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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도초등학교 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56이세진
추억을 찾아서 – 주금산,시루봉,화채봉,서리산,축령산,오독산,운두산,깃대봉
1. 주금산에서 조망, 멀리서부터 용문산,화야산,운두산,오독산,축령산 남이바위
이 산은 남으로 철마산, 천마산과 같은 줄기에 있으면서도 아직도 산사람들의 발길은 닿지 않는 아주 호젓한 산이
다. 적당히 굴곡진 능선 길과 정상 부근까지 따라 오른 계곡, 울창한 숲, 그리고 간간이 튀어 오른 가파른 산세는
찾는 이를 기쁘게 하기도 울리기도 한다. 가시덤불이 심해 긴 소매 옷을 입도 가도록 권한다.
정상에 오르면 가까운 거리에 사방으로 죽엽산, 소리봉, 철마산, 상산, 운악산 등이 비추이고 멀리는 백운대, 도봉산
도 한눈에 안긴다.
<교통편> 동마장터미널에서 광릉내행 또는 광릉내 경유, 일동이나 현리행 이용, 비석거리나 벌말 하차 또는 입석행
버스 이용, 종점인 내방리 하차
―― 1972년 6월 2일자 조선일보 주금산 등산안내
▶ 산행일시 : 2025년 1월 25일(토), 맑음
▶ 산행코스 : 내촌,내리,주금산,독바위,시루봉,수동고개,화채봉,서리산,축령산,수레넘어고개,오독산,파위고개,
운두산,깃대봉,강산해봉,청평 가루개,청평 시장입구
▶ 산행거리 : 도상 27.0km
▶ 산행시간 : 11시간 22분(07 : 30 ~ 18 : 52)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내촌 경유 사창리 가는 시외버스 타고 내촌에서 내림
▶ 올 때 : 청평 시장입구 버스승강장에서 청평역 또는 대성리역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오지 않아, 청평터미널로
가서 기다려도 오지 않아, 청평역에 걸어가서 전철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동서울터미널, 내촌 경유 사창리 가는 첫 버스 탐
07 : 30 – 내촌
07 : 42 – 내리, 능곡청정마을
08 : 00 – 베어스타운 둘레길
08 : 48 – 전망바위
09 : 12 – 주금산(鑄錦山, △813.6m)
09 : 29 – 독바위
09 : 46 – 시루봉(662.4m)
10 : 14 – 수동고개(불기고개)
10 : 22 – 461.1m봉, 휴식( ~ 10 : 30)
10 : 51 - ┣자 갈림길 안부, 갈참나무 테크 쉼터
11 : 28 – 화채봉(651.5m)
12 : 05 – 철쭉동산
12 : 18 – 서리산(霜山, 832.0m)
12 : 47 – 헬기장 사거리, 이정표(서리산 정상 1.71km, 축령산 정상 1.15km)
13 : 22 – 축령산(祝靈山, △887.1m), 수레넘어고개 2.13km, 점심( ~ 13 : 42)
15 : 00 – 수레넘어고개
15 : 34 – 오독산(614.7m)
15 : 56 – 파위고개(은두목고개)
16 : 18 – 운두산(雲頭山, 은두봉, 680.4m), 이정표(축령산 4.0km, 깃대봉 3.6km)
17 : 08 – 576.9m봉, ┣자 한얼산기도원(1.1km) 갈림길
17 : 29 – 깃대봉(643.5m), 이정표(청평 가루개 3.6km)
17 : 48 – 강산해봉(623.6m), 데크전망대 쉼터, 휴식( ~ 17 : 58)
18 : 15 – 손전등 점등
18 : 40 – 청평 가루개 마을
18 : 52 – 시장입구 버스승강장, 산행종료
2. 산행지도
산행그래프
▶ 주금산(鑄錦山, △813.6m)
이른 아침 동서울터미널에서 반가운 악우들을 만난다. 서로 갈 길이 다르다. 더산 님과 표산 님은 실내고개에서
복주산을 간다고 하고, 반원 님과 빛샘 님은 광덕고개에서 국망봉을 간다고 한다. 나는 내촌에서 주금산을 간다.
함께 06시 50분에 사창리 가는 첫 버스를 탄다.
동서울터미널 버스운행정보에는 내촌까지 1시간 5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실제는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차창 밖 여명에 간산(看山)하다 말았다.
