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추억 여행
성병조
(다시 동백섬에 서다) 아이들 덕분에 다시 해운대와 동백섬을 찾았다. 매년 본인과 부모를 위한 호텔 숙식권이 나오는 덕분이다. 대구 출발하여 기장 대변항, 해동용궁사 관광 후 숙소인 동백섬 C호텔에 투숙하게 되었다. 해운대와 동백섬, C호텔은 여러 추억이 깃든 곳이다. C호텔은 신혼 여행 때 묵은 곳인데다 그 후에도 더러 찾았고, 동백섬은 사연이 스며있다. 군대 시절 운동경기(체력특급자) 에서 부대 대표로 선발된 데 이어 관구 대표까지 된다. 이때 선수들이 합숙한 곳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수영공항 경비단이다. 선수 6명이 매일 달리는 코스가 바로 동백섬이었다. 섬 한 바퀴를 돌아 부대에 도착하면 6키로 쯤 되었을까. 해운대와 동백섬에만 오면 군대 시절 추억이 되살아난다.
(대변항은 개명하지 않는가?) 부산 기장군 대변항(大邊港)에만 가면 장난기(?)가 생긴다. 몸에서 배출하는 대변(大便)과 발음이 같아서다. 대변항 역사를 살펴본다. 대변항은 조선 시대부터 포구가 발달한 지역이었는데, 1971년 12월 21일 1종 어항으로 지정되었다. 기장군은 어업 인구 3천여 명으로 부산광역시 총 어업 인구의 31.7%에 해당하며, 19개의 어촌계가 구성되어 있다. 이에 대변항을 기장군의 어업 전진 기지로 조성하고자 국가 어항으로 지정하였다. 지자체마다 개명 바람이 불고 있다. 성주 금수면을 금수강산면으로, 군위군 고로면을 삼국유사면으로, 울진군 서면을 금강송면으로 바꾸지 않았는가? 대변항에만 가면 대변 냄새가 풍긴다??
(동백섬을 달리다) 새벽 기상이 생활화된 나는 여행 때면 새벽 도피처 찾기에 분주해진다. 옆 사람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일어나 1층 프론트를 찾았다. 신문도 읽고 바깥 풍경을 둘러볼 참이다. 신문을 다 읽어도 여유가 있다. 호텔 밖으로 나가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운동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대부분 마라톤 동호인들로 보인다. 복장도 준수하고 자세도 무척 유연하다. 겉으로 봐서 꽤 연륜을 쌓은 것 같다. 나도 한때는 마라톤에 심취하지 않았던가. 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들 뒤를 따라 달려본다. 힘이 든다. 뛰는 거리가 1km라고 한다. 누리마루와 등대를 지나 출발점에 이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수영만 야간 요트투어) 수영만 요트장은 해운대와 수영에 걸쳐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요트 경기가 열린 후 널리 알려졌다. 지금도 여러 요트가 탑승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요트투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다행히 젊은 감각을 가진 딸의 주선으로 예약한 요트에 오르게 되었다. 한 시간 간격으로 40여 대가 차례로 나선다. 마치 격전장으로 향하는 배처럼 편대를 이룬다. 아름다운 광안대교 주변을 선회하는데 너무도 아름답다. 내 나이가 좀 들어 보였을까. 가이드는 나를 선장 옆 최고 좌석으로 안내한다.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수십 대의 요트가 일시에 내뿜는 불꽃들이 하늘을 수놓는다. 요트투어, 안 했으면 후회할 뻔했다.
(동백섬은 해운대의 보배다) 짧은 시간에 내린 단견임을 전제한다. 해운대는 해수욕장으로 대표되며 고층 빌딩이 즐비한 부촌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에 강남이 있다면 부산에는 해운대가 있다. 고층 빌딩이 많으니 당연히 지역 주민이 많음은 물론이다. 숙소가 동백섬 입구를 향하고 있어 틈만 나면 창밖으로 눈이 간다. 두 가지 점에 주목한다. 먼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새벽에 더 많지만 밤낮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모습이 놀랍다. 다음은 걷는 사람이 있어도 거기에 못지않고 달리는 사람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대구와 비교된다. 푸른 바다와 짙은 숲, 누리마루로 어우러진 동백섬은 해운대의 보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태종대와 동래 범어사) 3일간의 부산 여행은 하루 한 곳을 찾아가는 추억 더듬기였다. 첫날에는 기장에 있는 해동용궁사, 둘째 날은 영도의 태종대 유원지, 마지막에는 동래 범어사에 들렀다. 모두 방문한 지 오래여서 다시 가고 싶은 그리운 곳이었다. 태종대는 내가 고교 때 더러 찾았다. 개발 초기여서 군인들이 길을 내고 있었고 지금처럼 바뀔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동래 범어사는 고교 소풍 때 들린 후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던 중 군대 시절 우연히 군복 입고 찾은 적이 있다. 그 후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맘속으로 그려오다 이번에 찾아보았다. 방문객들로 상당히 붐빈다. 어렵게 찾은 사찰에서 옛 추억을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