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꽃] 10
S#1. 민경의 거실(아침)
이모 : (청소기 밀고 있다)
S#2. 민경의 방
민경 : (커어튼 열러 놓고 창밖 내다보고 서 있는/아직 완전히 다 밝지는 않은 상태/방안은 꽤 어둡다).....
E-밖에서 이층 화장실 문 여닫기는 소리.
민경 : (소리에 잠깐 돌아보다가 움직여 침대 옆 전화기 쪽으로 가 보턴/정신 번호 누른다)
E-벨 가는 소리...
민지 : (F) 네에 여보세요..(잠에서 아직 안 깬)
민경 : 형부 일어난 거 같아. 화장실 들어간 거 같으니까 / 샤워 내 방에 와서 하라 그러구 내려가 커피 만들어 올라와.
민지 : (F) 살어난 거야?
민경 : 엉 살었어.
민지 : (F) 알었어.
F-전화 끊는 소리
민경 : (수화기 놓고 침대에 걸터 앉아서)........
S#3. 이층 거실
민지 : (잠옷에 로브 입고 나와 화장실 문에 대고) 형부 일어나셨어요?
강욱 : (E) 어 어 일어났어.
민지 : 언니가 샤워 언니 방 꺼 쓰시래요.
강욱 : (E) 됐어. 고마워. 샤워 안할 거야.
민지 : (아래 층으로 내려간다)
S#4. 거실
민지 : (내려 와 주방으로)
이모 : (청소기 미느라 못보고 있다가 보고) 웬일이냐아? 오늘 일요일 아니니?
민지 : 언니가 깨웠어요. (아웃)
이모 : 민경이 깼어?
민지 : (E) 깼어요.
이모 : (청소기 끈다)
S#5. 주방
민지 : (봉투에 갈아 놓은 커피 가루 계량하면서 들어오는 이모에게) 커피 드셨어요?
이모 : 아냐 내꺼두 만들어.
민지 : 살어났대요. 목소리두 나졌어. 형부 챙기는 거 보니까 괜찮아진 거 같아요.
이모 : 같이 자면서 이서방이 낫게 해줬겠지..
민지 : ? (돌아본다) 누가 같이 자요?
이모 : 민경이랑 같이 잘 사람 누구니.
민지 : 아이구 이모는 맨 생각하는 게./ 아파 다 죽어가는 사람 놓구 무슨 상상을 하세요/
이모 : 왜 그렇게 앞서 달려? 무슨 상상이라니?
민지 : (흘기며) 그만둬요. 이모 소질있는 거 다 알아요.
이모 : 이러구 가정부 살이해? 시집을 가두 열두 번은 갔지.
민지 : 형부 손님 방에서 주무셨어요.확실해요.
이모 : 그거야 알 수 없는 거고...월장도 해 이것아.
민지 : 월장이 뭐에요?
이모 : 무식하기는 쯔쯔. 이렇게 무식하면서도 너 대학생이지. 담 뛰어 넘는 게 월장이다.
뛰어 넘을 담도 없는데 식은 죽 먹기 아니냐 그 뜻이야.
민지 : 에으에으.
S#6. 민경의 방
강욱 : (타월 들고 들어오며) 잘 잤어?
민경 : (창에서 돌아보며) 샤워 여기와서 하라니까.
강욱 : 가서 하지 뭐. 세수만 했어. (움직이며)
민경 : (의자 있는 곳으로 움직이며) 불 좀 켜.
강욱 : 어/ (불 켜면서) 그런데 이 수건 어떡하니. 내가 쓴 거 그냥 걸어 놀 수도 없고..바구니 없더라.
민경 : 아무데나 던져 놓지. (수건 빼내 제 욕실로 가며) 민지 커피 만들어 올 거야....
(수건 제 욕실에 던져 놓고 오며) 잘 못 잤지.
강욱 : 그럭저럭 잤어..너는...
민경 : (의자에 앉으며) 목 떨어진 꿈꿨어. 앉어.
강욱 : (앉으며)..그게 뭐야..
민경 : 살로메 앞에 바쳐진 세례 요한 목처럼 쟁반에 얹혀진 내 목을 니가 들고 있더라.
강욱 : .....(보는)
민경 : 슬퍼하지도 않구 놀란 얼굴도 아니구 무덤덤하게...
강욱 : 개꿈야.
민경 : 개꿈두 어떻게 이 상황에 그런 꿈을 꾸니. 니가 나를 잘라버렸다는 거 아냐.
강욱 : 개꿈이라구. (일어나 화장대로 가며) 얼굴 당긴다. 니 꺼 좀 쓸게.
민경 : 거기 파란 물 발라...
강욱 : (얼굴에 화장수 바르고)
민경 : ......(가만히 보면서)...강욱아.
강욱 : (머리 손질 하며)..응.
민경 : 우리 결혼하는 거....조금 밀자.
강욱 : (돌아본다).......왜.
민경 : 너 지금...결혼할 상태 아니잖아.
강욱 : ......(보며)
민경 : 기다리는 편이 나은가...
강욱 : .....(보며)
민경 : 태어나서 처음 그런 생각이 든다....사는 게...쓰디쓴 약 삼키는 거 같다는 생각...
강욱 : ......(보며)
민경 : 어떻게 하는 게 나을까...(보며) 니 생각은 어떠니.
강욱 : .....(보다가 와서 앉으며) 니가 결정해...어떤 쪽이든 나는 상관없어...
민경 : (시선 피하며) 그래 너는 상관없겠지. 내가 결정해야겠지. ....
E-노크
강욱 : 네에.
민지 : (커피 쟁반 들고 들어온다) 언니두 마시지.
민경 : 엉
강욱 : 언닌 쥬스 갔다 주지 왜.
민경 : 아냐. 됐어 커피 먹구 싶어.
민지 : (머그 놓으며) 커피 먹겠다는 거 보니까 다 낫구나.
민경 : 응 살만해.
민지 : 잠자리 바꿔서 잘 못 주무셨죠.
강욱 : 아냐 잘 잤어.
민지 : 간 맞춰 드세요.
강욱 : 고마워.
민지 : (나가고)
강욱 : (머그 집어 드는데)
민경 : (안 보는채) 걔는 ...굉장한 집에 가기루 돼 있드구나.
강욱 : ....(본다)
민경 : 그 집에서 알면 어떻게 될까.
강욱 : ....(보며)
민경 : 다 까발려 그 결혼 못하게 만들겠어.
강욱 : (보며) 잊어 버려.
민경 : (본다) 간단하구나.
강욱 : 노력하기로 했잖아. 같이 노력하기로.
민경 : (좀 토라지는) 짜증 피지 마.,이것도 노력의 한 단계라구 생각해.
강욱 : 짜증 아냐. (하며 커피 올리는데)
민경 : 벌써 싫잖아 너. 그 기집애 욕하니까 싫잖아.
강욱 : (마시고 내리며) 끝내기로 한 얘기는 깨끗하게 끝내. 피차 불편하잖아.
민경 : 글세 언제 쯤 깨끗하게 끝낼 수 있을까. 그 기집애 신문에 내주구 망쪼 들게 만들구 싶은데.
강욱 : (머그잔 내려놓으며 오버랩) 너 그 사람 전화 번호 어떻게 알었니.
민경 : ?.......(보는)
강욱 : 너하구 나 둘이 해결보면 되는 문제야. 다시는 그 사람 괴롭히지 마.
민경 : 너 안 만났다구 했잖아. 만나자 그러대?
강욱 : 내가 만나자 그래서 만났어.
민경 : ?....니가?
강욱 : 완전히 정리한다 그랬어. 우리 결혼한다구.
민경 : (오버랩 머그 집어 커피 끼얹어 버린다)
강욱 : ?.......
민경 : 그딴 보고 할 필요 어딨어 너. 그 기집애가 뭔데 그 보고하러 만나.
강욱 : (그냥 보는 위에)
민경 : (E) 마주 앉아서 눈 맞추고 얼마동안 무슨 얘기 했니.
같이 살고 싶어 환장하겠는데 내가 놔주지를 않아서 별 수 없다고 했니?
민경 : 마음은 언제까지나 영원히 니꺼고 껍데기만 결혼하는 거니까 섭섭해하지 말라고 했니?
그 얘기하는데 임진강까지 가서 하루 왼종일 걸렸니?
강욱 : (조용히 일어선다)
민경 : 너 안 만났다 그랬잖아! 왜 거짓말 해 너! 왜 거짓말 해애!
강욱 : (오버랩의 기분) 소리지르지 마. 소리지르는 거 질색야...문제 확대시키지 말구 진정해.
임진강은 나 혼자 갔어. (하고 문으로)
민경 : 너 어디가. (부들부들).