내촌. 죽엽산 안쪽에 위치하여 내동면이라 하였고, 1914년 행정구역개편 때 내동(內洞)의 내(內)와 동촌(東村)의
촌(村)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거리가 썰렁하다. 길 건너 편의점만이 불을 환히 밝히고 있다. 언제나처럼
내촌면사무소 앞을 지나자마자 오른쪽 길로 간다. 왕숙천 지천인 개천을 따라 오른다. 능곡청정마을 동구에 설치한
‘주금산 등산안내도’의 산행코스를 살핀다. 주금산을 올 때마다 제3코스인 능골과 그 지능선의 346.7m봉을 넘은
독바위 코스로 진행했다.
오늘은 코스를 달리하여 제2코스로 간다. 베어스타운 가는 고갯마루에서 동쪽 지능선을 타고 주금산 정상 직전
805m봉을 경유하는 코스이다. 주금산 정상까지 거리는 제3코스가 내촌면사무소 기점 3.4km인데, 오늘 가는 제2
코스는 훨씬 더 먼 5.1km이다. 지도에는 그리로 가는 능선이 길고 매끈한 게 여간 아름답지 않았다. 완만한 오르막
농로인 능곡청정길을 간다. 산자락 돌고 숨 가쁘게 오른 고갯마루는 왼쪽의 물봉(328m)에서 내린 안부다.
고갯마루 오른쪽 능선마루는 높은 절개지라 좀 더 간다. 베어스타운 둘레길이라는 방향표지판이 안내한다. 설사면
에 소로가 났다. 몇 사람이 오간 눈길이다. 산자락을 돌고 돈다. 10분쯤 지나 옅은 지능선에 올라서고 둘레길 갈림길
과 만난다. 둘레길은 베어스타운 쪽으로 가고 나는 오른쪽(동쪽)으로 방향 틀어 주금산을 향한다. 눈길은 한 두 사람
이 지나갔다. 숲속 길 줄곧 오르막이다. 인적이 드무니 혹시 덕순이가 있을지 몰라 좌우 설사면을 살핀다. 곡괭이도
가져왔다. 한편으로 제발 덕순이가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란다. 너도 죽고 나도 죽어날 테니까.
마른 풀숲 무성한 묵은 헬기장을 지난다. 산을 오르는 데는 왕도가 없다. 독바위 쪽 능선보다 더 가파르다. 멀찍이
되똑한 암봉이 보인다. 저기 오르면 조망이 트일 것 같다. 등로가 그리로 이어진다. 다가간다. 긴 슬랩과 맞닥뜨린
다. 설벽이다. 손맛 다셨더니 고정 밧줄이 매어져 있다. 한 피치 오르면 정상이다. 찬바람이 세게 분다. 바람에 휘둘
릴까 절벽 가까이 다가가기 겁난다. 노송 아래 전망바위다. 조망이 훤히 트인다. 주초에 심했던 미세먼지가 많이
사그라졌다. 멀리 북한산 연봉과 도봉산, 그 앞 불암산과 수락산, 또 그 앞으로 수리봉과 용암산이 선명하다.
설벽을 살금살금 트래버스 하여 넙데데한 능선마루에 올라선다. 설원을 간다. 때로는 고라니가 러셀한 발자국을
따르기도 한다. 아래쪽 사면에는 애써 눈길을 피한다. 덕순이라도 보이면 난감할 것 같아서다. 등로는 곧장 주릉
805m봉을 향하지 않고 그 왼쪽 사면으로 비스듬히 났다. 주릉에 올라 헬기장을 지나고 주금산 정상이다. 언제나
사방에 키 큰 나무숲이 둘러 아무런 조망이 없다. 포천시에서 세운 정상 표지석 옆에 2등 삼각점이 있다. 일동 23,
1983 재설.
낡은 등산안내도에 쓰인 주금산 소개 글이다.
“비단산으로도 불리는 주금산(812.7m) 주위에는 서리, 천마, 철마, 축령산 등 명산이 호위하듯 둘러서 있다. 정상
부근의 기암과 수려한 비금계곡이 어우러져 마치 비단결 같은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이 산의 서북쪽 자락에는 베어
스타운 스키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정상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비금계곡은 오염되지 않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
다. 계곡을 오를수록 물은 맑다. 옛날에 선비들이 이 산에 놀러왔다가 거문고를 감춰놓았다고 해서 비금계곡으로
불린다.”
