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학교가 드디어 "고대 문명"까지 마치게 되었습니다.
짝짝짝짝~~
현재 한국에 간 학생 두 명을 빼고서 제 자손 두 마리, 아니, 두 분과 ('마리'라고 한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에서 '분'이라고...-.-), 샤론과 사무엘, 도합 네 명의 학생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샤론이는 5학년이 되고, 에밀이가 3학년, 사무엘이 2학년, 꼴렛이 1학년, 덕분에 저는 낙도의 선생님 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갑자기...이 대목에서 낙도의 선생님이 섬총각이랑 눈이 맞는 시나리오가 떠오르는 건 웬일이란 말여..-.-)
꼴렛이 고대사를 이해하기에는 좀 어리므로 그냥 수업 방해만 하지 않도록 막아가면서, 윗 아이들이 좀 더 확실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습의 결과, 아이들은 빵빵한 역사 지식을 갖게 되었다.....고 하고 싶지만...뭐..그런 건 아니고, 그냥 고대 문명지에는 '물'이 있었다 정도는 확실히 들어간 듯 하옵니다-.-
제가 예수쟁이라 보니, 고대사에서 특히 구약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많이 좀 다뤘습니다. 사실, 구약 이야기가 너무 재밌다보니, 좀 '뻥' 같이 들리니까, 그 사건들의 역사성 같은 것, 어떤 시기에, 어떤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정도는 잡아줘야한다 싶어서요.
아이들이랑 또 뭐 했나? 음...
며칠 전에, 울 학교의 맏이 샤론이가 집에서 구덩이를 파고 있더랍니다. 샤론이는 어려서부터 우리 동네에서 가장 언니 역할을 하는, 어려서 이미 끝내주는 인간성으로 ks 마크를 취득한 아이랍니다. (난데없는 ks 마크? 히히...제 이름이 ksj 이니까, 제가 찍었단 말씀입죠..으으...떠벌리다보니, 자꾸 비굴해지는 나으 목소리....-.-근데 정말이에요. 샤론이는 참으로 둥글둥글하고 유쾌한 인간성을 갖고 있어요. 엇, 이야기가 새고 있네요.) 우리의 샤론이가 힘껏 구덩이를 파길레 엄마가 뭐하냐고 물었더니, 땅을 파면 유적이 나올까 싶어서라고 하더래요. 너무 귀엽지요? 호호호
사무엘은 도대체 에밀엄마 아니었으면 이런 지겨운 공부같은 거 안 하고 즐겁게 방학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하는 표정으로 힘겹게 수업에 임하는 장난꾸러기인데요. 글씨를 쓰기 시작하여 약간 재미를 붙였지만, 오래 오래 쓰는 것은 싫어하지요. 그래서 사무엘은 학교에서 '지도 담당' 입니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디아, 중국, 아프리카 등등, 지도를 공책에 베끼고, 강과 유명한 도시의 이름을 적고, 그것을 나중에 윗 학년에게 설명하는 임무를 맡았지요. 다른 학생들 앞에서 세계 지도에 직접 색연필로 색칠을 하는 떨/리/는 작/업까지 사무엘의 몫입니다.
에밀은...요즘에 드디어 자기가 뭘 하고 있다는 것을 감을 잡은 거 같은데요. 역시나..주제보다는 주제에서 약간 벗어난 이야기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냥 그런갑다 하고 지나가고 있습니다. 평소에 갖고 있던 무기에 대한 관심...여전히 그 열정은 사그러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대인들이 쓰던 무기를 계속 찾아보고, 점점 최근 무기까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함무라비 법전 공부를 할 때는 정말 재밌었어요. 그게 공정한 법이라고 소문이 났다지만, 실제로 엄청 쌀벌하거든요. 여차하면 벌로 죽이거나, 손 자르고, 쫓아 내고, 자식을 처벌하고,...무섭기 그지 없어요. 공부하면서 애들의 겁에 질린 표정이라고는...그거 만든 뒤에 몇몇 애들이 "내 방에 들어오는 자는 손을 자른다" "내 물건을 쓰는 자는 죽음에 처한다'는 함무라비 식 법을 만들었더군요. 흐흐..
