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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주년에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넘나들며 순천, 하동, 여수 등을 여행했고,
50주년에는 충청도와 전라도의 아산, 신안, 해남등지를 여행한 바 있다.
55주년이 다가오고 있는데 코로나는 아직 대인원이 여행을 하기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봄철을 지나면서 차츰 수그러져 가고, 규제가 하나 둘 풀리는 과정을 지켜보며, 회장단은 55주년기념여행을 가을에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장소는 곽태균회장이 추천하는 동해안으로 결정하였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단풍관광 시즌을 피해 10월4일-7일까지로 평일을 택해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7월초 답사여행까지 마치고 나서, 여행일정안내문을 공지하고 참가자 모집에 나섰다.
50주년여행 참가자가 170명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코로나 영향으로 많이는 못 가겠지 했으나, 금년에도 168명이 참가신청을 해서 인왕의 억센 정기를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9월로 접어드니 코로나는 한풀 꺾이고 실외 마스크도 해제되어 다행인 반면, 가을 태풍이 자주 닥치고, 태풍은 아니지만 출발 며칠을 앞두고 기상여건이 갑자기 나빠지기 시작한다.
여행 첫날,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옷을 두껍게 입고, 여행가방에 우산 하나씩 챙긴 72쌍의 부부와 싱글 24명,
모두 168명은 28인승 버스 6대에 나누어 타고 첫 목적지 원주로 향한다.
각 버스에는 조장(차장)과 사진사들이 탑승해 이분들의 수고로 보다 알찬 여행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버스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하늘엔 구름이 하나둘 몰려온다.
일행은 원주 박경리문학공원에 도착한다.
박 선생은 통영에서 출생하고 자랐지만 딸이 사는 이곳에서 26년간 집필한 토지의 마지막 부분을 완성하고 세상을 떠난다.
선생이 우리 문학에 끼친 공로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터이고, 원주시는 그런 뜻을 기려 이곳 만 여평에 문학공원을 만들었다. 문학관과 옛집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일행은 토지의 명장면 하나씩을 떠올려본다.
이곳의 촬영 포인트는 단연 옛집 마당의 선생 동상이다. 모두들 다투어 선생과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사진사들은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아침 일찍 출발하느라 아침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일행은 소금산막국수에서 허기를 달랜다. 소금산에는 오크밸리CC가 있는데, 골프장 한편 언덕에 위치한 뮤지엄이 바로 Museum SAN(Space, Art, Nature)이다.
하늘을 본다. 새파란 하늘, 하얀 뭉게구름, 환상적인 풍경이다. 큰비가 오고 개인 후 종종 볼 수 있는 그런 하늘이다.
입구, 꽃의 정원에 우뚝 서있는 조형물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는
작가 “마크 디 수베로”의 작품으로 건축폐기물로 만든 “새가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꽃의정원을 지나고, 흰 줄기의 자작나무 숲을 지나면 물의정원과 만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빨간 조형물로 작품명은 “Archway".
1988년 미국인 ”알렉산더 리버만“의 작품으로 12조각의 파이프로 구성되었는데 필자에겐 사람 人자처럼 보였다.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한 건축물의 대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지어진 뮤지엄 전시장을 둘러보고,
돌의정원에서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가진다.
이곳 풍경의 클라이맥스는 물의정원 한편에 마련된 카페 주변의 풍경이다.
야외 파라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멀리 소금산, 산 위의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한번 보고,
물 위에 비쳐진 똑같은 풍경을 내려다본다. 하늘 한 번 보고, 물 한 번 보고. . .
조약돌이 가득한 물속에 비친 가을 풍경에 취한다.
강릉시 옥계면 탑스텐호텔로 향하는 버스 차창을 세게 때리는 빗방울,
호텔에 도착하니 다행히 비는 멎었다. 한 시간 룸에서 휴식을 취하고 언덕 아래 옥계항 횟집으로 이동한다.
호텔에 잠시 머문 일행들, 특히 사모님들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소리는 “이 호텔 참 좋다. 방도 크고, 룸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
그렇다, 룸의 크기는 일반호텔의 약 1.5배, 모든 룸의 뷰는 "Sea View"이기 때문이다. 박찬홍총무의 탁월한 선택이 빛을 발한다.
전체를 수용할 식당이 없어 두 군데로 나눠 회정식으로 식사를 했다.
밤바다, 우정, 음식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만찬, 거기에 술 한 잔이 곁들여졌으니 이 아니 좋을 소냐.
옥계의 첫날 밤은 이렇게 흐른다.
여행 이튿날,
비 내리는 바다를 보며 아침식사를 뷔페로 마친 일행은 한 시간 남짓 남으로 내려가 추암 해수욕장 해변에서
전체 단체사진을 촬영한다. 모두 마스크를 벗고 3줄로 앉거니 서거니 하면서 . . .
방철린형이 촬영한 사진을 보니 정말 대단한 단체사진임을 실감한다.
모두가 청춘이십니다.
애국가 첫 소절 배경화면에 등장하는 추암 촛대바위와 3년전 만든 출렁다리를 지나고 나니 제법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식사장소인 장호용화관광랜드 한식당에는 비가 멈췄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케이블카가 보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일행을 향해 전영돈형의 대포렌즈가 셔터를 터뜨린다.
점심은 비빔밥, 나이가 들어서인지 점심식사 반주는 점점 줄어들기 마련인가 보다.
몇몇 테이블에는 여전히 애주가들이 보인다.
