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달간 본사의 몇 사람이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이미지를 써서 프로모션을 하라고 브리핑을 여러번 받고 계획을 세워놨는데, 국내 런칭 시한을 이제 겨우 한달 남겨두고 있는데, 필름 쪼가리 하나 안오는 겁니다. 연락할 때마다 이 사람 저 사람 핑퐁 게임하듯 미루는 것을 아주 참을성있게 달래가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데, 또 안된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뒤져서 뭉크의 '비명' 혹은 '절규'라는 작품 그림을 따다가 이메일에 붙여 보냈습니다. 영 뭔가 해결이 안되나 본데, 할 수 없다. 뭉크의 이 작품 사본이라도 사서 프로모션 런칭 시켜야지 별 수 있냐고요 ㅋㅋㅋ. 제 좌절감을 전달하고자 한건데, 놀랬는지 기다리는 필름이 아니고 본사에서 수습하러 사람이 하나 당장 날라온답니다......제 시간만 뺏기게 생겼습니다. 바쁜데....(밑에 계속...)
이 사진 찾는라고 뒤지다 살바도르 달리의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릇된 기억들과 참된 기억들 사이의 차이는 보석과 비슷하다. 그것이 가장 진짜인 듯 빛나 보이는 것은 항상 가짜라는 것이다."
문학하는 사람만 멋있는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봐요. 이 글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오랫동안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얽히고 설키고 하지 않았겠어요. 달리의 글과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 일 수 있는데, 유난히 늘 항상 나이스 한 사람이 있죠 왜.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다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칭송하는 사람이죠. 저는 두 세사람정도가 기억에 있습니다. 왜 특별하게 기억에 남아있냐면 저 뭉크의 그림속에 그려진 뭉크 자신처럼 저를 놀래켰기 때문입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대개는 좋은 사람 맞습니다. 근데 포장이 유난히 좋은 사람들 중에는 본질이 그 포장과는 너무 달라서 심한 충격을 주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가 자동차 회사를 다닐 때 스포츠카냐 스포츠 룩킹 카 (이건 좀 콩글리시 냄새가 나는 말이긴 하죠?)냐 이런 말들을 했거든요. 외관은 나무랄데 없이 근사한 스포츠카를 표방하고 있는데, 본질인 엔진이나 성능은 택도 없다는 거죠. 저는 일련의 경험을 통해 너무 외관이, 포장이 나무랄데 없이 나이스하면 오히려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 기억에 있는 두 세사람은 그 누구보다 냉정하고 이기적이고...의리도 없고, 최소한의 도리도 모르고 비겁하고 그저 제 자신들의 이익밖에는 안중에 없는 일들을 벌인 사람들입니다. 차라리 본인은 원래 이렇다하는 솔직함이 있었다면 충격은 좀 덜했을 텐데 - 온 세상 사람들이 나이스한 사람이라고 칭송하는 가운데 - 아주 나이스하지 않은 일들을 은밀히 벌려서 그로 인해 저나 제가 아는 사람들이 직,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지요. 또 그걸 알아채기 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구요.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이게 일종의 그들만의 훌륭한 서바이벌 스킬이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별로 이렇다할 특장점이 없다는 겁니다. 업무 실력도 형편없는 수준이고 시간이 가도 향상 안됩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일하면서 피해를 많이 끼치는 데, 그래도 주위에서 대놓고 뭐라 하기 힘들어요. 왜냐구요? 아이, 그 사람은 그래도 사람이 좋잖아...이렇게 감싸주거든요. 한 수 접어주게 돼요. 그리고 대개 롱~ 런합니다. 왜냐, 팔팔한 모난 돌들이 정을 맞고 있을 때 늘 안전 지대에 있거든요. 아랫 사람을 키우는 법도 없고 위 사람에게 일관된 충성을 보이는 법도 없고 ...그러나 언제든지 유리한 쪽에 서 있죠. 나이스한 모습을 하고요. 그들의 그 뛰어난 감정 자제력 하나 만큼은 제가 인정하는 바입니다만.
그래서 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좀 투박한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뭐 그렇게 대단히 세련되게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늘 그들이 말하는 게 정말 그들의 진심인 그런 사람들이요.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요.
장자 대종사에서 훈장님께서 진인이 어떤 사람인가 쭈욱 설명해주셨는데, 이 부분 기억나세요? 진인은 따뜻하기가 봄날같다가도 싸늘할 땐 엄청 싸늘하고 화낼 이유가 있을 땐 화내고...우리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처음엔 의외의 이야기라 좀 놀랐는데요. 그것도 어렴풋이 수긍이 갑니다. 왜냐구요. 나를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일이 때론 얼마나 위험하고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죠. 그걸 할 수 있다면, 진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미덕중에 최소한 솔직함은 갖고 있다는 거니까요, 교묘한 포장술이 아니고...그리고 솔직함 때문에 다소 불리할 수 있는 것도 감수할 용기가 있다는 거니까요.
예전에 들은 이야긴데...생쥐하고 전갈이 큰 홍수를 만나서 호수 건너편으로 가야 만 살 수 있는 궁지에 몰렸습니다. 생쥐가 전갈한테 너를 업어서 헤엄쳐 건너주는 대신 방향을 알려달라고 해요. 둘이 합의해서...생쥐가 전갈을 업고 헤엄을 쳐서 호수 건너편으로 거의 다 건너왔는데 갑자기 전갈이 꼬리로 생쥐를 찔러서 독이 퍼진 생쥐가 물속으로 가라 앉으면서 전갈도 같이 죽게 되었습니다. 생쥐가 물어보죠. 아니 이러면 너도 죽는 데 왜 나를 찔렀냐 하니까 전갈이 "....나도 몰라. 그냥 이게 나야..."그랬데요.