3. 주금산 오르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맨 뒤쪽은 북한산 보현봉, 백운대, 도봉산
4. 천마지맥 내마산
5. 주금산 서쪽 산줄기
6. 주금산 정상 가는 길
7.1. 주금산 정상 표지석
7.2. 매봉, 깃대봉, 대금산 연릉
8. 앞 가운데는 시루봉, 멀리 가운데는 무갑산
9. 멀리서부터 용문산,화야산,운두산,오독산,축령산 남이바위,서리산
10. 맨 오른쪽은 천마산
11. 왼쪽은 운악산, 그 뒤는 국망봉, 그 오른쪽은 귀목봉, 그 오른쪽은 명지산, 앞 오른쪽은 개주산
12. 천마지맥 내마산, 천마산
13. 맨 뒤쪽은 북한산 보현봉, 백운대, 도봉산, 그 앞은 불암산, 수락산
14. 멀리 왼쪽은 청계산, 오른쪽은 관악산, 그 앞은 아차산과 용마산
▶ 시루봉(662.4m), 화채봉(651.5m), 서리산(霜山, 832.0m), 축령산(祝靈山, △887.1m)
주금산 정상에서 수동고개 2.5km, 독바위 0.7km이다. 독바위 가는 도중에 두 군데 전망바위가 나온다. 당연히
들른다. 북으로는 운악산 너머로 국망봉, 명지산, 화악산이, 동으로는 용문산 장릉이, 남으로는 천마산, 그 너머로
운길산, 무갑산, 태화산이 반갑다. 전망바위의 압권은 주금산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독바위다. 눈길 약간 내려
바위 돌고 철계단 올라 너른 암반에 서면 천상의 경치가 다 내 차지다. 보고 또 본다.
뒤돌아 주릉에 오르고 수동고개를 향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길이 잘 났다. 급전직하로 떨어진다. 핸드레일 밧줄 붙
든 손바닥이 화끈하게 내린다. 가파른 내리막은 시루봉(662.4m,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표시된 봉우리다)에서
잠시 주춤하고 다시 이어진다. 응달진 데는 빙판이거나 눈길이다. 그러다 맨 땅을 내리곤 하니 아이젠 매기가 어정
쩡하다. 비금계곡 갈림길 지나고도 쭉쭉 내리다 수동고개가 가까워서는 왼쪽의 사면을 돌아내린다. 절개지 낙석방
지용 철조망 쪽문이 열려 있다.
수동고개. 고갯마루에 있는 매점은 휴업중이다. 곧장 서리산을 향한다. 북사면 오름길에 눈이 꽤 깊다. 눈 온 뒤로
꼭 한 사람이 지나갔다. 그 발자국계단으로 오른다. 세차게 불던 바람이 수그러들었다. 땀난다. 겉옷 벗어 홑 남방셔
츠 차림하고도 팔뚝 걷어붙인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하여 너른 헬기장인 461.1m봉이다. 배낭 벗어놓고
휴식한다. 오늘 첫 휴식이다. 마가목주로 주력 보충한다. 461.1m봉 내림 길이 대차다. 오를 때보다 더 내리는 것
같다. 골로 갈듯이 떨어진다.
안부는 ┣자 갈림길로 데크쉼터다. 노거수인 갈참나무가 의연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른쪽은 내방리 에덴요양
병원을 오간다. 423.7m봉을 넘고 천천히 숨을 가다듬고 나서 화채봉을 오른다. 여기는 올 때마다 두 번 다시 오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던 오르막이다. 더구나 눈길에 헛걸음하여 엎어지면 사지에 힘이 쭉 빠진다. 긴다. 저만큼 오
르고 나서 가쁜 숨을 돌려야겠다고 몇 번이고 고개 들어 오르막을 가늠한다. 양봉래 태산 오르듯 오르고 또 오른다.
화채봉. 헬기장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의 노브랜드인 봉우리이다. 사방에 키 큰 나무숲이 둘러 조망은 없다.
