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번개치는 것 만큼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것 같다.
내가 '제천단양뉴스' 연재를 시작한 지도 벌써 2년 3개월이 흘렀다.
평범한 나의 일상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올해도 실천하지 못하고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하루는 둘째 딸이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옆에서 보니 펜화의 선들이 눈을 의심할 정도로 섬세했다.
아련한 추억 속 구멍가게, 슬레이트 지붕 아래는 빨간 우체통과 공중전화기가 있고
정겨운 들마루 옆엔 자전거 한대가 서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착각 속에 그림이 너무 정감이 가서
둘째 딸에게 나도 그 책을 한권 사달라고 부탁했다.
딸은 작가의 두 번째 책이 크기도 크고 그림도 더 많다며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라는 작품을 사주었다.
이 책은 지식을 위한 책이 아니다.
짧은 내용이지만 연륜이 묻어 있는 구멍가게의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과 향수가 담겨있다.
그림과 글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하는 감성의 책이다.
책에 삽입된 펜화가 사진이 아닌가 할 만큼 정교하고 정스럽다.
보고 또 봐도 애인처럼 자꾸만 보고 싶은 그림이다.
내가 그린 작품은 아니지만 소중한 나의 보물로 간직하고픈 책이기도 하다.
수십 점의 구멍가게 그림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마당에 있는 큰 나무들을 수놓는 만큼이나 정성을 들인 그림이다.
가늘디가는 선을 따라 사계절 변하는 순간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섬세함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내 어린 시절 골목 모퉁이에 있던 구멍가게와 비슷한 그림은 볼수록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온해진다.
책을 쓴 이미경 작가는 20년이 넘는 동안 전국 골목을 누비며
사라져가는 구멍가게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주인들과 평상에 앉아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가게에 얽힌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라져가는
전국의 구멍가게를 펜화로 그렸다.
한 가지 반가운 것은 책에 별다른 작가의 프로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영국의 BBC,크리에이티브 붐, 중국의 판다TV등에서 작품을 소개했다.
첫 책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은
프랑스 ,대만, 일본 등에서도 번역 출판 될 만큼 인기가 있다.
정작 글쓴이의 화려한 프로필이 소개되지않아 나에겐 많은 위안과 용기를주었다.
요즘 책을 낸 작가들의 너무나 화려한 이력에 기가 죽어 책을 출간하다는 꿈은 접고 있는 상태였다.
나도 언젠가는 평범함 속에서 내가 살아온 날들을 책 한권쯤으로 남길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