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10. 7월 18일 순천, 조계산 산행
o 일시: 10. 7. 18.(일요일) 맑음
o 장소 : 순천, 조계산(884m)
o 가는 길 : 광주→화순→주암→호남고속도로→승주나들목→ 선암사→ 조계산
※ 삼영 예식장 08시 30분 출발
o 산행길 : 선암사→장군봉→연산봉 가는 길→습지→작은 굴목재→선암사
※ 산행시간 : 6시간 30분(10Km)
o 참석자(8명) : 경문, 동은, 기주, 순태, 환기, 윤숙, 영란, 나
o 운전 : 동진, 동은
조계산은 순천시 송광면과 승주읍의 경계에 있는 산(884m)이다. 본래는 동쪽 산은 조계산, 서쪽 산을 송광산이라고 했으나 조계종의 중흥 도량산이 되면서 고려 희종 때 조계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산이 유명한 것은 송광사와 선암사 절이 있기 때문인 데, 송광사는 3보 사찰의 하나로 국사(國師)를 많이 배출한 승보사찰이며, 암자는 쌍향나무로 유명한 천자암, 법정스님이 살았던 불일암 등이 있다.
선암사는 태고종의 본산인 데, 절 입구에 있는 아치형 다리인 승선교를 비롯하여 절집의 각종 전각과 정원수가 참 아름답다. 절집을 아름답게 가꾼 스님들의 마음은 더더욱 고울 것이다. 인근에 주암호, 낙안읍성, 순천만이 있고, 파인힐스, 레이크힐스, 승주CC, 보성CC 등 골프클럽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 가 볼 만한 곳이다.
산행길은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가거나,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가는 길이 있고, 그 길은 각기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는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가는 길을 택했다.
광주지역은 맑고 청명한 일요일이다. 우리가 산행을 하는 날이어서인지 날씨가 도와주고 있다. 08시 30분에 출발하여 좋은 기분으로 화순, 주암 방향으로 가는 데 동복에 이르니 비가 내린다. 멀리 순천 쪽 여러 산줄기에도 비가 내린다. 선암사 주차장에 이르도록 비가 오락가락한다. 비는 그칠 것 같지 않아 비옷을 구입해 만반의 준비를 했는 데 비는 억수로 쏟아진다.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산중이라 일단 선암사를 향해 걸었다.
친구들은 비 때문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암사를 향해 바삐 걸어 갔는 데 나는 승선교에 이르러 승선교를 관찰하였다. 아치형 다리인 승선교는 보물 제400호이고, 승선교와 물이 철철 넘치는 광경을 볼 수 있는 강선루가 있는 데 강선루는 오르지 못하도록 문을 잠그어 놓았다.
승선교를 볼 때마다 돌을 가공해 어쩌면 이토록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감탄을 하곤 한다. 승선교는 양쪽 기단부터 돌을 세 줄로 쌓아 올렸는 데 42줄 정도 된다. 한 줄은 3개의 돌이므로 126개 돌을 쌓아 만든 것으로 300여년이 된 다리다. 수 년 전에 낡고 깨진 것들을 새로이 교체해 새로운 맛이 있다.
선암사에 이르러 대각암쪽으로 발길을 옮기자 비가 서서이 그치기 시작했다. 역시 날씨가 우리들을 도와 주었다. 대각암을 지나 장군봉을 향해 오르는 데 동은이가 뒤쳐진다. 얼굴은 핼쓱하고 힘이 부쳐 보인다. 세상사가 녹록치 않다는 것일까? 순태와 함께 천천이 올라오도록 하였다.
조계산의 식물식생은 크게 도토리나무 계열, 단풍나무 계열, 서어나무 계열이다. 이들 나무 아래에는 조릿대가 무수히 자라고 있다. 도토리나무 계열로는 도토리,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있고, 단풍나무 계열로는 단풍나무, 아기단풍나무, 당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등이 있으며, 서어나무계열로는 서어나무, 개서어나무 등이 있다. 조계산 (장군봉 쪽)에는 흔하디 흔한 소나무가 없는 게 특이했다.
중간부분에 이르니 너덜겅이 나타난다. 이 곳에 잠시 앉아 휴식하였다. 안개가 몰려 왔다가 이내 사라지고, 햇빛이 비쳤다 이내 사라지는 등 변덕이 심하다. 바람은 산 아래에서 위쪽으로 불어와 무척 시원했다. 조금 더 오르니 비바람에 쓰러진 돌담이 보였다. 길 가에는 그릇이 놓여 있는 데 거기에는 샘물이 철철 흐르고 있다. 한 그릇 감로수를 마시니 가슴속까지 시원해졌다. 아마도 암자가 있었던 듯 싶다. 조그마한 표지판이라도 세워 놓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12시 15분에 장군봉(884m)에 올랐다. 선암사에서 10시에 시작하였으니 2시간 15분이 걸렸다. 장군봉은 조계산의 정상이다. 이 곳에서 수만 명의 병사를 호령하던 장군의 늠름한 기개를 느낄 법도 하다. 많은 산들이 발아래 웅크리고 있어 호탕한 기상이 절로 나고, 각종 활엽수 나무잎새들의 향연은 비단결같아 누우면 데굴데굴 굴러 산아래까지 내려갈 것 같다. 산아래쪽 골짜기에는 마치 연꽃처럼 나뭇가지와 푸른 잎이 층층이 하늘을 향해 벌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란에게 이 모습을 가리키며 ‘참! 보기에 좋다’고 했더니 ‘정말이네!’하며 감탄을 하였다. 그 나무가 층층나무인지 산동백나무인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장군봉에서 송광사방향으로 가다가 능선에서 점심을 먹었다. 7시간 이상 산행할 때는 산중에서 점심시간을 맞게 된다. 반주로는 매실주, 오디주, 복분자주, 맥주가 있고, 가래떡, 모시떡, 바나나, 옥수수, 김밥, 오곡밥, 낙지무침, 오이와 고추, 된장, 빵과 쿠키 등 푸짐하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우리는 연산봉을 딛지 않고 작은 굴목재 방향으로 내려갔다. 산 꼭대기 부분에 습지가 있는 게 특이했다. 이 곳은 나무다리를 만들어놓아 편안하게 습지지대를 건널 수 있었다.
