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 시험 돌샘 이재영
옛날 경상북도 봉화군 어느 마을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한 밤중에 사다리 놓고 소를 지붕에 끌어올리라고 하는 웃지 못할 기상천외한 일이 있었다. 50여 호 되는 이 마을은 안동 권 씨 집성촌으로 노인들이 매일 밤 모이는 사랑방이 있었다. 이날은 그 동네 생활이 넉넉한 노인의 생일이 있어서 고기와 술로 한턱 푸짐하게 냈다. 겨울밤이 깊도록 환담하면서 즐겁게 마시고 놀다가 한 잔 거나하게 취하니, 평소엔 말 한마디 없던 사람이 자식 효행 자랑이 나왔다. 이 마을엔 자식이 효도하기로 이름난 두 사람 집 자식 효행의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지만, 자랑을 하다가 싸움이 붙었다. 의식(意識) 있는 한 분이 중제에 나섰다. “여기서 싸울 것 있나, 지금 집에 가서 아들 깨워서 사다리를 지붕에 걸쳐 놓고 소를 지붕 위에 끌어올리라.” 하여, 승자를 결정하기로 하자 하여 싸움은 중지됐다. 이들 중 의기양양하게 큰소리치던 집으로 먼저 갔다. 깊이 잠들어 있는 아들을 깨우더니, “소를 몰고 와서 사다리 놓고, 지붕 위에 끌어올려보아라.”한다. 자식이 대뜸 하는 소리가 “아버지, 그 일은 낮에 하기도 불가능한데 캄캄한 이 한밤에 어떻게 하라 하십니까?”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다음 집으로 또 갔다. 역시 앞에서와 똑 같이 아버지가 깊이 잠든 아들을 깨워서 먼저 집에서와 똑 같이 말했다. 아들은 아무 말 없이 등불을 밝히더니, 사다리를 갖고 와서 지붕에 걸쳐놓더니, 소를 끌고 와서 사다리 앞에 세우더니, “ 아버지, 소를 지붕 위로 끌어올릴까요?” 한다. “아버지는 만족한 듯 그만 됐다. 오늘 일은 여기까지이다.” 하고 통쾌하게 웃었다. 따라갔던 마을 어른들도 그 아들의 효심에 감탄하면서 큰 박수를 보내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사람은 평시엔 그 맘의 본심을 잘 모른다. 큰일을 겪고 나면 드러난다. 두 집 자손이 다 효행으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었으나 이 이야기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돋보인다. 또 하나는 후자 집 자손은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부모 말씀을 끝까지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마음에 와 닿는다. 매사는 결과보다도 과정이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옛날엔 우리 사회가 이렇게 순박하고 마음이 때 묻지 않아 부모 말씀에는 절대복종하여 효자 집안이 많았고, 그 효가 충성으로 이어져 우리나라가 강대국 틈에 끼어 많은 외침을 받았음에도 불고하고 꿋꿋하게 나라를 지켜왔다. 요즈음은 문명이 상상도 못 할 만큼 발전하여 풍부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지만, 은혜도 모르고, 부모 자식 간에 의리(義理)도 없어 서로 모함하고 죽이는 일까지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들은 여야로 패를 갈라서 당과 개인의 이익만 챙이고, 순조롭게 되는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이 나라 교육마저 다 무너졌으니, 인성교육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윗물이 이렇게 탁하니 순수한 학교에서도 집단 따돌림과 폭행, 사회에서는 성폭행, 사람을 죽이고서도 몇 년 징역만 살면 내놓으니, 법이 있어도 있으나마나 하다. 노동자 들은 물건 잘 만드는 노조를 만들어야 하건만, 월급 투쟁만 하니, 기업가들은 외국으로 떠난다. 옛날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으나 지금은 걸핏하면 학부모가 학생들 보는 앞에서 선생의 멱살을 잡기도 하고 따귀를 치는 일이 예사로 일어나고 있으니, 인성교육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요즈음 국경일에 태극기 다는 가정 몇 집이나 되는지 살펴보라. 이래도 위정자들은 여야가 이익을 챙기기 위하여 패싸움만 하고 있으니, 나라의 장내가 암연(黯然)하여 수수(愁愁)롭다. 캐나다에서 공무원을 하는 며느리의 말이다. 거기서는 사과 한 상자를 받아도 그 자리서 나누어 먹으면 괜찮지만, 집에 갖고 가면, 예고도 없고 바로 파면이라고 한다. 백화점에 가도 점원이 없다. 살 물건을 골라서 계산대에 가서 계산하고 영수증만 갖고 있으면 된다. 다음 주부터 세일하면, 영수증 갖고 가면, 세일한 금맥을 돌려준다니, 매사가 투명하다. 물건을 훔치거나 빈집을 털다가 잡히면, 그것으로 인생 끝이라 한다. 백화점 안에서도 우측통행을 않는 사람,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 각 인종이 모여 살지만, 법질서가 이러하니, 캐나다 사회가 세계 일등국가가 된 것 같다. 우리는 공무원이나 각 단체들이 해외 연수는 많이 가지만 무엇을 배워서 오는지? 지도자는 과거의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다며 남을 치며 적폐(積弊) 청산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거울로 삼고, 사다리 놓고 지붕 위에 소를 끌어올리려 하던 그때 정신을 살려 이 나라 교육을 바로잡아서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펼쳐야 나라의 장래가 밝고 영원히 부흥하리라.
---------------------- 수필분과 이재영의 문단 약력
- 2007년 문학미디어 신인상 수필로 등단. 작품상. 작가상. 동시 신인상, - 제1회 대구 매일 시니어 문학상 수필 우수상, - 문장21 신인상 시. - 계산문장 신인상 시조. - 수필1집「바위틈에 솟는 샘물」 문학신문 한글 문학상, 2집「마음속에 산을 품다」 문학신문 세종문학상, 3집「매운 삶속 향기」. 시집「깊은 산속 돌샘」. 동시집「떠오르는 해」. |
첫댓글 캐나다에서 공무원을 하는 며느리의 말이다. 거기서는 사과 한 상자를 받아도 그 자리서 나누어 먹으면 괜찮지만, 집에 갖고 가면, 예고도 없고 바로 파면이라고 한다. 백화점에 가도 점원이 없다. 살 물건을 골라서 계산대에 가서 계산하고 영수증만 갖고 있으면 된다. 다음 주부터 세일하면, 영수증 갖고 가면, 세일한 금맥을 돌려준다니, 매사가 투명하다. 물건을 훔치거나 빈집을 털다가 잡히면, 그것으로 인생 끝이라 한다. 백화점 안에서도 우측통행을 않는 사람,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 각 인종이 모여 살지만, 법질서가 이러하니, 캐나다 사회가 세계 일등국가가 된 것 같다.
우리는 공무원이나 각 단체들이 해외 연수는 많이 가지만 무엇을 배워서 오는지? 지도자는 과거의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다며 남을 치며 적폐(積弊) 청산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거울로 삼고, 사다리 놓고 지붕 위에 소를 끌어올리려 하던 그때 정신을 살려 이 나라 교육을 바로잡아서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펼쳐야 나라의 장래가 밝고 영원히 부흥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