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화초등학교 명예사서 어머님들이 견학을 오신 날이었다. 초등학교 어머님들이 고등학교 도서관을 견학 오신다...??
처음엔 뭔가 핀트가 안맞는다고 생각이 됐다.
여건이 많이 다를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가깝기에, 잘 되어있는 도서관이니 가보자고 해서 오신 것 같긴했지만.
송곡여고는 뒷받침되어주는 학교도서관 사서선생님이 계시고, 또 도서반 아이들인 '서랑'이 학교도서관을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서랑의 움직임을 어머님들이 벤치마킹을 할 것인지.
어머님들은 도서관의 이모 저모를 보셨다.
그리고는 이덕주선생님의 강의를 들으셨다.
도서관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지, 아이들이 사고력을 기르기위해선 도서관이 얼마나 필요한 것이지..에 대해서.
그러면서 나는 얼마전에 정독도서관에서 있었던 강의가 하나 떠올랐다.
직접 명예사서교사를 하고 계신 어머니가 스스로 어떠한 역할을 해내주셔야하는지에 대해서 한시간여의 시간을 강의하신 내용이...
그것은 어떠한 전문적인 내용도 아니었다.
어머니들이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역할을 하시는 어머님들의 관계및 상황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비단 책을 읽으러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쉴 곳을 찾아 도서관에 아이들이 올 수있도록 하는 법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어깨를 괜히 한번 쓰다듬어 주신다던가,
도서관 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빼꼼히 쳐다보고 있는 아이를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신다던가,
떠들고 노는 아이들에게 말벗이 되어주신다던가.
그러면서 전문적인 인력은 사서선생님이 해야하니 학교에 사서선생님을 배치해달라고 요구하시라고.
명예 사서 어머님들의 역할은 사서선생님의 전문적인 일이 아닌, 사서선생님이 대신 일일이 신경써주지 못하실 아이들과의 라뽀형성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것들이 체험에서 묻어나오기에 이론적이지 않았으며 마음으로 와 닿았다.
사실 3일간의 연수를 받는 동안 이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음을 찡하게 해주시는 말씀이 많았기때문이다.
도서관 명예사서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이지만, 나아가 별다른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이 없으신 어머니들에게도 삶의 활력이 되는 요소라고.
이것이 나아가 지금 집안에서 답답해하고 있는 여성들의 해방구가 될수 있을거라고..
이것을 봉사라고 여기고 옭아매어진 사슬로 여긴다면 한없이 귀찮고 하기 싫을 수 있으나, 소외된 아이들을 일으켜세워주고, 기죽어 있는 아이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줄 수있다는 사실을 알고 즐겁게 봉사를 한다면 더 얻는게 많은 일이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어머님들은 우리 송곡여고 도서관에 와서 잘 되어진 시스템과 정돈된 도서관 분위기를 보며 '좋다'라는 인식을 하고 가셨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잘 운영되어지고 있는 초등학교 도서관을 방문하셨더라면 더 큰 배움을 안고 가시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덕주샘의 좋은 말씀으로인해 자녀를 키우거나 도서관을 인식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새로운 생각을 얻어가셨을 것이지만 말이다.
지금 어설프게 드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초중고등학교의 도서관의 역할은 조금씩 다른 듯 하다.
초등학교때의 도서관은 아이들과 친숙함을 이뤄낼 수있는 그런 문화공간적인 면에 더 치중해야할 듯하고
중고등학교의 도서관은 그와 더불어 교수학습이 잘 진행되어져야할 그런 곳으로 인식되어져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