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전 세계에서 무려 20억 명이나 TV 앞에 모여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이날 온 세계의 눈은 영국으로 쏠렸습니다. 이들이 보고자 했던 것은 작게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부부의 연을 맺는 장면이고 크게는 영국 역사상 왕위 계승권자와 평민 여성의 결혼이 1660년 이후 무려 350년 만에 이루어지는 역사적인 세기의 결혼식이자 1981년 다이애나비의 결혼식 이후 30년 만의 왕족 결혼식 장면입니다.
윌리엄(29) 윈저 영국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29)의 결혼식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장엄하게 거행됐습니다. 무려 1000년이나 된 이 교회는 윌리엄의 부모인 찰스 왕세자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이 있었던 곳이자 또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이 치러지기도 했던 곳입니다. 14년 전 당시 15세이던 윌리엄 왕자가 어머니의 관을 엄숙히 뒤따라가던 모습을 본 모든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시기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 결혼 예식에서 윌리엄 왕자 커플이 고른 “오 위대한 주여, 나를 인도하소서”라는 제목의 찬송가는 다이애나비의 장례식 때 불린 곡이었습니다.
이 혼례는 신부가 부친의 손을 잡고 입장한 후 존 홀 웨스트민스터 주임 사제의 예배에 이어 영국성공회 리처드 샤트레스 주교의 강론, 윌리엄스 대주교의 주례 순으로 진행됐는데 교회 안에는 초청 받은 50개국 정상 외에 1900명의 하객이 함께 했고 초청 받지 못한 60만 명은 런던 중심가로 모여 축하해 주었고 그곳도 갈 수 없었던 20억 명은 세계 곳곳에서 TV를 통해 지켜보았습니다.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를 사랑하고 위로하고 존중하고 지킬 건가요? 무엇보다 살아있는 동안 그와 함께 할 건가요?” 라는 질문에 신부는 “예” 라고 서약을 했습니다. 왕실의 결혼 서약엔 남편에게 순종하고 섬긴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두 사람의 뜻에 따라 이를 제외시켰습니다. 시어머니인 다이애나 비도 찰스 왕세자와 결혼할 당시 관례를 깨고 순종 서약을 하지 않았는데 신부가 시어머니의 뜻을 존중한 것 같습니다. 이 서약 후 신랑은 신부의 손에 어머니가 끼던 장식 없는 금반지를 끼워 주었고 이렇게 해서 지구상에 또 하나의 부부가 탄생했습니다.
2007년에 한국에서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하는 법정 기념일이 생겼습니다. 이 부부의 날은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만 있는 법정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부부의 날은 권재도목사가 10년 전 어린이 날 한 방송에 출연한 아이가 “내 소원은 엄마 아빠가 함께 사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부부 사랑 캠페인을 결심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2006년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는 것입니다. 5월 21일을 택한 것은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 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둘이 하나가 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최초의 가정을 이루어 주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외로이 혼자 고독을 느끼는 인간 아담을 위해서 그가 잠들었을 때 그의 갈빗대를 취하여 하와를 만드셨습니다. 하와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면서 남자는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 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두 몸이 한 몸을 이룰 수 있습니까?
결혼식에서 주례자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주례사 중 하나가 ‘부부일체’라는 말입니다. 사람이 둘인데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습니까? 둘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은 자신의 반을 버린 나머지 반과 상대방의 반을 버린 나머지 반이 합쳐질 때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것들을 그대로 가지고 합치려고 한다면 그것은 ‘부부 일체’가 아니라 ‘부부 이체’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나는 하나 그대로 있으면서 상대방에게만 반을 줄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하나가 아닌 하나 반으로 남습니다. 또한 나는 반을 줄였는데 상대방은 하나 그대로 있다면 그것 또한 하나 반으로 남아 있습니다. 나와 상대방이 반씩을 줄인 뒤 합해야만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나 자신은 버리지 않고 상대방만 버리라고 말합니다. 나 자신은 꽉 움켜쥐고 있고 상대방에게는 움켜 쥔 것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나 자신은 절대 버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상대방에게는 절대라는 것은 있을 수 도 없는 것이니 절대를 포기하라고 윽박지릅니다.
오늘날 이혼의 가장 큰 이유가 ‘성격 차이’라고 합니다. 20년을 훨씬 넘게 살아오면서 형성된 성격 두 개가 만나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이 두 개의 성격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의 성격 반을 죽이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두 개의 상이한 성격이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갖고 있는 한 이 세상 어느 누구와 만나도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단점만 버리려고 합니다. 그러나 나의 장점이 상대방에게는 단점이 될 수 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장점이 되어 칭찬을 받는 것이 나의 배우자에게는 단점이 되어 치명적인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한국의 부부의 날인 5월 21일 만큼은 부부가 강제적이라도 자신의 반을 죽여 봅시다. 그렇게 반을 죽이고 남은 반을 서로 합하여 하나가 되어 봅시다. 그래서 이 날 만큼은 부부일체의 기쁨을 맛봅시다. 그리고 이 기쁨을 하루 하루 연장하면서 부부의 참 묘미를 느끼며 살아 봅시다. 분명히 부부의 관계가 회복되어지며 부부사이가 달라질 것입니다.
호주에 사는 우리들도 1년에 한 번 정도 부부의 날을 만들어 부부 간의 사랑을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민이라는 어렵고도 힘든 생활 속에서 부부로서의 자리들을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가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 자신은 지금 반을 버리고 살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버리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에게만 반을 버리라고 강요하면서 그렇게 지금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게 자신의 모습들을 서로 돌아본다면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큰소리 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세계의 모든 주목을 받고 부부가 된 윌리엄과 케이트도 일 년 에 한 날 정도 부부의 날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머니 다이애나비의 비극적인 죽음을 돌아보면서 부부 서로가 반씩만 죽여가면서 산다면 왕실이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 것입니다.
가정이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땅의 에덴동산입니다. 이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께서 맺어 주신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나의 반쪽과 함께 하나가 되어 행복하게 산다면 이것이 진정 아름다운 에덴동산이 될 것입니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 지로다”(창2:24)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