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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2년 9월 27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황장원 글>
명곡 명연주
모차르트, 교향곡 제36번 '린츠' C장조
모차르트가 린츠를 방문했을 때 아주 빠른 속도로 작곡한 교향곡
1783년 11월 4일 린츠에서 초연. 빈 초연은 1784년 4월 1일
모차르트의 경이로운 음악성에 대해서는 여러 일화들이 전해오고 있지만, ‘작곡 속도’에 관해서라면 아마도 [린츠 교향곡]에 얽힌 일화가 으뜸으로 꼽히지 않을까? 모차르트는 1783년 11월 초, 고향 잘츠부르크를 방문했다가 빈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린츠(Linz, 오스트리아 제3의 도시)에서 불과 엿새 사이에(혹은 나흘 만에) 이 교향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기록적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오보에, 바순, 호른, 트럼펫이 두 대씩 포함된 2관 편성에 연주 시간이 30분에 달하는 4악장짜리 교향곡을 쓰면서 오케스트라 총보는 물론 파트보까지 준비했고, 나아가 리허설을 거쳐 연주회까지 성공리에 치러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일화는 오랫동안 모차르트의 ‘절대적 음악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되었고, 그의 이미지에 신비감을 더하는 데에 확실한 일조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모차르트라고 해도 과연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신화의 한편에서는 이런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럴 만한 것이, 그의 재능만 따지면야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 경우에는 육체적 능력과 물리적 여건까지 고려해야 하니까 말이다. 더구나 오늘날 [린츠 교향곡]으로 불리는 [교향곡 제36번 C장조, K.425]는 자필총보가 전해지지 않고 있으니 이의제기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한 때는 쾨헬번호 444번(K.444)이었던 [교향곡 제37번]이 [린츠 교향곡]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교향곡은 모차르트가 아니라 미하엘 하이든의 작품으로 밝혀졌고, 모차르트가 그 곡을 사보하는 데 사용한 오선지는 린츠를 거쳐 빈으로 돌아온 이후의 것으로 판명이 났다. 결국 현재로서는 [교향곡 제36번 C장조]가 [린츠 교향곡]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봐야겠다.
툰 백작 가문의 환대
한편, ‘린츠 교향곡’의 작곡 배경을 살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다. 1783년 7월 말에 모차르트는 아내 콘스탄체와 함께 고향 잘츠부르크를 오랜만에 방문한다. 그가 고향을 떠난 것이 1780년 말이었고, 콘스탄체와의 결혼식이 1782년 8월이었음을 떠올리면 필요 이상으로 고향 방문이 지연된 셈인데, 사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단 아버지 레오폴트와 누이 나네를이 콘스탄체와의 결혼을 계속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잘츠부르크로 돌아갔다가 자칫 다시 억류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를 주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그때까지도 그가 잘츠부르크 궁정에서 해고되었다는 증거는 분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로부터 그 부분에 대한 확답을 듣고서야 귀향길에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고향에 3개월 동안 머물며 지인들과 해후하는 한편 아버지와 누이로 하여금 자기 아내를 인정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누이의 태도는 완고했다.
모차르트가 다시 잘츠부르크를 떠난 것은 10월 말이었다. 그리고 빈으로 돌아가는 길에 린츠에서 일주일 정도 체류했는데, 거기서 그는 툰 백작(Count Thun) 가문의 환대를 받게 된다. 툰 백작은 하인을 도시 입구까지 보내 모차르트 내외를 마중했고, 곧바로 자기 저택으로 데려와 짐을 풀게 했다. 그리고 모차르트에게 린츠에서 연주회를 열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날짜가 바로 11월 4일 화요일이었다. 당시에 연주회의 처음과 마지막은 교향곡이 장식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린츠에 도착했을 무렵 모차르트는 교향곡 악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목이 부러질 정도의 속도로’ 새 교향곡을 썼고, 공연을 무사히 치러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성숙미
‘린츠 교향곡’은 모차르트가 빈 정착 후에 작곡한 두 번째 교향곡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첫 번째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전작인 [하프너 교향곡]이 (상대적으로 유희적 성격이 강한) 세레나데를 전용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교향곡은 보다 진지하고 순도 높은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하겠는데, 무엇보다 빈 정착 후 한층 더 심화된 모차르트의 음악성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비록 급하게 쓰인 탓에 하이든의 영향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완서악장에서의 관현악법과 양단악장에서의 화려한 발전부가 돋보이며, 우아함과 활력, 정열과 기품을 조화롭게 버무려낸 솜씨는 "역시 모차르트!"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첫 악장에 붙은 느린 서주는 하이든의 어법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낸 그의 성숙미의 본보기로 간주되고 있다.
