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쳐야 할 왜색풍(倭色風)의 말들
임병식 rbs1144@daum.net
그간 우리나라가 해방된 지 80년이 넘었고 김영삼 대통령이 일제 청산을 외치며 광화문 앞을 가로막고 있던 조선총독부를 철거한 지도 30년이 되었다 그런데도 생활주변에는 여전히 일본 잔재가 엄존한다.
그 정도가 심한 것은 일상 속에 스며든 언어들이다. 그런 언어들은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일본말인줄도 모른체 사용되고 더러는 알면서도 돋보이려고 부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말 중에는 차에 기름을 넣으면서 이빠이(가득)라고 하거나 외식을 하면서 “여기 와리바시(젓가락) 주세요”하는 등이 있다. 그리고 조금은 고급스럽게 말한답시고 앗따라시(새것)라고 하거나 히내루(회전)가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하기도 한다.
일본말을 터부시 한 것은 일제의 침략과 관계가 깊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군사대국 1위를 제외한 2,3,4개국이 몰려있는 중에서도 일본과는 감정이 좋지 않다. 그것은 악랄한 침탈의 역사때문이다.
일본은 1894년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대규모로 군을 주둔 시켰다. 그 이전 1882년 임오군란 때도 교관들을 파견했다. 아마 이때부터 왜색문화는 스며들기 시작했을 것이다. 먼저 침투한 것이 말이었다.
이때 곤조(근성)라든가, 쿠사리(질책), 쇼부(거래), 오야봉(우두머리), 모찌(심부름꾼) 등이 자리 잡았다. 그런 일본어는 건설현장에 많이 남아 있다. 신삥은 초임자를 일컫고 시다바리는 옆에서 일을 돕는 이를 이른다.
다이는 거푸집,기스는 흠집,하치마끼는 철조망보강,빠루는 쇠지레대, 노가다는 막노동, 단도리는 채비, 나라시는 평탄작업 등등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왜색은 일상어에도 두루 스며들어 있다.
각자도생은 도꼬다이, 여유는 유도리, 회느누 사시미, 고추냉이는 와사비, 접시는 사라가 있다. 그리고 청색은 곤색, 점무늬는 땡땡이, 옷깃은 에리, 저고리는 우와기, 안감은 우라가 있다. 꼬봉은 쫄따구를 이르고 더치페이에 해당하는 작자분담의 뿜빠이는 일상으로 사용된다.
예전에 누나들의 심부름으로 양장점에 들르면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민소매옷을 꼭 소데나시라고 하는 걸 기억한다. 좀 전문스럽게 여겨서 그리 말했는지 모른다. 머쿠룸인 아까징끼는 일본에서 들어왔으니 그렇다치고 텔레비나 비루병(맥주) 등은 고쳐써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때 왜색풍을 물아내자는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간판도 뜯어고치고 학교에서는 일본말 사용을 엄격하게 단속하였다. 그때 어느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시골학교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을 운동장에 모여 놓고 연단에 올라 훈화를 시작했다.
“여러분, 지금은 해방이 되었으니 일본말을 사용하면 안됩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쓰메끼리는 손콥깎이, 벤또는 도시락, 란또셀은 가죽가방이라고 해야해요. 그리고 빵속에 들어있는 팥고물을 ‘앙꼬’라고 하는데 ‘팥소’라고 해야해요. 뽀록이 났다는 말도 들통이 났다해야 하고 다대기는 양념이라고 해야 합니다. 또한 간스메라는 말은 통조림이라고 해야 합니다. 알겠어요?”
“예”
일제히 대답이 울려 퍼졌다.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에 마음이 흐뭇해 졌다. 만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앞으로는 일본말을 쓰지 않도록 합시다”
그러면서 다짐하는 의미로 또 한 번 못을 박았다.
“약속합니다. 알았지요? 요시(좋아)!”
그런데 별안간 앞에 도열한 교사들의 입에서 풋풋 웃음이 삐어져 나왔다. 연단을 내려서던 교장선생님은 그때서야 ‘앗차!’하고 본인이 실수를 한것을 알아차렸다. 기껏 일본말을 쓰지 말라며 일장 훈시를 해놓고서는 정작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이었다.
이렇듯 한번 몸에 베인 언어습관은 고치기가 어렵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제 잔재의 말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도 무심코 입에서 불쑥 일본말이 튀어나오곤 한다. ‘갠세이(끼어들기)를 하고 있구만.’ ‘사꾸라가 많아’. ‘왜장이 쓴 니뽄도네’ 등이다.
그런데, 해방된 지 언제인데 각처에는 일본 신사터가 엄존하고, 정신 나간 어떤 자는 비무장지대에 일본을 위한 부지를 마련해놓고 있다는 말도 들리는 현실이다. 일본 때문에 근대화가 이루어졌다고 핏대를 세우는 정신 나간 자들이 있고, 말썽 많은 독도는 차라리 폭파해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말하는 국적이 의심스러운 자들도 있다. 이런 마당에 언어 하나라도 정신차리고 청산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비록, 학생을 훈화한 교장선생님처럼 정작 본인은 타성에 젖어 실수를 연발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계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럴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2025)
첫댓글 이빠이(가득) 와시바시(젓가락) 앗따라시(새것) 히내루(회전) 곤조(근성) 쿠사리(질책) 쇼부(거래)
오야봉(우두머리) 모찌(심부름꾼) 시다바리 다이(거푸집) 기스(흠집) 하치마끼(철조망보강) 노가다(막노동)
단도리(채비) 나라시(평탄작업) 도꼬다이(각자도생)구라(거짓말) 니뽄도(일본칼)
유도리(여유) 사시미(회) 와사비(고추냉이) 곤색(청색) 땡땡이(점무늬) 에리(옷깃) 사꾸라(벚꽃)
우와기(저고리) 우라(안감) 꼬봉(쫄따구) 더치페이· 뿜빠이(각자분담) 민소매옷(소데나시라)
머쿠룸(아까징끼) 되모시(결혼한 여자가 처녀행세하는 것) 텔레비, 비루(맥주) 벤또(도시락) 란또셀(가죽가방)
팥앙꼬(팥소) 뽀록(들통) 다대기(간스메통조림) 요시(좋아) 갠세이(끼어들기)
왜색어가 우리 일상에 참으로 많이 쓰여지네요.
한번 몸에 베인 것은 여간 고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글 사용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고맙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에는 일본말이나 일본풍의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해방이 된지도 80년이 넘었는데 이런 언어들은 이제 토착화가 되어 아무렇지 않게
쓰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름다움 우리말을 살려서 쓰는 습관을 길려야겠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그런 말을 별로 쓰지 않지만 60대 이상에선 더러 쓰이는 것 같습니다 다대기라든가 오봉, 사라 같은 단어는 알본말인 줄도 모르고 통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국민소득도 역전된 상황이고 보면 왜색 용어들도 급속히 사라지리라 생각합미다
잘못된 언어습관이 지금도 여전히 쓰이고 있음을 봅니다.
하나하나 지적하고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은 어쩐일이지 신 친일파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