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정
이홍사
매오클라 동네 골목에 매일 서는 새벽 장
길거리 카페 앉은뱅이 플라스틱 의자에 무거운 엉덩이 내려놓고 사백 원짜리 모닝커피에 새벽을 타서 마셨는데 커피에는 바로 옆 좌판에 늘어놓은 꽃가루 진하게 내려앉았고
새벽 장은 흥정으로 분주했는데 배부른 여자 지난밤에 떨어진 달을 안고 지나갔고
길 건너서 인도계 하나 자전거를 타고 지느러미 흔들며 물을 차고 올라왔다
이 동네 놈이 아니었다
커피에 박힌 눈길 인도계 검둥이에게 쏠렸고 옆에 앉은 꼬아웅 눈길이 삐딱했으니
하지 마
버마족 눈길에 묻은 인도계를 경멸하는 경향
하지 말라니깐
버마족이 지닌 아가미 인도계는 없어 뭐든지 꿀꺽 삼켰으니 인심 지독한 그들은 다 부자 검둥이 인도계가 퍼지는 햇살 속으로 사라지고 커피 꼬아웅 커피잔 옆에 놓인 내 지갑에 눈길을 거두어 바꾸자는 제의
그럴까
손때 적당히 묻은 내 장지갑은 미얀마 직원 서너 명 월급을 담아도 지갑에 스마트폰 들어갈 여유가 있었는데 그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
바꾸자고 내민 꼬아웅 지갑 살펴보니 어디서 구했는지 놀랍게도 미제인데 통가죽에 불에 달군 인장 투박해 보이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물건
소장 가치로서 만점
얼마 줄래
선수를 치며 흥정의 물살로 슬쩍 밀어 넣고 녀석의 가장자리를 조금 뜯어먹었고 이만 원 고개를 젓고 바짝 달구며 또 가장자리를 살짝 베물어 먹었는데
흥정의 맛으로는 극치
사만 원으로 낙찰 돈부터 받고 서로 행운의 지갑이라며 내용물 바꿔 담았는데
내 지갑 국제시장
미얀마 짯 중국 위엔화 일본 엔화 몽골 투그럭 베트남 동 태국 바트 달러 두어 장에 유로화 조금 거기에 꼬아웅이 내민 사만 원을 보태 챙겨 넣고
미얀마에서는 한 번 거래하면 물어주는 법이 없는 게 원칙 제품에 하자가 발생해도 마찬가지 갑자기 그런 버릇이 마음에 쏙 들어 둘이서 마신 커피값 팔백 원 내가 내야지
바꾼 지갑은 작년에 도로 건너 가판대에서 만 원에 산 물건
지금 그 사실 말할까 아니 내일 말해 줘야지
가자
생선을 파는 좌판대를 사이에 두고 인도계 여자 하나와 버마족 아주머니가 생선 한 도막을 놓고 흥정 중
흥정이란 인간들만이 지닌 지극히 인간다운 거래에 묻어나는 정
골목의 물이 깊었고
물살을 거슬러 지느러미 힘차게 흔들며 집으로 챙겨온 지갑
꼬아웅 지갑을 메이드인꼬리아로 짐작했겠다
지갑이 한국산이라고 말한 적 없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