학교에서 싸움도 벌어졌었지요. 에밀이 고무줄 하나를 며칠 내내 들고 다녔습니다. '호신용'이라나...(살상용이라고 하기 미안하니까 호신용이라고 둘러대는 듯) 어느 날 사무엘이 접근, 그 무기를 붙들고 싸우다가, 에밀이 떨어뜨리자 사무엘이 줒어서~~~ 쟁취해서 화장실에 버리더니 물을 내려버렸답니다. 두 녀석이 티격태격하는 화장실이 전쟁터로 변하나 싶게 요란하다 싶더니만, 잠시 후에 서로 장례를 치르고 있습디다. 아우...아우..아우...우는 소리..
짜슥들....
"내...정말...옛날 선생님들처럼, 손목 시계 풀고, 손찌검을 좀 해봐?"
(어머, 저 그런 생각 하지 않았어요, 정말 그런 생각 안 했어요!! 안 했단 말이에요!!) 마담, 수상하다...-.-
내일은 견학을 갑니다. (히히..학교에서 하는 건 다 하네요.) 여기서 한 시간 거리에 박물관 겸 도서관이 있는데..거길 갑니다. 룰루랄라!! 즐거습니다요.
몸은 무척 고된데, 이거 정말 좋습니다. 이렇게 살 수만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 같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제가 한겨레에 글을 썼던 걸 아시겠지만...음...그 때도 참 보람있고 즐겁긴 했는데...요즘, 제가 행복해지면서...제가 어쩌다가, 왜, 뭐땀시, 밖에 나가서 글을 썼는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로 마음 정리가 되고 있습니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하는 듯....
제가 지금 아이들 때문에 제가 하는 일들이 없고, 할 수 있는 일들도 없는 상태인데요, 가끔 너무 피곤해서 애들이 미울 때도 있지요.
"얘야, 엄마는 너희랑 온 종일 같이 있었더니 네가 큰 소리를 말하면 참을 수가 없어. 아이구...엄마좀 혼자 내버려 둬!!"
하고 절규해요. 애들도 제가 이제는 엄마의시간이라고 한마디 하면 그 때는 존중해주고요.
그런데 그렇게 힘들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정말 너무 너무 행복해요. 엉엉. 마음이 급해지지도 않고, 뒤떨어지는 듯한 기분도 안 느껴지고, 지금이 가장 나를 풍요롭게 양분을 주는 시간이구나 하고 느껴요. 삶이 주는 모든 것들을 꼭꼭 오래오래 씹어서 남기는 거 없이 다 녹혀 단물만 삼키는 듯한 기분이랄까..곤하고, 지치고, 아이들과 투쟁하는 듯한 그런 시간 속에서 발견하는 거의 절대적으로 느껴지는 어떤 균형감과 만족감, 그게 참 좋아요.
(이걸, 전업주부 예찬이라고 생각지는 마시길....개인적 체험의 토로라고 이해해주시압...)
동네 아이들과 수도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제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옆집 아이들, 놀러오는 아이들...아이들. 어디에 담을 수도 없고, 글로 다시 옮길 가치가 없을지도 모르는, 그러나 그 순간에는 너무도 웃기고, 재밌는 그런 이야기들...수영장에서, 마당에서, 차 안에서, 길 걸으면서, 놀이터에서 쏟아내고 만들어내는 수많은 이야기들...., 어린 아이들과 마주치는 시선, 웃음, 같이 생각하는 침묵의 시간, 이 모든 시간들이 정말 귀하게 느껴져요. 안고, 아이들의 머리를 매만지고, 무릎을 쓰다듬어 주고, 그냥 정식으로 포옹하기도 하고, 뽀뽀도 하고, 손을 잡아주고...이 모든 스치는 순간들, 제가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강렬히...그리고 삶이 살만하다고도 느낍니다.
이런, 이렇게 글 쓰고 보면, 정말 싫은 게,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과 뭔가 다르게 표현된 거 같은 듯한 그런 미진한 기분이 남는 거...
또 지우고 싶은 충동이 팍팍 오르는데, 꾹꾹 참고, 밤 운동하러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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