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먹지가 뭐에요?
‘꺼먹지!’ 꺼먹지가 뭘까?
‘꺼먹지’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말이었다.
그저 토속적인 옛 방언이나 고전적 단어인가 생각하였다
식당에서 상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니,
배추 겉절이와 굵직굵직 썬 익은 무 몇 조각과
무청시래기나물, 그리고 콩자반이 전부였다.
그것도 감질나게 양(量)이 조금씩만 담겨있었다.
꺼먹지의 뜻을 물었다.
설명인즉 충청도 방언의 향토(鄕土)음식 이름이라한다.
밥상을 가리키며 ‘지금 잡수신 반찬이 꺼먹집니다,’ 한다.
주인은 자신 있게 ‘우리 집 메인반찬’이라 자랑한다.
꺼먹지를 먹었다니?
내 눈에 보였던 것은 배추겉절이, 무김치, 무청시래기나물, 콩자반뿐이었는데,
혹시 실수로 우리식탁엔 빠졌었나하고 옆 식탁을 바라보아도
우리식탁과 별로 다른 것이 없었다.
꺼먹지가 뭔데요? 되묻는 내게 주인은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조금 전 우리가 먹은 무시래기나물이 충청도에서는 ‘꺼먹지’라 한단다.
이후에 친구들에게 물어 보았다.
‘꺼먹지’를 아느냐고.
그들은 다 모르고 있었다.
그 중 하나의 대답은 ‘까만 돼지’ 아닐까? 한다.
나는 식당에서 들었던 꺼먹지를 설명해 주었다.
꺼먹지는 무청시래기나물인데 우리처럼 그냥 말린 것이 아니라,
항아리에 소금으로 숙성을 시킨 것이라 했다.
꺼먹지 비빔밥의 주재료인 꺼먹지는
11월 말 당진지역에서 재배되는 무청을 수확해
소금, 고추씨와 함께 항아리에 넣고 절인 뒤,
이듬해 5월부터 꺼내 먹는 당진의 대표 향토음식이란다.
김치가 검게 숙성돼 '꺼먹지'라고 불리며,
식이섬유와 무기질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라지만,
아무리 먹어봐도 김치가 아니라 별반 다를 게 없는 우리의 시래기나물에 불과했다.
충청도 꺼먹지와 우리 전라도시래기나물은,
저장법만 약간 다를 뿐이지 맛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겨울철 김장할 때 나오는 부산물인 우거지를 말리면 시래기가 되기 때문이다.
무청시래기는 짚으로 한 줌씩 엮어
헛간이나 처마 밑 응달에 그대로 주렁주렁 매달아 말리면 된다.
길게 가로놓은 대나무나 빨랫줄에 척척 걸쳐놓으면 그만이다.
바짝 마른 시래기는 먹기 직전 소다를 조금 넣고 삶으면 된다.
잘게 잘라 배추시래기처럼 된장국을 끓이든지,
긴 시래기 그대로 양념을 해서 냄비아래 깔고
고등어나 꽁치, 등 생선을 넣어 조리면 시래기생선찜이 되고,
매콤하게 양념한 돼지갈비나 등갈비를 넣으면
돼지갈비찜이 되어 그대로 밥도둑이 된다.
무청을 삶아 껍질을 벗겨 말린 시래기는 부드러워,
정월 대보름날 시래기밥이나 시래기나물로 이용한다.
이외에도 시래기의 변신은 많다.
옛날에는 없는 살림에 꼭 필요한 먹을거리였다.
어쩌다 먹는 시래기 밥은 그나마 있는 집 별식으로 대접을 받았지만,
가난을 달고 사는 집에서는 저녁밥은 시래기죽이 단골 메뉴였다.
시래기가,
언제부터인가 건강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대접을 받고 있다.
충청도에서 대접받는 꺼먹지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옛 맛을 되살려 인정받고 있다.
무청시래기는 말리는 과정에서 많은 영양소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겨울철 우리 몸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이 많이 들어있어
웰빙 음식으로 손꼽히고 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너무 흔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시래기가,
문명이 발달하고 각종 먹을거리 천국인 오늘날 오히려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 지켜온 먹을거리가 최고의 음식이 된 것이다.
칼슘이 많아 골다공증 환자나,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효과가 크다고 한다.
무기질과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좋으며, 철분이 있어 빈혈치료에 도움이 되고,
혈관을 튼튼히 하며, 혈액이 맑아지고, 고혈압 등,
성인병예방에도 아주 좋은 음식이란다.
쌀뜨물을 받아, 아무 때고 된장에 적당량을 넣어 끓이면
맛있는 시래기된장국을 겨울내내내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들깨국물을 넣으면 영양만점이다.
무청시래기는 소화가 잘되며 속이 편하고, 구수한 고향의 맛까지 느낄 수 있다,
들기름 향 가득한 ‘시래기 밥’ 충청도당진에서는 ‘꺼먹지 비빔밥’이라 부른다.
당진시 합덕면 길목식당 '꺼먹지 정식'
당진시 합덕면 길목식당 '꺼먹지 정식' 1인 15000원.
2014년 교황님 방문때 식사하셨던 식당이라네요.
지난번 교황(敎皇) 방문을 기념해 개발한,
'당진 꺼먹지 비빔밥'이 상표등록 됐다고 합니다.
무청시래기를 소금에 절여 만든 충청도향토음식 꺼먹지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대접하는 상에 올랐다고 알려지며,
최근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맛이 강하지 않고 연한 것이 특징인 꺼먹지는,
어느 음식과 함께 요리해도 어울린다.
덕분에 다양한 음식에 함께 넣어 만든 꺼먹지 정식이 인기란다.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향토음식 ‘꺼먹지 비빔밥’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론 방한한 국내외 신부,
사제단에게 제공돼 찬사를 받았단다.
교황 방문 이후에 급증한 손님맞이에 분주한 길목에서는,
사제단과 주교들이 맛을 봤다고 해서
‘교황님 식단’이라 불리는 ‘꺼먹지 정식’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시래기/바리톤 송기창노래
(유영애 작시, 정덕기 작곡, 피아노 엄은경)
껍데기라고 얕보지 말라
함부로 함부로 얕보지 말라
정월이라 대보름날 오곡밥에 아홉 가지
묵은 나물 중에 시래기가 으뜸 아니던가.
대관령 맑은 바람 햇살이 키워온
고운 속살 다 내주고 남겨진 푸른 자락
헛간에 걸려서 찬바람 맞다가
된장과 된장과 눈 맞은 속 깊은 속 깊은 사랑이라
아름다운 우리네 사랑이라
푹 삶아야 한다. 잘 우려내야 한다.
널부러진 무청 등짝 널부러진 무청 등짝
뒤척이어 행궈낸 잎사귀
어머니의 허기진 삶처럼
눈물같이 달라붙은 시래기 한줌
질긴 껍데기 벗겨내고 갖은 양념 더하여
아침상에 내 놓으며
여보 한번 잡숴봐 얼매나 맛있는디
모진 세월 지나면서 어머니의 주름같이
굵게 패어 출렁이는 고향의 푸른 맛이여
고향의 푸른 맛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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