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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Pearl Harbor, 2001년) 영화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편집상 수상작 /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주제가상 후보작
제2차 세계 대전과 진주만 공습, 태평양 전쟁을 소재로 한 헐리우드 영화이다. 감독은 마이클 베이. 주연은 벤 애플렉, 조쉬 하트넷, 케이트 베킨세일. 러닝타임은 거의 3시간으로 상당히 긴 편이다. 진주만이 폭격을 받는 장면 등 전투장면이 1시간 가까이 된다.
It takes a moment to change history. It takes love to change lives.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영국 본토 항공전 → 진주만 공습 → 둘리틀 특공대의 3개 사건을 주된 배경으로 삼고 있다.
어릴 때부터 비행기를 좋아했던 두 절친 레이프 맥컬리(벤 애플렉), 대니 월커(조쉬 하트넷)가 성장하여 미 육군에 함께 입대한다. 신검과정에서 약간의 결격 사유가 있었지만 레이프는 사정사정하여 미 해군 간호사 에블린을 꼬시면서 신검을 무사히 통과 결국 P-40 전투기 조종사로 입대도 하고 에블린과 사귀게 된다.
임관 후 하와이 주둔 육군 항공대의 비행단으로 배치받아 중위로 진급해 평화롭게 훈련을 받던 두 친구는 심심하여 자주 영창을 갈 행동을 하면서 지내다가 레이프는 평화로운 나날이 지겨웠는지 서부전선(유럽)의 전황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듣고 아돌프 히틀러의 만행을 막겠답시고 영국 공군으로 지원해 나가면서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에블린을 부탁한다고 대니에게 부탁한다.
영국에 도착하여 레이프는 영국 본토 항공전에 참전하게 된다. 하도 조종사가 부족하고 상황도 좋지 못해서 총알 구멍이 뻥뻥 뚫리고 전 조종사의 피도 닦지 못한 슈퍼마린 스핏파이어를 제공받는다. 전 조종사는 착륙하고 얼마 안돼 사망하였다고 언급된다. 어느 날 평소대로 항공전을 수행하던 중 레이프의 스핏파이어가 격추되어 바다에 추락하고, 고장나서 안 열리는 캐노피를 웨블리 리볼버로 쏘아 부수고 탈출하려고 시도하지만 유해를 찾지 못한 영국 공군은 에블린에게 레이프가 전사했다는 통보를 하게 된다.
레이프의 전사 통보를 받게된 대니는 레이프의 부대로 에블린을 찾아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하다 어느 새 둘의 공통된 친구를 향한 감정이 서로를 향한 연애 감정으로 바뀌면서 대니는 에블린과 사귀게 된다.
그러던 어는 날. 레이프가 기적적으로 생환하여 하와이로 돌아오고, 대니와 에블린이 사귄다는걸 알게 된다. 전말은 이랬다. 탈출에 성공한 레이프는 채널 해협에 떠 있다가 프랑스 어선에 발견되어 구조되었던 것. 물론 당시 프랑스는 나치 독일 치하에 있었으니 편지고 뭐고 보낼 길이 없었던 것이고 그 사이 저 멀리 하와이에서는 레이프가 죽었다는 통보 하나만 믿고 죽은 줄 알고 있었던 것.
레이프가 죽은 줄 알고 대니와 이런 저런 일을 했다고 성토하는 에블린의 말에 레이프는 배신감에 충격을 받고 바에서 술을 퍼마시며 드러눕게 된다. 이후 대니가 어떻게든 이 꼬인 상황을 해결해 보기 위해 찾아오자, 술집에서 난투극을 벌인다. 사실 이 상황도 웃긴 게, 처음에는 분위기가 좋다가 술을 먹은 이후 갑자기 난폭해진 것. 그렇게 서로 치고 박고 하다가 술집 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헌병대가 출동하자 같은 차에 얻어타고 줄행랑을 친다. 둘은 티격태격 싸우다가 숙취에 그만 차에서 잠이 든다.
