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로 다시 간 토끼
――사람들에게 꿈을 주자
박 흥 근
아폴로 11호가 달나라에서 무사히 돌아온 며칠 후, 토끼들이 모여사는 깊은 산속 토끼마을도 사람들 마을에 못지않게 떠들썩했읍니다.
토끼들은 달나라에 자기들 같은 토끼가 살지 않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
으나, 그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달나라에 토끼가 없다는 그 때문에 사람들이
크게 실망하고 었다는 일이었읍니다.
“아니, 글쎄 저 아래 사람마을의 아이들은, 달나라에 토끼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씩이나 밥도 먹지 않고 울고 었다지 뭐요.”
무슨 소식이나 토끼마을에서 제일 먼저 얻어듣기도 하고 또 그것을 돌아다니며 퍼뜨려놓기 때문에 〈라디오 아주머니〉라는 별명까지 불고 있는 소나뭇골 암토끼가, 마을마다를 돌아다니며 만나는 토끼나 다른 짐승들에게 말했읍니다.
“대체 달나라에 토끼가 없다는데 왜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밥도 먹지 않고 울
기까지 할까요?”
다랫골 암토끼가 길다란 두 귀를쫑긋뭇 세우며 말했읍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달나라에 토끼가 살지 않고 있다는 것 때문에 꿈이 깨졌다는 겁니다.”
라디오 아주머니 토끼는 저만 알고 있는 어려운 문제라는 듯이 다랫골 암토끼의 얼굴빛을 살피면서 말했읍니다.
과연 다랫골 암토끼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는 듯이 라디오 아주머니 토끼의 얼굴을 쳐다보며,
“꿈이 깨지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하고, 말했읍니다.
“사람들은 우리들이 잠을 자며 꾸는 꿈처럼, 아름다운 꿈을 언제나 바라고 있어요.”
또 라디오 아주머니 토끼답게 멋진 말을 했읍니다. 그러나 다랫골 암토끼는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구려------ 다시 말해서 저산을 바라볼 때, 우리 토끼들은 그저 저기 산이 있거니 하고만 생각하죠.”
라디오 아주머니 토끼는 다랫골 암토끼의 얼굴을 엿보며 말했읍니다.
“그렇죠.”
다랫골 암토끼가 대답하자 라디오 아주머니 토끼는,
“그러나 사람들은 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 하면, 사람들온 저산을 바라볼 때, 저기 산이 있구나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저산 너머에는 무엇이 살며, 또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 하는 것까지도 ,생각을 하죠.”
입술에 침을 발라가며 말했읍니다.
“네에, 좀 알 것 같아요.”
다랫골 암토끼가 자기의 말을 깨닫는 눈치를 보이자, 라디오 아주머니 토끼는 더욱 신나서,
“사람들은 자기들이 가보지 못한 곳이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것을 굉장히 아름답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동경을 하죠. 그것이 바로 꿈이란 겁니다.”
하고, 말했읍니다.
“네에, 언제 알 만합니다.”
“그래요.”
라디오 아주머니 토끼는 신나게 토끼들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꿈에 대해서 말했읍니다.
사람들의 꿈이 깨진다는데 대해서 모든 토끼들은 자기들의 일보다 더욱 안타깝게 생각했읍니다.
“사람들이 꿈을 다시 갖도록 하자.”
“꿈을 잃게 되면, 정말로 쓸쓸할 거야.”
“꿈이 없으면 아무 재미도 없지.”
“꿈없이 사는 건, 모래알을 씹는 거나 다름없을 거야.”
토끼들은 꿈을 잃은 사람들을 동정하게 되었읍니다. 모든 토끼들이 그같은 마음을 가지기까지에는 라디오 아주머니 토끼의 공로가 컸읍니다.
여느때에는 말을 잘 나르고 다니기 때문에 다른 토끼들로부터 뒷욕도 적지 않게 들었으며, 멸시도 당했으나 이번만은 정말로 공로가 컸읍니다.
드디어 토끼들의 군중대회가 열리었읍니다. 달나라에 토끼가 없다는 그 때문에 사람들이 꿈을 잃게 된 것올 도로 가지게 하려는 모임인 것입니다.
산중턱에 있는 넓은 광장에는 산속의 토끼들이 빠짐없이 모여들었읍니다.
대회장은 물결처럼 웅성댔읍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토끼며, 아기 토끼들까지도 모였읍니다.