강욱 : (돌아보며) 옷 갈아 입으러.
민경 : 그래 그 기집애는 소리 안 지르겠지. 소리 지를 일이 뭐가 있어.
좋아 죽구 못사는 미친 것들인데 나처럼 소리 지를 일이 뭐가 있냐구.
강욱 : 말 좀 골라 써. (하며 돌아서는데)
민경 : (오버랩) 상것들한텐 상말이 마땅해. 뭐가 불만야.
강욱 : ....(돌아선채 그대로 있다가 그냥 나가버린다)
민경 : .......(입 꽉 다물고 강욱이 나간 문 보다가 한손 이마로 올리며 허물어지는)......
S#7. 거실
강욱 : (계단 다 내려 왔다)
서 : (티비 켜놓고 앉아 있다가 돌아본다)
강욱 : 안녕히 주무셨어요.
서 : 애는 어때.
강욱 : 많이 회복됐습니다.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서 : 아침 하는데 어딜 가. 뭐 바쁜 일이라두 있는 거야?
강욱 : 네 좀 일이..
이모 : (주방에서 나오며) 아침 먹구 가. 다 됐어 먹구 가 응?
강욱 : 아니 저 실은 아침 약속이에요. 죄송합니다 이모님. 나가서 먹어야 해요.
서 : (오버랩) 정치꾼도 아니면서 무슨 조찬 약속이야. (못마땅해서)
강욱 : (보는)..
이모 : (강욱 옆에서) 정치꾼만 아침 약속 하라는 법 있수? 할 수 잆지 뭐 그럼. 이 서방 잘 먹는 알찌게 끓일려구 했는데...
강욱 : 다음에 먹여주세요.
이모 : 그래. 얼마든지...
강욱 : (엄마 쪽으로 목례하고 현관으로)
이모 : (따르며) 애썼어. 고생했어 응?
강욱 : 그럼..
이모 : 어 잘 가.
강욱 : (나가고)
이모 : (돌아서는데)
서 : 무슨 남이냐?
이모 : ?
서 : 애썼어 고생했어는/당연히 할 일 한 거에 무슨 그렇게 극상 치하야.
이모 : 어이구 참 백년 손이랬수. 하기 좋은 말 듣기두 좋구 다 민경이 위해서요.
솔직히 말해 나는 언니한테 저런 사위가 무슨 복인가 싶수..
서 : 뭐야?
S#8. 빌라 주차장.
S#9. 강욱의 차안
강욱 : .......(운전석에 앉아서)....
S#10. 민경의 방
민경 : (그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입 꽉 다물고 시선 조금 옆 아래로 하며 자괴와 슬픔)........
S#11. 빌라 주차장 차안.
강욱 : .......(있다가 이윽고 시동 걸어...출발)
S#12. 뜨는 강욱의 자동차...
S#13. 종혁의 거실
@ 부자가 같이 회장의 골프채 손질하면서/
종혁 : 종욱이네는 둘째애 가졌대요. 잘 못 먹든데요?
최회장 : 그렇다더라.
노여서 : (물 갖고 나오다가 오버랩) 그래서 그 소리 듣구 뭐 느낀 거 없어?
종혁 : 아무 것도 못 느꼈는데요.
노여사 : 제 자식이 아우들 자식한테 형님형님하게 생겼는데 쯔쯔.
최회장 : 그놈 회사는 잘 굴러가는 모양이더라.
종혁 : 네...고비는 넘긴 모양입니다. 금년에는 매출을 꽤 높이 잡구 있던데요.
최회장 : 매출이 문제가 아니라 이익이 문제지.
종혁 : 워낙 기초 투자가 많이 들어서 몇 년 동안은 이익에 욕심낼 처지가 아니랍니다. 밤낮 친구들하고 놀러만 다니더니.
노여사 : 애 됨됨이는 종섭이보다 걔가 나요.
최회장 : 지현이는 잘 어울리냐?
종혁 : ?
최회장 : 다 제대루 가정교육들 시켜 보냈다구는 하지만 내 보기에는
종욱이 댁이나 종섭이 댁이나 또 종혁이 댁이나 푸근한 애가 하나두 없어. 우리 집안이 장차 그게 문제야.
남의 집 며느리 얘기할 게 아니라 우리 집에 들어오게 돼 있는 애두 푸근한 구석이라고는 없지만..
노여사 : 그 나이에 푸근하기는 쉽지가 않어요.
최회장 : 그래두 소질은 보이지 왜...소질은 보이는 법이야.
노여사 : 우리 애는 아직 너무 어려워만 해서 그렇지/ 보면 싸가지두 있구 배려두 있구 그래요. 하나 보면 알지 뭐.
최회장 : 그럼 다행이구....제일 늦게 들어오는 애/먼저 들어와 자리잡은 애들 사이에서 물에 기름 돌 듯 안하게
니가 자주 자리 좀 만들어 주고 또/어디까지나 손위라는 인식 확실히 심어줘라...요즘 애들 맹랑해서 알수 없어.
종혁 : 네..알겠습니다.
노여사 : 느이 아버님이 저 말씀 왜 하시는데...나 시집 와 고생 좀 했지.
최회장 : 그런 소린 할 거 없고.
노여사 : 모두 다 한다하는 집안 딸들 아니니 느이 작은 어머니들.
종혁 : 네.
노여사 : 어이구 참 그때 생각을 하면 우습지두 않어. 나하나 가장자리루 비잉빙 돌리면서 우습게들 구는데
최회장 : 그만둬. 애한테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지금 꼼짝들 못하면 됐잖어.
노여사 : 당신 며느리 내꼴 당할까봐 당신이 먼저 시작하셨어요.
최회장 : 됐어 그만 하라구.
최회장 기사 : (현관에 들어와서) 회장님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최회장 : 어 집어 너라.
종혁 : 네..(일어나 백에 골프채 집어넣고 기사도 들어와 거든다)
최회장 : (물 마시고 옆에 두었던 상의 집어들며 일어선다)
노여사 : 무리하지 말구 대충 치구 들어오세요. 괜히 욕심부리다 다치지 말구요.
최회장 : 내일은 내가 알어서 해. 잔소리 좀 그만해.
노여사 : 따끈이 붙이는 거 잊어버리지 말구요.
최회장 : 날 다 풀렸어. 그거 붙일 정도 아냐.
종혁 : 날씨 아주 좋겠어요 아버님.
최회장 : 그렇지? 바람만 없는 거 같구. (의자 빠져 나가며)
종혁 : 네...
최회장 : 지현이 불러 저녁 먹으까?
노여사 : 좋지요.
S#14. 대문 앞.
기사 : (앞서 나와서 골프채와 가방 싣고)
부자 : (나오고)
최회장 : (자동차에 오르고)
종혁 : (뜨는 자동차에 인사하고)
@ 뒤이어 대어지는 종혁의 자동차.
종혁 : (내리는 기사에게) 가서 쉬어 내가 하께.
기사 : 알겠습니다.
종혁 : (자동차로 오르고)
S#15. 시내를 달리는 종혁의 자동차.
S#16. 운전하고 있는 종혁...
종혁 : (문득 시디 넣으면)
M-클래식.....
@ 크게 표는 안 나지만 어딘가 여유로운...
S#17. 사슴 목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자동차./목장.
@ 철망수리에 매달려 있는 아버지/한수/괜히 서있는 엄마/진이/저만큼 차 앞유리로 보이고.
@ 그 옆에 대어지는 자동차.
종혁 : (내린다) 안녕하십니까. 저 왔습니다.
지현부 : 어 어서 와.
한수 : 오셨어요?
종혁 : 어. (아는체하고) 수리할 게 많으세요?
지현부 : 전체적으루 한번 다 점검하는 거야...멀쩡한데두 사고가 난단 말야..
지현모 : 사슴 한 마리가 도망갔다네. 소 잃구 외양간 고치기지 뭐.
종혁 : 그래요? 지현이 사슴 도망갔다 소리 안하든데요.
지현부 : 뭐 얘기했으면 잡아다 줄라구?
종혁 : 하하..아뇨.전 몰랐다구요.
지현모 :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있어. 당신 그만 한수한테 맡기구 들어갑시다.
지현부 : 얘 혼자 힘들어 못해.
한수 : 들어가세요. 저혼자 할 수 있어요 아버지.
S#18. 지현의 마루.
지현모 : (들어오며) 얘 아직두 자니?
초희 : (마루 늘쩡거리고 닦다가) 아직 기척 없는데요?
지현모 : (지현의 방으로 가며) 최서방 왔다. 현식 애비 뭐해.
초희 : 몰라요. 누워서 책 보던데..(마루 닦는).....
지현모 : (지현 문 열려다 돌아보며) 최서방 왔다니까. 걸레들구 그만 일어나구 애비 나오라 그래.
