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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제주에서 판소리 공연을 펼친 제주 소리꾼 이원경 씨. 강희만기자
"앞으로 무궁무진한 제주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주가 낳은 소리꾼 이원경(26)이 13년만에 고향 제주에서 뜻깊은 무대를 가졌다. 그가 1인 창작 판소리 공연을 펼친 29~30일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은 열기와 훈훈함이 가득찼다. 29일 제주에서 초연된 '홍랑가-75일간의 마침표'공연을 펼친 이씨를 만났다. '홍랑가'제주초연 무대는 그에게 꿈의 첫걸음이 되는 무대인지라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여인 홍윤애의 삶에 판소리를 접목시켜 극적인 요소와 예술성을 더한 이 작품은 판소리 특유의 걸쭉한 입담과 애절한 표현방법으로 홍윤애와 조정철의 만남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진실을 위해 죽음도 불사했던 그녀의 인생을 담고 있다.
이씨는 어린시절 제주의 어린이 민요단 '소리나라'에서 민요를 배운 것이 국악과의 첫 인연. 어느덧 소리를 시작한 지 14년이 흘렀다. 지난 1999년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명창 조통달선생의 지도로 전남 법성포 단오제에서 열린 제3회 전국 국악 경연대회에서 중등부 종합 대상을 수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 2002년 9월에는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미산제 판소리 흥보가 완창 발표회를 성공적으로 마쳐 도내 최연소 완창기록도 세웠다.
이씨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킨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제주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시면서 판소리로 만들라고 당부하셨어요. 홍윤애의 이야기도 아버지가 전해준 이야기죠. 어머니는 옥에 갇히는 장면에서 눈물을 쏟으셨어요."
그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선택한 홍윤애에 대한 글을 쓰고 소리를 만들면서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연소 판소리 완창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던 그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젊은 국악인들이 설수 있는 무대가 부족해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젊은 국악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즐거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운현궁 로맨스',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로감자와 줄게랑', '과자이야기', '하얀눈썹 호랑이' 등에 출연했다.
이 작품을 공동창작한 이치민(29)연출가는 "이 작품을 위해 홍윤애에 대한 자료집을 모두 찾아 읽으면서 문득 '좋은 사람'의 기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며 "이씨는 순간집중력이 좋고 흡수력이 빠른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