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는 1538년 이탈리아 북부 아로나 지방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비오 4세 교황이 그의 외삼촌이다. 신심
깊은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일찍부터 학문 연마에 힘썼
으며, 사제가 되어 훗날 밀라노의 대주교로 임명된 뒤에는 교회 개
혁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또한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여 널리 보급시켰
다. 1584년에 선종한 그를 1610년 바오로 5세 교황이 시성하였다.
제1독서 <우리는 구세주를 고대합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변화 시켜 주실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말씀입니다. 3,17―4,1
17 형제 여러분, 다 함께 나를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이 우리
를 본보기로 삼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다른 이들도 눈여겨보십시오.
18 내가 이미 여러분에게 자주 말하였고 지금도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데,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19
그들의 끝은 멸망입니다. 그들은 자기네 배를 하느님으로, 자기네 수치
를 영광으로 삼으며 이 세상 것만 생각합니다.
20 그러나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세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합니다. 21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
종시키실 수도 있는 그 권능으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
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4,1 그러므로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형제 여러분, 나의 기쁨이며
화관인 여러분, 이렇게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사랑하는 여
러분!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6,1-8
그때에 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
을 듣고, 2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3 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
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
릇이다. 4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5 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첫 사람에게 물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6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7 이
어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8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
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
보다 영리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만 들으면 신자들 가운데 꽤 많은 사람이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
다. 왜냐하면 ‘협잡꾼’ 또는 ‘사기꾼’처럼 묘사된 집사의 모습을 주인
이 칭찬하는 것으로 비유가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복음서의 저자는 신
자들에게 ‘협잡꾼’이 되라는 것일까요? 이 비유는 신앙 공동체에게 어
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일까요?
‘달을 보라고 손을 들어 가리켰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뜻의 고사성어 ‘견지망월’(見指忘月)은 본질을 꿰뚫어 이해하지 못하고
부수적인 것에만 집착한다는 의미입니다. 약은 집사의 비유를 듣는 우리
도 ‘견지망월’의 잘못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이 비유에서 ‘협잡꾼’의 모습 그 자체를 신앙인의 본보
기로 내세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복음의 핵심은 “사실 이 세
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라는 대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곧 세속적 이익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움직이는 비유 속 집사의 모습
그 자체가 신앙인의 본보기로 제시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자녀들이
그처럼 부정한 일조차 약삭빠르게 처리하는데, 하물며 빛의 자녀들은 어
떠해야 하는지를 말씀하시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는 하느님 나라 실현
에 훨씬 능숙해져야 한다는, 공동체를 향한 권고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
직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천사 같은 사람들로만 구성된 집단이 아닙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회개하는 죄인들의 공동체,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하느
님께 의탁하는 공동체, 성령께서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주시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공동체가 바로 교회 공동체입니다.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인 우
리는 복음 정신을 실천하는 데에 얼마나 능동적이며 적극적입니까?
(김상우 바오로 신부)
-출처 매일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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