초희 : 알었어요...
S#19. 지현의 방
지현모 : (들어오며) 얘...지현아....(다가들며) 몇시에 잤길래 이래 얘가...지현아 지현아...
(머리l까지 뒤집어 쓴 이불 조금 걷어내면서)
지현 : .....
지현모 : 얘 좀 봐. (흔든다) 얘 얘..지현아.
지현 : (몸 뒤집으며) 밥 안먹어어어..깨우지 마아아아. 나 여섯시에 자기 시작했어요오.
지현모 : .....(깨우는 게 안 쓰럽다)....(좀 보다가) 얘애.
지현 : (오버랩) 아유우 왜 깨워어어 나 좀 내버려둬요오오.
지현모 : 최서방 왔어어...
지현 : ...
지현모 : 일어나야지 안 일어날 거야?
지현 : ....(눈 뜨며)...
@ 한편 마루에서 들어온 종혁/아버지/지태 인사 나누는 소리들리고
지현모 : 일어났다가 보내구 다시 자...응?........아니 뭐하느라 여섯시까지 안자...대충 한 두세시가지만 하구 자지
무슨 먹구 살 일 났다구 여섯시까지 안자 그래.....정신 차려 응?
지현 : 아후우우우 싫어 죽겠어어어어.
지현모 : (잇새로 공기끌어들이는) 시잇/ 들어.
지현 : (일어나 앉는다) 왜 전화두 안하구 자기 멋대루 와아아. 여기가 자기 집야?
지현모 : (가볍게 등짝 때리며) 얘가?
S#20. 마루
지현부 : 아침은 먹었어? (앉으며)
종혁 : 네 먹구 움직였습니다.
지태 : 앉어.
종혁 : 네.
초희 : 그럼 뭐...차는 뭐....
종혁 : 아무 거나 주세요...아무 거든 상관없어요.
지태 : 귤차 좀 끓이지.
지현부 : 그래 그거 좋겠다. 우리 진이 제주도 즈이 친정에서 보낸 무공해 귤이 있어.
종혁 : 네에..
초희 : 녹차두 있구요.
종혁 : 귤차 마시죠.
초희 :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시간이 괜찮아요?
종혁 : 네 괜찮습니다 시간 많아요. (초희 움직이는데/한편)
지현모 : (부어터진 지현 등 가볍게 밀면서 나온다) 얘가 새벽 여섯시에 잤다네.
지현부 : 홀랑 샜어? (지현은 그냥 화장실 쪽으로)
지현모 : 홀랑 샜대요.
지태 : 최서방 왔어. 아는 척이나 하구 들어 가.
지현 : (그냥 들어가고)
지태 : 쟤가?
지현모 : 얘기했어. 지금 제 정신 아냐.
지태 : 제 정신 아니래두 아는 척은 해야죠오.
종혁 : 놔두세요. 자는 거 깨우면 화나요..괜찮습니다.
지태 : 자네 애 너무 봐줘서 저래.
S#21. 화장실
지현 : ........(세면대 두 손으로 잡고 고개 꺾고 있는 위에)
종혁 : (E) 봐주는 게 아니라 저두 자는 거 깨우면 화내거든요...제일 싫은 게 자는데 깨우는 거에요.
지현부 : (E) 그래 자는 데 깨우는 거 반가운 사람 없어. 그건 나두 그래 허허허허
S#22. 지현의 방
지현 : (세수하고 들어온 참이다. 타월 아무렇게나 화장대에 놓으면서 멍하니 거울 보는).......
(그러고 있다가 스킨 병 집어들어 따르는데)
종혁 : (들어온다)...
지현 : (그냥 바르는)
종혁 : 미안한데? 밤새는지 몰랐지.
지현 : (얼굴 두드리는데..그것도 힘이 없다)....
종혁 : (뒤로 가 어깨에 손 얹으며) 밤 왜 샜어...쓰느라구?
지현 : (밀크로션 병 집으며 조금 끄덕이듯)
종혁 : 밤샐 정도로 급박한 것도 아닌데 왜 벌써부터 밤새고 그래. (거울 속의 지현 보며)....음?
지현 :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로션 얼굴에 찍으면서)
종혁 : (손 떼고 의자 쪽으로 가며) 그거 낮에 하면 안돼? 낮에 쓰고 밤엔 잠 자야지.
사람이나 짐승이니 밤에는 자도록 돼 있는 거야. 그게 리듬이라구. (의자에 앉아 지현 쪽으로 돌며)
지현 : ......(그냥 바르는)
종혁 : 정신 차리고 나가자.
지현 : ?
종혁 : (연결) 나가서 밥먹고 우리 서해안 갔다오자.
지현 : ?....(해서 돌아본다)..어디요?
종혁 : 겨울 바다 보러 가자구. 바빠서 이번 겨울엔 바다두 못 봤어...겨울 바다 볼만하잖아...
강릉 갈려고 했는데 아버님이 저녁하시재. 시간 댈려면 강릉은 불가능해.
지현 : 나 여섯시에 잤어요.
종혁 : 알아. 차에서 자면 돼...가는 동안 자고 오는 동안 자고 그럼 돼. 편안하게 자도록 운전해 줄테니까 걱정 마.
지현 : 다음에 가요. 난 자야 해요. (화장대로 돌아 앉으며)
종혁 :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약속 있어.. 오늘 못 가면 겨울이 끝나.
지현 : (빗 들며) 그럼 혼자 가요.
종혁 : .....(보는) 차에서 자면 되잖아.
지현 : (머리 빗으며/조금 짜증) 차에서 자는 건 자는 게 아니에요. 집에서 자는 거 하구 차에서 자는 거 하구 종혁 씨는 같아요?
종혁 : .....(보며)
지현 : 그럴 생각이면 어제 얘기했으면 좋았잖아요. 그럼 밤 안새구 잤죠.
종혁 : 아침에 눈 뜨면서 당신하고 같이 겨울바다 보러가고 싶어졌어.
지현 : .....(빗 떨어트리며/바닥이 아니라)
종혁 : 혼자가 아니라 같이.
지현 : (오버랩의 기분) 꼭 가야해요?
종혁 : 가야 해.
지현 : (빗 놓으며) 좋아요 가요 그럼. (하고 발딱 일어나 장문 여는데)
종혁 : (아주 낮게) 당신 이거 뭐하는 거야.
지현 : (옷 꺼내며) 꼭 가야 한다면서요.
종혁 : (낮게) 지금 미운 놈한테 떡 내던지는 거야?
지현 : ?.....(돌아보는)
S#23. 달리는 차안.
종혁 : (불쾌해서 운전하는/눈 부릅뜨지 말고)....
지현 : (옆 자리에 시선 내리고)
종혁 : .....기대서 자.
지현 : .......
종혁 : 자라구.
지현 : 됐어요. 안 졸려요.
종혁 : 졸려 죽을 것처럼 그랬잖아. 갑자기 왜 안 졸려. (앞 보면서)
지현 : .....
종혁 : ......
S#24. 종혁 회사 주차장으로 들어와 멎는 자동차.
S#25. 차안.
종혁 : (키 뽑고 문 열며) 내려.
지현 : 여기가 바다에요?
종혁 : 바다 안 가. (내려서 자동차 앞 돌아 지현 쪽 문 열어준다).....
지현 : (내린다)...
종혁 : ....(잠깐 보다가 지현의 손 잡아 끌 듯이 하고 건물로)
지현 : ....(끌려가듯 하며)...
S#26. 회사 회의실..
종혁 : (들어와서 돌아보며)..들어 와.
지현 : (들어온다)
종혁 : ...왜 이러는 거야. 나한테 왜 이래.
지현 : ......(보는/크게 반발하는 건 아님)
종혁 : 이 세상 누구도 나한테 당신처럼 함부로 안 굴어. 왜 이래.
지현 : ...(보던 것 그만둔다)
종혁 : 가족 모임에도 싫다/좋아 그건 내가 양보해줬어. 그래서 나 혼자 한짝 젓가락으로 나갔었어. 전혀 유쾌하지 않았어.
그 자리에 안나오겠다는 당신이 신경 쓰여서/신경이 쓰이다 못해 결국은 여자들 자리 비켜 달래 놓고
종혁 : (E 돌아보는 지현 위에) 녀석들한테 뭐라 그랬는지 알아? 여자들 당신한테 까불지 말게 하라 주의줬어.
(지현 입 벌어지고) 그 녀석들
종혁 : 무슨 얘긴지 이해 못하는 채 알았다고 약속했어. 집에 들어가 여자들 모두 한방 씩 먹었을 거야.
지현 : (오버랩) 그게 무슨 유치한 짓이에요.
종혁 : 유치해?