한편 미국은 일본의 해외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나, 정치적으로 중립이라 직접나서지 못하고 기름을 수입할 수단을 없애는 것으로 진격을 저지하려 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미국이 기름을 얻을 수단을 차단하려고 시도하자 진주만을 공격하기로 결정한다. 미국 정보기관들 또한 이를 파악하긴 했지만 정확한 물증이 부족해 물증 확보에 열을 올린다. 일본 해군은 하와이에 첩보원을 보내 함선의 배치도를 얻어내고 공격을 준비한다. 미 해군은 적들이 진주만에 어뢰 공격을 못할 것이라고 안심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본군은 어뢰에 나무 거치대를 부착하여 얕은 수심을 가진 곳도 공격할 수 있게 했고 계획한 작전을 실행하게 된다. 미국 정보기관이 일본군을 추적한 결과 있어야 할 일본 함선들이 사라진 것을 파악하지만 어디로 사라진지 파악하지 못하여 전전긍긍한다. 일본 해군은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기로 하고 다수의 함재기를 보내기 시작한다. 하와이의 미국인들은 이 상황을 전혀 모른 채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가 정박한 함정들이 삼나무로 만든 수직 • 수평 꼬리날개 달린 항공어뢰를 맞으면서 일상이 깨지게 된다.
시끄러운 비행기 소리에 오늘은 일요일인데 뭔 작전이라도 하는거냐며 투덜거리다가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하늘 위로 일본 해군 함재기가 날아다니는 걸 목격한 두 중위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기지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도중에 제로센의 기총소사를 받지만 천신만고 끝에 아직 공격을 받지 않은 비행장에 도착했고, 일본 해군의 공격에 혼비백산하여 비행장으로 달려가 반격을 하여 실제로도 일본기 몇 대를 격추시키는 쾌거를 올렸다. 그러나 단 두 명의 활약만으로 상황을 뒤집기에는 당연히 역부족이었고 수많은 육해군 장병들이 진주만에서 전사했다. 에블린이 근무하던 해군 병원에도 환자들이 속출하지만 일본 해군은 병원에도 폭격을 가하고 만다. 시체들이 즐비한 가운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에블린은 절망에 빠지고, 미 본토는 충격을 받고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2차대전 참전을 결정했다.
이후 둘은 서로에 대한 감정은 접어두고 분노에 불탄 채로 제임스 둘리틀(알렉 볼드윈) 중령의 특공대에 지원하여 본토로 간다. 이 때 에블린이 레이프를 만나 대니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이야기한다. 정작 에블린은 당사자인 대니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도쿄 기습을 위해 항공모함의 길이인 464피트에 맞춰 이륙할 수 있도록 피말리는 훈련을 한 뒤 작전을 실행하려 하나 일본의 연안감시선에게 너무 이르게 포착되자 급하게 공습을 개시한다. 당초 640km 거리에서 띄우려 했지만 일본 해군이 너무 일찍 확인한 나머지 1,000km 거리에서 띄워야 했다.
임무는 성공하였지만, 연료가 부족한 상태로 주인공의 비행기들은 중국에 불시착하게 된다. 이후 그곳을 점거 중이었던 일본 육군에 의해 붙잡힌 일행은 포로로 끌려가게 될 처지에 놓였으나, 기회를 봐서 저항하여 일본 육군과 총격전을 벌이고 살아남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니가 레이프를 향해 발사된 총알 및 다른 팀원들에게 발사된 여러 총알을 대신 맞고 죽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대니가 죽어가면서 에블린을 부탁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을 들은 레이프는 웃기지 말라며 에블린이 대니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걸 말해준다. 그것을 들은 대니는 놀라지만, 이미 살기는 힘들다는 걸 알기에 레이프의 손을 잡고 자길 대신해서 좋은 아빠가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레이프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받아들이게 되고 대니는 숨을 거둔다.
이후 레이프를 비롯한 일행들은 중화민국 육군에게 발견되어 돌아오게 되고, 에블린은 비행장에서 그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레이프가 비행기에서 내리자 환호한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에 하나의 관이 내리자 대니가 죽은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린다. 그것을 이번에는 레이프가 다가가 말없이 등을 토닥여주고, 화면이 바뀌어 결혼&출산한 후 대니라고 이름 지은 아들을 키우며 스토리가 끝을 맺는다.
