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청풍호반을 따라 달렸다. 호수에는 그 옛날 아내와 내가 탔던 유람선이 떠 있었다. 순간 궁금해졌다. ‘지금도 유람선 1층에서는 뽕짝 댄스파티가 열릴까?’ 그날 배에서 가장 젊은 연인이었던 아내와 나도 불려나가 춤을 췄었다. 호수가 멀어지고 추억의 창을 닫자 ‘제천 산야초 마을’이 나타났다. 이곳은 약초를 이용한 천연 염색 체험마을이다.
마침 청풍초등학교에서 온 20여 명의 아이들이 체험학습 중이었다. 선생님 지도에 따라 올망졸망한 꼬맹이들이 짝을 이뤄 나무젓가락에 손수건을 묶고 있다. “어씨, 내 것도 해야 되는데!” 남자아이가 중얼거리자 짝인 여자아이가 말한다. “걱정 마, 내가 해줄게.” 그 옆에 있던 뚱뚱한 남자아이. “야, 나는 나 혼자 다했다!” 시끌벅적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도 아이들은 손수건 염색에 푹 빠져 있다.
잠시 후, 양파 끓인 물에 담그자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손수건을 보며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한다. 실은 나도 처음 보는 거라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기했다. 6학년 주미에게 그 손수건 누구 줄 거냐고 물었다. “헤헤, 몰라요.” “남자친구 주려고?” “네? …헤헤 몰라요.” 주미 얼굴이 빨개졌다.
묵은지와 와인의 결투?
와인 애호가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박달재와 충주댐 사이에 있는 묵은지·와인터널. 그런데 ‘묵은지’와 ‘와인’이라니. 무슨 언밸런스한 조화란 말인가? 와인 안주로 묵은지가 ‘딱’이란 뜻인가? “하하, 아무래도 와인 안주는 치즈가 제격이죠!” 사장의 설명은 발효 숙성 여건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지하 40미터, 길이 530미터인 터널은 연중기온 13℃, 습도 70~80%로 최적의 조건이란다.
터널은 단양-충주 간 철로로 이용되다 1980년 복선화 사업으로 폐터널이 되었다. 와인바가 터널 입구에 있고 안쪽으로는 국산 와인 ‘샤토마니’에서 유럽·남미·아프리카 와인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더 깊숙이 들어가자 좌우로 ‘묵은지’가 잠자고 있고 오직 흑백만 존재하는 아치형 터널이 이어졌다.
‘저벅저벅’ 내 발자국 소리. ‘청! 청!’ 물 떨어지는 소리가 터널을 울린다. 철로 위에 길게 누운 내 그림자. 묵은지와 와인의 ‘시대의 결투’라도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으스스한 것이 여름에 오면 그만이겠다 싶다.
“3월부터는 삼겹살을 먹을 수 있어요. 묵은지와 함께. 여름에는 더 좋아요. 연중 13℃니까요.” 삼겹살과 묵은지, 그리고 와인이라…. 내년 여름에 그 궁합을 알아보러 와야겠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 생각해보니 백화점 같다. 청풍호반 체험관광 백화점! 가족이 함께 청풍호반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쇼핑하듯 입맛대로 체험관광을 할 수 있는 곳.
만약 연애 시절 추억을 가진 이라면 유람선 갑판에 서서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의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으리라.
how to enjoy
- 방곡도예촌
17세기경부터 이어져온 전통 장작가마를 이용한 도요지. 국가 명장 서동규 선생이 운영. 체험학습 1만원. tel 043-422-1510, www.bgri.kr
- 장 익는 마을
장담기 체험은 목・금・토・일 가능하며 사전예약 필요. 식대 포함 2만원. 개인적으로는 다섯 가족 이상이라야 가능. 직접 담근 간장, 된장은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가져갈 수 있다. tel 043-422-5790
- 능강솟대문화공간
충주호 변에 있다. 내년부터 솟대조각 체험장이 완공된다. 미술관 관람은 무료. tel 043-653-6160
- 산야초마을
천연염색, 약초캐기, 약초 족욕, 약초비누・약초두부 만들기, 인절미 떡메치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비용은 각 3000원~7000원. tel 043-651-1357, www.sanyacho.go2vil.org
- 묵은지·와인터널
기차 터널 안에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3월부터는 삼겹살・묵은지 식당을 오픈한다. 와인과 묵은지 구입 가능. 자신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다. 보관료는 1년에 단돈 1000원. tel 043-851-3630, www.winetn.co.kr
- 세계 술문화 박물관
리쿼리움 와인에서 맥주, 소주까지 그 역사와 문화가 잘 전시되어 있다. 와인 시음이 가능하다. 입장료 대인 3000원, 소인 2000원. tel 043-855-7332, www.liquorium.com
- 충주호 유람선관광
행선지에 따라 1만원~1만3000원. tel 043-851-7400, www.chungjuh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