지현 : 내가 언제 그래 달랬어요. 왜 그런 짓을 해요? 기막혀...말도 안되는 고자질이나 해서 말 듣게 한다구
얼마나 우습게/생각하겠어요.
종혁 : 나 바본줄 알아? 그 화살 당신한테 가게 그렇게 처리했을 거 같아?
지현 : 다른 사람두 바보 아니에요. 어떤 식으로 처리했든 다 알아요.
종혁 : 그랬어 내가 보기에 늬들 건방지다.
지현 : 달라지는 거 없어요.
종혁 : 어쨌든/어쨌든 그런데/ 바다 보러 가자는 것도 해주기가 싫어 미운 놈한테 떡판 내던지는 것처럼 그래야겠어?
지현 : 밤샜다구 했잖아요. 나 체력 그렇게 안 좋아요. 밤새구 난 아침에 바다보러 달려갈 만한 에너지가 없단 말예요.
종혁 : (오버랩) 문제는 태도야. 웃는 얼굴로 미안하지만 지쳐서 도저히 못 움직이겠다.
좀 자게 해주면 안되겠냐 그럼 안되는 거야?
지현 : ....
종혁 : 귀찮고 싫어서 죽겠는 얼굴로 혼자 가라. 꼭 가야 되냐 /성질 팍 피면서...왜 그래.
지현 : 자는 사람 깨워서 바다엘 가자는데 웃을 만큼 나는 마음이 좋질 못해요.
종혁 : .....(보며)
지현 : 신경질 쟁이구요.
종혁 : .....앉아.
지현 : ....
종혁 : (의자 빼서 앉으며) 앉으라구.
지현 : (앉는다)....
종혁 : 밤샌 줄 모른 사람야.
지현 : 마루에 앉아있을 때 알았잖아요.
종혁 : ....(보는)
지현 : 신경질 핀 거 미안하지만 ...태도는 왜 밤낮 나만 문제가 돼요. (보며) 잠자는 사람 강제로 깨워놨으면 안되구
미안한 거 아니에요? 아무 상관없이 바다가자./ 차에서 자라/꼭 가야 한다. 강요면서 명령이고/
나는 꼼짝없이 싫어도 따라야 하고...결혼을 하는 건지 노예로 팔린 건지 모르겠어요.
종혁 : ......(보며) 좀 심한 거 아냐?
지현 : (고개 돌리면서) 그럴 때면 먼저 기분이 나빠져요. 기분 나빠도 웃을 수 있을만큼 유능하지 못해요.
종혁 : ......(보며)
지현 : .......(안 보며)
종혁 : 나는 당신 적군이 아냐. 경쟁 상대도 아냐. 당신과 나는 하나야.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나야. 그래야 해.
지현 : 종혁씨래야 하는 거죠..
종혁 : 그렇지 않아.
지현 : (오버랩) 아무리 죽겠어도 바다 가자 그럼 어머 좋아요 산에 가자 어머 산에 가고 싶었어요
종혁 : (오버랩) 억지 쓰지 마. 그런 여잘 원했다면 당신이 아니야.
지현 : (오버랩의 기분) 그런 여자는 심심할테니까요. 나같은 애 잡아서 그런 여자로 길 들이여 놓고 즐거워 할려구요.
종혁 : .....(보다가) 말 안된다....너하구 말 안된다.
지현 : ....(안 보며)
종혁 : 무서워 어디 살겠니. 잠 좀 깨워놨다구 이러니 무서워 어떻게 백년을 같이 살겠냐구.
지현 : ....(시선 아래로 내리며 일어서는) 바다에 가요...가고 싶으면 가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종혁 : .....(보며)
S#27. 시내를 달리는 종혁의 자동차..
S#28. 차안.
지현 : ...안가요?
종혁 : .....(그냥 운전)
S#29. 사슴 목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종혁의 자동차...
S#30. 차 대는 곳에서 돌려지는 자동차.
S#31. 차안.
종혁 : ....(앞 보며) 내려....잠이나 자라.
지현 : .....(앞 보며)
종혁 : 내리라구.
지현 : (돌아보며) 바다 못 가서 어떡해요.
종혁 : (앞 보는채) 바다는 내년에도 거기 있고 후년에도 거기 있어....나중에 가지...
지현 : ...미안해요...성질 부려서...
종혁 : (돌아보며) 솔직히 김은 상당히 새....이제 쯤은 내 독선이나 독단 같은 약점...품어줄 때도 되지 않았어?...
당신은 송곳으로 아프게 찌르기만 하지 추호도 이해하고 봐주지는 않아. 비판하지 말라는 거 아냐...
동지의 비판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이야.
지현 : 종혁씨도 내 일 갖고 뭐라 그럴 땐 동지 같지 않아요.
종혁 : .....(보다가 픽 웃으며 고개 돌리고) 한 마디도 안져. 한 마디도. (하며 다시 보며) 당신은 공 같애. 치면 튀어올라./
치는 강도 만큼 튀어 오르지...재미있어...
지현 : 나 갖고 공놀이 하는 거에요?
종혁 : ?...(보다가 고개 돌리며 조금 소리내어 웃는다)
지현 : 너무 때리지 말아요. 코까지 튀어 올라 코피 터뜨릴 수도 있으니까.
종혁 : (돌아 보며)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잠만 자. 다섯시까지 차 보내께.
지현 : 내가 가께요. (차 문 잡으며)
종혁 : 운전하지 마. 타구 와...인사 생략한다.
지현 : (내린다)...
종혁 : ....(출발)
S#32. 나가는 자동차와 보는 지현....
지현 : (돌아서 집 쪽으로 움직이며 자신도 한심하고 종혁이도 한심하다)....
S#33. 지현네 마루
지현 : (들어온다)
지현모 : (북어 찢으며) 어디 갔다 와?
지현 : 그냥 드라이브...(제방으로 움직이며)
지현부 : (축산협회보 같은 것 보다가) 밥은..
지현 : 안 먹었어요...언니 우동 있어요? 우동 같은 거 먹구 싶어요.
초희 : 남었는지 모르겠네...현식이가 정신없이 끓여 먹어서..
지현모 : 아 얼른 일어나 찾아봐. 없으면 한수 나가 사오라게.
초희 : 에에...(일어나 움직이며) 시장두 보긴 봐야 해요...
지현 : 없으면 그냥 국수 좀 뜨겁게 만들어 줘요...잔치 국수 있죠 왜..
초희 : (E) 어디 찾아 보자구요...있네. 있어요 아가씨.
지현 : (들어가려다 돌아보며) 그럼 부탁해요 언니.
초희 : (E) 네에에에..
지현 : (들어가고)
지현부 : 애 데리구 나가 어째 밥을 안 먹였어..
지현모 : 그러게...문 연 식당이 없나아. (시계보며) 열시 밖에 안됐네요.
지현부 : 이제 열시야?
지현모 : 에에..
현식 : (숙제 들고 나오며) 나 여기서 숙제 해야지...
지현부 : 어? 그래...그래 이리 와.
현식 : (배 쭉 깔고 엎드리는)
지현모 : 아이구 눈 나뻐져. 상두구 왜 그래. 일어나 일어나.
S#34. 지현의 방
지현 : (침대에 걸터 앉아서)......(상의만 벗어 놓고...앉은채 벗은 듯한).....
S#35. 강욱의 오피스텔
강욱 : (식탁에서 혼자 맛없는 밥 먹고 있다...볶음밥 같은 것).........(먹다가 스프 그릇 집어 마신다)....
S#36. 지현의 방
지현 : (책상에 앉아서 생우동 먹고 있다)......
E-전화벨
지현 : ...(전화 돌아보고 받는다)...네에..엉 나 집에 있어 왜애?
S#37. 작업실
현경 : 아니 나 뭣 좀 해볼까 그래서 나왔거든...유자두 나와 있다 얘...집에 있을 거야?
유자 : (두드리며) 웬만하면 나오라 그래. 저녁에 영화나 보자.
현경 : 웬만하면 나오지 그러니? 유자가 저녁에 영화 보재.....그래?...뭐하느라 못 자?
유자 : (돌아보고)
현경 : 어머머 진짜 너 진짜 일부 탈고했단 말야?
유자 : 웬일야 완행열차가?
현경 : 완행 열차가 웬일이냐 그런다.
S#38. 지현의 방
지현 : 완행열차 급행으루 바뀌었다 그래....몰라아 그냥 써지는대로 냅다 써 제꼈어. 다듬구 고르느라 애 안 쓰고 일단 되는대로
메꿔보자 그랬더니 한 시간에 평균 열장씩은 나가더라.....놀랠 거 없어. 유자는 한 시간에 이십매두 쓰구
미치면 삼십매두 쓰잖아.. 어 자야 해. ..안돼 저녁에는 성북동 가야 해.
