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 보살품에 이런 대화가 나옵니다.
한 스님이 유마 거사를 만나 “거사님,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하고 묻습니다.
이에 유마 거사가 “도량에서 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도량(道場)이란 마음 닦는 곳입니다.
흔히 절(寺)을 도량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불도를 닦는 장소가 곧 도량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스님이 물었습니다.
“도량은 어디를 말합니까?”
“곧은 마음이 도량입니다. 거짓이 없기 때문입니다.”
직심시도량(直心是道場) 곧은 마음, 바른 마음이 곧 도량이라는 뜻입니다.
절은 눈에 보이는 건물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그 안에 곧은 마음(直心)으로 수도하고 교화하는 청정한 승가가 깃들어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승가(僧伽)란 스님들만의 집단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승속이 함께 어울려 화합하는 모임, 즉 화목한 어울림을 승가라고 했습니다.
비구계 중에도 ‘파화합(破和合)’, 화합을 깨뜨리는 죄가 가장 크다고 율장에 기록돼 있습니다.
뜻과 원이 하나가 되어 모인 단체, 그것이 바로 승가입니다.
종교적인 공덕은 기도에 의해 그 터전이 마련됩니다.
기도는 인간에게 주어진 최후의 자산입니다.
인간의 이성과 지능을 갖고도 어떻게 해볼 수 없을 때 기도가 우리를 도와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 때문에 기도를 합니까?
어디에든 매달리고 싶으니까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정신세계는 무한하고 신비롭습니다.
기도는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홀로 조용히 침묵 속에서 자기에 맞는 것을 택해서 하는 게 좋습니다.
왜 팔만 사천 가지 법문이 있겠습니까?
사람들의 근기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입니다.
저마다 자신의 근기를 따라 그것으로 자신의 정신적인 살림살이를 하라는 뜻입니다. 간절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에 열과 성을 다해 어떤 잡념에도 끌림 없이 순수하게 몰입하면서 기도하십시오.
기도의 미덕은 회향(廻向)에 있습니다.
회향이란 회전취향(廻轉趣向)의 준말로 내가 지은 공덕을 이웃에 널리 돌리는 것을 뜻합니다.
회향 발원문을 보면 “원컨대 이 공덕이 모두 이웃에게 두루 이르러 나와 남이 함께 부처님의 도를 성취하게 하소서.”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씨입니까?
기도로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니 이런 회향 발원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은 타인에 대해서, 심지어 타 종교인에게까지도 따뜻하고 부드럽고 친절한 마음씨를 지녀야 합니다.
이것이 자비심입니다.
세상은 덧없습니다.
늘 변합니다.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건강할 때 맑은 업을 닦아야 합니다.
병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하루하루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인생은 결코 허망하지 않습니다.
기도를 통해서 신앙의 꽃이 피고 깨달음의 열매가 맺힙니다.
기도 많이 해서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법정(法頂) 스님-
<1997년 9월 2일 길상회 법회 법문>
출처: 🙏월간 맑고 향기롭게 산방한담(山房閑談) 요약
출처: 글쓴이: 🙏향상일로
https://cafe.daum.net/seojinam/exSk/205
첫댓글 이법문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