제1악장: 아다지오 C장조, 3/4박자 – 알레그로 스피리토소 C장조, 4/4박자
오케스트라의 총주에 의한 겹점 리듬 음형이 특징적인 아다지오의 서주로 출발한다. 모차르트의 교향곡에 느린 서주가 붙은 것이 이것이 첫 사례인데, 여기서 모차르트는 풍부하면서도 교묘한 화성변화를 통해서 청자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후기 음악세계로 인도한다. 알레그로의 주부는 부드럽고 우아한 선율과 탄력적이고 힘찬 리듬의 교대로 진행되는데, 그 절묘한 어우러짐은 마치 마법과도 같다.
제2악장: 안단테 F장조, 6/8박자
시칠리아노 풍의 주제가 흐르는 이 악장에서 모차르트는 트럼펫과 팀파니를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독특한 효과를 빚어내고 있다. 당시의 느린 악장에서는 금관 파트가 침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상당히 독창적인 시도였다고 볼 수 있겠는데, 이러한 용법은 훗날 베토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3악장: 미뉴에트 C장조, 3/4박자
전형적인 고전파 풍 미뉴에트 악장이다. 화려한 무도회를 연상케 하는 미뉴에트 중간에 같은 C장조의 트리오가 삽입되어 있는데, 트리오에서는 오보에와 파곳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제4악장: 프레스토 C장조, 2/4박자
이 악장의 시작 부분에서 모차르트는 과거 [파리 교향곡]과 [하프너 교향곡]에서 사용했던 수법을 다시 한 번 사용했다. 즉 베이스를 뺀 현악기들로 여리게 출발한 다음 힘차게 상승하는 대목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에 기초한 선명한 다이내믹 대비효과가 악장 전체에 걸쳐 두드러지는데, 모차르트는 음량뿐 아니라 음색 면에서도 절묘한 대비를 이끌어내면서 음악을 천의무봉의 솜씨로 엮어나간다. 유사 폴리포니효과까지 가미된 이 다채롭고 쾌활하면서도 깊이 있는 악장은 눈부신 환희의 울림으로 마무리된다.
추천음반
1. 트레버 피노크(지휘)/더 잉글리시 콘서트 [Archiv]
2. 찰스 매케러스(지휘)/프라하 체임버 [Telarc]
3. 레너드 번스타인(지휘)/빈 필하모닉 [DG]
4. [DVD] 카를로스 클라이버(지휘)/빈 필하모닉 [De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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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1년 5월 2일자 네이버캐스트 / 류태형 글>
브람스 교향곡 제2번 D장조 Op.73
특성 : 밝고 따스함이 넘쳐흐르는 브람스의 '전원교향곡'
초연 : 1877년 10월 완성, 12월에 빈에서 초연
1876년, 오랜 시간 다듬어 발표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당대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베토벤의 제10교향곡’이라 격찬했다. 브람스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듬 해인 1877년 6월 오스트리아 남부 휴양도시 페르차하에 머물며 두 번째 교향곡의 작곡에 착수했다. 남부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산들이 둘러싼 이 마을을 마음에 들어한 브람스는 그 후 2년 동안 이곳으로 휴양을 왔다. 페르차하의 좋은 환경, 그리고 [교향곡 1번]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새로운 교향곡의 작곡을 재촉했다. 그래서인지 [교향곡 1번]과 달리 두 번째 교향곡 작곡의 진도는 상당히 빨리 진행되었다.
그 해 9월 경, 클라라 슈만은 지휘자 헤르만 레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새로운 교향곡에 대해 언급하며 “1악장은 완성되었다”고 적고 있다. 10월 3일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이 1악장 외에 4악장의 일부도 피아노로 연주해 들려주었고, 이후 2악장, 3악장을 포함한 전곡이 완성되었다. 즉, 작곡 순서는 1악장, 4악장, 그 후 중간의 두 개 악장이다. 11월 브람스는 [교향곡 2번]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용 편곡에 힘써서 12월에는 친구인 외과의사 테오도르 빌로트와 함께 연주했으며, 자필 초고를 클라라 슈만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교향곡 2번]의 정식 초연은 1877년 12월 9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파트악보를 사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오케스트라의 연습시간이 충분치가 못했기 때문에 초연은 부득이 12월 30일로 연기되었다. 초연 당일, 빈 무지크페라인 잘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한스 리히터의 악보는 브람스가 손으로 쓴 초고였다. 아직 악보가 인쇄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평론가 에두아르 한슬릭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의 [교향곡 2번]에 대해 “밝고 사랑스러운 곡”이라고 표현했다. 빈 사람들의 기질에도 맞았던 이 곡의 초연은 3악장을 반복해서 연주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브람스를 무대로 불러내는 커튼콜이 오랫동안 멈추지 않았다 한다.