S#39. 작업실
현경 : 그렇구나 알었어 그래.
유자 : 나오라 그래.
현경 : 잠자구 오후엔 성북동 간댄다..그래 그럼 자...어 적당히 있다 들어가든지 아니면 유자랑 영화나 보러 가든지.....
내가 할게 뭐 있니. 나대로 미니 뚜껑한 번 열어볼까 해서 나왔는데 얘 아무래도 안되겠어.
내 애기가 아니라 그런지 점도 안 찍어진다.
유자 : 원고 보내 보라 그래. 우리가 한 번 보게.
현경 : 어 지현아 너 팩스로 좀 보내 볼래? 나 디게 궁금한데 응?
S#40. 지현의 방.
지현 : 아냐...다듬어야 해. 낼 갖구 나갈께...엉..싫어...최소한 실밥 정리는 해야잖어...
몰라 제대로 꿰매진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엉...엉 그래...응 안녕..(끊고 다시 먹으며 눈이 다른 생각으로 달리는)...
S#41. 강욱의 오피스텔 복도.
강욱 : (볶음밥 그릇 내놓고 문 닫는다)
S#42. 오피스텔 안..
강욱 : (들어와서 욕실로)
S#43. 욕실
강욱 : (들어와 칫솔에 치약 짜서 입에 넣는데)
E-차임벨
강욱 : (나간다)
S#44. 오피스텔
강욱 : (나오며) 네에 누구세요!
서탁 : (E) 세탁물 가지러 왓는데요 선생님.
강욱 : 아 예 잠깐 만요...(큰 비닐 봉지 찾아내서 벗어 두었던/민경이에게서 커피 세례 받은 양복과 와이셔츠 등
아무렇게나 구겨 넣으며 문으로 움직이는데)
S#45. 민경의 방
민경 : (쿨쩍쿨쩍 울고 있다) 이모 나 돌겠어어..(이모에게 옆으로 앉아)
이모 : 아 글세 말을 해 이것아...왜애...왜 돌겠냐 말야....돌겠다돌겠다 소리만 하지 말구 말을 하라니까아?
민경 : 돌겠어어어어어
이모 : ...(보다가) 얘가 나까지 돌게 만들래나..왜 그래 글쎄 뭣때매 돌아 니가아.
민경 : 엄마한테 말 안할 거지?
이모 : 할 일이면 하구 안할 일이면 안하구.
민경 : 안돼..엄마가 알면 강욱이 영 놓쳐..엄만 알면 안돼애..
이모 : ..이 서방이 뭐...이서방한테 무슨 /...뭔데에.....
민경 : (침착해지며 숨 한번 흐느낌 처럼 끌어넣으며) 걔 바람났어 이모.
이모 : ?......(너무 놀라서 하얗게...믿어지지 않는다)...뭐어?
민경 : (이모에게 고개 돌리며) 바람났어....딴 기집애 생겼어..
이모 : 얘..얘 너 뭐 잘못 아는 거 아냐? (소리 극도로 죽여서/문 쪽 보면서) 늬 엄마 알면 화산 터지구 지진나구 우리 다 죽는다.
너 소리 낯춰. 얘 우리 목욕탕으루 들어 가자. 아니 이불 속이 낫겠다. 이불 속에 들어가 얘기하자.
일어나. 침대루 올라가자구 어서 응?
민경 : 괜찮아요...조용히 얘기하께...
이모 : 내가 큰 소리 낼까봐 그래 내가/이게 무슨 날벼락야. 너 괜히 생사람 잡는 거 아니니?
아니 그럴 사람을 갖구 그런 말을 해야지 내가 믿지이. 얘 나는 남자가 애 낫다는 소리보다 더 안 믿긴다.
확실한 거야? 확실한 증거가 있냐구우.
민경 : 그 기집애 내가 만났는 걸?
이모 : ? 뭐야?..진짜란 말야 그럼?! (자기도 모르게 버럭 했다가 황급히 문 쪽 보며 제 입 막는다)
S#46. 아래층 거실
서 : (전화하고 있다 웃어가면서) 김사장 왜 이래. 내가 그 땅을 지금 왜 팔어...글세 땅 못팔어 몸 다는 사람두 아니구/
도로 낸다구 잘라간 땅 보상금 받은 게 봐 언젠데/...내용 아는 사람이 땅 팔라 소리 해? 오늘 낼 공사 착수할텐데
바보 아닌 담에 지금 그 땅을 왜 팔어 내가....아이구 여러 말 할 거 없어. 김사장이 땅 쥔이면 그거 지금 팔겠어?....
아니면 됐어. 별 싱거운 사람 다보겠네 살다살다.
S#47. 민경의 목욕탕
민경 : (욕조 안에 책상다리 하고 앉아) 작가야. 방송작가. (안 보는채)
이모 : (역시 욕조 안/민경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작가?...아니 작가씩이나 되는 년이 뭐 할 짓이 없어 남의 남자한테 침바른다디.
민경 : 강욱이가 ...완전히 가 버렸어...쟤 쉽게 안 잊을 거야. 내가 알아.
이모 : (오버랩의 기분) 얘 작가라면 보나마나 모과같이 생겼을텐데.
민경 : 모과 아니야.. 이뻐. (오버랩) 아냐 정말 이뻐/ 나 보다 훨씬 어리구..훨씬 이뻐...
이모 : 예 까짓 인물은 별거 아냐. 늙으면 다 똑같이 한심해.
그래서 이서방 그 자식 뭐라는 거야. 그 기집애때매 너 찬밥 만든대? 너하구 안한대?
민경 : 말로는 정리했대..다시는 안 만난대...그런데...그래 놓구두 또 만났드라구...
이모 : .....야 당장 때려 치워.
민경 : (얼굴 틀며) 강욱이 없이 나 안되는 거 이모 몰루?...나 걔...정말 좋아해...내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굴지 정말 몰랐어..
나 싫다면 그만이지..마음 변한 남자 놓구 이러니 저러니 하는 유행가 내가 얼마나 경멸했었는데...
지금 내가 유행가 그 자체야 이모.
이모 : ...(보다가) 그러게 더러운 게 정이구 사랑이라는 거야......(좀 더 보다가) 별일이다아..나는 이서방은 믿었다아?
세상에 이건 물구나무 서서 거품 뿜구 죽을 일이네 원. 빌어먹을 놈. 얌전한 강아지 부뚜막에 올라간다더니 어이구 기막혀..
민경 : (오버랩) 아까 걔..(한 손으로 눈 가리면서) 커피 끼얹어 내 쫓았어요...없었던 일로 넘어가야지...
그러는 걸루 이겨내야지 하면서...그게 안돼...문득문득 목졸라 죽여 버렸음 좋겠어....죽이구 나두 죽었으면 좋겠어어..
이모 : ...(보다가 껴안는다)....너 이서방 없으면 안된댔지...그럼 그러면 안돼...더어 잘해주고 더어 웃어 주고 속으로는 정말
죽이고 싶게 미워도 겉으로는 흘러가는 것처럼 애교 떨구 이쁜 짓 해야 하는 거야... (떼고 보며) 어떡할 거야
이 서방 없이는 못산다면서. 그럼 잡아야지. 잠아서 붙잡아 매야지 응?. 당분간 창자 빼서 어디 치워. 나 창자 없시다 하고
그저 잘해. 잘해줘. 저도 양심이 있으면 설마 니가 왜 그러는지 알겠지. 알면 느낄 거야. 느끼면 돌아설 거구. 응?
민경 : 이모 나 머리 자를까?
이모 : ..머리는 왜.
민경 : 그 기집애..머리가 단발이더라구..
이모 : ....(가여워서 보며)...
민경 : 글세 내가 이렇게 됐다니까?
이모 : (안아준다)
S#48. 오피스텔
강욱 : (누워서 )......(우두커니처럼)
S#49. 지현의 방
지현 : (컴퓨터 켜 놓고 간밤에 쓴 원고 보고 있다...간간이 수정 하면서)...
지현부 : (E) 너 안자?
지현 : ?..네 왜요 아버지.
S#50. 마루
지현부 : (지현의 방 가까이) 성북동 간다면서 왜 안자...왜 안자구 톡톡톡톡 그래....
지현 : (E) 네에 잘 거에요...
지현부 : 얼른 자....그만 해..
S#51. 지현의 방
지현 : 네 알았어요. (문서 저장 하고 침대로 파고 들어가 눕는다)......(눈 뜨고 있다가 문득 몸 일으켜 전화 디이얼 찍는다)
E-벨 가는 소리.
종혁 : (F) 네에.
지현 : 어디 있어요.
