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쳐야 할 왜색풍(倭色風)의 말들
임병식 rbs1144@daum.net
우리나라가 해방된 지 80년이 넘었고, 김영삼 대통령이 일제 청산을 외치며 광화문 앞을 가로막고 있던 조선총독부를 철거한 지도 30년이 지났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는 여전히 일본 잔재가 적지 않게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뿌리 깊은 것은 언어다. 일상 속에 스며든 일본어 표현들은 이제 일본말인지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사용되곤 한다. 때로는 알면서도 습관처럼, 혹은 괜히 세련되어 보이려는 마음에 쓰이기도 한다.
주유소에서 “이빠이 넣어주세요”라고 하거나, 식당에서 “와리바시 좀 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그렇다. “앗따라시한 물건”이라거나 “히네루가 잘 안 된다”는 표현도 낯설지 않다.
이러한 언어 습관은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형성되었다. 당시 일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언어는 다른 어떤 요소보다 빠르게 생활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결과 곤조, 쿠사리, 쇼부, 오야봉, 모찌 같은 말들이 퍼졌고, 지금까지도 다양한 분야에 남아 있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는 일본식 용어의 흔적이 두드러진다. 신삥, 시다바리, 다이(거푸집), 기스(흠집), 빠루(쇠지렛대), 노가다(막노동), 단도리(준비), 나라시(평탄 작업) 등은 여전히 널리 쓰인다.
일상어 또한 예외가 아니다. 유도리(여유), 사시미(회), 다대기(양념), 와사비(고추냉이), 사라(접시), 에리(옷깃), 우와기(윗옷), 우라(안감), 꼬봉(부하), 뿜빠이(분담) 같은 표현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어릴 적 양장점에서 민소매 옷을 ‘소데나시’라고 부르던 기억도 있다. 우리말이 있음에도 일본식 표현을 더 전문적으로 여겼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까징끼처럼 외래 유입 과정에서 굳어진 말도 있지만, 비루병이나 텔레비 같은 표현은 충분히 고쳐 쓸 수 있다.
한때는 이러한 왜색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간판을 정비하고, 학교에서는 일본어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기도 했다. 그와 관련된 한 일화가 전해진다.
시골 학교 조회 시간,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이제는 일본말을 쓰지 말고 우리말을 써야 합니다. ‘벤또’는 도시락, ‘앙꼬’는 팥소, ‘간스메’는 통조림이라고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학생들이 힘차게 대답하자 교장선생님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맺었다.
“앞으로 일본말을 쓰지 않도록 합시다. 약속합니다. …요시!”
그 순간, 교사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일본말을 쓰지 말자던 당사자가 마지막에 일본어를 사용하고 만 것이다.
이처럼 한 번 몸에 밴 언어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의식적으로 피하려 해도 무심코 일본식 표현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언어는 사고를 담는 그릇이자 문화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작은 말 하나를 바로잡는 일이라도 반복하다 보면, 우리의 언어는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완전한 청산은 쉽지 않다. 그러나 꾸준히 의식하고 고쳐 나가려는 노력만큼은 멈추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2025)
첫댓글 이빠이(가득) 와시바시(젓가락) 앗따라시(새것) 히내루(회전) 곤조(근성) 쿠사리(질책) 쇼부(거래)
오야봉(우두머리) 모찌(심부름꾼) 시다바리 다이(거푸집) 기스(흠집) 하치마끼(철조망보강) 노가다(막노동)
단도리(채비) 나라시(평탄작업) 도꼬다이(각자도생)구라(거짓말) 니뽄도(일본칼)
유도리(여유) 사시미(회) 와사비(고추냉이) 곤색(청색) 땡땡이(점무늬) 에리(옷깃) 사꾸라(벚꽃)
우와기(저고리) 우라(안감) 꼬봉(쫄따구) 더치페이· 뿜빠이(각자분담) 민소매옷(소데나시라)
머쿠룸(아까징끼) 되모시(결혼한 여자가 처녀행세하는 것) 텔레비, 비루(맥주) 벤또(도시락) 란또셀(가죽가방)
팥앙꼬(팥소) 뽀록(들통) 다대기(간스메통조림) 요시(좋아) 갠세이(끼어들기)
왜색어가 우리 일상에 참으로 많이 쓰여지네요.
한번 몸에 베인 것은 여간 고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글 사용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고맙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에는 일본말이나 일본풍의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해방이 된지도 80년이 넘었는데 이런 언어들은 이제 토착화가 되어 아무렇지 않게
쓰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름다움 우리말을 살려서 쓰는 습관을 길려야겠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그런 말을 별로 쓰지 않지만 60대 이상에선 더러 쓰이는 것 같습니다 다대기라든가 오봉, 사라 같은 단어는 알본말인 줄도 모르고 통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국민소득도 역전된 상황이고 보면 왜색 용어들도 급속히 사라지리라 생각합미다
잘못된 언어습관이 지금도 여전히 쓰이고 있음을 봅니다.
하나하나 지적하고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은 어쩐일이지 신 친일파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