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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자 조선일보 4면 ⓒ조선일보PDF | ||
다른 신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조선일보의 '신묘한' 편집술이 이 정도였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이를 보고서 영감을 받은 것일까? 이틀 후 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이 두 신문은 조선일보에게 배운 편집의 묘를 독자들에게 한껏 자랑하기에 이른다.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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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자 중앙일보 5면 ⓒ중앙일보PD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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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자 동아일보 6면 ⓒ동아일보PDF | ||
조중동의 사진이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기실 한 가지다. 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는 것. 아니, 노 대통령이 이제 무슨 말을 하건 국민들에겐 관심 밖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얼굴이 뜬 TV 화면을 쳐다보지조차 않고 있는 그림 속 중년신사의 모습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는 명백히 '악의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같은 날 한국일보 4면에 뜬 아래 사진과 조중동의 사진을 비교하면, 왜 '악의적'이라고 단정해 말하는지 금세 알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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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자 한국일보 4면 ⓒ한국일보PDF | ||
이 사진에는 조중동이 그토록 보여주고자 했던 무관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주의깊게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분명 조중동의 그것과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조중동의 '악의적' 보도태도를 보다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그들의 '호의적' 시각을 마저 검사해 보기로 하자.
아다시피 부시 미 대통령도 노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신년 연설을 했다. 부시의 신년연설에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의회를 지배한 '마담 스피커' 낸시 펠로시 의장(민주당)과 부시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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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PD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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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자 중앙일보 8면 ⓒ중앙일보PD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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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자 동아일보 4면 ⓒ동아일보PDF | ||
조중동의 사진을 보면, 부시와 펠로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동아일보는 부시의 연설에 펠로시가 기립박수로 화답하는 사진을 선택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또한 부시와 펠로시가 '굳센 악수'(조선일보 사진제목)를 나누는 동일한 사진을 골랐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에서 공화당의 부시가 초당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신년 연설을 마쳤다는 인상을 전해 주려는 것일까.
그러나 같은 날 경향신문 12면에 실린 사진 한 장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부시의 연설에 부통령인 딕 체니는 일어나서 박수치고, 펠로시는 박수도 치지 않은 채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진을 통해서 의회 지배력을 상실한 부시의 곤혹스런 표정이 생생하게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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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자 경향신문 12면 ⓒ경향신문PDF | ||
딕 체니와 낸시 펠로시, 그리고 부시의 삼각관계를 한 장에 담아낸 이 사진이야말로 부시 신년연설의 분위기를 가장 리얼하게 포착한 사진으로 평가할 만 하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왜 이 사진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간단하다. 그들이 추앙하는 부시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자리에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다면, 아니, 부시가 노무현이고 노무현이 부시였다면, 조중동의 사진선택은 필경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이상의 대조를 통해서 노 대통령을 바라보는 조중동의 눈길이 얼마나 매몰차고 악의적인가를 새삼 절감 통감하셨을 게다. 글자로 기록한 기사에서 뿐만 아니라 사진기사에서도 그 독기가 얼마나 진하게 우러나오는지에 대해서도.
폐일언 왈, 이것이 대한민국 대통령과 언론의 현주소다. 선출되지 않은 무기한의 언론권력이 정당한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5년 단임의 정치권력을 희롱하는 이 땅의 슬픈 자화상이다.
문한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