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전문 학원가 동향
고급 인재 양성 전문학교로 거듭난다
패션 관련 전문학원이 업계 전문가 양성 기관으로 진일보하고 있다. 패션 전문학원들은 과거 **양재, **복장학원이라는 이름으로 기본적인 패턴, 수선 교육을 통해 주부들에게 소규모 창업 또는 부업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등의 단순 기술자 양성소에서 나아가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고급 인력 배출의 요람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 시장 규모 확대, 세분화로 기업의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패션디자인을 중심으로 운영됐던 전문학원의 교육 프로그램도 다변화하는 동시에 전문성 강화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 과정부터 전문, 종합대학교 졸업생 이상자에 한해 보다 심층적인 커리큘럼과 현장 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유학, 이민, 창업에 대비하는 특강까지 마련하고 있는 것.
1938년 설립된 국내 최초 패션전문교육기관인 국제패션디자인학원의 경우 부설 패션유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다변화
파슨스나 FIT, 마랑고니 등 해외 유명 디자인 전문학교 유학 준비생들에게 입학 전 과정과 현지 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재학, 졸업생들 간의 정보교류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노라노패션디자인학원은 성인들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강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최근에는 국내 창업과 해외 이주 예정자들을 위한 ‘세탁전문학원’을 부설기관으로 오픈, 국가공인 세탁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개업할 수 있는 기술적, 행정적 지원에 초점을 뒀다.
이와 함께 패션 마케팅, 머천다이징, 코디네이션, 스타일링, 비주얼머천다이징(VMD), 샵 매니지먼트 등 패션 관련 전문직 학과도 다양하게 개설돼 실무 강의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패션 기업들이 직원 모집 시 학벌, 성적 등 서류심사가 당락을 좌우하는 공채보다는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충원하는 수시모집을 하면서 투입 즉시 공백 없이 업무처리가 가능토록 실무 강의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학과는 더욱 전문성이 강화됐다.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 에스모드서울, 사디(SADI), 국제패션디자인학원, SD패션디자인아카데미 등은 디자인학과 내에 패턴, 모델리즘, CAD 등을 정규교과정으로 운영하고 있고 대학 전공 여부에 따라 교육 기간도 1~3년까지, 남, 여, 아동, 잡화, 란제리 등 복종별로 전공학과를 두고 있다.
강의는 주로 소재, 컬러, 캐드 등으로 세분화해 현직 디자이너와 패터너가 맡고 있으며 대학 교수들도 전문 학원 강사를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학사학위 과정도 개설
최근에는 2년 또는 3년 과정으로 전문학사(전문대학졸업 인정)학위 과정 운영 교육 기관이 늘고 있다.
대학에서 의류, 의상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소정의 입학절차를 통해 패션 관련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
국제패션디자인학원, 서울패션아카데미, 노라노패션디자인학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학원에서 패션디자인과 학위과정을 개설하고 있으며 장학금과 같은 국비지원도 일부 가능하다.
직장 퇴직자인 경우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수강료를 할인, 면제받을 수 있고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해당 직무 유관 강좌를 수강할 때는 국비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수강생들에 대한 관리도 깐깐한 편으로 대학 못지않은 등원, 과제, 시험 규정을 적용해 학점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제 때 졸업을 하지 못하거나 아예 수료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의 경우 일 5~7시간의 정규 수업 기간 중 매 강의 전, 후로 출석 확인과 함께 과제물 평가로 학점을 수여하고 3과목 이상 패스하지 못했을 경우 유급을 적용하고 있다.
학기 중 제휴 업체 현장실습, 방학 중 보충수업과 특강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고 학년 말에는 취업을 대비한 기업체 대상 프리젠테이션에 참가해야 1~2년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
에스모드서울은 일 6시간의 패션, 패턴 디자인 수업과 함께 교양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학년말에는 작품 발표회를 갖고 방학 중에는 기업체 연수 과정까지 마치도록 하고 있다.
산학협동 프로젝트 활발
또 패션디자인과 패턴디자인 과목은 진급시험에 합격해야만 2, 3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고 유급제를 적용하지 않아 지난 2005년 입학생들의 경우 180명으로 출발했지만 76명만이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2007년 현재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95%에 이르는 등 디자이너 사관학교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전문학원의 위상이 높아지고 현직 강사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산학협동 프로젝트 진행도 활발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초 교육이 탄탄한 신입사원을 즉각 선발할 수 있고 학생들도 자신이 원하는 직종의 업무를 미리 경험해 봄으로써 직무 적성을 자가 평가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기 때문에 산학협동 과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학교, 학원들은 제도권 브랜드 운영 기업 뿐만 아니라 소재, 원부자재, 프로모션, 컨설팅 등 패션 관련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수강생들을 현장에 투입하고 이후의 취업 과정까지 연결 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에스모드서울은 지난 5월 3학년 란제리 전공반이 인너웨어 전문기업인 남영L&F와 함께 시장분석부터 브랜딩, 실물 제작까지 상품화 전 과정에 참여하는 산학협동 워크샵을 가졌다.
최우수상을 받은 기혜진 학생을 비롯한 세 명의 수상자들은 현재 ‘비비안’ 디자인실에서 인턴십 근무 중으로 연수 이후 희망할 경우 남영L&F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됐다.
또 7월에는 쌈지와 이 학교 2학년 학생들이 8주간의 일정으로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패션 업체 운영 전반을 경험 할 수 있는 ‘쌈지마켓 이일장’을 진행했고, 지난 달에는 지퍼로 유명한 부자재 업체 YKK와 다양한 부자재의 활용을 테마로 한 워크샵을 진행했다.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은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졸업생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산학협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모기업인 FnC코오롱과 코오롱패션의 각 브랜드 사업부에 졸업생들이 다수 입사하고 있는데 입사자 대부분이 교과 과정 중 강사로 투입된 코오롱 임, 직원들의 추천을 받은 성적우수자 거나 학기말 진행되는 과제물 프리젠테이션에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선발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전문, 종합대학과 전문학원을 졸업, 수료하는 패션 관련 교육 이수 인원이 연간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간 수강생이 100명 이상 되는 대형 전문학원, 학교의 경우 졸업생의 취업, 유학, 창업 비율이 80~90%에 이르지만 그 밖의 소규모 학원에서는 졸업당해년도 취업률이 5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취업·창업 지원대책 강화
특히 졸업 후 즉시 취업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임금 등 열악한 근로조건을 이유로 이직 또는 해외 교육기관으로 다시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빈번해 기업체들은 디자이너를 제외한 전문 학원 출신 인력에 대해 ‘능력은 있으나 뒷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문학원 사무장은 “졸업생 대부분이 학사학위가 있고 대학과 비슷한 수준의 등록금을 투자해 2~3년 간 전문 교육을 마치다보니 취업 후 임금 등 처우에 불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패션업계에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가 현실에 당황하는 학생도 문제지만 대기업을 제외하면 간신히 차비와 식대 정도만 지급하는 업계의 비현실적 급여 수준도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디자이너의 경우가 심한데 대졸 초임이 너무 적은 점이 업무 적응이 될 만한 시점에 직장을 옮기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각 학원들은 정부가 학생들에게 수강료 지원을 확대해 줄 것과 대기업을 위시한 패션업계에서 교육과정 참여, 교육비와 장학금 지원, 인턴쉽 운영 등의 후원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에스모드서울 조혜나 실장은 “패션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충분한 준비된 신규 인력을 업계에서 일정 부분 수용해 주어야만 양질의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국내 산업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