'Pearl Harbor' is a two-hour movie squeezed into three hours, about how on Dec. 7, 1941, the Japanese staged a surprise attack on an American love triangle.
'진주만'은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어떻게 미국의 삼각관계를 기습하였는가를 다룬, 2시간 짜리 내용을 3시간으로 압축한 영화다.
- 로저 이버트의 진주만 리뷰 첫 문장
물량 공세 마케팅으로 2주 동안은 박스오피스 1위를 했으나 그 후에는 아주 심한 드랍을 보였다. 미국에서부터 위의 이버트 평처럼 평론가들에게 엄청난 혹평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굽시니스트가 "영화 진주만은 1970년대 스토리같은 영화."라고 평했는데, 이 정도도 무난한 표현일 정도로 여기저기서 엄청난 혹평만 받았다. IMDB 5.7, 로튼 25%. 그러나 네이버나 다음 영화 평점은 8점이 넘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괜찮은 평가를 받는다. 상위권 리뷰를 읽어보면 '스토리는 지루하지만 스케일은 커서 좋았다' 정도가 중론.
흥행 성적만 보면 제작비 1억 4000만불에 전 세계 총수익은 4억 5000만불로 제작사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을지라도 흥행에는 크게 성공한 영화이다. 참고로 마이클 베이의 전작인 아마겟돈은 제작비 1억 5000만불 총수익 5억 4500만불을 기록했다.
관객들이 지루해할까 싶었는지 배달의 기수 테이스트도 슬쩍 쳐 준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밀덕 등 여러 사람들에게 더욱 가열차게 까이는 원인이 된다.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제로센을 치킨 게임으로 유인하여 공중 충돌시키는 장면. 당연히 실제로 이런 일은 없었고, 또 성공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두 미 육군 주인공 A와 B야 원래부터 치킨 게임를 즐기던 꼴통들이라는 설정이니 그렇다 쳐도, 일본 해군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거기에 그대로 말려 들어 주는 건 영락없는 배달의 기수 컨셉이다. 그 전에 6시를 제대로 잡은, 압도적으로 유리한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데 그동안 격추를 못 시켰다는 것부터가...
당시 일본의 해군 조종사 양성 과정은 혹독할 정도로 엄격하고 오래 걸렸으며, 진주만 공습의 주력이었던 일본 해군 1기동부대의 함재기 조종사들은 이 중에서도 추려 내고 또 추려낸 탑클래스였다. 건물 등 은폐물 뒤에서 갑툭튀한 것도 아니고, 저~ 멀리서부터 적기(P-40 워호크) 1기와 아군기(제로센) 3기가 마주 오고 있는데 그걸 못 본다는 게 말이 되나. 추적자인 제로센들이야 두 편대 간 고도만 조금 차이를 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아무리 픽션이고 극적과장이라 보아 줘도,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배달의 기수이다.
배달의 기수를 연상케 하는 극도의 애국심/미국 찬양과 총 러닝타임 세시간의 절반이 극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할애된 구성이 안타까울 정도의 지루함을 안겨준다. 특히나 영화에서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은 민감한 시청자라면 중간에 영화관을 박차고 싶을 정도로 과장되어있고, 뻔한 사랑 이야기는 한없이 늘어지며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밟는다. 물론 클리셰도 잘 요리하면 그럴듯한 작품이 나올 테지만, 요리법마저 클리셰의 정통을 따르니 지루할 수밖에. 심지어 이 배달의 기수 테이스트 때문에 스토리 흐름도 안 좋아졌는데, 공중전 장면에선 두 주인공이 적기를 다 때려부수어 화끈하게 보복한 것처럼 전개되다가 갑자기 아카기의 함교로 장면이 넘어가더니 장교 한 명(캐리 히로유키 타가와분)이 나구모 주이치 제독에게 '아군 피해는 소수. 대성공입니다!'라고 보고한다(…).