종혁 : (F) 운동하고 나와 밥 먹는 중야. 안 자고 뭐해.
지현 : 미안해요.
S#52. 호텔 테라스 커피숍
종혁 : (혼자 스파케티 정도 먹으면서) 됐어.
지현 : (F) 그냥 순하게 따라 나설수도 있는데...너무 피곤한데 그러니가 찌증이 났어요.
종혁 : 왜 그러는지 알아. 나를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짜증 먼저 나는 거야....
그런 줄 알면서 데려 오는 거니까 따지고 보면 당신한테 블레임 걸 필요 없는 거야.
지현 : (F) .....
종혁 : 부정 안하지?...좋아. 상관 안해. 나만 좋으면 되니까. 아직 나를 다 몰라서 그래....
나는 자신 있어. 잠이나 자. 끊어 나 밥먹어. (끊는다)
S#53. 지현의 방
지현 : ...(전화 내리며)....
F.O
S#54. 민경의 거실
민지 : (학교 갈 차림으로 문 열며) 어서 오세요.
강욱 : (들어서며) 음.
민지 : 언니 밥 먹구 옷입으러 올라갔어요. 나중에 뵈요.
강욱 : 응 그래..(올라서고)
민지 : (신신으러 내려서고)
이모 : (주방에서 나오며) 어서 와 이서방. (날아갈 듯) 아침 안 먹었지? 먹구 나가 내가 차려 줄게 응?
강욱 : 아니에요. 토스트 해 먹구 왔어요 괜찮아요.
이모 : 그래? 그럼 올라가 봐. 오늘은 애가 한결 개운한 모양야. 다 난 거 같아.
강욱 : 네에. (하고 이층 쪽으로)
이모 : (강욱 움직이자 이내 얼굴 험악해지면서 강욱 등을 쏘는)...
서 : (E) 국 식었어. 국 새로 줘.
이모 : 어이구 손은 맛사지하는데 밖에 안 쓰지 그저. (돌아서며)
S#55. 민경의 방
강욱 : (문 연다)
민경 : (옷 입다 돌아보며) 어서 와.
강욱 : (들어서며) 괜찮아?
민경 : 괜찮아졌어. 아침 먹지 왜.
강욱 : 먹었어. .... 왜 화장두 안 했어.
민경 : 나가자. (앞서며)
S#56. 거실
@ 내려오는 두 사람.
서 : (소파에 앉으려다 돌아 본다)...
민경 : 다녀 오께요.
서 : 일찍 끝내고 들어와 쉬어...
민경 : ..알어서 할께요....(현관으로 가며) 이모오 저 나가요.
이모 : (E) 그래애.
S#57. 빌라 주차장과 입구.
@ 나오는 두사람.
강욱 : 놨는데 내 차 타구 가.
민경 : 아냐 키 줘. ..(손 내밀며)
강욱 : 괜찮겠어?
민경 : 줘.
강욱 : (키 주고)
민경 : (받아서 제 차 쪽으로 가 문 열고 오른다)...(시동 걸고)
강욱 : (시동거는 것 보고 제 차로 오른다)
@ 나가는 민경의 차와 강욱의 자동차.
S#58. 민경의 자동차
민경 : ......(운전하면서)
S#59. 강욱의 자동차
강욱 : .....(운전하면서)
S#60. 작업실
지현 : (팔장기고 창에서 거리 내려다 보고 있다).........
M-에프엠 방송/곡명 소개 중..이어서 음악으로
지현 : (꼼작도 않고 서서).....
유자 : (들어온다)...일찍 나왔네?
지현 : ....? (돌아보며) 어 너두.
유자 : (움직이며) 언제 나왔어?
지현 : (창에서 떨어져 커피 메이커로 움직이며) 지금 막/커피 앉히구 기다릴 정도. 영화 뭐 봤어?
유자 : 영화? 어 영화 안 봤어. 현경이랑 그냥 뭉개다가 여덜시쯤 짜장면 먹구 들어갔는데 그게 체해서 죽는 줄 알었다.
지현 : 급하게 먹었어? (커피 따르며)
유자 : 아냐 그렇지두 않았는데 그렇드라구. 내가 잘 체하잖아.
지현 : (머그 집어주며) 오늘은 봄이드라.
유자 : (받으며) 나는 봄이 더 젬병야. 바람이 기분나쁘게 춥잖아. 너 사월에두 눈 날리잖니. 춘설.
지현 : 그래. 춘설이 난분분하니 올똥말똥하여라 그런 시조 구절 있지 왜.
유자 : (마시고 내리면서) 너 태국 가서 성형외과 의사 만난 거 아니니?.
지현 : ?...무슨 소리야?
유자 : 아니 왜 너 오자마자 전화번호부에서 성형외과 의사 찾아 통화했었잖아. 너 그때 분명히 여행 어쩌구 안 그랬었니?
지현 : (책상으로 움직이며 오버랩의 기분) 그게 태국하구 무슨 상관야.
유자 : 상관있는 거 아냐?
지현 : (테이블에 머그 놓고 앉으며) 상관없어,....성형에 대해서 뭐 좀 알아볼려구 연락했었는데 의사가 여행중이었어....
돌아왔을 때쯤 됐겠다 싶어서 연락했던거야.
유자 : 그래?...나혼자 괜히 상상력이 발동했었구나. 문득 그 생각이 나잖아. 아아 태국에서 얘가 성형외과 의사 본 적 있다.
지현 : 작가 아니랄까봐.
유자 : (컴퓨터 켜며) 않더라구. 너 분명히 통화했는데 그 남자는 니 성도 이름도 연락처도 니가 뭐하는 앤지도 모른다
좀 이상하긴 했어.
지현 : (키이 조작하며) 머리 안 복잡해? 한가하기두 하다.
유자 : (제 책상으로 움직이며) 누굴까 너 찾는 사람.
지현 : 관심없어.
유자 : (앉으며) 성북동은 어떠니.
지현 : ? 뭐가 어때?
유자 : 아니 그 정도 부자 집 분위기는 어떤가 궁금해서...우리같은 사람 그런 집안 잘 모르잖아. 너는 큰 도움 될 거야...어떠니.
지현 : 종혁씨네 경우에는 좀 무거워.
유자 : 어떻게 무거워?
지현 : ...(좀 생각하다가) 무거워.
유자 : 너 쪼니?
지현 : 쫄아. (화면 보면서) 많이 쫄아.
유자 : 부자라서?
지현 : 그거보다두...우리 집하군 분위기가 다르니까...일 도와주는 아줌마랑 처녀랑
그런 사람들 움직이는 거 부터가 긴장돼 있으니까 나까지 덩달아 그렇게 돼.
유자 : 불편하겠다..그거 어디 살겠니.
현경 : (들어온다) 어 나는 내가 일등일줄 알었는데?
지현 : 어서와
유자 : (지현과 함께) 너 어제 짜장면 괜찮았니?
현경 : (움직이며) 왜 뭐가?
유자 : 난 체해서 죽을 뻔 했어.
현경 : 면발이 너무 굵네 가느네 짜장이 시큼하네 어쩌네 트집이 많더라. 너 체할 줄 알었다 내가.
너 프린트 했어? (커피로 움직이며)
지현 : 어 해주께. (한번 더 훑어 보고)
E-전화벨
유자 : (냉큼 받는다) 네에...어머 종혁씨 안녕하세요. (필요보다 더 반색) 네 도착해 있어요.
(지현 돌아보며) 오늘은 나보다 더 일찍 나와 있던데요? ...네 기다리세요. 지현아. (전화 건네지고)
지현 : 나에요.
S#61. 종혁 회의실
종혁 : 응 그래. 댕큐. 그럼 일해. (직원들 들어오기 시작) 나 회의 시작해야 해. (전화 끊으며) 앉읍시다. 신나게 시작합시다.
모두 : (적당히 기분 좋아하면서 자리에 앉고)
@각자 몇장씩 프린트 된 종이 들고 들어오기를
종혁 : 업무협의 말야. (프린트 물들며) 업무계와 정보계에 대해서 말인데
심 : 정확하게 어떤 인원이 붙어서 해줘야 하는 거죠?
김 : 자금이나 회계나 인사관리나 이런 사람들이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종혁 : (오버랩) 그렇게 하지 말고 여기서는 영업지원팀 플러스 경영관리팀 플러스 영업 전산팀이야. 업무계는 거의 모든 파트가
다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구. 그러니까 김부장이 실제로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모든 걸 아주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해.
그런데 내 생각에는 업무협의 기간이 너무 짧은 거 아닌가 해. 특히 이 정보계 쪽도 이거 갖구는 아마 안될 거야.
