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4일 연중 제2주일
<그들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분과 함께 묵었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5-42 그때에 35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서 있다가, 36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눈여겨보며 말하였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37 그 두 제자는 요한이 말하는 것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갔다. 38 예수님께서 돌아서시어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시고, “무엇을 찾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하고 말하였다. ‘라삐’는 번역하면 ‘스승님’이라는 말이다. 39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보아라.” 하시니,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40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간 두 사람 가운데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였다. 41 그는 먼저 자기 형 시몬을 만나,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하고 말하였다. ‘메시아’는 번역하면 ‘그리스도’이다. 42 그가 시몬을 예수님께 데려가자, 예수님께서 시몬을 눈여겨보며 이르셨다.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구나. 앞으로 너는 케파라고 불릴 것이다.” ‘케파’는 ‘베드로’라고 번역되는 말이다.
이 해를 거룩하게 보내기
나에게는 아주 귀중한 몇 권의 책이 있는데 1950년대에 출판된 책들입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책으로 당시에는 인쇄술이 아주 형편없어서 지금은 읽어보기도 어렵게 된 책들입니다. 어려서는 그런 책들을 싸서 가지고 다닐 때마다 버렸는데 지금은 감춰가지고 다니는 몇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이 읽어보기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문장들이지만 단어들이 아주 정겹게 다가오는 책들입니다. 어떤 책은 일 년에 겨우 한 번 볼까말까 한 책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그 책들 속에서 아주 큰 기쁨을 찾고 금쪽같은 말씀을 대하고, 큰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그 감동을 혼자 받기 송구스러워 어느 성당에 고스란히 기증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더 그 책들이 소중해졌습니다.
오늘 묵상하고 싶은 책은 ‘매일묵상’[김정진 엮음, 1959년 판]이라는 아주 작은 책입니다. 이 책은 김정진 신부님이 쓰신 매일 묵상집입니다. 김정진 신부님은 서울 소신학교 교장으로 오랫동안 계셨습니다. 이 묵상집은 1950년 6.25사변 당시 외숙이시던 이재현 신부님이 피랍되신 것을 가슴 아파 하면서 신학생들과 수도자들을 위해서 매일묵상을 쓰고 1959년에 출판 된 책입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2004년 1월 23일 83세로 선종하셨습니다. 그 ‘매일묵상 상권’에 적힌 1월 4일 묵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신부님의 묵상을 좋아해서 그 원문을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1월 4일
요령 1. 이 해를 거룩히 보낼 동기
2. 이 해를 거룩히 보낼 방법.
결심 1. 일상행위를 완전히 하기로 전력할 것.
2. 앞으로의 선행으로 과거 잘못을 배상하며, 제일 주동자 노릇하는 정욕을 죽이기로 할 것.
표어 : ‘우리는 아직 시간이 있는 동안에 선을 행하자.’(갈라티아 6, 10)
‘그러므로 기회가 있는 동안 모든 사람에게, 특히 믿음의 가족들에게 좋은 일을 합시다.’ (갈라티아, 6, 10)
1. 이해를 거룩히 보낼 동기 -
1) 우리는 과거 잘못 때문에 배상할 것이 많다.
천주 우리에게 지난 1년을 주신 것은 우리 성화를 위하여 사용하라고 주셨던 것이다. 어떻게 사용했는가? 자연계와 성총계(聖寵界)를 통하여 가지각색의 선을 베푸셨다. 이 은혜에서 어떠한 효과를 보았는가? 더 나아졌는가? 오호! 얼마나 많고 큰 악을 범하는가? 얼마나 선행의 기회를 놓쳤는가? 얼마나 성총을 남용하였는가? 천주여 네 의리의 저울에 너 나를 위하신 모든 것과 나 너를 거슬러 행한 모든 악과 미소한 선이 다려 오르는 것을 볼 때, 바빌론 왕에게 ‘너 저울에 올랐도다.’(다니엘서 5, 27) ‘내 성총이 네 공로보다 더 무겁도다.’ 하신 말씀을 내게도 하실까 무섭나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남아있는 한 가지 방법은 새로 맞이하는 이 해에는 과거에 범한 잘못을 배상하기 위하여 선을 많이 행하는 것뿐이다.
2) 천주가 주시는 이 시간을 거룩히 살아야 한다.
우리는 금년 1년간 모든 제일 세밀히 천주께 심판 받을 것이다. 일각이라도 악하게 사용하거나 무익하게 사용한다면 반드시 우리를 거슬러 호소할 것이다. ‘오 천주의 은혜의 귀중함을 알아듣는다면!’(요한 4, 10)
3) 장래를 예견(豫見)해야 한다.
이 장래보다 더 일정치 않은 것이 무엇인가? 1분에 대개 97명이 죽고, 1시간에 5,820명, 하루에 140,000명, 1년에 5,100만 명이 죽는다. 금년에 나도 이 수에 들어있지 않은지! 나 이것을 확실히 안다면 얼마나 잘 살 것이며 얼마나 죄를 피할 것인가? 소소한 것도 얼마나 거룩하게 하기로 노력할 것이며, 내 영혼을 항상 거룩하게 보존하기로 얼마나 애쓸 것인가? 나는 갑자기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성 안또니오께서는 ‘날마다 그 날이 마지막인줄 알고 살라.’고 하셨고, 성 벨라도께서는 자기 제자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것을 마친 다음에는 죽을 것처럼 생각하고 하라.’ 하셨다.
2. 이 해를 거룩히 보내는 방법
1) 보통행위 - 세속의 눈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극히 평범한 것이라도 잘 하기로 힘써야 한다. 즉 해야 할 때에 또한 해야 할 방식대로 천주를 위하여 천주께 의합코자하는 열렬한 정으로만 해야 한다. 특별한 행위에 보다도 여기 성덕이 있는 것이다.
2) 언제나 지난 시각보다 다음 시각을 더 잘 살기로 힘써야 한다.
실수할 때는 낙심하지 말고 지금 것을 잘 함으로 전에 잘 못된 것을 보충하기로 해야 한다. 참덕이란 ‘이제는 족하다.’할 줄을 모르는 것이다. 전진하지 않는 것은 후퇴하는 것이다. 의인의 규정은 무엇인가? ‘항상 높이 오르는 것이다.’(시편 86, 4)
3) 주동적 악습이 무엇인지 찾아 그것을 안 다음에는 이것을 죽이기 위하여 방비와 양심성찰과 바른 고해와 열심 한 기구(祈求)로 분투노력해야 한다. ‘매년에 악습을 하나씩만 뽑는다면 오래지 아니하여 완전한 자 될 것이다.(준주성범 1권 11장 5) 금년을 거룩히 보내기 위하여 이상 세 가지 방법을 잘 알아듣고 실천하기로 결심하자.(김정진 신부님의 매일묵상에서)
오늘 복음에서 요한의 제자들은 예수님에게 찾아가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라고 예수님과 같이 머물며 주님의 말씀이나 행적을 살피려고 합니다. 예수님은 아주 간단히 “와서 보아라.”하시고 그들과 함께 하십니다. 예수님과 함께 한 그들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을 곧 알아봅니다. 주님은 당신을 많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시고, 요한과 안드레아에게도 드러내 보이십니다. 또한 베드로에게도 드러내 보이십니다. 금년에는 주님을 드러내 보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오늘 김정진 신부님의 복음묵상에서처럼 금년에는 거룩한 주님을 닮아서 거룩하게 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