특히 마지막의 중국에서 일본군과 교전하는 장면은 억지감동의 정점. 실제 둘리틀 특공대의 상황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억지스러운 로맨스와 결합하다보니 더욱 평가가 떨어졌다.
전투장면 및 소소한 고증들은 의외로 상당히 충실한 편이다. DVD 코멘터리를 들으면 진주만 공습 전후의 세세한 에피소드들이 주목할 만하다.
전투 장면을 놓고 보면 재현도가 상당히 준수하다. 스케일 크게 재현된 공습 장면, 6시를 잡힌 조종사 시점의 긴박감, 지면에 스칠 듯한 곡예비행의 아슬아슬함, 폭격/뇌격의 표현 등이다. 진주만 공습 장면 못지 않게, 남주인공 A가 격추되는 영국 본토 항공전 장면도 자세히 보면 매우 디테일하다. 이 중 상당 부분, 특히 공중전 장면의 대부분은 'CG로만 가능한' 것들이었다.
CG를 다소 과도하게 떡칠한 어색함이 까이기도 하지만 2001년의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중에서는 거의 첫 CG 공중전 영화라는 시도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두둔해 줄 여지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CG라고 생각하기 쉬운 장면들 중 상당수는 실제 비행장면이다. 최고의 파일럿을 섭외해서 기령 60년이 넘은 제로센 실기나 최대한 가깝게 재현한 레플리카(도라 도라 도라에서 사용했던 T-6 텍산 훈련기 개조품이 여기서도 쓰였다.) 등을 카메라 코앞에서 날려대면서 찍었다. 심지어 촬영중 사고로 추락한 기체도 있었고 해당 촬영분도 그대로 영화에 들어갔다. 파일럿은 무사히 탈출했다고. CG로 연출된 부분은 위험성 때문에 촬영이 불가능한 몇 장면(격추씬 같은) 뿐이다.
둘리틀 특공대의 묘사도 상당히 훌륭한 편. 비상착륙 이후의 묘사를 제외하고는 부합하는 편이다. B-25는 육군항공대에서 운용하던 폭격기로 요크타운급 항공모함의 갑판에서 띄운다는 것은 말 그대로 도박수였다. 그나마 호넷(CV-8)에서 띄운 것도 호넷이 다른 요크타운급 항모보다 덩치가 조금 더 컸기 때문이다. 이후 도쿄 상공을 폭격하고 대공화망을 뚫으며 탈출하는 묘사도 훌륭하다. 당대 영화인 '도쿄 상공에서의 30초(Thirty Seconds Over Tokyo, 1944)' 이후로는 최초로 둘리틀 특공대를 제대로 묘사한 작품이라는 의의도 있다.
여주인공과 동료 간호사, 군의관들이 대량 전사상자를 처리하는 처참한 장면의 연출도 지금 보면 클리셰 덩어리긴 하지만 주목할 만할 연출을 선보였다. 시야의 주변부가 흐려지는 현상은, 극도로 바쁘거나 하는 등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져 본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이 갈 것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도 등장하는, 살 수 있는 부상자를 먼저 치료하고 가망 없는 부상자는 포기하는 트리아지(triage, 환자분류)의 잔혹함도 잘 묘사된다. 전쟁/재난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클리셰인 듯. 또한 여주인공이 지혈대가 떨어지자 신고있던 스타킹을 벗어 지혈대 대신 사용하던 것도 당시 실제 있었던 일을 각색한 것이다.
당시 미국, 일본의 정치, 외교전, 정보전 등 외적 요소들도 중간중간에 간략하게 보여주는 연출은 밀덕이나 역덕이 아니라도 부담없이 볼 수 있게끔 깔끔하게 표현했다 스토리 내적인 요소들과 좀 더 부드럽게 연결되었다면 상당히 깊이 있는 수작이 되었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음악이 매우 우수하다. (Pearl Harbor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당연하겠지만) 영화의 음악감독이 한스 짐머이다. 페이스 힐이 부른 <There You'll Be>은 나름대로 북미와 유럽에서 상위권에 랭크된 노래였고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 지명되기도 했으며 메인 테마곡인 <Tennessee>는 아직도 TV 등지에서 억지 감동을 연출할 때 자주 쓰이는 마성의 BGM 중 하나이다.