한 차례 야트막한 안부로 내리고 된 오르막이 이어진다. 화채봉 오름길은 서리산을 오르기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아무렴 성질 죽이고 야금야금 오른다. 암벽 암릉과 마주친다. 왼쪽 설사면 도는 핸드레일 또한 가파르다. 길게 돌아
오른다. 그 위 노송 아래 좁은 암반이 경점이다. 천마지맥 장릉 너머로 북한산과 도봉산 연봉이 봉긋하니 솟았다.
곧추선 오르막은 잠깐 주춤하다 다시 핸드레일 붙잡고 오른다. 이윽고 ┳자 갈림길 능선이다. 서리산 정상 0.55km.
철쭉동산에 들어선다. 하늘 가린 울창한 철쭉 숲이다. 원로(園路) 왼쪽 비켜 전망바위가 나온다. 서리산 최고의 조
망처이다. 천마산은 오늘 산행 내내 등대다. 철쭉동산 벗어나 야자매트길 약간 오르면 서리산 정상이다. ‘서리산의
유래’를 들여다본다. 서리산은 북서쪽이 급경사로 이루어져 서리가 내려도 쉽게 녹지 않아 늘 서리가 있는 것처럼
보여 서리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상산(霜山)이라고도 한다.
곧바로 축령산(2.87km)을 향한다. 부드러운 눈길이다. 양지쪽은 더러 눈이 녹아 진창이다. 갓길은 서릿발이 푸석푸
석하니 밟힌다. 데크계단 내리기 전 오른쪽 절벽 위 암반은 안온한 쉼터이자 조망처이다. 운길산, 예봉산, 송라산 등
의 산첩첩 농담(濃淡)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축령산 가는 길 오른쪽 펑퍼짐한 설원은 축령백림 차지다. 헬기장
사거리 안부에 내려서고 축령산 품에 든다. 계단 잠깐 오르면 너른 헬기장이다. 북쪽으로 조망이 시원스레 트인다.
축령산을 오가는 사람들과 자주 만난다. 수인사 주고받는다. 등로 가파른 데는 데크계단으로 덮었다. 길다. 연속해
서 데크계단을 오른다. 이 다음 암릉 같은 너덜은 핸드레일을 붙들고 오른다. 축령산. 태극기 펄럭인다. 우선 사방
둘러 조망 살피고 나서 양지바른 돌탑에 기대어 늦은 점심밥 먹는다. 샌드위치 4조각이다.
70년대 초반에 축령산을 오른 김장호의 눈으로 보는 경치가 지금도 그와 같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마주 보이는 철마산과 천마산의 갈매빛 산줄기며 뒤돌아보는 가평 쪽의 청우
산, 대금산의 중첩하는 연봉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멀리 한강이 북서쪽으로 누웠는데, 발아래 수동천
은 어쩌자고 그 반대쪽 남동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 일부터가 한양을 등지는 양 느껴지는데, 바위벼랑을 끼고 돌
아내리는 등성이에 그 한양쪽으로다가 주먹질을 해대는 시늉의 남이바위는 더구나 장관이다.”(김장호, 『韓國名山
記』(평화출판사, 1995)
그러면서 김장호는 남이(南怡, 1441~1468) 장군이 북진(北鎭)에서 회군하며 읊조렸다는 한시가 이 산길에 어울리
게 호탕하다며 든다.
白頭山石磨刀盡 백두산 바위들을 칼끝으로 문지르고
豆滿江波飮馬無 두만강 푸른 물을 말에게 다 먹여서
男兒二十未平國 사나이 스무 살에 나라를 못 건지면
後世誰稱大丈夫 후세에 그 누구가 대장부라 일러주랴
15. 멀리 가운데는 태화산, 그 앞 왼쪽은 무갑산, 중간 가운데는 송라산
16. 천마산, 그 뒤 오른쪽은 예봉산, 검단산
17. 앞은 주금산 정자와 헬기장, 멀리 오른쪽은 천마산
18.1. 앞은 내마산으로 향하는 천마지맥, 그 뒤는 수락산, 그 뒤는 북한산과 도봉산
18.2. 천마지맥 내마산
19. 운악산
20. 멀리 가운데는 광주 태화산, 그 앞은 운길산
21. 앞은 천마지맥, 그 뒤는 관음봉, 멀리 왼쪽은 청계산, 오른쪽은 관악산
22. 앞 왼쪽은 깃대봉, 그 뒤는 호명산, 오른쪽은 뾰루봉
23. 멀리 가운데 왼쪽은 양자산, 맨 오른쪽은 무갑산
24. 맨 뒤쪽부터 용문산, 화야산, 운두산
25. 맨 뒤쪽부터 용문산, 화야산, 운두산, 오독산
▶ 오독산(614.7m), 운두산(雲頭山, 은두봉, 680.4m), 깃대봉(643.5m)
수레넘어고개를 향한다. 헬기장 지나고 850m봉 오르기 전에서 수적 쫓아 왼쪽 설벽을 내린다. 원 포인트 아이젠
맨다. 살금살금 내리고 트래버스 하여 850m봉 남동쪽 능선에 다가간다. 전에도 이렇게 험로였던가 뒤돌아보니
슬랩구간 핸드레일이 가깝다. 저기로 내려야 하는데 미리 설벽을 내렸다. 눈길 벗어나면 낙엽 길이다. 수북한 낙엽
이 눈보다 더 미끄럽다. 절반은 미끄럼 타며 내린다. 오룩스맵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주춤주춤 내린다. 그럼에도
그예 엉뚱한 능선을 내리고 만다.
