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다음카페 밀리토리네 히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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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너는 요즘 어떻게 죽어 가니?
나는 숨을 쉬며 죽어 가고 있어
너의 숨은 이미 이승을 떠나 있지만
우리 지평선 끝에서 만나자
- 김우석, 나는 숨을 쉬며 죽어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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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당신의 세계는 참 어둡고,
나는 이상하게 그 어둠이 자꾸 눈에 밟혔어요
잘가요, 이상한 사람
- 정순재, 그리곤 더 어둡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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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따뜻한데 나 혼자가 춥다
꽁꽁 언 피부가 염산처럼 볕에 녹는다
봄햇살에 녹는 것을 보면 나는 눈사람이었나
누가
나를
뭉
쳤
나
- 장예본, 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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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오늘 우리는 나쁜 꿈속에 버려져 있는 것 같아
세상에 너하고 나, 둘 뿐인 것 같아
가위로 우리 둘만 오려내서 여기에 남겨진 것 같아
이런 게 나쁜 거야?
난 차라리 다행인데
- 김하늘, 나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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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는 없고 나만 남아 견디는 욕된 날들
가을은 해마다 찾아와 나를 후려치고
그럴 때면 첫눈이 오기 전에 죽고 싶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밤은 찾아오고
오늘도 운명처럼 바람은 부는데
왜 어디에도 없는가, 너는
- 도종환, 스물몇살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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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유리창에 엑스를 그어 놓고 구원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유리조각을 나눠 먹는다
서로의 이름에 구멍을 내며 돌림노래를 부른다
- 안지은,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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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향기에 미친 별들이 쏟아져 내리도록
그리운 얼굴만큼
하늘 창을 열어 놓아야지
별에 찔려
백혈이 낭자한 밤을 사르다
아침이면
연보라 꽃물 든 시집에 얼굴을 묻고
처참하게 죽어 있어야지
- 강효수, 라일락 블라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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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젠 정말 이야기를 마쳐야겠다.
5분, 5분만 더 너를 그리워하고 이제 나는 잠자리에 들게.
내일도 추우려나?
하긴, 겨울은 언제나 춥다. 그지?
- 조해진, 여보세요? 여기는 폴란드야
첫댓글 좋다...나쁜 꿈 시 그대로 멜로디만 넣어서 노래로 불러도 될 것 같다...
몇 줄로 사람 마음을 이렇게 뒤흔들다니ㅠㅜ
너무 좋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