어떤 할아버지 토끼가 높은 바위 위에 올라서서 연설을 시작했읍니다.
“우리들의 고향은 본래는 달나라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의 조상들은 달나라에서 살다가 이 지구로 내려온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조상들은 무엇 때문에
달나라에서 지구로 오지 않으면 안되었는가?”
아득한 옛날, 하루는 산이 우르롱------ 우렁찬 소리를 내기 시작했읍니다. 그 소리는 그때까지 들어본 일이 없을 만큼 요란한 소리였읍니다.
달나라의 토끼들은 소리가 나는 산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가려고 허둥지둥 앞으로 앞으로 달려나아갔읍니다. 토끼들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저게 무슨 소릴까?”
“산이 소릴 낸다는 건 처음 일야, 할아버지들의 옛이야기에도 없었던 일인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저런 무서운 소리를 내는 걸 보니 산도 살아 있는 모양이야.”
“산이 살아 있다는 이야긴 정말로 첨이야.”
토끼들은 정신없이 도망치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읍니다. 도망치는 토끼들의 무리는 하얀 물줄기처럼 흘렀읍니다. 토끼들은 하루종일 달렸읍니다.
소리나는 산에서 멀리 도망쳤다고 모두 생각했읍니다. 그러나 산이 내는 소리는 여전히 들렸읍니다.
토끼들은 산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까지 도망쳐야 안심이 될 것같이 생각했읍니다. 계속해서 밤에도 쉬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달렸읍니다.
날이 밝았옵니다. 그래도 산은 계속 소리를 냈으며, 그 소리는 여전히 크게 들렸읍니다.
토끼들이 밤낮 엿새를 도망치던 날 아침, 소리를 내던 산은 끝내 폭발하고 말았읍니다.
하늘과 땅이 떠날 듯한 요란한 소리였읍니다. 불기둥이 높이높이 솟아올랐읍니다. 뜨거운 열이 확확 토끼들이 있는 곳까지 미치었읍니다.
빨간 불기둥이 자꾸만 솟아올랐읍니다. 높이 솟은 불기둥은 아래로 떨어지고 그 붉은 불덩이는 강물처럼 흘러내렸읍니다.
토끼들은 숨도 쉬지 못하고 도망을 쳤옵니다. 모두 세상이 끝나는 줄로 믿고 있었읍니다.
아우성소리가 달나라를 뒤흔들었읍니다.
토끼들은 이제는 달나라를 버리고 어딘가 다른 나라로 도망쳐야 살 수 있다도 생각했읍니다. 불덩이의 강물이 도망치는 토끼들을 뒤쫓았읍니다.
모든 토끼들은 이제는 꼼짝 못하고 죽는 줄로만 알고 있었읍니다. 이때에 어디선가 하얀 구름이 서서히 토끼들을 향해 날아왔읍니다.
하얀 구름은 아우성치는 토끼들의 머리 위로 날아왔읍니다. 구름은 점점 낮아졌읍니다. 아래로 아래로 낮게 내려왔읍니다.
토끼들은 이번에는 구름에 깔려 죽는 줄로 생각했읍니다. 토끼들은 땅위에 엎드렸읍니다. 저마다 큰소리로 하느님을 불렀옵니다. 열심히 기도를 드렸읍니다.
“여러분, 하느님은 우리들을 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
떻게 되는가를 기다려봅시다.”
늙은 할아버지 토끼가 외쳤읍니다.
“여러분, 구름 위에 올라서십시오. 우리들은 살 수 있게 됐읍니다.”
“와, 와!”
“와, 와!”
“이젠 살았다.”
“자, 구름 위에 빨리 올라서요.”
토끼들은 서로 앞올 다투어 하얀 구름 위에 올라탔읍니다. 토끼들이 모두 구름 위에 오르자, 하얀 구름은 다시 위로 오르기 시작했읍니다.
토끼들은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읍니다.
달에서는 불기둥이 그냥 솟아오르고, 불덩이 강물은 그냥 흫러내렸읍니다. 구름은 어디론가 천천히 흘렀읍니다. 토끼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읍니다.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었옵니다.
그러할 때, 하얀 구름은 아래로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읍니다. 산이 바라보였읍니다. 구름은 곳은 높은 산 위였읍니다.
토끼들은 그 산이 무슨 산인지 알지 못했읍니다. 그뒤에 안 일이지만 그 산은 백두산이었던 것입니다.