수레넘어고개를 0.5km 정도 남겨둔 Y자 능선 갈림길에서 무심코 오른쪽 능선을 내렸다. 수레넘어고개가 가까웠다
고 생각하며 오룩스맵을 들여다보고서야 깨달았다. 대형알바다. 골짜기로 떨어지고 건너편 지능선 붙들어 오르고
또 골짜기 건너고 지능선을 올라 임도에 올라선다. 구불구불 임도 따라 수레넘어고개를 오른다. 서너 개 산행표지기
가 오독산을 안내한다. 이런 대형알바는 헛되이 발품(덕순이도 보이지 않는)을 판 시간도 아깝지만 그보다 더 큰
데미지는 체력소모다.
오독산은 아무도 가지 않은 외길 눈길이다.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은 봉봉을 넘는다. 저기가 오독산 정상일까 하고
오르면 어느새 저만큼 물러나 있다. 제풀에 지쳐 엉금엉금 긴다. 오독산 정상은 조망 좋은 암봉이다. 특히 용문산
연릉 앞에 뾰루봉과 화야산, 고동산이, 그 앞에 운두산이 장쾌하다. 갈 길이 아직 멀어 바쁘다. 서둘러 운두산을 향
한다. 도중의 바닥 친 안부인 파위고개는 깊은 V자 협곡이다. 거기를 내리고 오르기가 무척 되다. 결국 시간이 운두
산을 오른다.
운두산 또는 은두봉이라고도 한다. ┳자 갈림길 오른쪽은 원대성리 5.7km이고 왼쪽 깃대봉은 3.6km이다. 원대성
리로 가느니 차라리 깃대봉으로 가는 편이 낫겠다 하고 깃대봉을 향한다. 거기서 청평으로 하산을 감안한다 해도 원
대성리 쪽보다는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했다. 깃대봉에서 가장 가까운 청평 가루개까지가 또 3.6km나 된다.
깃대봉 가는 길이 부드럽지만은 않다. 고만고만한 높이인 5개 좌를 넘어야 한다. 내리막은 에누리 없이 눈길이다.
해거름 기온이 내려가니 눈길이 어는지 발밑에서 바싹바싹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깃대봉 0.4km 남겨둔 오르막은 ‘마의 구간’이다. 힘들다. 허벅지가 뒤틀리는 듯이 쥐가 난다. 오늘 일몰시각은 17시
50분이다. 낙조를 볼만한 데가 나올까 주변 살피며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가도 가도 그런 데는 없다. 깃대봉. 예전의
정상 표지석 그대로다. 횃불 모양인지 꽃봉오리 모양인지 모르겠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는 깃대봉을 여기서
1.1km 더 간 623.6m봉이라고 하는데, 그보다 더 높은 이곳 643.5m봉에 세운 깃대봉 표지석은 그 하단에 새긴
높이가 623.6m이다.
황혼은 깃대봉 정상에 살짝 걸렸다. 이제 사정없이 어두워지리라. 줄달음한다. 마치 미국영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1992)에서 조나난 하커(키아누 리브스 분)가 드라큘라(게리 올드만 분)를 해가 지기 전에 붙잡
으려고 전력을 다해 마차를 달리듯 그렇게 줄달음한다. 그러나 이내 해는 지고 만다. 623.6m봉이 데크전망대이자
쉼터다. ‘강산해봉’이라는 표지판을 난간에 붙여놓았다. 배낭 벗어놓고 휴식한다. 남은 인절미는 마저 먹는다. 북한
강 건너 뾰루봉과 화야산이, 그 옆 호명산이 어스름한 잔광에 준험한 설산으로 보인다.
