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장은 월남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월남에서 월남음식을 먹어 본 적도 없습니다. 월남에 대한 인상은 헐리웃에서 제작한 전쟁영화나 월남전에 참전했던 교련선생님들의 회고담에 기댄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 박영한작가의 '머나먼 쏭바강'이란 소설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래서인지 베트남보다 월남이 더 입에 붙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갑판장이 한국에서 먹어 본 월남 쌀국수란 것도 대개가 미국이나 호주를 거쳐 들어 온 것들입니다. 그나마도 현지화란 미명하에 다시 한 번 순화 되었기에 진짜 월남의 쌀국수는 어떤 맛일지 늘 궁금했습니다.
에궁 나중에 이어 쓰겠습니댜
(다음날)계속 이어 씁니다.
어느날 낯선 분으로부터 하노이식 포를 대접해주시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갑판장은 그 분를 모르는데 그 분은 갑판장을 어느 정도 꿰 뚫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 분에 대한 단서는 15년째 댁에서 직접 포를 만들어 드시고 있다는 그 분의 주장뿐이었습니다. MSG에 의존하지 않은 포를 맛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 그 분의 제안을 감사히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 때까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그 분의 하노이 포를 맛보게 될지 몰랐습니다.
며칠 후 그 분은 코스트코 쇼핑백스런 큰가방은 메고 홀연히 강구막회로 찾아 오셨습니다. 물론 미리 약속을 정했었습니다. 큰가방 안에는 하노이식 포와 사이공식 포를 만들 식재료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어찌나 꼼꼼히 준비를 하셨는지 식초와 후추까지 챙겨 오셨습니다. 졸지에 강구막회의 5~6번 테이블은 포를 조리하기 위한 노점으로 변신을 했습니다. 두 개의 가스렌지에 각각 쌀국수를 데칠 물과 육수가 올려졌습니다. 분주하지만 능숙한 손놀림 후 갑판장은 하노이식 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갑판장보다 연식이 조금 더 되신 그 분(베이비부머)의 주장에 의하면 소시적부터 월남과 미국 등 해외에서 상당기간 생활을 하셨답니다. 이어지는 그 분의 주장에 의하면 현재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대개의 포는 사이공스런 맛이지만 그닥 추천해주실 만한 식당이 없어 댁에서 직접 조리를 해서 드신답니다. 평소 조리에도 관심이 많아 여러 조리사들과 친분도 맺었고 또 댁에서 조리시연도 자주 하신답니다.
포는 우리네 평양냉면처럼 월남의 북쪽지방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라 하노이 포가 원조랍니다. 중국과 가까운 곳이라 중국 향신료의 영향과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 쇠고기식문화가 유입이 되면서 자연스레 탄생한 음식이 포랍니다. PHO는 프랑스어로 불을 뜻하는 FEU에서 유래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답니다.
원조격인 평양냉면이 다른 지방의 것(예를 들자면 진주냉면)에 비해 한결 심플한 것 처럼 포도 원조격인 하노이의 것이 아류작인 사이공의 것에 비해 한결 심플하답니다. 소뼈를 우려낸 육수에 팔각, 정향, 회향. 계피 등의 향신료를 더하는 것은 하노이나 사이공이나 비슷하지만 구분 될 만한 다른 점 몇 가지를 추려 보겠습니다.
우선 우리에게 익숙한 사이공 포는 락 슈거를 첨가하여 단맛을 내며 소면스런 가느다란 쌀국수를 주로 사용하고, 라임과 피시소스 등으로 맛을 보텝니다. 고수, 바질 등의 꾸미도 더 풍부하고 다채롭습니다. 이에 비해 원조인 하노이 포는 말린 갯지렁이로 단맛(개불의 단맛과 비슷하려나?)과 감칠 맛을 내고 칼국수스런 넓고 납작한 쌀국수를 사용하며 매운고추를 넣은 식초로 신맛을 더합니다. 꾸미도 한결 단순하고 간결합니다. 이러고 보면 앞서 언급한 바대로 우리네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의 관계와도 참 많이 닮았습니다. 하노이 포에 이어 사이공 포까지 한자리에서 맛을 비교해 보니 그 차이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이 날 맛본 두 그릇의 포가 하노이와 사이공 것을 얼마 만큼 충실하게 재현한 것인지 미숙한 갑판장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한국에서 포를 먹은 후에 흔히 격게 되는 증상인 갈증과 피로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향신료의 영향으로 먹는 내내 땀을 흠뻑 흘렸습니다. 참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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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설명하기가 참 난망일세
해장으로 좋겠다는...
땀을 쏙 빼고나니 저절로 해장일세
갑자기 침이 넘어가네~~
갑자기 어깨가 으슥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