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일탈이 되는 곳, 손쉽게 초록 잔디밭을 만나고 가슴 두근거리는 흥미진진한 스포츠를 대할 수 있는 곳, 바로 야구 경기장이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함성, 치어리더의 열띤 응원, 시원시원한 안타와 홈런, 아슬아슬한 수비까지. 야구가 가진 매력은 끝이 없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야구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해마다 더해가고 있다.
치고 던지고! 공 날아가는 것만 봐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야구라지만 혹시 규칙이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면? 그래도 걱정 없다. 야구장에는 야구만 있는 것이 아니니,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충분히 야구장을 즐길 수 있다. 어쩌면 야구장을 즐기는 방법의 8할은 야구가 아니라 먹거리일지도 모르니까. 10개 구장을 대표하는 야구장 먹거리를 알아보자.
잠실 야구장 (잠실, LG트윈스 & 두산 베어스)
<출처 : LG트윈스,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그 옛날 HOT와 젝스키스를 동시에 사랑할 수 없었던 것처럼 야구를 좀 안다면 LG와 두산을 동시에 사랑할 수는 없다. 영원한 서울 라이벌 LG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홈구장을 공유하는 LG와 두산 간의 라이벌 의식은 다른 구단들의 경쟁심 그 이상을 의미한다. 올해는 이러한 라이벌 십을 증명이라도 하듯 3, 4위에서 반게임 차이로 나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두 팀이다. (6월 19일 현재)
그러나 언제나 아웅다웅하는 LG 팬과 두산 팬이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잠실구장의 삼겹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메뉴 삼겹살을 야구장에서 먹을 수 있다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야외에서 먹는 삼겹살은 언제나 꿀맛인 법이다. 거추장스럽게 불판, 고기에 김치를 준비해 기름 튀어가며 굽지 않아도 한 상 근사하게 쌈까지 챙겨주는 잠실구장의 삼겹살이 있으니 든든하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구워 담아주기에 편리하게 삼겹살을 즐길 수 있다.
KT wiz park (수원, KT위즈)
<출처 : KT 위즈 홈페이지>
KBO 막내 구단 KT는 올 초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현재는 9위로 아쉬운 성적을 보이지만 세월과 함께 단단해질 KT를 기대해본다. KT 위즈파크는 지역의 오랜 맛집을 경기장으로 옮겨오는 젊은 구단다운 센스를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KT 위즈파크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넘쳐난다. 그중 독보적으로 긴 줄이 늘어선 곳을 발견한다면 바로 그곳이 수원 시민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진미통닭 집이다. ‘초코파이를 맛있게 먹는 방법 = 군대에 간다’라는 공식이 있다면 ‘치킨을 맛있게 먹는 방법 = 야구장에 간다’라는 공식도 있다. 그만큼 치킨은 야구장 대표 먹거리로 꼽히는데, 가장 퀄리티 높은 치킨은 KT의 수원구장에 있음이 분명하다. 미리 튀기지 않고 주문을 받고 바로 튀겨주니 언제 구입해도 바삭하고 따끈한 치킨을 만날 수 있다. 맛이 보장된 치킨에 맥주, 그리고 야구라!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
SK 행복드림구장 (문학, SK 와이번스)
<출처 : SK와이번스 홈페이지>
문학으로 가보자. 올해 힐만 감독을 영입하면서 무서운 기세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고 있는 SK 와이번스. 5할 승률을 지키며 5위를 수성하고 있다. SK의 홈구장인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은 다채로운 좌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잔디 위에 앉거나 누워 경기를 볼 수 있는 그린존, 고기를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는 바베큐 존, 소파와 에어컨 TV까지 갖춰진 vip 좌석 스카이박스까지 있어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구장이다.
이런 SK행복드림구장에서 먹어봐야 하는 베스트 먹거리는 국가 대표 간식 ‘떡볶이’이다. 국물이 자작한 떡볶이는 화려한 건더기 없이 어묵에 떡만 들어있지만, 그 맛이 일품이다. 학창시절에 즐겨 먹던 추억의 맛을 소환하는 떡볶이를 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날 수 있다.
KIA 챔피언스 필드 (광주, KIA 타이거즈)
<출처 : 기아타이거즈 홈페이지>
2017시즌 가장 행복한 기아. 올해의 기아는 무섭기까지 하다. 이미 10승 고지에 오른 헥터를 필두로 한 선발진의 눈부신 활약, 9번 타자까지 홈런을 터뜨려대는 타선의 폭발, 완벽해져 돌아온 키스톤 콤비(김선빈, 안치홍)를 필두로 한 수비 능력 향상의 삼박자를 고루 갖춰 최고의 기량과 성적을 보여주는 기아. 경기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여 밥 안 먹어도 배부를 기아의 팬들이지만 맛있는 먹거리는 경기의 행복을 배가시키는 법이다. 더구나 기아 구장에는 야구장과 아주 어울리는 간식이 준비되어 있다.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타이거즈볼’은 우리밀 100%로 만든 호두과자이다. 그러나 야구공 모양으로 그 정체성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타이거즈볼을 그냥 호두과자라 부를 수는 없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크기의 야구공에는 야무지게 기아의 엠블렘(T)도 새겨져 있다. 경기를 즐기면서 한 알 한 알 입에 넣다 보면 팥의 달콤함이 입안에 퍼져 언제 한 봉지를 다 비웠는지 모르게 된다.
