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그림책 『구부러진 길』 이준관 시/ 장은용 그림 (온서재)
2016년 광화문 글판에 걸렸다.
구부러진 길을 가다 보면 민들레도 사람도 만나고 하천도, 꽃도 보게 되며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길은 ‘빨리’가는 직선보다 ‘천천히’ 돌아가는 곡선이다. 패스트푸드보다 슬로우푸드처럼, 만드는데 오래 걸리는 음식이 몸에는 더 좋은 것처럼, 살아가는 인생이 힘들고 굴곡이 있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며 지혜를 키우자.를 의미한다.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라는 시각적 표현과 어머니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청각적 표현, 삶을 이야기하는 함축적 표현이 좋아서, 그림책으로 초등 고학년 아이들에게 보여줬는데, 의미 파악을 어려워 하였다.
또한 학교도, 학원도 늦으면 안되는데 빨리 가야 하니 반듯한 길이 더 좋다 하였다. 나부터도 아이들 학교 늦을까 봐 엘리베이터 문부터 잡고 빨리 나와 소리쳤으니, 천천히 여유롭게 살아가기는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 ------ - ------
구부러진 길이 좋다.
풀과 나무를 만나고,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연의 구부러진 길이 좋다.
자연처럼 깨끗한 사람이 좋다.
구부러진 길이 좋다.
꽃이 많은 길, 강아지 밥그릇 같은 장미도, 상추 심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꽃처럼 따뜻한 사람이 좋다.
반듯한 길이 좋다.
드라이브할 때도 가족과 같이 걸을 때도 빨리 갈 수 있어 좋다.
생활이 반듯한 사람이 좋다.
반듯한 길이 좋다.
신선한 바람도,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선한 마음을 품고 가는 반듯한 길 같은 사람이 좋다.
반듯한 길이 재밌다.
한쪽으로 쭉 하는 놀이와 반듯한 집을 그릴 수 있다.
반듯한 태도가 좋다.
반듯한 길이 좋다.
깨끗한 칠판처럼 반듯하게 살아온 사람의 반듯한 마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