라이프치히에서는 반응의 온도차가 있었다. [교향곡 1번]같은 장중한 분위기와 깊이를 기대했던 청중들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못했다. 금관악기의 잦은 실수도 한 요인이었다. 이후 암스테르담, 덴 하그, 드레스덴, 뒤셀도르프에서 연주될 때까지도 이 곡의 인쇄악보는 아직 사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교향곡 2번]의 총보와 네 손을 위한 피아노용 편곡 악보는 1878년 8월 짐로크사에서 출판되었다. 출판 직전의 여름까지 연주가 끝난 뒤 브람스는 오케스트라용과 4손 피아노용 악보를 정정하는 작업을 했었다. 인쇄된 악보를 가지고 브람스는 1878년 9월 이 곡을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연주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밝고 아름다운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은 [교향곡 1번]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선 [교향곡 1번]에 있는 복잡함과 큰 규모는 찾아볼 수 없다. [교향곡 2번]에는 밝고 아름다운 페르차하와 조용하고 온화한 빈 근교의 리히덴탈에서 보낸 브람스의 여유로운 생활이 묻어난다. [교향곡 1번]에서 표방했던 ‘암흑에서 광명으로’나 ‘고뇌 뒤의 환희’같은 전체 곡상의 추이를 2번에서는 분명히 내세우지 않았다. 부드럽고 온화한 인간적인 따스함과 즐거움, 그리고 눈부신 자연의 밝은 숨결 때문에 이 곡을 두고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낭만주의 음악에서 자연을 상징하는 요소들인 호른 소리, 새 소리와 같은 플루트나 클라리넷 음이 풍성한 화음 속에 나타난다.
브람스의 친구인 외과의사 테오도르 빌로트는 이 곡을 듣고 브람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행복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넘치고 있네. 그대의 완벽주의가 나타나 있고, 맑은 생각과 따스한 감정이 무리 없이 흐르고 있었지. 페르차하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 브람스가 휴양지 페르차하에서 작곡한 곡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등이 있는데, 두 곡 모두 [교향곡 2번]과 유사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바이올린 협주곡]은 [교향곡 2번]의 마지막 악장에 사용하려고 했던 주제를 재료로 활용해 작곡했다.
또한 1악장에서 렌틀러나 왈츠의 분위기가 나타는데 이 때문에 [교향곡 2번]을 총 4곡의 브람스 교향곡 가운데 가장 빈(Wien)풍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납득이 가는 말이다. 분명히 양식과 성격이 다르고, 곡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대조적이지만, 노작이었던 [교향곡 1번]과 비교해보아도 결코 처지지 않는 걸작이 바로 [교향곡 2번]이다. 반복 감상하다 보면 이 말에 더욱 공감이 가게 된다.
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이 곡의 도입부에 대해 음악학자 헤르만 크레츠머는 “저물어 가는 태양이 숭고하면서도 맑은 빛을 던지고 있는 즐거운 풍경”이라고 그럴 듯하게 묘사했다. 저음현의 기본 동기에 목관과 호른이 부드럽고 목가적인 온기를 띠고 제1주제를 연주한다. 이후 바이올린이 고풍적이고 명랑한 새로운 선율을 표현하고 비올라와 첼로가 제2주제를 연주한다. 제시부가 끝나면 발전부로 들어가는데, 그 전에 호른의 제1주제가 나타나서 여러 갈래로 전개된다. 재현부에서는 오보에가 제1주제를 연주하면 이것이 여러 가지 악기로 옮겨져 연주된다. 얼마 후 제2주제가 비올라와 첼로에 의해 나타난다. 코다는 제1주제로 시작돼 여러 갈래의 발전을 보이다가 사라지듯이 조용히 끝난다. 때로는 장엄하면서 그러나 비극적인 감정이 저류로 흐른다. 이런 감정은 낭만적인 서정 속에 녹아 있다.
2악장 아다지오 논 트로포
1악장의 유쾌한 기분과는 대조적으로 적적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먼저 제1주제가 나타나 여러 가지 변화를 보인다. 그 후 목관에 의해 밝고 귀여운 새 선율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제2주제다. 이 주제가 현악기와 관악기에 의해서 응답하는 식으로 반복되고 나서 제1바이올린이 제3주제라 할 새로운 선율로 연주한다. 재현부를 지나 팀파니의 조용한 울림이 있은 뒤 고요히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의 노래하는 듯한 멜로디가 중심이다. 3개의 주요 멜로디가 제각기 특징을 보이며 조용히 우수에 잠기는데, 그러면서도 애정에 찬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3악장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
빠르고 아름다운 이 악장은 론도 형식을 따르면서도 스케르초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2악장에서 볼 수 있었던 침울한 기분은 사라지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소박하고 매혹적인 선율은 경쾌하고도 비할 바 없이 아름답다. 먼저 오보에가 소박한 춤곡풍의 선율을 연주한다. 희롱하는 듯한 현악기의 가벼운 선율이 감정을 고조시키면 이에 이어 고요한 목관악기의 연주가 나타나 주제를 명상적으로 읊조리듯 이끌어간다.
4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평론가 한슬릭의 말과 같이 이 악장에서는 모차르트 악파의 혈통을 이어받은 듯한 기쁨과 경쾌한 맛이 흐른다. 브람스의 관현악 가운데 축제의 환희를 가장 빼어나게 표현한 부분으로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무한한 기쁨과 행복감에 찬 악장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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