참고로 영국 본토 항공전에는 실제로 8명의 미 육군 항공대 조종사들이 파견되었으며, 이들은 영국 공군(RAF) 337전투비행대로 편제되어 슈퍼마린 스핏파이어를 몰았고, 영국 공군의 지휘를 받았다. 그리고 영국 본토 항공전 중 1명이 전사하는 인명손실을 겪었기도 했다. 물론 영화처럼 "미국놈들은 다 자네처럼 못죽어서 안달인가?" / "미국사람들이 전부 자네처럼 용감하다면 전쟁도 오래가진 않을거야."라고 RAF조종사들이 미국 조종사들을 띄워줬다는 말은 없다.
실제로도 진주만 공습 당시 날아올라 반격에 나선 육군의 P-40 워호크, P-36 호크 조종사들이 몇 명 있었다. 물론 영화처럼 제로센을 상대로 활약한 것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느린 폭격기 몇 대 격추하고 도망다니기 바빴다고 한다. 워낙에 쪽수 차이가 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대부분 용케 살아 남았다고 한다. 이들 중 영화의 모티브가 된 두 육군 중위는 여기서 격추 수를 올리기도 했다. 이 활약상은 <도라 도라 도라>에서도 잘 묘사되었다. 이 조종사들은 모두 큰 훈장을 받았다. 물론 영화처럼 둘리틀 폭격대에 자원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전공(전투기&폭격기)부터 다르다.
또한 전함 USS 웨스트버지니아의 조리병인 도리 밀러(바로 중간에 권투로 백인 수병을 때려눕혔던 흑인 수병) 역시 실제로 대공기총을 잡고 사격, 일본 해군기 2대를 격추(!)하는 전공을 세웠다. 이 공으로 밀러는 해군 십자장(네이비 크로스,Navy Cross)를 수여받았지만 후세 역사가 중에는 만약 이 사람이 백인이었다면 명예 훈장도 받았을 거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이 사람이 영화처럼 그렇게 공격에 가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엄청 불쾌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긴 영화에 나오는 일본 해군의 이미지는... 물에 빠져 전투력을 상실한 미 해군 장병들에게 총질이나 하고, 병원에 폭격하고 하는 등. 근데 사실 실제로도 진주만 공습당시 일본군 조종사들은 영화처럼 잔인했다고도 한다. 미군의 어느 참전 용사는 자신에게 가까이 접근한 항공기의 칵핏을 들여다보니 일본군 조종사가 웃는 얼굴로 폭격을 하고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고,당시 요크타운급 항공모함 uss 엔터프라이즈 호의 수병이엇던 프랭크 데이비드슨은 당시 일본뇌격기B5N들이 23m 아래에 있던 수병들한테 총질을 가했다는걸 증언하기도 했던데다가, 당시 일본군들 중 일부는 실제로 민간인들한테도 사격을 가해 일흔명 넘게 학살하기도 했으니...
어쨌든 일본 개봉은 했다고 한다. 일본군이 악랄하게 나온 <파라다이스 로드>같은 영화는 개봉도 못 했는데. 참고로, 미국의 일본계 사람들은 이 영화가 일본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늘릴까봐 우려했다고 한다. 다행히(?) 영화가 흥행에 참패했고, 미국인의 수준이 일본계를 마구 잡아 가두던 진주만 공습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되게 성숙하였으니 당연히 기우에 그쳤다.
사실 진주만의 경우는 일본 관객을 상당히 신경을 썼다. 대놓고 미군 만만세를 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가 있다라는 것도 내용을 넣어줬고, 야구하는 애들을 발견한 일본 해군 뇌격기의 후방석 기총사수가 다급하게 피하라고 손짓하는 장면도 넣어줬다. 야전 병원에서는 부상자가 몸에 손 대지 말라고 욕을 하는데도 직접 돌보는 일본계 미국인 의사도 나오고. 무엇보다도 일본에서 상영할 때는 대사를 갈아버렸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일본어 고증에 옥의 티(?)가 존재한다. 전함 오클라호마의 카타카나를 "オクラホマ"로 써야 하는데 "ホ"를 잘못 써서 "木"으로 써 놓았다.