다음 행선지인 묵호등대, 도깨비골스카이밸리, 해랑전망대로 향하는 해안도로에 줄기차게 비가 내린다.
등대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하차를 하고 버스는 묵호항 주차장으로 되돌아간다.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곳이지만, 비 때문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스카이웨이에서 조별 단체 촬영을 하고, 엘리베이터로 지상으로 내려와 해랑전망대에 이르니 오늘은 출입금지다.
일행은 바로 주차장 버스에 오른다.
아직 등대 부근에 몇몇 일행이 남아 있다는 긴급 소식을 접하고 위치 파악에 성공해 달려가 보니
아뿔싸, 등대 관광 후 버스를 찾으러 간 몇몇 일행 중 여성 한 명이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오다 빗길에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었다. 엠브런스가 오고, 응급처치 후 서울로 이송되어 다음날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회복 중이라는 소식에 안도의 숨을 내쉰다.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번 여행의 메인이벤트인 호텔 저녁만찬이 그랜드볼륨에서 성대히 열렸다.
값비싼 저녁 뷔페와 애주가들이 공수한 값비싼 양주가 어우러진 만찬이다.
곽태균회장 인사말에서 차기 회장에 김상백동기가 내정되었다는 발표에 전원이 박수로 재청하여 향후 2년의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될 전망이다.
작년 정기총회 여흥 사회로 두각을 나타낸 김장근형의 구수한 입담으로 시작된 2부 여흥시간에는 8명의 가수들이 응모하여 “가왕전”을 펼쳤다.
선수 명단을 살펴보면, 김관호, 김 찬, 노문덕, 박세용, 백기봉, 이경한, 장원순, 최영집이 그들이다.
트로트에서 팝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이어졌고,
선수들의 경연이 펼쳐지는 동안 무대 아래에서는 문광부의 댄스가 펼쳐져 경연의 열기는 절정으로 향한다.
경연 중간에 박봉기형의 우렁찬 트럼본 연주가 울려 퍼졌고,
채점이 이루어지는 시간에는 이혜숙(김봉기)님의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가 관중의 심금을 울렸다.
노래와 춤, 그리고 악기연주가 삼박자를 이룬 멋진 여흥시간이다.
가왕은 미국에서 달려온 김 찬 선수에게 주어졌는데, 김 찬선수가 노래를 부를 때 부인께서 무대에 올라와 백 댄스를 춘 것이 가점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후문도...ㅎㅎ
2등에는 최영집선수, 3등에는 노문덕선수가 각각 차지했다. 세분 모두 축하드립니다.
오늘 받은 상금의 몇 배는 아마 쏘셔야 할 줄로 믿습니다. ㅎㅎ
여행 마지막 날,
새벽 5시 커튼을 열고 비 내리는 옥계항을 내다보며 오늘의 일정을 살핀다.
속초는 강릉보다 비가 적게 내리고, 오후에는 개일 전망이라는 예보를 보고, 오전 관광지인 강릉 오죽헌을
속초 영금정으로 변경할 것을 집행부에 건의해서 결정하고, 일정 변경을 공지한다.
관광일정을 줄이고 일찍 귀경하자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지만,
이미 예약한 중식은 파기할 수 없고, 속초의 오후는 비교적 양호할 거라는 전망을 믿고 계획대로 진행을 하기로 한다.
강릉 초당마을에서 순두부로 해장을 하고,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오는 광경에 탄성이 절로 나오는 해안도로를 달려온 곳은 속초 영금정이다.
비는 잦아졌으나, 영금정 바닷가는 우산을 접어야 할 만큼 바람이 거세다.
바위에 부서진 파도의 파편들은 하얀 물거품이 되어 해안가를 떠돌고 있다.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단 말인가. 뇌는 이런 걸 오래 기억하기 마련이다.
중식은 멍게와 홍게살 비빔밥이 준비되었고 전원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여행의 막바지에 슬슬 긴장이 풀리는지, 여기저기 테이블에는 소주와 맥주가 쌓여간다.
오늘 중식은 미주지부 부회장인 남세현부회장이 통 크게 쐈습니다. 감사합니다.
중식을 마치고 나니 비는 한결 수그러 졌고, 계획대로 영랑호로 간다.
작년 가을 놓여진 영랑호수윗길은 아직 지도 앱에 표시가 안 되고 있어 버스기사들도 우왕좌왕한다.
재빨리 기사 보조석으로 자리를 옮겨 길안내를 시작하니 뒷 차들도 줄줄이 따라온다.
잠시 후 호수윗길에 도착해 호수에 떠있는 듯한 호수 윗길을 건넌다.
호수 중간, 아일랜드에서 조별 단체사진도 촬영하고, 안갯속 범바위도 바라보고, 그러나 오늘따라 설악산 울산바위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부슬비 맞으며 영랑호수위를 걸을 수 있는 축복이 여행 말미에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을 기획하고 답사하고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집행부의 책임이지만, 갑자기 임무가 부여된 조장님들과 빛사냥 소속 사진사들의 도움 없이는 원만한 진행이 어려웠을 줄로 압니다.
여흥을 빛내준 가왕전 참가자, 문광부 댄스팀, 악기 연주자들의 활약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참가자 모두가 악천후 속에서도 집행부를 따라주시고 기억에 오래 남을 즐거운 여행을 만들어 주신 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멋지게 잘 정리된 여행후기로 동기들과의 여행을 복기하며 흐믓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되었네요. 김용규 학형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함께하여 영광이었습니다, 60주년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