한화 생명 이글스파크 (대전, 한화 이글스)
<출처 :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중독성 있는 야구의 대명사 마리한화. 경기의 승패를 떠나 볼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한화의 팬들이야말로 진정한 야구의 팬이라 할 수 있다. 이기고 있는 경기는 물론이거니와 지고 있을 때라도 한화 팬들이 외치는 육성응원 "최! 강! 한! 화!"는 힘차기만 하다.
한화를 이끌던 수장 야신은 떠났지만, 여전히 한화 생명 이글스 파크를 지키고 있는 야신이 있다. ‘야채가 신선한’ 야신 고로케가 그것이다. 그 이름 덕분인지, 풍부한 맛 때문인지 대전 구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거리이다. 야채, 감자, 단호박, 카레 등 다양한 맛을 선택할 수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튀김은 진리이니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데 꽉 찬 소가 어우러진 바삭한 고로케가 맛이 없을 수는 없다.
마산 구장 (창원, NC 다이노스)
<출처 : NC다이노스 홈페이지>
이번엔 마산으로 가보자. 마산 구장은 NC 다이노스의 홈 구장이다. 후발 구단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2014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놓치지 않았고 2016년에는 준우승을 거머쥔 실력 있는 팀이다. 올해 시즌을 시작하면서 NC팬들의 가장 큰 걱정이었던 테임즈의 빈자리가 또 다른 용병 스크럭스의 활약으로 메워지면서 안정적인 실력으로 2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귀여운 공룡들이 넘실대는 마산 구장에는 선수의 이름을 따서 만든 특별한 음료가 있다.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승부하는 NC의 대표 토종 에이스 이재학 선수의 별명은 딸기. 얼굴이 잘 빨개져서 붙은 별명인데 그 점에 착안하여 생긴 ‘이재학딸기주스’가 있다. 흔한 딸기주스이지만 센스 있는 네이밍으로 NC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잔을 결제하면 영수증에는 ‘이재학’이라고 적힌다. 몇천 원으로 이재학 선수를 소유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달까. 특히 이재학 선수가 선발로 출전하는 날에는 ‘이재학day’할인 행사를 하여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고척 스카이돔 (구로, 넥센 히어로즈)
<출처 : 넥센히어로즈 홈페이지>
4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는 넥센은 올 초 장정석 감독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하였다. 시즌 중반인 현재, 순위는 중위권이지만 리그 최고의 교타자 서건창을 앞세워 팀타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국내 유일의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넥센은 미세먼지와 무더위도 개의치 않는 쾌적한 관람 환경을 갖추고 있다. 경기 전부터 에어컨을 가동하여 바깥 기온이 30도가 넘어가도 더위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구장이니, 다가오는 여름에 찾기 가장 좋은 경기장이다.
고척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즉석 짜장면이다. 주문하면 면을 삶아 소스와 함께 담아내 준다. 단무지와 군만두까지 얹어주니 한 그릇이 훌륭하다. 여러 그릇을 시키면 자리에서 배달 주문을 할 수도 있다고 하니 마라도에서만 ‘짜장면 시키신 분’을 외칠 일이 아니다. 좌석에 앉아 배달 오는 철가방을 맞는 기분도 남다를 듯하다.
삼성 라이온즈파크 (대구, 삼성 라이온즈)
<출처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사상 첫 통합 4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왕조를 꾸려왔던 삼성 라이온즈. 작년과 올해의 성적은 그 명성과 어울리지 않아 팬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민 타자 ‘라이언 킹 이승엽’의 마지막 시즌이기에 지금의 성적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여름의 팀 삼성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며 탈꼴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 간다면 팬심을 담아 ‘만루 홈런세트’를 먹어보는 것이 어떨까. 떡볶이, 핫도그, 납작 만두, 튀김까지 하나로 구성되어 말 그대로 만루에 홈런이 터진 것만큼이나 풍성한 세트이다. 쌀핫도그는 특히나 쫄깃한 식감이 일품으로 하나만 사면 한 입 더 먹기 위하여 일행끼리 본의 아닌 눈치 게임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삼성 라이온즈 파크 한쪽에 마련된 잔디석에는 그늘막을 설치할 수도 있으니 돗자리 깔고 피크닉 나온 기분으로 만루 홈런세트를 즐기며 야구를 보면 그 이상의 피서가 없을 것이다.
사직 야구장 (부산, 롯데 자이언츠)
<출처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응원문화를 가지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파이팅 넘치는 다양한 응원가를 비롯하여 관중 모두가 주홍색 비닐 봉투를 뒤집어쓰는 퍼포먼스, 파울 볼을 주우면 한마음 한뜻으로 외치는 ‘아주라~’ 등 KBO에서 가장 독특하고 열정적인 응원 문화를 가지고 있는 구단이 롯데 자이언츠일 것이다. 올해는 특히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선수의 복귀로 폐업위기였던 사직 노래방이 재개장하며 더욱 뜨거운 응원이 계속되고 있다.
사직 구장의 베스트 먹거리인 글러브 번은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수제 버거다. 글러브를 연상시키는 쫄깃한 번 사이에 떡갈비, 야채, 소스 등이 들어있는 글러브 번의 매력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찐빵도 있는데 팥이 아주 부드러우면서 많이 달지 않아 명품 수제의 맛을 자랑한다.
이열치열. 덥다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기보다는 태양의 열기를 마주할 수 있는 야구장으로 나서보자. 땀 흘려 뛰는 선수들의 열정과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팬들의 열기의 현장에 함께 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릴 것이다. 그 즐거운 현장에 맛있는 먹거리까지 함께하면 당신의 휴일은 더욱 완벽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