심 : 그럼 딴 거랑 계속 오버랩하면서
종혁 : 오버랩 돼두 상관없어. 왜냐면 업무협의 하루 종일 하는 거 아니잖아. 하루 한시간이나 삼십 분씩만 하면 돼. 그리고/
각팀별로 일에 대한 플로워 차트를 만들어서 모든 일이 시작되는 데서부터 끝까지/우리 회사 전체 안에서 자기가 하는 일/
만약 내가 채권 쪽이라면 채권 쪽 거래의 모든 프로세스를 플로워 차트로 그려 본 다음에 일을 하자구. 아직 인적 구성이
다 안돼 있으니까 어느 정도까지는 신경을 써 줘야 해. 그럼 큰 실수는 없을 거야.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자구.
S#62. 강욱의 진찰실
강욱 : .....(책 보고 앉아 있다)......
E-노크
강욱 : ?...네에.
민경 : (들어와 문닫고 보며).......(문께 서 있는)
강욱 : ....(보다가 책 놓으며) 환자 없어?
민경 : (그대로 선 채 보며) 애들이 나 아프다구 한 시간 비워 놔 줬어...
강욱 : 잘했네.. (하고 일어선다)
민경 : ......(소파로 가 앉으며) 청주에는 언제 갈 거니.
강욱 : 이번 토요일에 갈까 해..
민경 : (안 보는채) 서둘지 말자...식 올리는 거...당분간 미루구....시간을 버는 게 좋을 거 같아.
강욱 : ......이유는.
민경 : (보며) 이대로 결혼식장에 들어가 서 있으면 ..너무 서글플 거 같아....웨딩드레스 입고 우는 신부는 되고 싶지 않아.
강욱 : (외면하는)
민경 : 지금 상태로 결혼해서...신혼여행은 어떨 거 같니...결혼 생활은 어떨까...물론 너 나한테 신경 써 잘해주겠지.
그렇지만 전처럼 저절로 해주는 게 아니라 노력으로 하는 거 보일 거야...그렇게 잘 해 받으면서 내가 편하겠니?...
그렇게 시작하기는 싫어.
강욱 : .....(돌아보는)
민경 : 너 ...어느 정도는..다는 아니래도 한 육십 정도는 나한테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 때...그때 하자....
사십 정도는 무시해치우고 견딜 수 있을 거 같아.
강욱 : ....(소파로 움직여서 앉으며 안보는 채) 민경아....
민경 : ....말해.
강욱 : 예정대로 진행하자....그게 더 나아....
민경 : 머리 속에 온통 딴 여자 들어있는 너하구 한 집에서 사는 건....셋이 사는 거 아니니?
..둘 반 정도는 참겠는데 셋은 참기 어려워.
강욱 : 딴 여자....나가라구 했어...곧 나갈 거야...
민경 : ....(보며)
강욱 : ....(보며) 어차피 우리 두 사람...설레임으로 시작한 사람들 아니야....우정 같으면서 형제애 같으면서....그런 거 아니니?
민경 : 그래. 그렇게 시작했는데 언제부턴가 나는 니 뒤통수만 봐도 설레기 시작했어.
강욱 : ....(보며)
민경 : 우리의 비극은 그 점이야...나 혼자 너를 설레면서 좋아하는 거.
강욱 : 나두 너 좋아해.
민경 : 형제처럼 친구처럼...
강욱 : 열정은 어차피 식게 마련야....부부는 형제같고 친구 같은 게 최상이야..
민경 : (외면하며) 그렇다면 나는 너를 백퍼센트 이해해야 하겠구나....친구한테/ 형제한테 다른 사람 생겼다고
질투에 눈이 멀거나 그러지는 않는 법이니까...
강욱 : ....(보며)
민경 : 오히려 축복하고 고무시켜 줘야겠구나.......(돌아보며) 얘기했지 나는 멋있는 여자이고 싶다구....이럴 때 멋있으려면....
그래 나는 너를 사랑한다..그런데 너는 다른 여자가 좋다니..사랑하는 사람아. 니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가서 행복해라...
그래야 하는데 나는 너한테 커피나 끼얹구 있어.
강욱 : (오버랩의 기분) 그냥 진행하자.
민경 : ....(보며)
강욱 : 진행하자. 그게 나한테 좋구 너한테 좋아.
민경 : ....(보며)
강욱 : 성실하께...약속해....실망 안 시키께....
민경 : ....(보며)
S#63. 병원 식당
민경 : (들어오며 명랑하게) 어어 냉이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간호사1 : 은정이가 갖구 왔어요 선생님. 할머님이 장호원 숙부 댁에 가셨다가 밭에서 깨 오셨대요, 완전 무공해 자연 냉이에요.
민경 : 그래서 향이 이렇게 환상적이구나. 할머님 고맙습니다.
간호사2 : 그런데 우리 할머니 냉이 뜯어 오시구 병나신 거 있죠. 병원 가셨어요.
민경 : 저런. (상 건드리며) 우리 병원비 드려야하는 거 아냐?
간호사2 : 호호 아니에요.
간호사3 : (밥공기 갔다 놓으며) 선생님 많이 편찮으셨나봐요.
민경 : 어 좀 혼났어.
간호사4 : 그런데 (국그릇 갖다 놓으며) 선생님 더 이쁘세요.
민경 : 그래? 그럼 쭉 아파야겠네? (들어오는 강욱)
강욱 : 이게 무슨 냄새에요. 냉이국 끓였대. 아니 참 국이니 찌개니. (국 들여다 보며)
간호사1 : 국이에요 선생님.
민경 : 국이래. (앉으며)
강욱 : (앉으며) 오동잎 떨어지는 걸로 가을을 안다더니 냉이 향기로 봄을 알겠군 응? 배고프네..어서 빨리 앉아요 들.
간호사들 : (적당히 대답하고 앉는다)
강욱 : 기도하세요. (기도 끝나고) 감사합니다.
모두 : 감사합니다. (먹기 시작)
간호사3 : 우리 선생님 아프시시구 더 이뻐지셨죠.
강욱 : (좀 찔리지만).....그런가요? (민경 보며)
민경 : 그런가요? 모르겠는데요?
모두 : (웃고)
민경 : 먼저 대수술한 환자 참 경과가 어때?
강욱 : 누구
민경 : 여행 갔다 와서
강욱 : (오버랩) 아아..잘 회복되구 있나봐. 별 말 없는 거 보면.....제주도 친구네 가 있대....
부기두 많이 빠지고 멍도 가셔가는 중이래.
민경 : 좀 신경쓰였었어...피곤한 채 수술 해서.
간호사1 : 우리 선생님 손은 신의 손인데요?
민경 : 신의 손?
간호사2 : 네 신의 손요.
민경 : 그러셔?..신의 손이세요?..그런 줄 몰랐네에?
강욱 : 나도 몰랐네에?
모두 : (적당히 웃고)
강욱 : 그런 소리들 하지 말라니까.
간호사3 : 안간호사 어제 양가 부모 상견례 했대요 선생님.
민경 : ? 그랬니?
간호사4 : ..네..
민경 : 그래 분위기 어땠어? 양쪽 부모님들 다 괜찮게 생각하셔?
간호사3 : 부모님들은 괜찮은데 고모가 한 분 아주 골 아프더래요.
간호사4 : 언니이(하지 마)
민경 : 왜애?
간호사3 : 아니에요..
간호사1 : 기막히게 좋은 혼처 수두룩하게 놔두고 자기 조카가 돌았다 그러드래요.
민경 : 어머..상견례 자리에서 그게 무슨 발언이야? 아주 무식하구나아. (강욱 돌아보며) 이 선생은 그런 고모 (하다 멈춘다)
강욱 : ....(먹으며 딴 생각하고 있는)
민경 : .....(보다가 덮어 버리고 간호사 들에게) 이 선생 지금 밥먹으면서 주무신다. 그래서 뭐라 그랬어? 그냥 당하기만 했니?
(하면서 강욱 돌아보면)
강욱 : ...(그대로)..(민경과 강욱 위에)
간호사1 : (E) 그냥 당했대요 글쎄, 나같으면 한방 쏴줬을건데.
간호사2 : (E) 뭐라구 쏴요?
S#64. 작업실
지현 : (배달시킨 피자 식탁에 나누어 놓으면서) 현경아 불안 해....뭐라고 말 좀 해 봐.
현경 : (프린트 된 원고 넘기면서) 다 됐어. 기다려.
지현 : (냉장고로 가면서) 내가 왜 널 심사위원을 만들어 놓구 이렇게 떨까.
현경 : 나만한 심사위원이 어딨냐. 쓰지는 못해도 보는 눈은 날카롭다는 거 아니냐.
유자 : (테이블에서 일어서며) 날카롭지..
지현 : (냉장고에서 캔 콜라 세 개 꺼내다 놓으며) 알아 줘야지.