조계산 골짜기는 엊그제 내린 비로 맑고 투명한 시냇물이 철철 흐르고 있다. 모두들 양말을 벗고 시냇물에 발을 담그니 얼음장같이 차가와 오래 담글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함께 한 친구들은 피로를 푼다며 오랫동안 담그고 있던 데 참을성이 대단하다.
이윽고 선암사에 이르러 절 구경을 했다. 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을 선암사라고 꼽고 싶다. 선암사의 역사는 백제 또는 신라시대라고 하는 데 이 곳의 전각들은 임진왜란 후에 지어져 300년 역사를 지키고 있고, 경내에는 여러 가지 꽃과 나무를 심어 놓아 꽃피는 봄철이면 아주 멋있는 곳이다. 정원속에 절이 있는지, 절 속에 정원이 있는지 구분이 않 될 정도다. 절 입구에는 탐스런 보랏빛 수국이 피어 있다. 처음에는 우윳빛 색깔이 점차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데 탐스런 꽃모양이 풍만한 비너스의 가슴처럼 포근해 보인다.
대웅전은 ‘큰 수컷을 모신 집’이다. 수컷중에서도 가장 크게 깨달은 사람은 부처님이니 그 부처님을 모신 곳이길래 대웅전이라고 한다. 대개 대웅전은 주불로 부처님을 모시고 좌우에 보살을 모시는 데 선암사 대웅전은 오직 부처님만 모시고 있는 게 다른 점이다.
매실나무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어느 전각 옆의 무궁화도 피어있다. 나는 해우소를 가 보았다. 전통 뒷간 이면서도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기능면이나 아름다움면에서 내세울 만한 곳이기에 선암사에 가면 반드시 들러 보아야 한다. ‘근심과 걱정을 풀어 버리는 곳’ 해우소는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어 이 곳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해우소 정면에는 ‘뒷 ㅅ간(古語)’ 이라고 쓰여 있는 데, 통로는 판자로 되어 있고, 왼쪽에 ‘남자 뒷간’, 오른쪽에 여자뒷간으로 구분하고 있다. 남자 뒷간은 8칸인 데 등을 맞대고 4칸씩 나누어져 있고, 통로쪽에는 여닫이 문이 있지만 여닫이 문을 밀치고 들어가면 각각의 칸에는 문이 달려 있지 않다. 근심과 걱정을 버리는 데 들어가는 문(門)이 많으면 않 될 일이다. 깊기로 유명한 이 곳은 위생적일 뿐 아니라 다시 텃밭 남새를 키우는 데 사용하고 있으니 순환하는 이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해우소 벽에는 시인 정호승의 ‘선암사’라는 시가 붙어 있다.
〈선암사〉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차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닌다.
풀잎마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해우소를 구경한 다음 내려오면 바로 ‘삼인당 연못’이 있다. 연못은 긴 달걀형이다. 물 가운 데 섬이 하나 있는 데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섬에는 배롱나무 한 그루와 여린 단풍나무가 자라고 있고 활짝 핀 원추리가 폼내고 있다.
이 연못은 이름과 같이 ‘삼인(三印)’을 뜻하는 것이다. 삼인이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을 뜻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모든 것은 변하여 머무르는 것이 없고, 나(自身) 라고 할 만 한 것도 없으며, 그 이치를 깨닫는다면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산행을 하면서 절집이든, 문화재든 스쳐 지나가면 않된다. 산을 오르는 게 일이 아니라 오고가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공부를 하면 할수록 여행이든 산행이든 훨씬 유익하고 재미가 있다. 절집을 나와 인근 길상식당으로 가서 동동주를 마시며 내가 ‘분양(?)해 달라’고 하자 동은이는 ‘조건이 않돼 분양할 수 없다’는 데 미분양한다고해도 즐거운 하루였다. 2010.7.18.
첫댓글 순간일세.. 찰나일세.. 우리네 인생길이...장군봉에 올라 바라보는 저 초록의 수목들은 백년 이백년 삼백년이 흘러도 저 푸름은 고고히 이어질 것인데!!!...발길을 동행했듯이 자네의 후기의 노고가 생생한 상상과 기쁨을 주는구려...감사함일세...
모두들 즐겁고 유익한 산행이었겠다.함께할 친구가 있어 행복한거다. 오래도록 좋은시간 이어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