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아늑한 섬, 효자도
CNN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에 선정
원산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바로 앞섬 ‘효자도’에서도 1박2일 머물렀다.
효자도는 원산도를 오가는 원산훼리호로 약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섬이다. 좁은 수로를 사이에 두고 원산도와 불과 0.8km 떨어져 있으며, 북쪽으로 약 2km 거리에 안면도 남단인 고남리의 영목포구가 있다. 원래는 소자미(小慈味)라고 부르던 섬인데 옛날부터 효자가 많이 나와 효자도라고 하였다.
CNN이 2012년 처음 선정하고 2017년도에 재수정·발간한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33 Gorgeous Islands in South Korea)’에 효자도도 포함됐다. 33개 섬은 선재도, 상하태도(신의도), 홍도, 청산도, 울릉도, 덕적도, 우이도, 강화도, 완도, 울릉 죽도, 거제도, 외도, 소매물도, 우도, 선유도, 보길도, 가거도, 거문도, 어청도, 관매도, 백령도, 독도, 흑산도, 진도, 지심도, 외연도, 사도, 안면도, 팔미도, 마라도, 임자도, 소안도, 효자도 등이다. CNN은 효자도를 ‘아직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아늑한(cozy) 섬마을과 낚시하기 좋은 원시적 해안이 있는 섬’으로 소개하고 있다.
원산도 선촌선착장에서 2시 30분발 여객선에 승선, 몇분 안돼 효자도 남촌선착장에 도착했다. 효자도 섬의 면적은 1㎢로 섬에는 상리, 중리, 남촌, 명덕 등의 마을이 있으며 6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섬 주민들의 주업은 어업이다.
듣던 대로 섬 풍경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선착장에는 효자도를 소개하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효자민박’이라는 민박집에 짐을 풀고 바로 섬 트레킹에 나섰다.
보건소를 지나 나지막한 언덕길을 넘으니 의외로 제법 넓은 평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늑하게 자리잡은 평지는 논이 대부분이다. 논길 따라 시선은 멀리 교회건물에 초점이 맞춰진다.
붉은 지붕에 하얀 십자가가 솟아 있는 교회 건물은 푸른 숲과 잘 아우러져 그림같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교회 앞에서 좌측은 상리 방향, 우측은 동쪽 해안으로 가는 길이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S자 곡선의 소나무숲길이 아늑하다. 7-8분 쯤 가면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 명덕마을이다. 효자도 서쪽은 원산도가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어 다소 답답했는데 동쪽은 바다와 섬들이 넓게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 위에는 우럭가두리양식장돌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먼저 명덕마을 우측으로 ‘또랑섬’이라고 불리워지는 바위섬이 보인다. 이 섬은 간조시에는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낚시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우럭, 광어, 숭어 등이 잘 잡힌다고 한다.
또, 좌측으로는 몽돌해수욕장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명덕 앞 바다는 섬 주변의 조류가 빨라 파도에 씻긴 어린이 손바닥만 한 길쭉하고 동글동글한 몽돌이 2km의 긴 해안선을 따라 고르게 깔려있다. 몽돌 해변 뒤쪽으로는 울창한 송림이 둘러싸여 있어 야영을 즐길 수도 있다. 바다 건너에는 보령화력발전소도 보인다. 밤에는 화력발전소에서 밝혀지는 휘황찬란한 불빛도 아름답다.
명도해수욕장 북쪽 끝에는 또 하나의 바위섬이 보인다. 주민들은 이 섬을 ‘똥섬’이라고 부른다. 모양이 똥 눈 것 같아서이다. 명덕해안숲과 바위섬 사이의 모래턱이 높아 평상시에는 효자도와 이어져 있지만 백중사리 등 해수면의 조차가 최대로 높아지는 때에는 이곳 역시 바닷물이 올라와 두 섬을 갈라놓는다. 바위섬에는 로프를 걸어놓아 정상까지 올라가 볼 수도 있다. 바위섬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명덕해안은 또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바위섬을 지나면 파란지붕의 외딴 집을 만나고 그 옆으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이 지역도 전에는 녹사지라는 마을이 있었는 데 지금은 파란지붕 한 집 뿐이다. 대나무숲이 있는 언덕길을 오르면 녹사지 삼거리. 직진하면 섬 중앙 효자도교회 앞 삼거리와 만나고, 우측 방향은 섬 북쪽 해안으로 가는 길이다.
북쪽해안도 아름답다. 바다 건너 지척으로 안면도 영목항 해안이 한 눈에 들어오고, 우측으로는 소도, 추도, 허육도, 삼형제바위, 그 뒤로 육도, 월도 등이 줄을 선 듯 희미하게 이어진다. 또, 좌측으로는 안면도 영목항-원산도를 잇는 2019년 말 완공 예정인 해상교량이 눈에 들어온다.
상리마을 뒤 당산에는 당집이 있다. 당산 높이는 해발 37.1m. 당집은 주민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당제를 지내는 곳이다.
산이 높지않은 효자도에서 가장 높은 곳은 북쪽 녹사지 봉우리 47m이다. 산이라기보다 구릉에 가깝다.
좌측 해안도로는 상리, 중리해안을 거쳐 남촌선착장으로 이어진다. 서서히 해가 지는 시간. 북서쪽해안의 일몰도 몽환적이다.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탈에 비석 하나가 보인다. 한자로 ‘崔先生淳赫氏記念碑’라고 쓰여져 있다. 이 비석은 효자도 섬 이름의 유래와 관련이 있는 비석이다. 효자도에는 옛적에 효자가 많이 나와서 섬 이름이 효자도가 되었다고 하는데 두 가지 효자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첫째는 옛날에 소(蘇) 모씨란 사람의 아들이 귀양 간 아버지를 찾아 팔도강산을 구석구석 헤매고 다녔으나 아버지를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혹시 섬으로 귀양 갔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아들은 한 섬에 도착했다. 섬에 도착한 아들은 아버지가 그 사이 다시 복직되어 태안지방으로 발령 났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전국 팔도강산을 돌아다니다가 가장 먼저 찾은 섬이라 해서 효자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둘째는 효자 최순혁이라는 분이 100여 년 전, 기아에 허덕이며 죽어가는 부친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내어 아버지께 봉양했다고 한다. 필자가 본 비석은 바로 최순혁 씨를 기리는 비석이다.
효자도는 작은 섬이라 해안길과 마을길을 걸으면 보통 2시간 정도면 된다. 하지만 필자 일행은 풍경을 즐기면서 여유있게 걷다보니 3시간 가까이 걸렸다.
다음날 아침, 선착장 부근으로 산책길에 나서봤다. 양지 바른 길가에 ‘실치’ 말리는 판이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실치는 하얗고 가는 생선인데 햇볕에 5-6시간 정도 김을 말리듯 떠말리면 ‘뱅어포’가 된다. 실치 말리기는 4월-5월중순경까지 이어진다. 효자도는 우리나라에서 뱅어포의 주요산지 중 하나다.
바로 옆섬인 원산도와 안면도 영목항 사이 2019년말 해상교량이 개통됐다. 2021년말 대천항-원산도 간 해저터널까지 완공되면 효자도 역시 교통이 편리해져 원산도와 함께 힐링관광섬으로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충남도는 원산도-효자도 간에도 다리를 세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는 섬여행을 다니면서 근년들어 특히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섬 역시 진짜 섬이어야 좋다. 섬이 육지와 이어지면 이름만 섬이지 섬이 아니다. 원래의 섬 그대로 보존되면서 자연과 주민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다리를 놓아 육지화시키는 인공적 섬개발정책 만이 과연 최선일까? (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