유자 : (식탁으로 옮겨 앉으며) 너는 차라리 방송비평으로 도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현경 : 돈이 돼야지 돈이.
유자 : 넌 뭐 돈 걱정 할 거 없잖아.
현경 : (원고 탁 덮으며) 박지현 파이팅.
지현 : ? (콜라 캔 집어들다가 돌아본다)
현경 : (원고 들고 테이블 쪽으로 움직이며) 지금까지 니가 쓴 대본 중에 최고야. 탁월해. 완벽해. 놀랬다.
지현 :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얘기해.
현경 : (원고 테이블에 놓고 식탁으로) 장난 아냐. 너무 좋아. 도입두 좋구 전개두 신선하구 극성두 강하구
군더더기 없구 덜그럭거리는 데두 없구 좋아 아주 좋아.
지현 : 진짜야?
현경 : (앉으며 피자 조각 집으며) 너 된다 저거. 두고 봐 너. 저 작품으로 너 계약작가 될테니까. 왕창 불러.
소신 껏 왕창 불러서 나 십퍼센트만 주라.
지현 : 헛소리 하지 말구 너 진짜루 얘기해. (좀 화내듯)
현경 : 얘들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더라? 진짜로 얘기하면 헛소리로 듣구 헛소리는 진짜로 듣구 머리들 정말 나쁘다 늬덜?
지현 : 진짜야?...진짜 나 좋아해두 되는 거야?
현경 : 너 잘 써. 잘 쓴다구 그랬잖아.
유자 : 대중성과 오락성이 없을 뿐이지. (약간 시큰둥)
현경 : 그런데 이번 껀 그것두 충분해.
지현 : 그래?. 신경을 좀 썼거든. (서둘듯 앉으며)
유자 : 신경 쓴다구 돼?
지현 : 어렵게/나만 아는 얘기 안되게 애 썼거든. 선명한 사진 같아졌어. 기분 좋아. (신나게 먹으면서)
유자 : 나는 좀 보면 안되니?
현경 : 뵈주지 마. 쟤 보구 초치면 너 못 써.
지현 : 아냐 현경아. 초치는 얘기두 필요 해. 그래 너 좀 봐 줄래?
유자 : 어 보께. (하는데)
E-도어 벨..
모두 : (현관 돌아보는)
유자 : 누구야.
현경 : 네 누구세요! (먹으며 벌써 일어서며)
이모 : (E) 실례합니다.
현경 : (움직여 도어 연다)..네..무슨 일로 오셨죠?
이모 : 여기 방송작가들 작업실이라 그러든데요.
현경 : 네 맞아요. 누구 찾으세요? (여전히 먹으며)
이모 : 박지현씨라구
현경 : (오버랩) 아아. 지현아 손님 오셨어 들어오세요. (벌써 돌아서며).
지현 : ?..(해서 일어서는)
이모 : 그럼 잠깐 실례하겠어요. (하며 들어선다)...
지현 : ....(다가 가며) 저를 찾아 오셨어요?
이모 : .....(보며)
지현 : 제가 박지현인데요.
이모 : (느닷없이 따귀갈기며) 그래 니가 박지현이냐?
유자 : (놀라서 튕겨지듯 일어나고)
현경 : (동시에 달려들며) 여보세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모 : 무슨 짓? 나 할만한 짓이야.
현경 : (중간에서 지현 밀어 내면서) 너 저리 가. (해 놓고는) 나가요 나가 주세요.
이모 : 나가? 못 나가. (소파로 움직이며) 너 이리 와. 나 무식한 사람 아냐.
그렇지만 남의 남자 가로채는 기집애한테는 이게 어울려. 이리 와.
유자 : ?
현경 : (E 유자 위에 오버랩의 기분) 여보세요.
현경 : 일하는 작업실이에요. 빨리 나가요. 경찰 불러요?
이모 : 경찰? (앉으며) 그래 불러라 불러. 불러!
현경 : 허...허 기막혀 무슨 이딴 아줌마가 있어/.
이모 : 이딴 아줌마구 저딴 아줌마구 너한테 볼일 없어 너 이리 와 앉어.
현경 : 야 너 일일구 불러. 정신 병자 실어가라구 일일구 불러 빨리.
지현 : (이모 쪽으로 움직이며 오버랩) 현경아 가만 있어.
이모 : 그래 불러 부르라구. (지현과 함께)
지현 : (이모 앞에 서서) 누구세요. 신분부터 밝혀 주세요.
이모 : 나 민경이 이모야. 됐니?
지현 : 나가시죠. 나가서 얘기해요.
이모 : 여기서 얘기하는게 나을텐데. 더 많은 사람들 한테 망신 당하는 거 보다 응?
지현 : (앉으며) 늬들 자리 좀 피해 줄래?
유자 : 어 그래. (하고 움직이려는)
현경 : 얘 나 못 나가. 안 나갈 거야. 다짜고짜 주먹질부터 하는 아줌마 뭐 믿구 너 혼자 두구 나가니.
나 안나가. 야 너두 나가지 마. 그냥 있어.
유자 : 지현이가 나가라잖아.
현경 : 내 맘야.
지현 : (오버랩) 모두 일하는 중이에요. 빨리 끝내구 가 주세요. 원하는 게 뭐에요.
이모 : 너 이강욱이 누군지 알구 이강욱한테 침 바르니.
지현 : ....(그냥 보며)
이모 : 이강욱이 허민경 약혼자야. 걔들 고등학교 때부터 사랑한 사이야. 식만 안 올렸다 뿐이지 결혼한 부부나 같아.
너 끼어드는 바람에 어떻게 됐는지 알아? 내 조카 병나서 쓰러졌어 이 여우같은 기집애야.
(현경은 부지런히 전화 번호 찾고 있다)
지현 : 그건 댁의 사정이구 댁 사정 같은 거 내가 알 바 아니에요. 이 강욱 씨 천치 바보 아니구 그 사람 내가 납치해서
가둬 놓구 논 거 아니에요. 해결 볼 게 있으면 이강욱씨하구 직접 해결 보지 나한테 와서 이럴 문제 아니지 않나요?
이모 : 최소한 양심두 없는 물건이구나 이거. 어디서 고개 빳빳이 들구 이게/(하며 달려드는)
지현 : (피하고)
현경 : (전화기 보턴 눌러 놓고 기다리다) 여보세요!
이모 : 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 말 잘들어.
S#65. 민경의 진찰실
E-울리는 전화벨
민경 : (테이블 위 치우다가 이내 받는다) 네에 허민경입니다.
현경 : (F) 허민경 선생 이거 밖에 안돼요?
민경 : ? 누구에요.
현경 : (F 오버랩) 나 한 작업실 쓰는 사람이에요. 자기 문제 자기가 해결하지 무식한 이모까지 보내구 이래야 해요?
민경 : ?..
현경 : (F) 빨리 저 아줌마 좀 치워요. 별꼴을 다 보겠어 정말!
민경 : 지금 거기 계세요?
현경 : (F) 있어요 행패 부리고 있어요.
민경 : 좀 바꿔요 바꿔 주세요.
S#66. 강욱의 진찰실
강욱 : (신문 뒤적이고 있다)
S#67. 작업실
이모 : 안 받어 그냥 끊어.
현경 : 받아요 바꾸래요.
이모 : 니 신상에 좋을 거야. 오늘은 이쯤하구 가지. (일어나며) 일들해야 한다니까..(의자 벗어나며) 그런데 어떤 작품들 썼어요?
내가 본 게 있나? 뭐 썼지요? 제목만 말해 봐요. 나 연속극 많이 보는 사람이에요.
현경 : (문 벌컥 열고) 가시죠.
이모 : (현경 흘겨보며 나가고)
현경 : (문 꽝 닫는다).....
지현 : (두 손 얼굴에 붙이면서 터지는 울음)....
유자 : ......(보며)
현경 : (보며).....
E-수화기에서 흘러 나오는
민경 : (F) 여보세요..여보세요..
유자 : (그냥 수화기 얹어 버린다)
지현 : (불현 듯 일어나 가방 집어 들고 빠르게 나간다)
현경 : (쫓아나가는) 지현아...얘 지현아...
유자 : ....(닫기는 문 보며)...
S#68. 복도.
현경 : (좇으며 잡으며) 지현아..지현아.
지현 : 걱정마. 바람 쐬구 들어오께..(승강기 쪽으로)
현경 : (보며).....
S#69. 지하 주차장
지현 : (나와서 자동차로 오른다)...
S#70. 시내를 달리고 있는 지현의 자동차 안.
지현 : (전화들고 있다).....(울면서)
강욱 : (F) 네에.
지현 : 지현이에요...보구 싶어요...지금 만나구 싶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