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지 더스쿠프가 독자들의 요구로 ‘Again The Scoop’를 주1회 연재합니다. 더스쿠프가 ‘네이버 뉴스스탠드’와 ‘기사검색 시스템’에 진입하기 전 기사들입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특종과 단독도 있고, 읽을만한 ‘거리’도 있습니다. 그 5편 ‘동서식품 커피믹스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강자 ‘맥심’이 해외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를 추적했습니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수출 실적은 제로다. 반면 프리마(프림)는 지난해 55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동서식품 본사.
동서식품은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강자다. 이 회사 브랜드 ‘맥심’의 시장점유율은 80%에 달한다. 그런데 맥심 커피믹스는 수출불가 제품이다. 해외시장에 내다팔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동서식품 맥심 커피믹스의 해외수출실적은 제로다. 무슨 이유일까.
# 필리핀 세부의 한 어학원. 현지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심 커피 마시자”며 들떠 있다. 한국 어학원 학생들이 건네준 맥심 모카골드마일드(모카골드) 커피믹스다. # 한국에 6개월가량 파견을 나왔다가 이제 곧 미국에 돌아가는 크리스틴. 그는 “가족과 친구들 기념품으로 한국의 커피믹스 ‘맥심’을 가져갈 생각”이라며 “미국 커피믹스는 맛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커피믹스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맛이 일품이다”며 “가까운 마트에서 몇박스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커피믹스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런 커피믹스는 처음 봤다”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라는 찬사도 나온다. 특히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가 인기다. 필리핀 세부 현지인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노란 포장의 맥심 모카골드를 접했다”며 “네스카페의 커피믹스와 달리 원두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피믹스 수출 실적 ‘제로’
미시간주에 산다는 한 미국인도 “미국에서 팔리는 인스턴트커피는 보통 병이나 캔에 들어있다”며 “커피믹스가 있긴 하지만 한국 커피믹스처럼 개별 포장돼 있지 않고 맛도 별로”라고 말했다. 한국의 커피믹스가 인기가 많은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국내 전체 커피시장에서 커피믹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65%다. 유럽이나 미국은 다르다. 커피믹스 시장 자체가 작다. 고작해야 병이나 캔에 들어 있는 솔루블커피(물에 타서 마시는 커피분말)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인기 이유는 ‘맛’이다. 커피믹스의 원료로 좋은 원두로 알려진 ‘아라비카’를 주로 활용해서다. 특히 동서식품의 모카골드 커피믹스는 아라비카 원두 함유량이 80%가 넘는다. 한 국산 커피믹스를 마신 외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원두커피를 마시는 거 같다”고 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동서식품은 맥심 커피믹스를 통해 엄청난 수출고를 올릴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동서식품이 맥심 커피믹스를 수출해 얻는 매출은 제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맥심 커피믹스는 수출을 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수요량을 맞추기조차 힘들어 수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선 커피믹스 소비가 많지 않아 특별히 진출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무언가 이상한 말이다. 동서식품은 식물성 커피 프리머인 ‘프리마(프림)’로 지난해 55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5000만불 수출의 탑’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그런데 주력제품이자 1976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홍보하는 커피믹스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커피시장의 후발주자라는 남양유업도 2010년부터 커피믹스를 수출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중국·미국·호주·카자흐스탄과 동남아시아 등 10여개국에 커피믹스 수출을 위한 판로를 확보한 상태다. ‘외국의 커피믹스 소비가 많지 않다’는 주장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중국과 러시아의 커피믹스 시장은 매년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를 수출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출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동서식품의 구조와 무관치 않다. 동서식품은 모회사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푸즈사가 50대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모카골드’ ‘화이트골드’ ‘오리지널’ 제품에는 모두 맥심 브랜드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 맥심 브랜드는 동서식품의 것이 아니다. 크래프트푸즈사의 등록상표다. 다시 말해 동서식품은 맥심 브랜드를 로열티를 주고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맥스웰하우스도 동서식품의 브랜드가 아니다. 크래프트푸즈사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