이 영화도 무삭제판(감독판)이 따로 나왔다. 극장개봉판도 전투 장면이 대단히 살벌한데, 무삭제판은 훨씬 하드하다. 무삭제판에서는 어뢰 피격의 충격으로 전함 USS 웨스트 버지니아의 함장이 죽어가는 장면에서는 함장의 창자가 쏟아지고, 폭격의 충격파와 파편에 휩쓸린 이의 얼굴과 사지가 분해되며, 제로센의 기총소사를 맞은 사진사의 머리도 반쯤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패닉에 빠진 간호사가 케이스을 엎지른 장면에서는 바닥에 쏟아진 의료용품 사이사이로 절단된 팔, 다리, 손가락이 굴러다니는 장면이 제일 압권. 그리고 고참 육군 정비부사관 얼(Earl)이 하늘을 향해 M1톰슨을 갈기면서 덤벼라, 이 눈째진 노란 원숭이 x발 것들아'라며 씹는 대사도 짤렸다. 이건 인종차별 문제가 될까 싶어 삭제한 듯하다.
미 해군의 손길이 닿은 영화인 까닭에 퇴역 군함들이 다수 동원되었다. 다만 당시의 함선들은 거의 모두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USS 웨스트 버지니아, USS 애리조나 등 대부분의 당시 전함들은 CG로 재현되었다. 퇴역 군함들은 배경으로 잠깐잠깐 등장한다. 이 군함들은 당연히 그 시기에는 굴릴 수 없었던 배들이다. 대표적인게 스프루언스급 구축함이다. 일본 항모는 에식스급 항모들로 대신했다. 렉싱턴이 아카기, 요크타운이 카가, 인트레피트가 히류, 호넷이 소류로 등장. 여담으로 아카기와 히류의 함교가 왼쪽에 위치해서 렉싱턴과 인트레피트는 영화내내 후진해야 했다고.
단, B-25의 발진 장면의 일부는 실제 항공모함에서 촬영한 장면을 활용했다. 이로 인해 CG화면과 실제로 촬영한 화면에서 보이는 항공모함의 모습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이유는 간단한데 CV-8 호넷은 요크타운급으로 대전형 항공모함의 전형적인 디자인이지만, 촬영에 동원된 항공모함은 퇴역한 키티호크급의 수퍼캐리어 CV-64 컨스텔레이션이라서... 이로 인해 길쭉한 사각 갑판의 항공모함 CG와 경사갑판 형태의 모습이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NC역시 이 영화를 깠다. 다만 이 인간은 골수 공화주의자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마이클 베이 까인지라 조금 가려서 생각하며 리뷰를 볼 필요가 있다. 특이하게도 사람들이 크게 주시하지 않은 부분에 광적으로 깠다. 예로 수병 중 하나가 이를 닦으며 나오는 모습이나 수영을 못한다고 말한 장면. NC는 미군의 명예까지 말하면서 이 영화를 깠다. 그리고 일본군이 병원 같은 곳을 폭격한건 보고되지 않았다고 디스한다. 이와 연계해서 둘리틀 특공대의 공습 장면에서는 미 육군의 공습이 민간인 살상을 불러왔는데 그걸 왜 넣지 않느냐는 비난을 하는데 자세한 것은 진주만 공습을 참고.
강풀은 자신의 저서 영화야 놀자에서 영화 진주만을 보면서 왠 일본군 장군이 "우리가 잠자는 거인을 깨운것 같아'라고 말하며 벌벌떠는 장면을 보고 미국이 우월감을 드러내려고 별짓을 다한다고 깠는데, 이 말은 헐리웃의 날조가 아닌 해당장면에 나왔던 연합함대 사령장관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진짜로 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