오늘도...어딘가 나이스한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있을, 나이스 룩킹맨과 전갈한테 걸려들지 않고 살 수 있기 바랍니다....옴마니 반메흠 (여의보주연화본존에게 오직 원하옵니다) 하하하하하
첫댓글 사회생활을 하니 만나는 사람도 참 여러종류겠어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 파악해가며 상대해야하는거........참 피곤한 일일거에요. 대신 사람을 알아보는 눈은 날카롭고 정확해지죠? 그래도 개인적인 몇번의 경험을 일반화 시키는 오류는 없는지 항상 검토해보셔요. 겉의 투박함이 솔직함일거라 속단했다가 속은 말할 수 없는 뺀질함이란 낭패를 당하는 수도 있을 수 있잖아요. ㅎㅎㅎ.......뻘쭘.......사회생활 한번 제대로 못해봤으면서.......베테랑에게 내가 훈수를 두네요. ㅎㅎ 원래 말은 쉬우니까......
아뇨...그래도 모르겠는게 사람이예요. 저 인터뷰 무용론자예요. 사람뽑을 때 인터뷰 하죠 왜. 그래도 몰라요. 일 시작하고 여러가지 상황에 노출됐을 때 겪어보지 않고는...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어요. 아직도 상처를 받는 다는 건 그래도 사람을 믿고 시작해보기 때문이예요. 신뢰를 줬는데 신뢰로 돌아오지 않는 많은 경우, 또 상처로 남죠....
아참참...뭉크의 절규라는 저 그림이요.......저 그림 해석할때 ....뭐라더라......현대인의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을 표현한......뭐 어쩌구......그렇게 배웠는지, 들었는지 했잖아요? 근데 몇달 전에 신문에서 어떤 지리학자인지 기상학자인지 하는 사람이 저그림을 재분석했는데....그림속 남자의 공포는 화산폭발에 놀라 느낀 두려움이라고 해석했대요. 그림이 그려진 시기와 위치....뭐 그런걸 정밀히 분석하니 그런 결론이 나왔대요. 뒤의 붉은색이 화산폭발이래요. 그거읽고 얼나나 웃었는지 몰라요. ....하지만.......실제 뭘 그렸던......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그뒤의 해석은 독자의 몫일거란게 제 생각이에요.
제가 들은 말은...뭉크가 아는 사람하고 둘이 산책을 하고 있는데 뭔가 자연의 공포가 느껴졌던 순간을 그린 거라고도 합니다. 예술가들 정신 세계가 단순하지 않으니 꼭 그때 뭐가 일어나지 않았어도 공포를 느꼈을 수 있을 것두 같애요. 그걸 파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그가 느꼈던 걸 우리가 그림 보고 공감하면 그뿐일 것 같아요.
독자가 어떻게 해석하든 작가가 상관할 바가 아니죠. 그림을 보는 사람이 막연한 공포를 느꼈다면 그게 맞는것이겠죠. ㅋㅋㅋ 저 그림 받아본 본사 사람은 무슨 뜻으로 해석했기에 사람이 직접 달려온다했을까요? 혹시 쌈닭이라는 목계님의 평소 이미지와 그림이 합쳐셔 본사 폭발이라도 당할까 겁먹은거 아녜요?
우와.....난 이런 얘기 들으면 일하는 여자들이 넘넘 멋져보여요. 아, 얘기가 길어질것 같으니까 답글로 빼서 다시 쓸게요^^
지난 답글에서 너무 잘난체를 한 것 같아서 삭제합니당...어제 온다던 본사 양반이 홍콩 공항으로 가기전에 토사곽란이 나서 못온다네요. ㅋㅋㅋ 담주에 오겠다는데, 대안은 이미 찾아놨으니 메일로 해도 된다고 할 참입니다....그 마음만 사겠다고 해야죠 뭐. ㅋㅋ
좋은글입니다. 진인의 모습을 정확히 해석하고 계시네요,,훈장으로서 뿌듯합니다. 세상에 본질은 개뿔도 없으면서 도사인넵하는 사람도 많은것 같아요,, 모습이든, 말이든,,인사동 등지에 널려 있죠,,특히 문화예술계 등지에,,,사람마다의 차이라고 이해해야 하나요? 가짜 기억일수록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되고 빛난다는 말,,,인간의 이기적인 본능때문이겠죠,,
지난 토요일 밤인가, 채널 돌리다 케이블 불교방송에 어디서 많이 본 글귀가 자막으로 나오길 래 보니까, 서양 스님이 영어로 설법하면서..."화낼 때 화내고, 슬플 때 슬퍼하고, 기쁠 때 기뻐하고...그렇게 하세요. 다만 집착하지 마세요. 걸림없이 살 수 있어야 자유로와 집니다..." 그러더라구요. 이 서양인 스님...장자 읽었나 봐요...
중용에 그런 말이 나오죠. 희노애락에 밖으로 표출 되지 않았을 때를 中이라 하고, 적절히 밖으로 표출되어 시의에 맞을 때를 和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