걸음걸음 어둑해지는 산길이다. 숲속에 들면 더 어둡다. 설원에 녹은 산길이 구절양장이다. 멀리 청평시내는 불을
켜기 시작한다. 우에무라 나오미의 ‘안나여, 저기가 코츠뷰의 불빛이다’가 생각난다. 울창한 잣나무 숲에 들어 비상
용 손전등 켠다. 불을 밝히고 하산하기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간 내가 너무 안이한 산행만 했다. 호젓한 산속 눈길에
이것도 정취다. 아껴 걷는다. ┣자 갈림길 오른쪽이 가루개 0.7km이다. 직진은 청평중학교 1.5km이다. 그만 가루
개 쪽으로 하산한다. 대로를 내린다.
가루개 마을에 가면 청평역이나 대성리역 가는 버스가 있을까?
가루개는 칡(葛)이 많아 갈고개 또는 칡 고개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가루개의 순수한 우리말의 본래 뜻
은 물이 갈라진다는 분수령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한다. 동네에 다다라도 가루개 마을이 어딘지 알 수 없다. 온통 아파
트 숲이다. 한참 걸어 그 숲을 빠져나오니 시장입구 버스승강장이다. 스틱 접는다.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다.
아무리 기다려도 청평역 또는 대성리역 가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었다. 청평역은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청평터미널로 가서 대성리 가는 버스를 타는 편이 낫겠다고 한다. 청평터미널로 간다.
여기서도 버스 기다리기 부지하세월이다. 청평역으로 걸어간다.
청평역. 전철이 여느 때와 다르게 한산하다. 많은 사람들이 설 명절 연휴라 여행이나 고향에 갔으리라. 예전에는
민족대이동이라고 했다. 나 역시 명절 때마다 그 대열에 끼었다. 그러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고향에 갈 일이
없어졌다. 누군가 ‘고향은 가서는 안 될 곳, 다만 그리워해야만 하는 곳’이라고 했다. 편석촌 김기림(片石村 金起林,
1908 ~ ?)의 연시 「전원일기의 일절」 중 ‘고향’이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고향――
나는 이렇게도 보잘 것 없는 태작을 본 일은 없오. 아주 잊어버릴 작정으로 나는 몇 번이고 낡은 기억의 책장 속에
집어 던졌오. 그렇지만 기러기 북쪽으로 가는 새벽이나 여윈 달이 둥그러가는 밤 벗들이 떠들고 돌아간 뒤면 이상하
게도 끄집어내 보고 싶은 그 페이지――
영구히 나의 기억 속에 뿌리 깊은 둥우리를 틀고 있는 독수리―一그의 이름은 나의 고향이라 하오. 어린 시절의 철
모르는 꿈, 작은 로맨스, 질투, 분격, 복수, 믿을 수 없었던 약속――그것들을 곱게 파묻어 둔 커다란 분묘――그러
나 과거라는 질서 없는 퇴적 속으로부터 뛰어나오는 채색된 환상의 무지개를 나는 도시 말살할 수가 없오.
나는 오늘도 오랜만에 이 먼지 낀 낡은 책 페이지를 저도 몰래 어느새 뒤적이고 있었던 것이오.”
26. 중간 가운데는 송라산
27. 멀리는 태화산, 그 앞 왼쪽은 무갑산
28. 맨 뒤쪽부터 용문산, 화야산, 운두산, 오독산
29. 맨 뒤쪽부터 용문산, 화야산, 운두산
30. 오독산에서 조망, 앞 오른쪽은 송라산
31. 깃대봉 가는 길 설사면
32. 황혼의 축령산
33. 깃대봉 가는 길 황혼의 산빛
34. 깃대봉 정상
35. 강산해봉(623.6m) 데크전망대 전망, 호명산, 그 오른쪽 뒤는 장락산
36. 뾰루봉과 화야산, 뒤로 용문산이 보인다
37. 청평호,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봉미산, 그 왼쪽은 장락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