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역으로
부처님오신날을 하루 앞둔 주말이다. 전날 도예 교실 수업을 마치고 북면 텃밭을 찾아 빈자리 모종을 심은 새벽에 ‘호박 모종을 심어’를 남겼다. “고구마 순을 묻은 밭이랑 가장자리 / 괭이로 구덩이 파 거름 될 퇴비 넣어 / 모종 사 심어둔 호박 뿌리 내려 자란다 // 가뭄에 시들다가 단비에 생기 띠어 / 넌출로 뻗어 나가 꽃 피워 맺을 열매 / 그보다 잎을 먼저 따 기대하는 쌈이다”
날이 밝아온 이른 아침은 동선을 좀 멀게 잡은 자연학교로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퇴촌삼거리로 향해 자투리 공원 운동기구에 몸을 단련하고 창원대학을 거쳐 중앙역으로 올랐다. 순천을 출발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예매하지 않은 즉석 발매권은 자리가 없어 서서 가야 했다. 창밖에 화포 습지와 한림정을 지난 강심으로 철교가 놓인 삼랑진을 건너 강변을 따라갔다.
구포와 사상을 거친 부전에 닿아 동해선 전철을 탔다. 지공거사에게 태화강까지 주어진 무임승차 혜택을 마다하지 않았다. 동해선 기점이라 빈자리가 있어 앉아서 가는 기회까지 주어졌다. 부산 동부권 도심을 거치면서 서서 가는 이들이 더 많았는데 해운대를 지난 오시리아역에 다수 내려 혼잡이 덜했다. 아이들은 놀이동산이 기대되고 어른들은 쇼핑 매장을 찾는 걸음인 듯했다.
기장과 일광을 지난 월내에 이르니 탁 트인 바다가 펼쳐져 예전 단선이던 동해남부선 철길이 생각났다. 서생부터는 울산광역시로 망양을 지난 개운포에서는 전설이 서린 처용암 바위가 떠올랐다. 동해선 전철 종점 태화강역에 닿았다. 예전 동해남부선 시절은 ‘울산역’이었는데 KTX에 역명을 넘기고 태화강역으로 바뀌었다. 강은 보이지 않은 삼산 들판 끝자락에 신설된 기차역이다.
태화강역 역사를 빠져나가 광장으로 나서면 상가까진 먼 거리라 길을 건너 더 나가지 못했다. 몇몇 지인이 떠올랐으나 문자나 통화를 넣지 않고 역 구내로 들어와 어묵으로 간식을 삼고 다시 부전으로 향하는 전철을 탔다. 그 전에 부전에서 목포로 가는 새마을호 열차를 예매해 놓았다. 주말이라 평소보다는 승객이 늘어 자칫하면 아침에 올 때처럼 서서 가야 할 처지일까 싶었다.
서생을 지난 월내에 이르니 바다다운 해안선이 드러나 창밖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지기들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산림 거사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속세로 나와 울산 태화강역까지 진출했다고 근황까지 알렸다. 이후 잠시 스르르 눈을 감고 졸고 나니 해운대를 지난 동래 도심을 거쳤다. 종점인 부전역에 닿으니 예매해둔 열차 출발 시각이 일러 역전으로 부전시장을 찾아갔다.
부전시장은 부산 3대 시장에 속하는 꽤 큰 규모였다. 들머리는 약초 거리였는데 인삼을 비롯한 약재들이 쌓여 있었다. 내가 여름 숲에서 찾아내는 영지도 잘라 팔았는데 자연산이 아닌 재배인 듯했다. 밀양산 대추가 보여 한 봉지 사 배낭에 채웠다. 헛개나무와 영지 건재를 약차로 달여 먹을 때 감초 대용으로 넣어 먹을 셈이다. 시장이 넓어 다 둘러보지 못하고 순대집에 앉았다.
태화강역에서 서둘러 되돌아와 점심을 대신해 순대로 맑은 술을 잔에 채워 비웠다. 열차가 출발할 시각까지 느긋해 자작으로 채운 잔을 천천히 비웠다. 장터 자리에서 일어나 역사로 향해 목포로 가는 새마을호를 탔다. 아침에는 서서 왔으나 갈 땐 예매한 승차권이라 앉아 갈 수 있었다. 구포를 벗어난 화명부터는 낙동강 강변 풍광이 드러난 창가여서 조망이 좋아 눈길 보내며 왔다.
물금을 지날 때는 김정한 소설 수라도 무대 용화사와 최치원이 한시를 남긴 임경대가 생각났다. 원동에서도 잠시 정차했는데 지난겨울 배내골 빙폭을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강 건너가 김해 상동 용산이고 강가는 용신에게 제를 지내는 가야진사였다. 열차는 삼랑진에서도 잠시 멈췄는데 젊은 날을 보낸 근무지여서 지형지물이 눈에 선했다. 터널을 빠져나가자 창원중앙역에 닿았다. 26.05.23