디테일이 궁금해서 사장님을 붙들고 물어봤지만 잘 모르십니다.
사장님은 좋은 물건만 만드셨지 시공은 잘 모르시고, 같이 나와있는 직원도 판넬용 창호를 쓸때의 쉬운 방법외에는 속 시원히 답변을 못해주네요.
전시회 끝나고 다른 기술진과 미팅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다음은 난방배관 방식입니다.

엑셀파이프를 깔고 미장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건식시공 방법입니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건식으로 시공하는 난방배관 방식은 여러 회사에서 나왔지만 한번도
써본적이나 남이 쓴 현장도 본 경험이 없습니다.
시공비 포함 제곱미터당 130.000원이라니 악 소리 납니다.
그런데 이런 공법에 시선이 끌리는 이유는, 검증되지 않고 같이 일해본 경험이 없는
설비공과 일하기가 좀 겁이 나서라고 할까요?
어쨌든 이런 공법을 쓰게 되면 이미 나와 있는 자재의 성능이나 내구성, 시공편의성,
하자발생의 위험성등을 검토해야하는 반면에 기술력이나 성품을 겪어보지 못한 분들과 처
음 만나 같이 일을 하는데서 오는 위험성이 적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 공법을 쓰려면 바닥면이 어느 정도 평활해야될 것 같은데 슬라브타설 때 그런 평활도를 만들기는 힘들 것 같으니 바닥미장이 한번 필요하긴 할 것 같습니다.
슬라브위에 미장으로 바닥을 평활하게 만들고 단열재 깔고 건식판넬시공순서로 말예요.
그러면 슬라브에 단열재 깔고 배관하고 미장하는것과 순서만 바뀌는건데...
다만 엑셀파이프와 마감재 사이에 얇은 발열체 보호판만 있는구조라 금방 따뜻해지고 시공이 편하고 빠른 장점이 있기는 한데...
그럼 슬라브 타설 때 더 신경을 써서 바닥의 평활도를 유지하고 미장공정을 빼볼까 하는
궁리를 하면서 아직 확정짓지 못했습니다.
거실에 액센트월은 월스타일로 마감하려 합니다.

우레탄폼 소재로 표면은 실크느낌이며 컬러풀하고 화려한 색상까지 다양하게 있는데
자재가격이 제곱미터당 십만원이라니 10제곱미터, 백만원 이내로 써봐야 겠습니다.
비싼만큼 느낌이 좋습니다.
창호업체도 많이 나왔는데 가격과 성능이 대부분 비슷해 보입니다.
PVC 슬라이딩창호와 오르내리창을 혼용하고 유리는 22mm 페어글라스
(로이유리/아르곤 가스/ 그린유리)를 쓰려고 합니다.
몇 군데 비교하다가 LS시스템창호가 마음에 들어서 평면을 펴놓고 견적을 받다가 관람객이 많아서 나중에 창호리스트를 팩스로 보내 견적을 받기로 했습니다.
창호에 시공용날개가 있어서 메탈콘판넬을 시공할 때 U -바를 가려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 깊이 검토 해봐야 겠습니다.

오른의 주방 싱크대를 보았습니다.
가전제품과 후드를 포함하면 미터당 대략 800.000원선이랍니다.

깨끗하고 단순한 백색의 디자인에 오렌지칼라의 오픈선반과 손잡이만으로 충분히 포인트가 됩니다.
마음에 쏙~드는데 싱크대 사제업체의 제품과 한번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사제업체에서도 90%이상 느낌을 낼 수 있을걸로 봅니다.
같은 회사 오른의 붙박이장입니다.

자(尺)당 146.000입니다.
가격은 120.000원정도면 좋겠다고 바래보는데 막상 계약할 때 조금
할인해 줄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