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필참의 문제는 상당히 역사가 오래 되었을 것입니다. 의과대학 학생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관계로 행사를 준비하는 측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러한 요구가 나오는 것이지요. 물론 필참요구를 받는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더구나, 필참을 요구당하는 학년은 왜 4학년이 아니고 예과 1학년이어야 하느냐를 생각하면 더욱 더 불만스럽지요.
1. 일단 이 문제는 학생들이 서로 대화를 통하여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려고 합니다. 학생 자치의 영역에 선생이 개입하면 학생 자치가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뺏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의해서 지켜보고는 있겠습니다.
1.1. 2015년 예과 1학년의 사례
지난 4년간 독서세미나와 의학연구세미나(의학연구의 기초)를 운영하면서 그 중간에 '문화를 바꾸자'라는 제목의 강의를 운영했습니다. 2015년 의예과 1학년 수업시간에 진행된 토론에서도 '필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요. 필참을 지지하는 학생들은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참석해 주면 고맙겠다고 공지한 정도에 불과하다; 행사에 참여해 주는 관객이 없으면 어떻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겠느냐?'하는 의견을 개진하였고, '필참'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한 학생들은 '필참이라는 말이 없어도 어짜피 갈 생각이었는데, 필참을 강조하니 가기 싫어졌다'는 의견을 내 놓았습니다. 토론의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상당수가 필참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행사 참여의 문제
2.1. 여러분이 의사로서 성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의사라는 직업에서 성공하여야 하고, 자신의 내면에 대한 투자, 가족과의 좋은 관계, 사회 또는 사회 구성원 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과대학 본과에서 배우는 것은 '의사라는 직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것이므로 여러분 인생의 25%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나머지 부분은 언제 투자하여야 할까요? 그것이 의예과 교육이 존재하는 목적입니다. 의예과에서 의학전문지식을 전달하지 않고 인문학, 동아리활동,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강조하는 것은 직업 이외의 75%를 위한 것이지요. 따라서 의과대학에서 학생자치에 의해 진행되는 여러가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시간낭비'가 아닌 '내 인생의 75%를 위한 다양한 경험쌓기'를 위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가능한 많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기를 권합니다. 여러분 각자가 어떤 동아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해 보십시오. 특히, 동아리의 총무나 장을 맡으면 기획관리, 갈등조정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여러분이 나중에 전공의가 되거나 병원의 운영진이 되었을 때 자신의 team을 꾸려가는데 중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2.2. 음주의 문제
전 세계적으로 대학생의 과음(binge drinking)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음주가 '강요'에 의한 것이라면 무형의 폭력으로 간주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수업시간을 통하여 '문화를 바꾸자'라는 주제로 토론하면서 학생들에게 음주문제에 대한 공론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였고, 학생들과 김 석용 교수님과 협력하여 음주가 없는 행사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 결과가 현재 본과 1학년부터 시작된 '술없는 OT'입니다. 의예과 새내기는 대부분이 미성년이며, 새내기와의 첫 만남에서 술때문에 모든 즐거웠던 기억이 지워지는 일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일부 학생이 아쉬워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만족하는 행사로 자리잡았지요. 하나의 행사가 자리잡는데 최소한 3년이 걸리는 것 같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학생회에서의 공약은 '학생모임에서의 강제 음주는 없애도록 하겠다'였고, 이것 또한 수업시간에 도출된 의견을 학생회 유세에 제시하여 확인받은 결과입니다. 학생회에서 공약한 사항이므로 이는 믿어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4-5년전에 현 본과 3학년들과 수업을 해 본 경험에 따르면, 이 학생들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학생들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3.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3.1. 학내 행사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말고 본인의 인생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열심히 참여해 주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일요일에 열리는 행사가 있다면, '교회에 가야 하니까 못가겠다'라고 하는 것 보다는 '일요일에 교회를 못 가니까 다른 날 교회가서 예배를 보고, 나는 일요일에 행사장에서 하느님을 만나겠다'라는 생각을 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예본MT에 불참하겠다고 한 동료들도 여러분이 설득해서 MT에 모두 참여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동료들의 숨겨진 면모를 발견하고 얼굴 모르는 선배들과 스스럼없이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은 편입한 학생/의예과에서 진입한 학생이 서로를 알아가고, 예과 후배들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MT날짜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3.2. 이런 환경이 정말 거지같다고 생각하신다면 문화를 바꾸어 보도록 노력해 주세요. 불만이 있는 학생이 학년대표를 자원하시고, 3학년이 되었을 때 학생회장으로 나서면 됩니다. 주변에서 필참문화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모아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기 바랍니다. 의예과에서 부터 필참문화를 없애고 학생회장이 되었을 때 필참을 완전히 없애면 됩니다.
즐거운 MT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