토끼들은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와, 와!”
“이젠 정말 살았다.”
저마다 소리쳤읍니다. 산에는 먹을 것이 얼마든지 있었읍니다.
할아버지 토끼는 달나라에서 토끼들이 어떻게 되어 사람들이 사는 지구로 왔는지를 말했읍니다.
어떤 토끼들은 자기들의 고향이 달나라라는 것을 비로소 알기도 했읍니다.
토끼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읍니다. 젊은 토끼가 높은 바위 위에 올라섰읍니다. 연설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할아버지 토끼의 말씀대로 우리들의 고향은 달나라입니다. 우리들이 어떻게 해서 지구에서 살게 되었느냐 하는 것도 할아버지 토끼의 말과 같습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 지구에 와서 잘 살았읍니다. 또 앞으로 행복하게 평화롭게 살 것
입니다.
그런데 달나라에 토끼가 없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의 꿈이 깨지고 말았고, 그것 때문에 어른들이나 아이돌까지도 밥을 먹지 않고, 울고 있다는 것은 참 큰 문제입니다.
이러한 기회에 우리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며 지구에서 받은 은혜에 보답해야 하겠읍니다. 그러한 의미도 있고, 또 우리가 버렸던 고향을 다시 찾기 위해서도 나는 달나라로 갈 것을 제의합니다.
우리 토끼 전체가 아니라, 희망자만이라도 좋습니다. 사람들에게 꿈을 다시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달나라 내 고향에 돌아갈 것을 여러분에게 맹서합
니다.”
박수소리가 산을 뒤흔들었읍니다.
또다른 토끼가 바위 위에 올라섰읍니다. 젊은 토끼입니다.
“나도 달나라로 갈 것을 제의합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에게 꿈을 줍시다.”
토끼들은 나도 나도 하고 앞으로 나섰읍니다. 달나라 고향으로 가겠다는 토끼들의 수는 엄청나게 많았읍니다.
마치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잃고, 세계 각처에서 흩어져 살다가 2차대전 후에 자기들 이스라엘을 다시 찾고 세계 각처에서 이스라엘로 돌아가던 때와 꼭같게 되었읍니다.
또 어떤 토끼가 바위 위에 올라섰읍니다.
“우리가 달나라로 가는 것은 알지 못하는 딴 나라로 이사를 해 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 고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달나라로 가는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꿈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하고, 바위에서 내려섰읍니다.
박수소리가 산을 뒤흔들었읍니다. 와! 하는 소리가 우렁차게 터져 나왔읍니다.
그날부터 토끼들의 마을 나무마다에 구호가 나붙었읍니다.
--사랍들이 꿈을 가지게 하자.
--어린이들이 울지 않고, 밥도 먹게 하자.
토끼마을에서는 달나라로 가는 토끼들을 위해 매일같이 즐거운 잔치가 벌어졌읍니다.
토끼의 마을은 흥청댔읍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니, 글쎄 사람들이 다시 꿈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우리들이 달나라로 가는 것을 사람들은 아직 알지 못하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아직도 밥도 먹지 않고 울고 있다지 뭐요.”
라디오 아주머니 토끼가 또 마을을 돌아다니며 말했읍니다.
토끼들은 듣고 보니, 과연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읍니다.
그리하여 토끼마을에서 있은 일, 다시 말해서 토끼들이 사람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서 달나라로 간다는 것을 편지로 하여 토끼마을에서도 가장 잘 뛰는 젊은 토끼에게 주어 사람들 마을에 보냈옵읍다.
사람들에게 편지를 가지고 간 토끼가 아직 토끼마을에 돌아오기 전에 달나라로 갈 토끼들의 출발날이 되었읍니다.
달나라로 가는 토끼는 5백 마리도 더 되었읍니다. 많은 토끼들의 전송을 받으며 산 위로 올라갔읍니다.
구름이 산꼭대기에 내려앉은 높은 산에 가서 구름을 타고 달나라로 가려는 것입니다.
토끼들의 긴 행렬은 높은 산꼭대기에 앉은 구름을 향하여 앞으로 앞으로 올라갔읍니다.
토끼들이 메고 가는 깃발에는,
--사람들에게 꿈을 주자.
--어린이들이 꿈을 안고 크도록 하자.
이러한 구호가 쓰여져 있었읍니다. 수많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